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유 경제 - 고용의 종말과 대중 자본주의의 부상
아룬 순다라라잔 지음, 이은주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언제 알게 됐는지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 시나브로 듣고 말하게 되었다. 정확한 개념은 모르지만, 대충 뭔지 알 것 같은 그 개념, 그 말, 바로 ‘공유 경제’. 알파고 이후, 대한민국 국민의 온 관심이 4차 산업혁명으로 쏠렸을 때 알게 모르게 듣고, 말하게 된 듯하다. 그리고 종종 해외 각국들의 모바일 혁명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다루는 다큐멘터리가 나오면 꼭 등장했다. 중국 거지는 QR 코드로 적선을 받고, 자전거든 뭐든 모바일 플랫폼에 올려서 공유한다고. 우리도 얼른, 신속히, 빨리 공유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 뒤질 것이라고 설득인지 뭔 말인지 모를 듯한 어투로 말이다.  

어쨌든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에어비앤비에 접속해서 일반 가정집 침실을 호텔 방처럼 예약하고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집에서 편하고 안락하게 잠을 잔다. 택시 대신 우버로 이동하고 비싼 브랜드의 옷은 입고 싶지만 경제력이 허락지 않았던 사람도 이제 앱만 깔면, 얼마든지 비싼 옷을 저렴한 가격으로 빌려 입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아이디어들이 예전부터 있었고 또 사업화하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고, 에어비앤비나 우버처럼 세계적인 기업이 되지도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판이 달라져 버린 것.  

잠자리를 제공하고, 모르는 사람의 차를 얻어 타는 건 예전부터 있어 왔다. 대부분 금전 대가가 아니라 호의로 이뤄지거나, 대가성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수익화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어떤 믿음이랄까, 어떤 호의에 비롯한 배려로 주로 이뤄진 일이다. 그런데 지금은 순수 배려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업화된 자본과 서비스의 교환도 아니고,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새로운 경제가 등장한 것이다. 완전 새롭지 않은 요소로, 완전 새로운 건 아니지만, 판이 달라진 새로운 경제가 도래했다 봐도 되겠다.  

사실 공유라는 말이 애매하다.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어떤 개념이든 맥락에 따라서 뜻이 중첩되고 때로는 다른 범위로 사용할 때가 많은데, 이 ‘공유 경제’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그리고 맥락마다 ‘공유 경제’의 의미, 그리고 포괄하는 정도가 조금씩 달리 사용되곤 한다. 지금처럼 새로운 개념이 등장해서 그 분야가 급격히 발전할 땐 개념의 혼란, 혼선이 쉽게 일어난다. 그래서 무엇보다 구체적인 예를 가지고 개념 정의를 다각도로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공유 경제의 개념부터 공유 경제가 적용된 다양한 사례, 비슷하지만 공유 경제라 하기 어려운 사례 등 다각도로 공유 경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공유 경제가 성숙해진 근 미래의 모습을 조명한다.  

저자가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의 교수(성함이 순돠롸롸좐~♩)여서 그런지 책이 조금 학구적인 느낌이다. 논문의 형식을 띄지는 않지만 학자들이 그러하듯, 이 책을 쓰는 이유와 개념 정의부터 출발한다. 그러니까 4차 산업혁명, 혹은 공유 경제 맞춤형 재테크 책이 아니라는 말이다. 실용 서적보다 조금은 사회학 서적에 가깝다. 그렇다고 완전 연구서는 아니다. 공유 경제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고, 이 현상, 사업 모델에서 모순되는 점을 지적하고 여러 유용한 사례를 모아 공유 경제란 무엇인지 설명, 그리고 앞으로 도래할 사회를 더듬는 책이다. 변화될 사회상, 정부 규제 등등도 집고 있고 신뢰를 비롯해서 어떤 요소가 중요해질 것인지도 설명한다. 이 책에서 조급하게 공유 경제의 실용적인 면, 사업화 가능할 아이디어를 얻고 싶어 하는 분께는 이 책이 좀 안 맞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의 목적 달성과는 거리가 멀 것 같고 다만, 공유 경제의 근본을 제대로 통찰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유용할 듯싶다. (그리고 이런 통찰에서 제대로 된 사업 모델도 나오겠죠.) 

공유 경제를 제대로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이미 익숙한 에어비앤비 우버 등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조금 낯선 업체인 리프트, 블라블라카, 캐스크래빗 등 이야기도 많이 실려 있다. 찬찬히 읽다 보면 이 기업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유의미한 아이디어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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