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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 작은 료칸이 매일 외국인으로 가득 차는 이유는?
니노미야 겐지 지음, 이자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평점 :
제목 그대로, '산속 작은 료칸이 매일 외국인으로 가득 차는 이유'를 말해주는 책이다.
산속 작은 료칸은, '야마시로야'라는 료칸으로 한 가족이 운영하는 작그마한 료칸이다. 료칸(旅館)을 우리 한자 음으로 읽으면 그대로 '여관'. 그러니까 이 책 제목의 의미는 한때 융성했으나 쇠락을 맞은 온천지역, 그 온천에 있는 자그마한 여관에 매일 외국인으로 가득찬다는 의미로 '어때, 궁금하지?'란 제목이다. 우리가 생각해봐도 궁금증 뿜뿜.

저자는 오랫동안 금융기관에서 일했고, 짬짬이 아내의 집안에서 운영하는 료칸 일을 도와주었다. 그러다가 가업을 돕기 위해 료칸에 머물며 살며, 이제는 완전히 료칸 일만을 업으로 살아간다. 다른 일에 몸 담고 있다가 료칸 일에 뛰어들어서 일까, 처음부터 료칸 일만 했던 사람과 다른 특별한 뭔가가 있다. 시대를 읽는 안목과 홍보의 중요성, 서비스 정신이 여타 료칸 운영자와 다른 것 같다. 그런 능력에 더불어, 쇠퇴해 가는 지역을 어떻게든 부활시키고 싶다는 염원까지 더해져 작은 온천지에 기적을 일으켰다.
그 시작은 사소한 것에 있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잡지 편집자에게 정보를 하나 알게 된다. 한국 잡자사 두 곳이 '규슈의 온천지'라는 테마로 근처에 취재를 온다는 정보였다. 저자는 자신의 료칸이 있는 온천지에도 들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다행히 한국 잡지사 두 곳 모두 이 분의 료칸에 들렸고, 이 지역의 명소, '유노히라의 돌길' 사진이 우리나라 잡지에 실리게 되었다.
이후 저자는 지역 스포츠 이벤트에도 참여하고, 우리나라 강원도 대관령에서 열리는 스포츠 이벤트에 참여하며 문화 교류도 성사시켰다. 이후에는 타이완, 홍콩 등 작지만은 기회가 될 때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유노히라 온천'을 홍보했고 이때부터 일본 노인 관광객이나 소수의 젊은 커플이 아닌 외국인 손님이 이 지역과 저자의 료칸인 '야마시로야 료칸'에 오기 시작했다.
저자는 홍보만 열심히 한 게 아니다. 료칸의 인프라도 외국인에게 적합하도록 바꾸었다. 전화 예약이 아닌 인터넷 예약으로, 료칸 홈페이지도 자주 오는 나라의 언어로 서비스 하기 시작했다. 문화가 달라서, 혹은 처음이라 모를 수 있는 사항은 동영상 제작 등으로 친절히 설명해 준다. 본인이 해외 여행에서 겪었던 일들, 느꼈던 점들을 바탕으로 외국인 손님들을 어떻게 받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 깊이 생각하고 실천했으며, 변화는 작고 저렴했으나, 결과는 아주 효과적이고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현재 '야마시로야 료칸'은 무인역에 그것도 1시간에 한 대밖에 기차가 서지 않고, 역과 마을을 잇던 버스도 이제 인구 감소로 없어졌을 만큼 아주 작은 시골에 있다. 그런데도 거의 100퍼센트 객실 가동률을 자랑한다. 시대가 변했고, 그 변화를 저자가 잘 캐치했기 때문이다. 위에 잠깐 썼듯이, 잡지사와 인연이 잠깐 닿았을 때 그 기회를 잘 잡았다. 저가 항공사가 활발히 운영되는 이 시대에,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아시아 사람들이 일본에 가기 쉬워졌고, 저자는 이런 외국인 관광객을 잘 타켓했다. IT 발전도 한몫했다. 홈페이지,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를 잘 활용했다. (료칸에 무료 와이파이도 빵빵!)
보통 산업을 육성하려면 지역 대학과 잘 협력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 작은 료칸 운영주는 이것도 잘 활용했다. 인근 대학의 유학생을 고용해 홈페이지에 다국어 서비스는 물론, 각 나라에 잘 맞는 감성으로 홈페이즈를 꾸며놨다. 시골 작은 료칸에서 세계화를 이룩했달까.
확실히 저자는 사업 감각이 있고 뭐랄까,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도 갖고 계신 분이다. 사고의 전환으로 남들이 덮어두고 '안 될 거야'하는 일도 성공해 냈다. 덕분에,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됐고. 여러 모로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던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떠올랐던 책이 있는데 마스다 무네아키의 『라이프 스타일을 팔다』라는 책이다. 사업의 스케일은 다르지만, 두 분의 사업 감각, 미래를 꿈꾸는 방식,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해 내는 모습이 참 많이 닮았다. 대단하고, 참 인상깊다.
깊은 산속 쇠락해 가던 온천 지역이 어떻게 다시 부활하고, 작은 료칸이 어떻게 객실 가동률이 100퍼센트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간략하면서도 핵심만 꼭꼭 집어 쓴 책이다. 가독성 높고, 이해하기도 쉽게 잘 쓰였다. (저자가 작가가 아닌 만큼, 출판사 편집진이 많이 도와준 것 같기도 함)
본격적으로 초고령화, 급격한 인구 감소에 접어든 우리나라로서도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실 저자는 일본 온천 여행객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어서 해외로 눈을 돌린 케이스다) 이 책이 숙박업이나 관광분야에 종사하시는 분에게만 유익한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 종사자에게도 유익할 책이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