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소주의 생활 - 연연하지 말 것, 낭비하지 말 것, 신경쓰지 말 것
샤오예 지음, 오수현 옮김 / 청림출판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장르를 뭐라고 해야 할까. 저자의 미니멀 라이프를 다룬 에세이는 확실히 아니고, 명상록도 아니고, 주부/생활 서적도 아니고, 단순히 자기계발 서적도 아니고. 음,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자기 계발서가 적절할까. 

이 책의 저자 샤오예는 중국인으로, 직업은 여행 작가이자 디자이너이다(정확히 중국 어느 지역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중국이 너무 넓고, 몇몇 지역은 중국이라 하기도 애매하고 아니라 하기에도 애매한 지역이 있어서... 중국인이 쓴 책을 번역한 책은 저자 소개에 저자의 출신지, 활동하는 지역도 써주면 좋겠다. 중국은 각 지역마다 가치관과 문화가 많이 달라서 말이다.) 일본에도 체류한 적 있는 사람으로 일본의 미니멀리즘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예전에도 비우는 삶을 살긴 살았지만 그래도 뭔가 정돈되지 않은 삶 속에서 갈팡질팡, 어수선한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문득문득 갈증, 허기를 느꼈고 그리하여 주위 사람과 일본 문화에서 접하게 된 비움의 삶을 실천하며 살고 있다. 

소위 일본의 단샤리 열풍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퍼져나갔나 보다. 이 책 말고 지난달에 읽은 책, 『집의 모양』이라는 책 저자는 대만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도 일본의 미니멀리즘에 깊은 영향을 받고, 본인의 집을 1년 동안 완전 미니미니멀하게 바꿨다. 책에는 1년 동안의 집 공사 전개 과정과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 가치관, 집에 대한 생각 등을 써놓았는데, 여기서도 약간 충격. 그냥 미니멀리즘보다는 일본의 아시아 문화 유행에 미치는 영향력이랄까, 그런 게 생각보다 크다는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었다. 이 책도, 중국인의 미니멀라이프보다 일본의 문화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구나, 싶은 깨달음이 컸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 샤오예의 주변 지인들이 복잡하고 정리되지 못한 삶을 살다가, 저자의 영향이든 혹은 다른 이유 때문으로든 미니멀리즘을 접하고, 본인의 삶을 개선, 삶의 질을 높인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간간이 저자의 생각과 미니멀리즘 팁을 싣고 있다. 

사실 중국인과 미니멀리즘은 좀 어울리지 않는다. 빨갛고, 황금색 번쩍이는 요란한 문화의 나라. 도가와 유가의 나라, 불가의 문화도 깊이 밴 나라이긴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래도 중국은 뭔가 가득가득 채워진 나라다. 중국의 비움의 문화는 차라리 조선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보는데, 그 후손인 내가 보는 중국은 미니멀과 참 멀고 먼 나라. 그런데 재밌게도 일본에서 불기 시작한 미니멀리즘의 바람이 중국에까지 부는 것이 참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책에 이런 말이 언급된다. 


-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모두 공짜다. 비 온 뒤 청명한 하늘, 향긋한 꽃내음, 그리고 사랑하는 부모님이 그렇듯. (p.18)
- "잉여 재산으로는 잉여 물건을 사들일 뿐이다. 그러나 정작 인간의 영혼에 꼭 필요한 물건은 돈을 주고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소로우,『월든』 재인용, 167쪽)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꼭 필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밖에 있다고, 밖에 나가서 얼마든 만날 수 있다고. 현재 중국에 공유경제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데, 그 흔적도 뚜렷하진 않지만 이 책에 녹아 있는 것 같다. 여러 가지 상황, 시기가 맞아떨어져서 중국 사람도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흥미롭게 읽었다. 

아쉬운 건 저자가 본인의 미니멀라이프를 이야기하기 보다, 주변 사람이 변하게 된 일화 위주로 책을 썼다는 것. 나는 누군가의 진정성 깃든 미니멀라이프 경험담과 그의 간소하고 정갈한 집과 방을 보고 싶었따이요. 아무튼, 자기계발 서적을 읽는 느낌이 다분히 들었는데, 그래서 혹 누군가 미니멀라이프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고 싶어서 이 책을 든다면 살짝 아쉬울 수 있겠다. 그러니까 '무인양품으로 미니멀 라이프 실천!', '내 방 정리 일지' 뭐 이런 책은 아니라는 말. 

미니멀라이프를 다루지만, 보다 삶의 질과 자기만족감을 높여주려는 자기 계발서에 가깝다. 그리고 저자의 생각이 적혀 있지만 문체가 구체적이기보다 약간 추상적이다. 미니멀 라이프의 실용적 팁보다, 가치관이나 그 정신에 관심 있는 분께 추천한다. 

미니멀 라이프란, 
소유를 아예 포기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종류의 소유'
-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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