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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숍 보이즈
다케요시 유스케 지음, 최윤영 옮김 / 놀 / 2018년 2월
평점 :
미스터리 청춘 소설, 『펫숍 보이즈』
표지 느낌 그대로 가볍고 따뜻한 청춘 소설입니다. 총 6개의 이야기가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뤄져 있고 각 이야기마다 단서를 토대로 진실을 찾는 미스터리 형식의 소설입니다. 그런데 미스터리는, 미스터리 같긴 한데 미스터리 아닌 것 같은, 뭐 그런 느낌입니다.
소설이지만 눈에 보이듯 쉽게 쓰여져 소설을 읽기보다 일본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에요. 펫숍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시트콤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에피소드 이야기들이 그러하듯, 각 에피소드마다 고정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그 인물을 간략히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이 책의 화자이자 펫숍의 성실한 알바생,
미나미 가쿠토
가쿠토의 입사 동기이자 동물을 너무나 사랑하는,
구리스 교타
이들에게 마음씨 좋은 형 같은 펫숍의 점장,
가시와기 료야
방과후 교실처럼 학습장소이자 놀이 장소로 펫숍을 찾는 꼬마 손님,
유리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한 말장난을 즐기는 단골 손님,
호프만 씨
그리고 매일 고양이 통조림을 사가는 마음씨 좋아 보이는 할머니,
브라운 씨
이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뿅뿅 등장해서 미스터리(?)하지만, 따뜻하고 다정한 이야기를 펼칩니다. 여느 시트콤이 그러하듯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이 세상 어딘가에 살고 있기를 바랐어요. 이 책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길 상상했거요. 그러면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질 것 같고, 안심될 것 같거든요.
등장인물들이 책 띠지 안에 그려져 있어요!
책의 배경이 되는 펫숍은, 위로는 훗카이도 아래로는 오키나와까지 있는 일본 내 최대 홈센터입니다. 주인공이 일하는 가미조 지점은 도쿄돔 두 채 규모의 부지에 자재 매장, 옥외 장식용품 매장, 푸드 코트까지 있어요. 이곳엔 포유류, 열대어, 곤충, 파충류 등 다양하고 많은 동물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주인공 가쿠토는 성실하고 듬직한 알바생입니다. 그와 입사 동기인 교타는 늘 환하게 웃고, 분위기 띄워주는 말간 햇님 같은 존재죠. 그리고 점장 가시와기 씨는 가쿠토와 교타거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좋은 형 같은 사람입니다. 제 근처에도 이런 사람들이 일하는 가게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단골이 되어 자주자주 놀러갈 텐데! 책 속 펫숍의 단골인 꼬마 공주님 유리, 말장난 왕인 호프만 씨, 그리고 브라운 씨 뭔가를 사러 오거나 심심해서 펫숍에 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직원들이 있기에 단골이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책의 맨 마지만 에피소드가 바로 이런 이야기죠!)
이 소설은 제목대로 소설의 주요 배경은 펫숍입니다. 펫숍, 그러니까 반려동물을 사고 파는 곳이죠. 요즘 말 많고, 탈 많은 바로 그 펫숍! 며칠 전에도 뉴스가 났었죠. 동물카페를 운영하던 사장이, 가게에 있던 동물들을 방치해서 동물들이 떼로 죽거나 병든 상태로 발견됐다는 뉴스였습니다. 그 방치로 인한 학대 정도가 심각해서 동물 학대 사건으로 드물게 가해자가 구속됐다고 들었는데요, 이런 일이 일본에도 종종 일어나는 일인가봐요. 물론 우리보다 동물복지가 잘 마련되어 있지만 역시나 동물을 경시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나 봅니다.
이 소설은 그러니까 그냥 단순히 펫숍에서 일어나는 사건만 적어놓지 않았어요. 2~3개 에피소드는 펫숍의 윤리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도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비윤리적인 펫숍과 돈 벌이에만 신경쓰는 브리더, 그리고 동물들을 단순히 귀여운 장난감처럼 사고, 키우고, 버리는 사람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저자는 이런 문제들을 지적하는데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사람을 굳건하게 믿고,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펫숍을 옹호합니다. 진심과 성심을 다해서 동물을 돌보고, 알맞은 가정과 연결해 주기 위해 애쓰는 펫숍을 말이죠.
작년에 시바견과 함께 사는 이야기를 쓴 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저자는 우리나라 사람으로, 일본에 거주하며 일하는 독신 남성이었는데요, 저자는 이런 저런 이유로 시바견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그 분의 개 사랑과 배려는 참 따뜻했어요. 그리고 일본인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배려와 애정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보다 동물 복지가 앞서 있고, 번식, 브리더, 매칭 서비스 등등 이런 관리가 상당히 체계적이고 엄격한 것 같았어요. 사실 일본도 완벽하진 않지만 뭐랄까, 그럼에도 동물에 대한 사랑과 관리 체계에 대한 자부심이랄까, 믿음이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자가 이런 소설을 쓸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런 펫숍 소설이 나오기 힘들죠.
이 책은 가볍고 따뜻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어요.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에 대해서, 그리고 그 동물을 파는 곳은 펫숍에 대해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계기를 줍니다. 단순히 소설을 소비하며 읽기 보다, 반려 동물을 키우거나 키우고 싶은 가정이라면 이 책을 읽고 깊이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서툴고 미성숙한 것 같아요. 사람에 대한 사랑, 그리고 동물에 대한 사랑 모두요. 사랑이란 감정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의지를 가지고 배우고, 익히고,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인 거겠죠.
가볍고 따뜻한 일본 소설 좋아하시는 분, 그리고 동물을 사랑하고 펫숍에 대해 복잡한 시선을 갖고 계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이 소설을 읽고 난 후에도 저는 여전히 펫숍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 또 펫숍을 반대하지만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펫숍을 억압하고, 매매/분양/입양을 불법으로 치부해서 음성화시키는 것보다는 차라리 양성화해서 법적으로 제대로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반려동물이 늘어나고, 펫 시장이 커지는 지금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일단 가볍게 소설로 접하고, 생각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