피렌체 특강
크리스 와이드너 지음, 김목인 옮김, 이내화 해제 / 마젤란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장인을 보면, 놀랍다는 생각을 한다. 장인들이 만드는 작품을 보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를 보는 듯하기 때문이다. 장인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바로, 무생물에 혼을 불어 넣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혼은 나같은 예술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가슴 속 뭔가를 움직이게 하고 감동하게 만든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시대에 사는 여러 장인들에게 이런 느낌을 받는데, 몇 세기에 나올까 말까 하는 장인을 보면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다. 책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보는데도, 그들의 작품에 깜짝깜짝 놀란다. 매료되기도 하고.

몇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예술가, 미켈란젤로.

어릴 때, 한사람의 예술가가 아니라 거북이로 알고 있었다. (그 당시 나말고 많은 아이들이 그랬겠지만) 이 미켈란젤로는 죽은지 몇 세기가 지나도, 그의 작품과 그의 생애는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자신의 혼을 자신의 작품에 불어 넣었기 때문이고, 그만큼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았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단련된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다빈치도 보지 못했던, 바위 안에 있는 천사를 보고, 그 천사를 깨우려고 노력했다. 세기에 남을 예술가는 이렇게 사물보는 법도 다르다. 그런 사람이 만든 작품은 오죽할까.

미켈란젤로의 이런 점을 보고, 자기계발서로 엮은 책이 바로, 피렌체의 특강이다.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유럽으로 여행온 토마스.

2주간의 여행은 오히려 그에게 외로움만 주고, 회의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정체불명의 묘한 할아버지에게 인생수업을 받고, 새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 묘한 할아버지는 바로, 미켈란젤로이다. 

 


p.99 일단 대리석을 쪼개고 나면 되돌릴 수가 없어. 우리 삶도 마찬가지라네.

삶도 수없이 설계하고 준비해야 해. 한 번 잘못 톱날을 들이대는 순간 돌이키기

힘들어지지. 인생의 목표를 정할 때 우선 스케치와 드로잉을 잊지 말게.

그런 후에 작은 모형을 만들어보는 거야.

 

p.105 매 순간,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거야. 그 현재가 모여 미래를 형성하지.

 먼 미래의 영광만을 꿈꾸며 미켈란젤로가 청년 시절을 열정적으로 보내지

않았다면 위대한 작품을 태어날 수 없었겠지.

 


 

나는 예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예술가들을 좋아한다. 뭔가 인생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과 어떤 것에도 제약받지 않는 그들의 꿈을 보면, 나도 그들의 통찰력을 갖고 싶어진다. 그래서 그들을 좋아한다. 나도 왠지 그런 통찰력을 가지면 좀더 내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도 토마스처럼, 미켈란젤로가 나타나서 내게 인생수업 좀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불가능한가? 그럼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배울 수 밖에.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는 토마스를 데리고, 자신이 만든 <다비드> 상 앞에서, 그리고 <조각하는 과정>에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준다.

다른 자기계발서와 내용은 비슷하다. 하지만, 그 대상이 소설속 허구인물이 아니라, 실존에 바탕에 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가 만든 작품도 이 세상에 현존하니까.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충분히 나도 할수 있다는 희망도 생기고. (물론, 너무 위대한 인물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창조적인 일이든 아니든, 즉 무슨 일을 하든, 그 속에 숨어 있는 어떤 것을 보고, 그걸 끄집어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도 미켈란젤로처럼, 돌덩이에 불과한 대리석 속에 숨어 있는 천사를 보는 안목이 키워질 것이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은 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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