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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다이어리 - 뉴욕에 관한 가장 솔직한 이야기
제환정 지음 / 시공사 / 2007년 11월
평점 :
며칠 전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디저트(약 2,200만원)를 내놔 기네스북에 올랐던 한 레스토랑이 일주일만에 영업정지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터무니 없는 가격 때문에,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배려차원에서 그랬을까? 아니면 세금 때문에 그랬을까? 사실 이 때문이 아니었다. 어이없게도 위생관리 소홀로, 레스토랑 안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는 쥐와 바퀴벌레들 때문에 기네스북에 오른지 일주일 만에 영업정지를 당했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로도 뉴욕에 대해 조금 알수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매체로 보았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뉴욕의 모습이 다가 아니라, 지저분함과 저급스러운 것도 뉴욕을 이루고 있는 한 모습이라는 것을.
_ 원하는 것만 보이는 도시
아메리카 드림을 안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 미국이다. 그 미국 안에서도 뉴욕이라는 도시는 정말 온세계의 집결지라고 할만큼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그리고 미국 전역의 엘리트들이 돈을 벌기 위해 찾아들어오는 곳이고, 다음 식사 끼니를 걱정하며 쓰레기 통을 뒤지는 홈리스들의 집이기도 한 곳이다.
그래서 '섹스 앤 더 시티'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비춰진 뉴욕의 모습만으로 뉴욕의 전체 모습을 알 수 없다. 뉴욕은 고소득 싱글들의 화려한 문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나라 사람들이 자기네들의 방식대로 뭉치고 그들만의 문화를 꽃피우는 곳이기도 하다. 이주한지 몇 백년이 지나도 아직까지 이방인 취급받는 흑인들도 그들만의 문화를 꽃 피우고. 세계 최고라는 불리는 이들이 있고, 인간으로서 최저의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문화의 범위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넓은 도시인 뉴욕은, 모든 것이 있는 도시다. 이것이 뉴욕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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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단정지어 넣은 여행 가이드북으로는 뉴욕이라는 도시를 영원히 알아맞힐 수 없다.(p.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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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보는 영화, 여행 가이드에서 소개 되는 뉴욕은 보통 화려한 모습에만 초점을 맞추게 마련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영향 때문에 뉴욕에 관심갖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려한 모습만 보고 뉴욕에 갔다가는 뒤통수 맞기 십상이다.
그래서 뒤통수 여러번 맞아본 지은이가 솔직하게 뉴욕의 모습을 써내려 간다. 세계 땅값 최고가인 뉴욕에서 집짓고 집세 받는 부자 집주인들이, 어떻게 집세를 떼어먹기 위해 사기를 치는지, 바닥에 깔린 100년 이상된 가스 배관이 터져, 언제 사람들을 날려 보낼지 모른다고 경고도 해준다. 화려한 거리 위에 얼마나 사람들이 밀치고 바쁘게 걷는지, 거리에 오물과 배설물의 냄새로 지독한지도 알려준다.
모든 것이 잡다하게 섞여, 뉴욕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래서 뉴욕에 가기전에 자신이 뉴욕에서 무얼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가지 않으면 제대로 뉴욕을 볼수 없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_ 아름다움과 추함이 맞닿아 있는 도시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문화들이 뉴욕에서 섞이며 독특한 도시의 색을 만들어 가는 것을 보고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생각났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이유는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어떤 매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좋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고,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사람도 나쁜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자신의 좋은 점뿐만 아니라 나약하고 안 좋은 점도 적당히 있어야지 인간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인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너무나도 완벽한 도시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줄수 없다. 사람들에게 추종받는 문화와 멸시를 받는 문화가 어느정도 섞여 있어야 그 도시도 매력적일 것이다. 사람은 자신을 닮은 것에 매력을 느끼니까. 뉴욕은 화려함과 저급함이 섞인 도시다. 이런 도시의 이미지를 만든 사람은 뉴욕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다. 그래서 내 눈엔, 뉴욕은 인간적이고도 인간적인 도시로 보인다. 그래서 언제, 어떻게 뒤통수를 때릴 지 모를 도시이지만, 살면서 꼭 언젠가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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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아슬아슬하게 추함과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슬쩍 추함까지 오가는 그 모호함으로 사람들의 창조적인 생각을 자극하는 것이 아름다움의 정수라는 얘기다. 미가 단지 감각적 즐거움이 아니라 지성적 동요를 유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재미있다. (p.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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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예술의 도시 뉴욕
뉴욕은 예술로도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책 맨 끝 목록은 예술에 대한 이야기들로 꾸려져 있다. 미술, 박물관, 무용 관람에 유용한 정보도 소개 되어있다. 세계 유명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소개되어 있는데,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제 더이상 가난한 예술가들의 터전이 아니지만 그래도 매력적인 소호거리에도 가보고 싶고.
이부분은 다른 장에 비해서 진짜 다이어리 같다. 다른 장은 지은이의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많았는데, 이 장은 바로 옆에서 내게 이야기 해준다는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지은이의 전공이 무용이다보니 그런가 보다.
맺음글도 이 맨 끝장과 연결되어 있는데 이부분이 조금 아쉽다. 맺는 글을 맨 끝장과 연결시킬 게 아니라 여는 글에서부터 뉴욕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지, 뉴욕과 나, 혹은 다른 문제의식을 뉴욕과 연계해서 던지고 본문는 여는 글에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식으로 진행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맺음글은 자신이 찾은 답을 내놓는 걸로 맺고. 그랬으면 단순히 뉴욕에 대한 책으로 그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런 부분을 조금 염두해두고 앞으로 글을 쓰셨으면 좋겠다. (유럽 여행도 많이 다니신 거 같던데, 만약 유럽 관련 책을 쓸거면)
지은이의 저서를 보니, 젊은 나이에 무용도 전공하면서 글도 꾸준히 쓰는 분 같으니, 앞으로 어떤 책을 쓸실지 기대해 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