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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만년 살 것 같지? - 멸종위기 동식물이 당신에게 터놓는 속마음 만화에세이
녹색연합 지음, 박문영 만화 / 홍익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천년만년 살 것 같지?"
"아, 네네. 머리로는 언젠가 죽는다는 걸 알지만 천년만년 살 것으로 믿고 있어요. 그래서 머리로는 오늘 하루를 허투루 살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 행동은 망각과 어리석음으로 흥청망청입니다. 매일, 매일을 말이에요."
"뷁!!!!"
"깨갱.... ㅠㅅ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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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쓰고, 박문영 만화작가가 그리고, 홍익출판사에서 출판한 본격 멸종 위기 동식물 에세이, 『천년만년 살 것 같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멸종해 가는 많은 동식물들 중에서 스무종을 뽑아 그 사연을 쓴 책입니다. 그 사연을 카툰/에세이/그림카드 이렇게 3가지 구성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한 권을 읽는 거지만 세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느낌이에요.
카툰은 만화작가 박문영 씨가 그리셨는데요, 친근한 그림체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상당히 쉽고 정확하게 표현했습니다.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만화 자체는 쉽고 재미있어요. 이해도 쏙쏙! 카툰을 보고, 박문영 씨의 전달력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카툰 다음에 오는 구성은, 녹색연합 활동가분들이 쓴 에세이가 나옵니다. 활동가분들의 경험담, 생각, 느낀 바가 진솔하게 쓰여져 있습니다.
그리고 각 이야기들은 그림카드로 끝을 맺는데요, (아마도 편집자가 뽑은) 카툰에서의 한 컷과 가슴 울리는 글이 적혀 있어서 각 장마다 여운이 남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 생활을 하는 요즘, 우리나라에 어떤 동식물이 살고 있는지 많이 모르죠. 자연과 밀접한 산에 간다고 해도 마찬가지예요. 등산을 해도, 산에 가는 느낌이지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은 들지 않아요. 저 역시 매주 주말 아침에 뒷산에 가는데요, 작은 산이어서 그런지 산이라고 해도 마주치는 건 사람, 사람, 사람뿐입니다. 그리고 소나무만 알아볼 뿐 이게 무슨 나무인지, 저게 무슨 풀인지 잘 모른답니다. 눈으로 보고도 잘 모르는 이런 무지는, 바로 무관심 때문이겠죠. 그리고 무관심이 우리 산천의 동식물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그들이 사라졌어도 사라졌는지조차 모르는 무지와 어리석음을 낳습니다. 반성! 반성!!!
이 책은 총 20종의 동식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동식물 이야기를 소개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간략하게 나마 정리할까 합니다.
1. 하늘다람쥐
예전에 우리 산천의 나무와 나무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녔던 하늘다람쥐. 하지만 나무는 벌목되고 그 자리에 콘도와 골프장이 지어졌죠. 살 곳이 줄어든 하늘다람쥐는 이제 멸종 위기종 2급이 되었습니다. 사육, 거래가 금지되었죠. 현재 인터넷 등에서 분양, 판매되는 하늘다람쥐는 미국에서 온 것이라고 해요. 배를 타고, 혹은 비행기를 타고 우리나라로 건너온 하늘다람쥐는 결코 안락하고 편안하게 건너오진 않았겠죠. 우리가 알면 경악할 수도 있을 일을 겪고 이곳에 왔을 확률이 높습니다.
귀엽고, 희귀한 동물을 직접 가까이에서 보고 직접 키우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지만, 그게 과연 그 동물에게도 좋은 것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정말 좋아한다면 직접 키우기보다는 원래 살던 곳, 수백 수천 년간 대를 이어 적응해 살던 곳에 그대로 머물게 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이겠죠.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그 생명을 진정으로 위하는 일이고요.
2. 반달가슴곰
1980년 대 만해도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정부에서 직접 나서 곰 사육을 적극 권장했다고 합니다. 이후 많은 곰들이 철창에 갇힌 채, 산 채로 쓸개 빨리고 학대받아 왔습니다. 이런 학대는 곰의 대를 이어 내려왔습니다. 철창 속에서 태어난 엄마 아빠 곰이, 철창 안에서 새끼를 낳고, 그 새끼는 커서 또 철창에 갇힌 채로 새끼 낳기를 반복.... 학대가 대를 이어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현재 철창 속 곰들은 대부분 중성화 수술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철창 안에서 태어나는 곰은 이제 없다고 해요. 하지만 여전히 갇힌 사육되는 곰은 존재합니다. 그 곰들은 팔, 다리가 없거나 정신이상이 와서 같은 행동을 무한 반복하는 정형행동을 한다고 합니다. 저도 예전에 동물원에 갔을 때 북극곰이 좁은 길을 왔다, 갔다 계속 반복하는 모습을 봤어요. 보고 있기가 무척 괴로웠는데요, 동물원보다 더 좁은 철창 속 에 갇혀 있는 곰들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영역이 엄청나게 넓은 곰을 좁은 철창, 좁은 동물원에 가두어 두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팔색조
팔색조는 우리나라 여름 철새로, 여름에 잠깐 조용하고 으슥한 우리 시골 산속에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고 합니다. 정말 아름다운 새죠. 하지만 문제는 이 아름다운 새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몰려오는 촬영 군단들!!!! 무시무시합니다. 팔색조의 아름다움을 찍기 위한 오랜 기다림, 그 노력은 정말 가상하지만 카메라 밖에서 벌어지는 서식지 파괴 문제, 부모 새를 찍기 위해 알이나 새끼로 유인하는 행동 등 여러 가지 나쁜 행동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사진 찍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피사체인 팔색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사랑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4. 꿀벌
꿀 채취하러 간 꿀벌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런 미스터리 한 일들이 세계 각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꿀을 채취하러 간 꿀벌들이 감쪽같이 사라져서 여왕벌과 애벌레들이 굶어 죽는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꿀벌들이 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고 해요. 양봉업자도, 벌전문가도 모를 일! 일단 전자파 때문으로 추측하는데 그래도 의문점은 많습니다.
어쨌든 꿀벌이 사라지면 상당히 문제가 많습니다. 일단 과일나무 수정부터 큰 타격을 받습니다. 열매가 맺히지 않는 것이죠. 이건 과실수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매일 우리 식탁에 오르는 '오이, 파프리카, 호박, 해바라기, 참깨, 들깨, 고추, 당근, 파, 완두콩, 목화, 양파, 가지 등등' 우리가 먹는 거의 모든 과일, 야채들이 꿀벌의 수정으로 열매를 맺습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우리 생태계가 완전히 붕괴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5. 산양
절벽을 오르락내리락 뛰어다니는 산양, 산양은 태어난 절벽에서 죽을 때까지 산다고 합니다. 상당히 밀도 높은 행동반경이랄까요. 그래서 서식지인 절벽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산양이 사는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쪽 산과 저쪽 산의 나무를 벌목하고, 건물이 들어서겠죠. 케이블카가 움직이며 내는 소음과 많은 관광객들로 환경이 파괴될 확률이 높고 산양은 살 곳을 잃고 말 겁니다.
6. 저어새
물을 저어서 먹이를 잡는다고 이름이 저어새. 저어새는 갯벌 등지에 사는데요, 그러니까 저어새에게 갯벌은 먹이 창고이죠. 하지만 인간들 눈에는 갯벌이 쓸모없이 놀리는 땅으로 보이는 걸까요. 개발하지 못해서 애가 탑니다. 그래서 물길을 막고, 시멘트를 쏟아붓습니다. 물은 썩고, 낙지, 숭어, 갯지렁이들은 사라집니다. 이들이 없어지면, 이를 먹고 사는 저어새도 굶어죽을 수밖에요.
갯벌은 아무것도 없는 땅, 질척거리기만 한 땅이 아니라 물을 정화하고,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사는 생명의 보고입니다. 그 수많은 생명들 중에 저어새도 포함되는 것이죠.
7. 단양쑥부쟁이
코스모스 같기도 한, 하늘하늘 아름답게 흔들리는 단양쑥부쟁이. 단양쑥부쟁이는 우리나라 자생종으로 남한강 부근에서만 자라는 꽃이라고 합니다. 모래나 자갈밭 등 강변의 마른 곳에 군락을 이뤄 사는데, 그.... 그.... 4대강 살리기 때문에 단양쑥부쟁이는 죽어가고 있어요.
8. 삵
우리나라에서 거의 최상위 포식자죠. 설치류 등을 잡아먹으며 생태계를 균형 잡아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 좁은 땅덩어리에, 그물처럼 아주 촘촘히 깔린 도로 위에서 많이 죽는다고 해요. 가뜩이나 먹을 것도 많이 없을 텐데, 로드킬 당해 죽어가는 삵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9. 구상나무
한국 특산종으로, 생김새가 참 예뻐서 우리나라에 왔던 외국인이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했다고 해요. 그 결과는.... 말 안 해도 뻔하죠. 그리고 급격한 기후 변화로 침엽수인 구상나무가 살아가기 점점 더 힘들다고 합니다. 겨우내 눈이 소복이 쌓여야, 봄이 올 때까지 눈으로부터 수분을 섭취하는데 비나 눈 자체가 드문드문 오다보니 구상나무는 목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침엽수에게 치명적인 한여름의 폭염. 구상나무가 뿌리내리고 살 곳이 자꾸만 좁아지고 있어요.
10. 주목
붉은 나무여서 주목.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원시림에 많이 있다고 합니다. 아주 천천히 자라지만, 그대신 아주아주 오래 사는 주목. 수명이 수백년은 족히 됩니다. 하지만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많이 벌목되고, 옮겨 심어졌다고 하는데요, 문제는 옮겨 심었더니 잘 사느냐!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해요. 얼마 전에도 다큐로 방송되었죠. 착잡한 심정입니다. 이 책에 쓰여있듯 15일 남짓한 이벤트를 위해 500년을 넘게 산 나무들을 베어내고 죽이는 일이 마음을 복잡하게 해요. A4 용지 1장 만들려면 물 10ℓ가 필요하고, 30년 된 나무는 꼴랑 A4 용지 4박스를 만들 뿐입니다. 종이 한장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고, 쉽게 쓰고 버릴 수 없네요.
11. 매미
땅속에서 7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7년 만에 땅 위로 올라와 단 며칠동안 구애하고, 번식하고, 죽는 매미. 하지만 시끄럽다는 이유로, 그리고 크고 징그럽다는 이유로 박해받고 미움받는 매미.
12. 황조롱이
절벽 틈새에 둥지를 트는 황조롱이는 아파트나 고층 빌딩을 절벽으로 착각하고 알을 낳기도 하죠. 위험하고 아슬아슬합니다. 그리고 건물 유리에 비친 산과 하늘을 풍경인 줄 알고 그대로 유리창으로 날아와부딪혀 죽고 맙니다.
13. 수달
일본에서는 이미 멸종된 수달. 일본 학자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수달 똥만 봐도 그렇게 기뻐하고 놀라워할 수가 없다고 하는데요, 때로 수달이 하천 근처의 슈퍼나 가게에 들어가 몰래 음식을 먹는다고 미움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수달이 우리가 사는 곳을 침범해 들어왔다기 보다 우리가 그들이 사는 곳을 침범해 들어간 게 아닐까요. 수달의 습성을 좀 더 배우고, 함께 살 방도를 찾아야겠어요.
14. 점박이물범
중국 얼음 바다 위에서 태어나 잠시 우리나라 몇몇 섬에서 쉬다가는 점박이물범. 그런데 기후온난화로 유빙이 자꾸 없어져 살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15. 연산호
제주도 앞바다에 군락을 이뤄 살아가는 연산호. 참 예쁘다고 해요. 하지만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생기면서 군락지가 파괴되고 있다 합니다. 그리고 생활쓰레기들, 특히나 플라스틱과 미세 플라스틱이 바닷속 생태계를 교란시켜 생명들을 떼죽음으로 몰고 있습니다.
16. 맹꽁이
양서류인 맹꽁이. 때가 되면 이동하는 습성으로, 도로 위에서 떼로드킬 당해 죽고 있어요. 그리고 미세먼지 등 공기 질 저하로, 양서류들은 점점 더 살기가 힘듭니다. 우리도 숨쉬기 힘든데, 피부로 호흡하는 양서류들은 오죽할까요.
17. 귀신고래
엄청나게 줄어든 고래 개체 수 때문에 포경이 금지되었죠. 그런데 다른 고기를 잡으려고 쳐 둔 그물에 고래가 걸려 죽으면 신고 후 고래 판매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한해 평균 신고되는 혼획 고래의 수가 1,969마리! 거의 2,000마리입니다. 한 해 동안이라니, 어마어마한 숫자이죠. 우연찮게 그물에 걸려 죽은 것인지, 누군가가 의도하고 그물을 쳐놓았는지 그건 모를 일이죠.
18. 산천어
다른 설명 없이 이 한 설명이면 될 것 같아요. 2018년 1월 산천어 축제 때 방류한 산천어가 190톤입니다. 산천어 입장에서 보면 축제는 축제인데 정말로 떼죽음 당하는 축제인 카니발입니다.
19. 연어
산속 시냇물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살다 다시 고향 산골 시내로 돌아가 산란하고 죽는 연어. 알다시피 강 곳곳에 놓인 댐과 보에 가로막혀 고향으로 돌아가기가 너무나 힘듭니다.
20. 남생이
우리 토종 남생이, 그리고 외국에서 들어와 생태계 교란종으로 미움받고 있는 붉은귀거북. 그런데 이 모두 개체가 모두 줄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글을 적은 분의 말씀 따나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이 과연 붉은귀거북인지, 우리 인간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가 붉은귀거북을 엉뚱한 데 갖다 놓고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빨간 딱지 붙인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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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구상의 동식물을 위해 딱히 적극적으로 하는 일은 없습니다. 또 그들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기 위해서 하는 노력도 별로 없고요. 다만, 가끔 『천년만년 살 것 같지?』 같은 책을 읽거나,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를 보고 놀라워하고 즐거워하고 행복해 할 뿐이죠. 얼마 전에도 좋은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BBC에서 제작한 <헌터>와 <블루 플래닛>이었어요. 보는 내내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살아서 기쁘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에게 기쁨으로 주고,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이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제가 죽고 난 다음에도 계속 대를 이어 번성했으면 합니다. 정말로, 꼭이요.
환경 오염이 심각해져서 인간이 지구에서 더 이상 살기 힘들어지면, 지구를 버리고 화성으로 이주하자는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그냥 헛되고,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로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연구되고, 실험하고 있는 일입니다. 우주를 이해하고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그 목적은 잘못된 것 같아요. 우주에 호기심을 갖고, 우주로 나가는 것은 좋지만 결코 지구를 버리고 떠날 생각은 해선 안됩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지구에서 풍요롭게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아, 제발 좀 일 저지르고 책임은 지지 않은 채 다른 곳으로 도망칠 궁리 좀 하지 마라!)
『천년만년 살 것 같지?』는 다른 나라의, 어느 모를 생명에 대해 쓴 책이 아닙니다. 바로 이 땅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살아왔고 지금은 인간에 의해 존재를 위협받고 있는 생명에 대해 쓴 책입니다. 한 번쯤 읽고, 우리 땅에 누가 사는지, 그들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책 중간 중간에, 작은 노력으로 지구를 아끼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는 작지만 큰 실천도 소개되어 있으니, 그 실천들 하나하나 실행해 봅시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