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끝에 철학 - 쓸고 닦았더니 사유가 시작되었다
임성민 지음 / 웨일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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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돼서 기쁜데, 봄이라서 싱숭생숭하고, 봄이라서 갈 곳 많은데 봄이라서 어리둥절하다. 따뜻한 햇살, 따스하게 데워진 공기, 설렘 가득한 세상. 겨우내 앙상하게 비어져 있던 세상이 예쁜 꽃과 연두색 새순으로 가득 채워졌다. 집에만 있던 사람들이 거리로, 공원으로 쏟아져 나온다. 괜찮은 곳은 모두 사람으로 꽉꽉 차 있다. 생명, 활력, 사람들이 거리와 공간을 가득 메운다. 

봄이 되니 산에도 가고 싶고, 강에도, 바다에도 가고 싶다. 맛있는 거 먹으러도 가고 싶고, 도시락 싸 들고 놀러 가고 싶기도 하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게 이렇게나 많았나 싶을 만큼 정신을 못 차리겠다. 좋기도 하고, 참 마음이 싱숭생숭, 어리둥둥절. 

이럴 때 필요한 건 바로~오!!!
청소!!!

안 입는 옷, 안 좋아하는 옷 버린다. 찬장 놓은 곳 넣어둔 그릇도 다 꺼내 상태 체크하고 그동안 이 나간 것, 앞으로 다시 안 쓸 것 미련 없이 버린다. 겨우내 쌓인 먼지 빗자루로 쓸어내고, 물 묻힌 걸레 꽉- 쥐어짜고 바닥을 빡빡 닦는다. 진짜 뽝뽝 닦는 게 이 청소의 백미. 커튼도 떼서 씻고, 이불도 자근자근 밟아 빨고, 욕실도 깨끗이 씻는다. 햐- 집안이 반짝반짝, 뭔가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 기분이 달라지고 공기가 달라졌다. 후련하고, 시원하다. 내가 청소한 건 비단 집만이 아니라, 내 마음, 내 머릿속이다. 정리, 정돈 그리고 비어짐. 

진짜로 2월부터 3월까지 슬럼프였다. 잘 지내다가 1~2년에 한 번씩 슬럼프에 빠진다. 이 슬럼프는 꼭 일에 굳한 된 게 아니라 내 삶의 전반이랄까, 그냥 뭐랄까 딱히 뚜렷한 이유는 없는데 기운이 쳐지고, 삶에 의욕이 떨어진다. 불안, 소심, 근심 걱정, 짜증, 분노, 진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은 다 느끼고, 다 발현하며 지내는 시기이다. 참 옛날부터 이런 슬럼프의 반복이었다. 흡사, 사춘기 때 아이들의 세상 불만족, 갈증 그런 것과 비슷한 감정 같다. 사춘기는 원래 신체가 거의 다 자란 아이들이 이제 독립을 해야 함을 보내는 신호다. 인간 외의 많은 동물들은 이때가 되면 미련 없이 가족을 떠나는데(반대로 부모가 미련 없이 애지중지하던 새끼를 고개 한 번 돌려 보지 않고 떠남) 인간도 동물인 이상, 마음에 원인 없이 어떤 불만족스러운 기운이 감돈다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이다. 그래서 했다. 뭔가 불만족스러울 땐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뭐가 됐든 간에 行이 있어야 한다. 이 중 제일 저렴한 비용과 제일 결과가 좋은, 효율성 높은 行은 바로 청소이다. 

버리고, 정리하고 정돈하고, 이렇게 청소를 하고 청소 후에 다시 내게 더 이상 필요 없는 게 또다시 보이더라. 그것들은 다시 버리고, 필요한 건 새로 샀다. 뭔가 대단한 거 시도하지 않고, 청소만으로도 많은 게 정리되었다. 내 주변도, 내 머릿속도 말이다. (어쩌면 내 미래까지도 정리되고 새로 방향이 정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때 가서 알 수 있는 일) 

청소를 하니까, 예전엔 그렇게나 소중했던 것들이 이제는 소중하지 않고 게다가 필요조차 하지 않게 됐다는 걸 알았다. 반대로 예전엔 전혀 관심 없고, 필요 가치도 없었던 것이 이제는 정말 절실히 필요해진 것도 있었다. 청소를 하면, 이전과 달라진 나를 깨닫게 된다. 비우고, 채우고, 다시 비우고 채운다. 청소로 나를 알게 되고, 또 청소로 나를 만들어 나간다. 



이 책은 3월 말, 내 슬럼프의 막바지 즈음 내 슬럼프를 정리하면서, 그리고 내 주위도 정리하면서 읽은 책이다. 내 주변도, 내 머리도 정리하고 청소하면서, 화룡점정이랄까 마지막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랄까, 슬럼프를 종지부 짓기 위해서 읽었다. 단단히, 확실히 매듭짓기 위해! 꽝꽝!!

모든 일은 시작과 끝의 반복이며 인간은 변화와 유지를 동시에 원한다. 굳이 힘과 시간을 들여 '전처럼 새롭게' 만드는 청소는, 반복과 변화와 유지를 동시에 가로지르는 행위다.

저자의 '청소'에 대한 통찰은 정말 공감이 간다. 이 책을 읽고, 정말로 청소는 철학과 맞닿아 있음을 느꼈다. 그래, 철학이 별거냐. 청소 끝에 어떤 깨달음, 어떤 느낌을 느낄 수 있으면 그것이 바로 철학이고, 또 논리 정연함이나 설득이 철학이라 하면 청소는 정말로 철학이다. 뽝!

이 책은 청소에 관한 인문학 서적으로, 제목은 『청소 끝에 철학』이지만 철학보다 '인문학'이 좀 더 적절하지 않나 싶다. 저자 개인적으로의 생각, 깨달음이 있어 저자에겐 이것이 '철학'이겠지만, 독자가 읽기엔 철학보다 이 책이 다루는 범위가 넓다. 약간의 역사, 약간의 인류문화등이 다뤄지기 때문이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어떤 건 청소와 밀접한 이야기, 어떤 건 청소와 아예 관계가 없는 듯한 이야기인데 저자는 청소와 엮어 항상 글을 마무리한다. 진짜롱, 청소 끝에 철학이다. 

이 책에 부처님 이야기도 나오지만, 청소는 어떤 진리에 가닿고자 하는 사람이 일상을 떠나 진리의 세계로, 구도의 세계로 들어간 사람 혹은 도제식 수업으로 이뤄지는 곳에서는 입문한 사람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바로 청소이다. 과거 버리기, 소유물 버리기, 관계 버리기. 일단 기존의 것을 버리고, 끊고, 새로운 환경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또 현실적으로도 이 입문자들이 제일 처음 하는 일도 청소이다. 청소, 빨래, 음식 재료 씻기 등. 

사실 진리의 세계든, 도제식 세계든, 이곳의 세계든 매일의 일상이 반복되는 건 어느 곳이든 똑같다. 진리든 뭐든 기본의 기본은 바로 우리 일상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청소를 사람마다 달리 생각하는 것은 마음가짐 차이 때문이 아닐까. 원해서 하는 일, 싫은데 억지로 해야 하기 일의 차이. 또 누가 시켜서 수동적으로 하는 청소라도 당연히 해야 할 일로 받아들이고 스스럼없이 하는 것과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청소는 하늘과 땅 차이일 것이다. 청소 끝에 철학을 얻을 수 있는 건, 청소를 주어진 의무라 생각하면서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스스럼없이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깨달음이, 그리고 자유가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자유' 챕터도 따려 마련되어 있음!)

청소는, 정말로 간단한 일인데 자의에 의해서 하느냐, 타의에 의해서 하느냐 뚜렷이 나뉘고, 여기서 바로 본인의 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저자가 이 책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의무로서 청소를 매일매일 하지만, 그러면서도 물걸레질을 하면서 어떤 자유를, 어떤 깨달음을, 그리고 어머니(모든 이의 '인생 거울'인 어머니!)를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청소라는 사소한 것에도 많은 것이 녹아 있고, 그래서 많은 것을 느끼고 알 수 있다. 

이 책은 청소에 관한 책이지만, 진짜 청소에 관해 설명하는 실용서적이 아니다. (물과 베이킹파우더 비율 등등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는 말씀!) 청소에 관한 단상, 청소에서 파생되는 여러가지 인문학적 이야기를 다룬다. 청소 관련해 다양하고 많은 것을 읽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그리고 청소가 필요한, 마음에 갈증이 있는 분들께도 추천. 읽고 나면 물걸레를 들고 방을 뽝뽝 닦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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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은 습관이다 - 일도 사람도 내 것으로 만드는 매력 습관
이케하라 마사코 지음, 이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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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내 마음도 싱숭생숭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금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내 모습은, 내 위치는? 난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지? 등등 많은 질문들이 내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다. 햐, 역시 한 살 한 살 나이 먹는 건 무섭구나. 예전에도 이런 생각들을 했지만(내가 어디 가겠어) 불안하지는 않았다. 요즘엔 불안하고, 때로는 두렵기도 하고 그렇다. 내가 나이 먹었다고 느끼는 건, 나는 여전히 옛날과 같은 마음, 그런 위치에 있는데 사회적으로나 사람들이 더 이상 그렇게 바라보지 않는 걸 깨달을 때다. 요즘 한창 청년들을 위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청년 일자리 대책을 늦게 마련하면 마련할수록 국가적 재앙이 몰아칠 것이라며, 청년내일채움공제니, 청년을 위한 청약통장이니, 주거 지원이니 뭐니 요니 등등이 다 혜택이 쏠쏠하다. 하지만 문제는 나는 나이 제한에 걸린다는 거. 만으로 어떻게 우기면 나도 혜택받을 것 같은데. 근데 그렇게 우겨야 된다는 게 좀 신세 처량하고, 나도 이제 끝난 거야? 나도 여전히 푸릇푸릇한 靑인데 이제 누르스름으로 바뀌고 있는 거야, 그런 거야?! 뭐 이런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들의 끝은, 언제나 나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사실 나이가 대수일까, 사회가 주는 혜택이 대수일까 싶다. (물론 정책과 복지는 해당된다면 받는 게 좋고, 그리고 받는 것이 옳다. 그러라고 만든 것이니까) 그러니까 모든 내 갈등, 불만족, 갈증은 나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않는다. 외부의 것은 외부일 뿐. 궁극적으로 모든 건 나로 귀결한다. 




그래서 읽었다, 요 책. 
어떻게 하면 나를 잘 파악해서 좀 더 마음에 드는 나로 거듭날 수 있는지 고민이어서, 이 책을 읽으면 내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될 것 같았다. '매력'이라는 것, 특히나 자신이 매력적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으니까. 다른 사람이, '넌 매력적이야'라고 말해도 본인이 스스로를 매력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딱히 말짱 꽝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 제목이 함축하고 있는 바를 이렇게 느꼈다. '매력은 습관으로 만들어지고, 스스로 매력적인 습관을 들이려 노력하면 정말 매력적인 인간이 되고, 본인이 매력적인 인간임을 아는 사람은 본인을 좋아하는 사람, 본인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사람입니다'라고. 

이 책은 저자가 매력적인 사람을 무수히 많이 만나보고, 매력적인 사람의 공통점을 뽑아 쓴 책이다. 그리고 당신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공감하는 바 많았고, 알고는 있었지만 행동은 하지 않았던 것도 많이 있었다. 

지금 나의 문제는, 걱정만 많고 나에 대한 불만은 많은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딱히 큰일이 안 생기기 때문에 밍기적밍기적 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 그리고 늘 습관대로 행동하고, 지내고, 생각하기 때문에 늘 어제와 같은 나, 늘 불만족스러운 나로 있다. 이 책에서 말한 대로, 새로운 시도를 해서 안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몇 번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 그래요. 그때마다 좋은 일 한가득,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기뻤어요.

이 책을 읽고 이제 연기를 해볼까 싶었다. 이 책에 매력적인 사람들의 공통점을 꼽았던 것들을 하나씩 연기해 보기. 나는 오래전부터 이렇게 행동하며, 생각해왔고, 그렇게 습관적으로 배였다고. 이미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늘, 똑같은 나인 채로 있으면서 이 책을 보고 억지로 따라 하면 지레 지치고 위화감만 느낄 테니, 이럴 땐 연기가 최고! 자기 최면이 최고다. 乃  언제나 이들처럼 행동했던 것처럼 그렇게 하나하나를, 하루하루를 채워나가 봐야지. 게임하듯, 한 번 해볼까나. 그러면 또 지금의 상념들 털어낼 수 있겠지? 나는 지금 정말로 달라져야 하니까. 지금까지의 나 자신과 두부모 자르듯 깨끗하게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늘 이전부터 이렇게 살아온 듯 완전히 다르게 변하고 싶다. 궁극적으론 나에게 만족하고, 진심으로 나를 믿고 나를 좋아하는 것이다. 나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 난 매력적인 인간이라고 느끼는 것. 그러해야만 한다. sollen.


- 함께하면 즐겁고 다시 만나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내가 중요한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점입니다. 집중력이 있는 사람은 주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아우라가 있는 매력적인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개척할 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롤모델이 되어줍니다. (157쪽)


- 매력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이는 겁니다. 그렇게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죠. 매력의 기술을 습득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형식'부터 갖추는 것입니다. (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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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 소득 - 제휴마케팅, 에어비앤비, 모바일앱, 스톡사진 등으로 돈 벌기
김우현 지음 / 새로운제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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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약력] 

1992년 생, 포항공대 출신, 외국계 컨설팅펌과 포스코에서 했던 인턴 생활이 공식적인 사회 생활의 끝. 

이후 지속적 소득을 창출하며 오늘에 이름. 뿜뿜.




지속적 소득이란 무엇인가.

이 개념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active income과 passive income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우선 액티브 인컴은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매일 일정한 장소에 가서 일정한 시간만큼 노동을 하고 얻는 소득이다. 보통 월급을 액티브 인컴으로 설명할 수 있다. 몸을 쓰고, 시간을 써가며 얻는 소득이라 acitve란 형용사가 붙었다. 그다음, passive income 이란 매일 일정 시간을 일정한 장소에서 노동하지 않고도 얻는 수입을 말하는데 수동적으로 가만히 있어도 통장에 착착착, 들어오는 소득을 말한다. 예를 들어, 사무실이나 주거 공간을 빌려주고 달마다 월세를 받는 임대업이 패시브 인컴이다. 지속적 소득은 이 책의 저자가 패시브 인컴의 개념을 좀 더 적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만든 용어이다.  


이 책은 ① 저자가 '지속적 소득'에 왜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② '지속적 소득'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 저자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설명하고, ③ 지속적 소득을 창출하기 위한 조언과 팁을 주는 책이다. 


우선 저자가 어떻게 지속적 소득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보자. 

저자는 대학 생활 중 외국인 학생과 영어로 대화하는데, 본인이 생각보다 영어를 못 한다 사실을 이때 알게 되고 충격을 받는다. 꽈광! 저자는 이때부터 아주아주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는데, 영화를 보며 대사를 달달 외우기도 하고 방학 기간 영어를 위해- 해외로 나가기도 하는 등 어떻게 해서든 영어를 쓸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특히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려고 많이 애썼다. 이런 노력들로 저자는 영어실력이 부쩍 늘었는데, 아주 반갑게도 이런 일련의 노력이 영어 실력뿐만 아니라 예상치도 못한 결과를 선사했다. 태어나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한 고정관념이랄까, 당연히 사람은 이러이러한 길로 살아야 한다는 정해진 인생행로 틀을 깨부수게 된 것! 


저자는 외국에서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삶의 방식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보통 디지털 노마드라고 불리는 사람들인데, 이들은 낮엔 여행을 하거나, 해변에서 유유자적하게 쉬며, 놀며, 먹으며 여유를 즐긴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노트북을 켜고 열일한다. 앱 개발, 디자인 등등, 컴퓨터와 인터넷만 된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사람들이 한 것이다. 저자는 그렇게 사는 사람들을 보고 새로운 세상과 삶의 방식에 눈을 활짝 뜨게 된다. 


단순히 놀면서 해외여행하고, 또 거기다 돈까지 버는 사람들에게 저자가 배가 아팠던 건 확실히 아닌 것 같고... 그들의 삶에 대한 만족감, 일의 능률과 성취감에 저자는 마음이 빼앗긴 것 같다. 저자도 그들처럼 자기 시간을 최대한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관심 있고 흥미로운 분야에 흠뻑 빠져 열심히 일하고, 성과도 내며, 수익까지 창출하는 일은 없을까 고민하다 정말 직접 '지속적 소득'의 세계에 뛰어든다. 



저자는 우선 해외에서 만난 사람처럼 컴퓨터로 개발하는 일에 뛰어든다. 우선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하고, 직접 앱도 개발하고, 홈페이지도 만들고, 이 홈페이지에 수익창출하는 방법까지 이모저모, 여러 가지로 많은 것들을 시도하고, 착오도 겪고, 성과도 내고, 접기도 하는 등 많은 경험을 한다. 


또 경험에서 우러난 여러 가지 조언과 일반 독자들도 지속적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조언과 설명, 팁도 담뿍 담아 놓았다. 네이버 애드 포스트나 네이버보다 더 강력한 아마존, 구글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 앱 개발, 디자인, 출판, 에어비앤비, 카우치 서핑 등등. 그냥 주저하지 말고, 그냥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한 번 해보라고 생각보다 쉽다며 독자들을 충동충동한다. 읽다 보면 '나도 정말 한 번 해볼까' 싶게, 도전을 부추기는 매력이 깃들어 있다. 


일단 여러모로 몰랐던 걸 알게 되어서 유익했다. 여기서 소개된 에어비앤비나 우버 등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음은 알았는데, 아마존으로 돈 버는 팁은 진짜 꿀팁이었다. 아마존의 예를 보며, '햐, 네이버는 왜 이래', '햐, 다음은 사업을 넘나 쉽게 접구나' 등등 우리 포털들을 생각하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분발해라, 네이버! 그리고 다음은.... 사업 좀 접지 마라. 카카오에 휘둘리지 말고. 사람 다 떠나간다. 다음과 카카오는 시너지가 아니라 내 기준에선 다 마이너스임. 다음 클라우드 문 닫았을 때 진짜 뽝쳤고, 카톡은 짜증 나서 더 이상 안 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합병하고 나서 둘 다의 매력이 뚝 떨어졌다. 다시 좀, 안 쓰고는 못 배기겠금 다음아, 카카오야, 그렇게 매력적인 모습으로 새롭게 돌아와 줘-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책의 매력은 저자가 공대 출신인 만큼, 쓸 데 없는 말을 하는 데 욕심부리지 않고 필요한 말만 간결하게 해 놓았고, 책의 목차 구성, 편집 등이 깔끔해서 좋았다. 딱딱, 핵심을 이해할 수 있고, 저자가 이끄는 대로 잘 따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지속적 소득을 위한 팁이 상당히 실용적이었고, 이 책에서 힌트 혹은 용기를 얻어 소득 창출에 하도 한 번, 이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실용서의 목표은 이래야 하죠,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생각만 한 것을 진짜 실행토록 하는 것!


블로그나 혹은 홈페이지,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디자인으로 소득 창출하고 싶은 분은 일단 이 책부터 읽어보는 것으로 출발하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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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민중사 - 중세의 붕괴부터 현대까지, 보통사람들이 만든 600년의 거대한 변화
윌리엄 A. 펠츠 지음, 장석준 옮김 / 서해문집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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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 서해문집에서 펴낸 『유럽민중사』를 읽었다. 두툼한 두께만큼 묵직한 주제를 다룬 책이다. 편집자 측에서도 꽤 신경을 썼는지, 초판 1쇄인데도 눈에 띈 오탈자는 없었다. 



번역자의 글을 보니, 2016년 여름에 이 책을 번역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둘러싸고 온갖 의혹들이 제기되던 때였다. 가을이 되자, 의혹과 증거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그해 겨울과 이듬해 봄, 대한민국에 한 번도 쓰인 적 없는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 2016년 겨울, 광화문을 가득 메운 촛불 물결을 기억한다. 얼마 전 일이지만, 그동안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그때가 마치 10년 전, 20년 전의 일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어쨌든 기억나는 건, 당시 소소한 충돌과 방화, 사고로 인한 사망 사건(한 시위자가 떨어트린 물건이 다른 시위자 머리에 떨어져 사망했던 사건으로 기억)이 있었지만 대부분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집회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헌법과 국회가 정한 절차로 대통령을 탄핵했고, 역시 헌법과 국회가 정한 대로 국민이 투표를 해서 새 대통령을 뽑았다. 이런 평화적인 정권 교체는 세계사에도 길이 남을 일로 생각한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의 완고한 역사학자들이, 우리나라의 의미 있고 상징적인 정권 교체를 세계사에 편입해 서술할지 의문이다. 북한의 독재자 이야기엔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할애해도, 우리의 평화적 정권 교체에 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을 것 같다. 어쨌든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나라에 있었던 일련의 일들은 진정 긍정적이고, 역사에 기록되어야 할 ‘아래로부터의 역사’였다고 생각한다. 이 '아래로부터의 역사'에서 아래는 바로 '민중'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역사 때문에, 빨간색 비슷하게나마 그런 색이 보이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민중'이란 단어보다, '국민'이란 단어를 더 선호하지만 말이다.)


어쨌건 역사는 언제나 멈춘 적 없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새롭게 해석된다. 그런 의미에서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몰랐던 것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역사를 반추해야 한다. 우리 역사도, 그리고 남의 역사도! 그래서 읽어보자. 요 책, 『유럽민중사』!



이 책은 중세 붕괴부터 21세기 초까지의 유럽 민중사를 다루고 있다. 책 자체는 지엽적이지 않고, 문체도 간결해서 읽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친절하게 모든 걸 다 설명해주는 책은 아니다. 그래서 대강이나마 유럽사의 전체 흐름과 주요 사건은 알고 있어야 매끄럽게 읽을 수 있다. 소위 중세 시대라 불리는 시기의 유럽 경제 구조와 권력 구조는 어떠했는지, 르네상스 이후로는 어떤 양상으로 바뀌었는지, 그리고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어떻게 유럽 전역을 흔들었는지, 19세기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등장과 20세기 극우주의의 득세가 어떤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었는지, 그리고 '그렇게 심각할 줄 몰랐다, 양차 대전!'과 미소 냉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난 그 후 등등 그 배경지식을 좀 알고 있어야 수월하게 이 책이 읽힌다. (물론 이런 기본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이 곧바로 이 책을 읽을 것 같진 않다)


 

자자, 이 책을 읽은 저의 소감은요~ 

‘의문에 의문을 더해준 책’, '그래서 살짝 머리가 아팠던 책', '그래서 좋았던 책'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 이유인즉슨, 이러하다. 음, 이 책 제목에 등장하는 말이기도 한 ‘민중’이라는 개념이 아리송송하다. 민중이란 게 뭘까. 알긴 알겠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이 책 속에서도 민중의 의미, 그 경계는 모호하다. 나는 민중일까, 민중에 포함될까. 나는 언제나 '나'라고 하는 개인으로 존재했는데. 어리둥절.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중세 농도들에게, 산업혁명기의 영국 노동자에게, 바스티유 감옥의 문을 열어젖힌 프랑스 성난 군중에게 가서 ‘당신은 민중입니까?’라고 물으면 ‘네, 그러합니다’라고 그 사람들이 대답할까? 파업으로 유서 깊은 곳인 프랑스 리옹에서 일어나는 파업과 1917년 러시아 혁명을 일으킨 사람들을 같은 무리로 묶을 수 있을까. 

     

나는 유치원에 입학한 그날부터 언제나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주변인으로 지금까지 살아왔기 때문에 민중이라는 말도, 그들의 연대 의식도 사실 머리로 느끼고 상상할 뿐, 마음으로 가슴으로 느끼지는 못하겠다. 지방 사람이라 2016, 2017년의 촛불 속에 나는 한 번도 있은 적이 없다. 딱 한 번, 여러 사람들과 일체 됐다고 느꼈던 때는 2002년 월드컵 때 한 번 뿐이었던 것 같다. 그것도 16강까지만, 8강부터는 뭔가 지겨워져서 다시 주변인으로 되돌아왔었다. 

    

나는 언제나 개인으로 존재했고, 내 편의에 따라 무리에 들어가기도 했고, 한 발 슬쩍 뺀 채 주변인으로 맴돌면서 그 어느 조직, 어느 무리에도 제대로 소속된 적이 없다. 그런 나이기에, 이 책을 읽고 민중이란 누구인지 의문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서 민중은 그 모습을 여러 번 바꾼다. 중세 때는 '농노'로, 르네상스 이후 종교 개혁기에는 이쪽과 저쪽에 포함되지 못한 채 죽어나간 '유대인, 무슬림, 여성(마녀)'로, 양모 산업이 급부상하자 공유지 밖으로 쫓겨나간 농민으로, 이들은 굶어죽지 않기 위해 공장으로 들어갔고, 산업혁명 때 자본가들에게 골수를 빨아먹힌 공장 인부로 나온다. 그중 제일 착취당한 것은 여성이고 어린이였다고. 인클로저 운동으로 공유지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공장에서도 기계 때문에 소외되고 착취당한 자들. 기계에 짓눌리고 그 위의 자본가들에게 짓눌린 자들.  굶주림에 지치고, 폭발적으로 뛰는 물가 때문에 화가 난 사람들은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고, 도망치는 왕과 왕비를 붙잡아 목도 댕강 잘라버린다. 모든 게 바르게 될 거라고 믿었던 때에도 기득권들은 여전히 기세등등 사람들을 옥죄고, 몇 번의 혁명이 반복된다. 절대 마르크스주의자인 적이 없던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의 본질을 꿰뚫고,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다. 이 사람들은 각기 공산주의자로, 사회주의자로 여러 길로 나아가고 이들과 의견이 맞지 않는 자들은 파시스트로 나아간다. 여러 무리들은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가 다시 합쳐지고, 다시 또 여러 갈래로 나뉘길 반복. 서로를 미워하고, 어쩔 수 없이 타협, 협력, 반목하면서 역사를 써내려왔다. 이렇게 이 책은 기득권층에 억압당하거나 항의한 자들을 민중이라 본다. 얼굴은 각기 다른데, 모두 똑같은 표정의 사람들, 그 무리들.


바뀌는 세상, 바뀌는 군중들. 시대가 흐르고, 사람은 바뀌지만 사람은 구분 짓길 좋아해서일까, 편견과 차별을 좋아해서 일까, 언제나 억압받는 자, 차별받는 자가 있다. 이 역시 피라미드 꼴로 나뉜다. 처음엔 타고난 신분으로, 그다음엔 머릿속에 든 지식으로, 그다음엔 가진 재산으로, 그다음엔 소속된 국가나 집단, 종교로, 그다음엔 여성이냐 남성이냐로, 그다음엔 어른이냐 어린이냐, 그다음엔 인종으로. 


이렇게 적고 보니, 책에서 말하는 민중이 뭔지 조금 알겠다. 이름 없는 소외자, 약자의 무리로구나. 분명히 존재하고, 그 수가 많지만 평상시엔 존재하는지 인식조차 되지 않는 자들. 그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대단히 불합리한 일이 일어난다고 느끼면 거리로 달려나왔고, 그렇게 민중이 되었다. 민중에 대한 정의는, 시대마다, 그리고 맥락에 따라 매번 달리 정의되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각 챕터마다 민중이라고 등장하는 사람들이 다르다. 각 챕터마다 보통은 남성 간의 계급 대결을 주로 다루고, 그다음엔 매번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좌든 우든, 자본가이든 노동자든, 어디든  분간 않고 남성들에게 공격받은 여성들, 그래서 역사에 거의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책 사라져 간 세계의 절반, 여성들을 다룬다. 그렇다고 여성을 많이 다룬 건 아니다. 계속 여성을 언급하기는 하지만 그 분량이 많지 않다. 페미니즘을 본격적으로 다룬 역사 책이 아니어서 그런 것도 같은데 어쨌든 시대 흐름 때문인지, 저자가 정말로 여성을 진심으로 생각해서인지 여성을 계속 언급하긴 한다. 그래도 역사는 남성 위주로 쓰였기 때문에 사료 속에 여성이 차지하는 공간은 거의 없다. 그러니까 여성은 이 책 속에서도 주변에 머물러 있다.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역사는, 정말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 책은, 소수의 권력집단이 주요한 결정을 하고, 전쟁을 한 이야기를 다룬 역사 책이 아니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억압받던 자들, 불합리한 구조로 착취당한 자들의 분노와 그 행동을 다룬 책이다. 문체는 평이하다. 그렇다고 냉정한 말투도 아니다. 여성과 어린이를 대할 땐 특히나 번역이어도 저자의 안타까움이 드러난다. 하지만 역사가는 역사를 서술할 때 감정에 치우쳐선 안되겠죠. 그러니 평이, 평이하게- 


저자는 미국인 학자다. 유럽 속이 아닌, 유럽 바깥사람, 그것도 유럽의 피를 받은 외국인이 쓴 유럽민중사. 유럽 문화 속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자란 사람과 사뭇 다른 시각으로 쓴 책이다. 흥미롭게 잘 읽었다. 무엇보다, 저자는 집에서 고양님을 모시고 사는 집사로서, 늘 노동을 해야만 하고, 어쩌다 한번 주인님이 내리신 은총에 감지덕지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파란만장한 역사 속의 유럽 민중을 십분 잘 이해하는 사람 같았다. 


이 책을 한 번 읽고 다 이해했다고 할 순 없다. 다루는 범위가 방대하고,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건이 상당히 많다(물론 언급되지 않은 역사적 사건도 있지만). 여러번 읽어야하겠지. 일단 첫번째 독서에서는, '민중은 무엇인가'라는 의문과 그 의문에 대한 내 나름의 답을 찾았다. 다음에 읽을 땐 또 어떤 의문과 마주하게 될지, 기대된다. 


추가>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역사'를 읽고 든 생각은, 사람들이 출몰하길 원하는 유령은 마르크스의 유령이 아니라, 관중의 유령이 아닐까 싶다. 유럽인이 원했던 건 빵이었다. 그리고 본인이 한 만큼 받는, 정당한 처우와 복지였다. 빵과 복지, 자존을 쟁취하기 위해 연대하고, 함께 파업을 했으나, 궁극적으로 원한 건 각자의 아늑한 삶이 깃든 따뜻한 집이었다. (마르크스가 진정 원했던 세상도 이런 세상이 아니었나) 모두가 바란 건, 여유 있고 아늑한 그리고 평화가 깃든 '개인'의 삶이기 때문에 민중 운동은 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듯. 


어쨌거나 소외된 자, 억압받는 자, 착취당하는 자 없이 모두 건강하게 일하고, 등 따시고, 배부른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 근데 문제는 이거죠, 과연 '어떻게'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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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유 경제 - 고용의 종말과 대중 자본주의의 부상
아룬 순다라라잔 지음, 이은주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언제 알게 됐는지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 시나브로 듣고 말하게 되었다. 정확한 개념은 모르지만, 대충 뭔지 알 것 같은 그 개념, 그 말, 바로 ‘공유 경제’. 알파고 이후, 대한민국 국민의 온 관심이 4차 산업혁명으로 쏠렸을 때 알게 모르게 듣고, 말하게 된 듯하다. 그리고 종종 해외 각국들의 모바일 혁명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다루는 다큐멘터리가 나오면 꼭 등장했다. 중국 거지는 QR 코드로 적선을 받고, 자전거든 뭐든 모바일 플랫폼에 올려서 공유한다고. 우리도 얼른, 신속히, 빨리 공유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 뒤질 것이라고 설득인지 뭔 말인지 모를 듯한 어투로 말이다.  

어쨌든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에어비앤비에 접속해서 일반 가정집 침실을 호텔 방처럼 예약하고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집에서 편하고 안락하게 잠을 잔다. 택시 대신 우버로 이동하고 비싼 브랜드의 옷은 입고 싶지만 경제력이 허락지 않았던 사람도 이제 앱만 깔면, 얼마든지 비싼 옷을 저렴한 가격으로 빌려 입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아이디어들이 예전부터 있었고 또 사업화하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고, 에어비앤비나 우버처럼 세계적인 기업이 되지도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판이 달라져 버린 것.  

잠자리를 제공하고, 모르는 사람의 차를 얻어 타는 건 예전부터 있어 왔다. 대부분 금전 대가가 아니라 호의로 이뤄지거나, 대가성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수익화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어떤 믿음이랄까, 어떤 호의에 비롯한 배려로 주로 이뤄진 일이다. 그런데 지금은 순수 배려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업화된 자본과 서비스의 교환도 아니고,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새로운 경제가 등장한 것이다. 완전 새롭지 않은 요소로, 완전 새로운 건 아니지만, 판이 달라진 새로운 경제가 도래했다 봐도 되겠다.  

사실 공유라는 말이 애매하다.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어떤 개념이든 맥락에 따라서 뜻이 중첩되고 때로는 다른 범위로 사용할 때가 많은데, 이 ‘공유 경제’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그리고 맥락마다 ‘공유 경제’의 의미, 그리고 포괄하는 정도가 조금씩 달리 사용되곤 한다. 지금처럼 새로운 개념이 등장해서 그 분야가 급격히 발전할 땐 개념의 혼란, 혼선이 쉽게 일어난다. 그래서 무엇보다 구체적인 예를 가지고 개념 정의를 다각도로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공유 경제의 개념부터 공유 경제가 적용된 다양한 사례, 비슷하지만 공유 경제라 하기 어려운 사례 등 다각도로 공유 경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공유 경제가 성숙해진 근 미래의 모습을 조명한다.  

저자가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의 교수(성함이 순돠롸롸좐~♩)여서 그런지 책이 조금 학구적인 느낌이다. 논문의 형식을 띄지는 않지만 학자들이 그러하듯, 이 책을 쓰는 이유와 개념 정의부터 출발한다. 그러니까 4차 산업혁명, 혹은 공유 경제 맞춤형 재테크 책이 아니라는 말이다. 실용 서적보다 조금은 사회학 서적에 가깝다. 그렇다고 완전 연구서는 아니다. 공유 경제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고, 이 현상, 사업 모델에서 모순되는 점을 지적하고 여러 유용한 사례를 모아 공유 경제란 무엇인지 설명, 그리고 앞으로 도래할 사회를 더듬는 책이다. 변화될 사회상, 정부 규제 등등도 집고 있고 신뢰를 비롯해서 어떤 요소가 중요해질 것인지도 설명한다. 이 책에서 조급하게 공유 경제의 실용적인 면, 사업화 가능할 아이디어를 얻고 싶어 하는 분께는 이 책이 좀 안 맞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의 목적 달성과는 거리가 멀 것 같고 다만, 공유 경제의 근본을 제대로 통찰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유용할 듯싶다. (그리고 이런 통찰에서 제대로 된 사업 모델도 나오겠죠.) 

공유 경제를 제대로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이미 익숙한 에어비앤비 우버 등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조금 낯선 업체인 리프트, 블라블라카, 캐스크래빗 등 이야기도 많이 실려 있다. 찬찬히 읽다 보면 이 기업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유의미한 아이디어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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