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흐름을 꿰뚫어보는 금리의 미래
박상현 지음 / 메이트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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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국 국채 시장이 요동을 쳤다. 뭔 큰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작은 소문 하나가 발 달린 듯 시장을 헤집고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그 소문은 일본에 관한 것이었다. 소문의 내용은 이렇다. 일본이, 제로에서 꽉 얼어붙어있는 금리를 드디어 올릴 논의를 시작한 거 같다는 것! 

그러니까 일본 중앙은행이 언론에 '우리 금리 올려요~♡'라고 발표한 것도 아니고, '이제 한계네요, 이제 금리를 좀 올려야겠습니다'라고 멘션을 던진 것도 아니고, 그냥 모 언론이 보도한 '금리를 올릴 논의를 시작한 것 같다'는 소문만으로 국채 시장이 출렁거렸다. 

아, 무섭다. 무서워. 금리라는 게 무엇이기에 '~인 것 같다'는 소문만으로 시장이 난리 법석인 걸까. 

예전에는 저금리 기조에 때문에 앓는 소리가 들리더니, 언젠가부터 금리가 상승할 거란 예측 때문에 앓는 소리가 들린다. 뭐지, 뭐지? 금리는 떨어져도 문제고, 올라도 문제인 거야?! 게다가 요즘에는 '저금리 시절이 호시절이었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음, 나에게 금리, 즉 이자율은 통장 만들 때다 관심 있게 보는 숫자 조합에 불과한데. 

금리는 돈을 빌린 대가로 지불하는 자금의 이용료인 이자를 원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즉 금리는 자금 사용료다. (- 59쪽)
주요국의 중앙은행이나 한국은행이 다른 가격변수들보다 금리 하나만을 정책변수로 관리하는 이유는 금리가 경제 및 자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일 것이다. (- 48쪽)
다른 골 아픈 경제 지표도 많고 많지만, 한국은행도 그렇고, Fed도 그렇고,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그렇고 제일 신경을 많이 쓰고, 까다롭게 여기는 것이 바로 '금리'다. 중앙은행의 금리 발표는 모든 언론사와 돈 좀 굴리는 사람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중앙은행의 금리 발표에 누군가는 가슴 쓰러내리며 안심하고, 누군가는 불안해 밤잠을 설친다. 

그래서 읽어 보았다. 금리에 관한 요 책! 




미래를 알려면 과거를 알아야 하고, 현재를 알아야 하듯 이 책은 저성장 기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지금까지의 금리를 깊이 있게 다루고, 앞으로의 금리도 예측한 책이다.  

우선 과거를 볼까요?!

/ 과거 /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1920년 대 대공황과 1990년 대 초반 일본 버블 붕괴 같은 심각한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로 미 연준,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등은 제로금리정책과 함께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인 양적완화정책을 잇달아 추진했다. (- 33쪽)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경제 위기는 세계 경제에 생채기를 낼 만큼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거의 90년 전이지만 온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 준 '세계 경제 대공황'이 또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과 일본 버블 붕괴 같은 충격적인 일이 세계 경제에도 일어날까 봐 각 나라들은 돈을 풀기 시작한다. 가령 정부가 채권을 막 사들여서 돈을 시장에 마구 쏟아내는 것이다. 

이런 막대한 유동성 공급으로, 디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낮은 금리로 은행에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으니까 사람들이 너도 나도 집을 사고, 그래서 전셋값과 집 매맷값이 폭등한 걸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각 중앙은행과 정부가, 10년 전의 금융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바로잡지 않고, 임기응변으로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로 행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저금리 뒤에 잠재적인 리스크가 많다. 특히 오늘처럼, 소문 하나로도 시장이 출렁거리는 걸 예로 들 수 있다. 예전에는 경제에 일정 패턴이 있어서, 불확실성이 지금보다 낮았다. 하지만 10년 동안 초유의 양적완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졌고, 경제 지표들도 예전과 다른 양상을 많이 띈다. 한마디로 예측성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것! 

게다가 10년 동안 매우 낮은 금리로 전 세계가 돈잔치를 했기 때문에, 아주 적은 금리 상승으로도 그 충격은 어마어마할 수 있다. 그래서 금리 상승에 관한 아주 작은 소문의 'ㅅ' 자라도 들릴라 치면, 시장이 요동을 치는 것이다. 


/ 현재 /

이제 판이 달라졌다. 저금리 시대는 저물고, 금리 상승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미국 경기 펀더멘탈에 대한 확신이 강해지고 있고, 실업률은 떨어지고 임금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물가 기대감도 오르는 중이다. 원자재 가격도 뿜뿜! 그리고 앞만 보고 돌진하는 거친 남자, 트럼프의 경제정책 트럼프노믹스(감세 정책, 인프라 투자 확대 등) 등으로 금리 상승 가능성이 쑥쑥 오른 것이다. 게다가 금리 상승 여건은 미국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곳곳에서도 마련되고 있다. 오늘 뜬 기사처럼 일본도~

이제 특별한 변수 없이는 금리 상승이 확실시되는데,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날까? 위기가 찾아올까?! 


/ 미래 /

이 책에서는 과거 미국 금리 인상 땐 늘 위기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이나 우리나 자산, 특히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고, 금리가 오르면 돈을 빌리고 갚기 어려워지니 자연스럽게 신용리스크가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니까 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 그리고 저성장 기조에 막대한 시장 돈이 IT 업계에 들어갔는데 금리가 상승한다면 IT 업계에 들어가는 돈이 줄어들 수 있고 그러면 경제 성장이 주춤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중앙은행에 맞서지 말라'는 시장의 속담을 전한다. 그리고 부채 관리는 당연하고, 경제 서적에 자주 등장하는 말,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말도 빼먹지 않고 한다(투자 포트폴리오 분산). '그레이트 로테이션', 그러니까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을 눈여겨 보라고도! 


/ 익숙함에서 탈피하기 /

금융위기 이후 원래도 낮았던 금리가 바닥을 뚫고 더 내려갈 기세를 보이자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많이 걱정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사람들이 있다. 낮은 금리를 레버리지(지렛대)로 이용해, 부동산도 늘리고, 금융 자산도 늘린 사람들 말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테지. 분위기는 바뀌겠지만, 경제 흐름을 읽고, 그 흐름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또 자산을 늘릴 것이다. 발만 동동 굴리거나, 정부나 세상 욕하기에 앞서 시장 흐름의 변화를 이해하고, 변수들을 제대로 이용해야 한다. 

결국 금리가 상승하거나 금리 상승이 중단되는 현상으로 금융시장의 불안 리스크가 확대될 개연성은 높아졌다. 미래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지만 통화정책 기조가 전환의 시대를 맞이했다. 금융시장의 미래, 특히 10년간 지속되던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금리 상승 시대가 개막하면 금융시장은 또다시 커다란 불확실성 리스크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익숙함에서 탈피해 변화된 금리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노력과 대비가 필요하다. (- 296쪽)

# 저자의 직업은 이코노미스트로, 책 역시 '이코노미스트'스럽게 분석적으로 쓰였다. 그러니까 금리로 돈 좀 번 일반인이 쓴 재테크 책이 아니다. 뭐, 이 책 중간에 어디에 투자하라는 말이 조금(아주 조금) 나오지만, 재테크 투자 목적으로 읽을만한 책은 아니다. 

# 다만, 10년 동안 초저금리 시대였던 원인과 결과, 그리고 현재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 아주 쉽게 설명해 놓아 경제를 잘 모르는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다.

# 국내외 경제의 전반적 상황과 흐름을 잘 알고, 깊이 이해해야 투자든, 재테크든 잘 할 수 있는 것이므로 금리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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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매일 철학 - 일상의 무기가 되어줄 20가지 생각 도구들
황진규 지음 / 지식너머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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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언어, 재래시장의 언어, 유치원의 언어, 조폭의 언어가 별도로 존재한다. (...) 
심지어 동일한 단어라도 삶의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용례로 사용될 수 있다. (- 282쪽)

철학 언어를 일상 언어로 쉽게


어떤 학문이든 그 학문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많이 다르다. 각 학문마다, 사용하는 고유 언어와 언어 체계, 규칙이 다 따로 있다. 그걸 익히지 않고서는 한글로 쓰인 것이라 해도 글이 내포하는 의미를 이해하긴 어렵다.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그 학문의 언어 규칙과 고유 뜻을 스스로 배우던가, 아니면 통역가를 통해서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번역해 들어야 한다. 여기서 통역가라 하면, 학교 선생님이나 교수님 혹은 대중을 위해 풀어쓴 교양서적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책은 철학 오타쿠, 황진규 분이 쓴 철학 교양서다. 이 책 속엔 스무 명의 철학자와 그들이 깊은 사유 끝에 내놓은 새로운 개념이 들어 있다. 철학이 우리 삶과 동떨어진 채 한없이 무겁게 느껴지는 건, 철학의 언어와 우리 일상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인데, 이 책은 우리 일상 언어와 철학 언어의 간극을 좁혀준다. 그리고 앎이 앎에 머물지 않고,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철학자들이 창안한 개념을 우리 일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쉬운 일상 예시를 들어 설명해 준다. 


그러니까 우리를 혼돈으로 빠트리고 괴롭히는 철학 개념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해 풀이한 달끄나. 하지만 일반인을 위해 쉽게 쓴 책인 만큼 군데군데 비약적인 말로 좋게, 좋게 넘어가는 부분도 꽤 있다. 




비약적인 부분이 a little bit-


가령, 두 번째로 다룬 파스칼의 '허영'이라는 개념. 


파스칼은 모든 인간은 허영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냉소적인 진단을 내린다. (...) 허영은 실제 자신의 모습보다 더 아름답게 꾸미려는 것이다. (...) 왜? 그래야 타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36쪽)

저자는 파스칼의 '허영'이라는 개념을 요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사람들은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 SNS에 '나 이렇게 잘 살아요'라는 사진을 올린다고. 그러면서 '인정투쟁(kampf un Anerkennung)'을 언급하는데, 


우리에게 저주처럼 뿌리내린 허영은 언제나 불안과 허무, 외로움으로 내몰지만 오직 하나의 경우만은 예외다. 사랑하는 이! 그 사람 앞에서의 허영만큼은 예외다. 그 허영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마음껏 허영을 부리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 42쪽)

저자는 좋게 마무리하고 싶어서 이렇게 쓰고 글을 마무리했지만, 그런데 말입니다! 

이 구절을 읽고 떠오른 건 '어린 왕자'의 장미였다. b612 소행성의 장미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허영 뿜뿜. 어린 왕자는 장미의 아름다움에 홀려, 장미가 요구하는 건 뭐든지 다해주지만 결국 장미의 허영에 질리고, 지나친 요구에 지쳐서 우주여행을 시작한다. 어떻게 보면 어린 왕자가 장미를 버린 것이다. (에긍, 장미나 어린 왕자나 둘 다 너무 극단적이야)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허영을 벗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진정 사랑하기 위해, '진정한 관계'를 맺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 말이다. 안 그러면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버려요. ;ㅅ; 


개념 찬 개념어


더 이상 철학은 주어진 대로 개념을 받아들여 그것을 갈고닦아 윤을 내는 일로 자족할 수는 없다. 철학은 우선 개념들을 만들고, 창조하고 확고히 세워서 사람들이 그것들을 이용하도록 설득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 98쪽, 니체, 「즐거운 학문」에서 재인용)

철학은 개념을 다루는 개념 학문이다. 기존 개념에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는 학문. 근데 이 창조라는 것이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게 아니고, 지금까지 있었으나 사람들이 보지 못했던 면,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눈에 보이도록 하는 작업이다.


이 책은 스무 명의 철학자와 스무 가지의 질문으로 시작하지만, 스무 명의 철학자들이 만들어 낸 개념을 소개하는 책이기도 하다.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었으나 당최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철학자들의 개념들을 이 책 덕분이 많이 알게 됐다. 저자의 바람대로 그 개념들을 내 일상, 내 삶 속에 잘 적용시킬 수 있으면 좋으련만. 



# 초판 1쇄라 오탈자도 좀 눈에 띄었고, 몇몇 챕터에서 논리적 비약이 조금 있어서 아쉽지만 그래도 어려운 철학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이해 준 부분은 참 좋았다. 필기도 많이 함! 


# 내가 생각할 땐 최고의 자기 계발서는 '철학책'이 아닐까 싶다. 철학은 기존의 삶을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감고 있던 눈을 뜨게 해준달까. 내용을 곱씹고 완전히 체득하면 더 좋고.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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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1 : 태조 - 혁명의 대업을 이루다 조선왕조실록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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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읽은 역사서가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이다. 처음 읽을 땐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어서 실소가 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속이 쓰리고, 가슴이 답답하다가 결국에는 눈물이 난다. 지금까지 3번 정도 읽은 것 같은데, 매번 읽을 때마다 이런 감정의 도돌임이다. 다 읽고 나선 가슴도, 머리도 먹먹해져서 한동안 역사책을 멀리하게 된다. 하지만 역사책을 덮어버리라고 서애 류성룡 선생님이 힘겹게 『징비록』을 쓰신 게 아니지. 읽고 또 읽어서 후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경계하라고 쓰신 글이지. 그래도... 참 갑갑해서 우리 역사를 대면하기가 힘이 들었다. 


그러다 오랜만에 읽은 책이 이덕일의 『조선왕조실록1』이다. 그런데 나라가 망할 때는 다 비슷한지, 『징비록』의 내용이랑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징비록』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돌아가셨고 이후에도 조선의 역사는 이어지고 조선은 더욱 보수적이 되어 고구마 사회가 된다. 『조선왕조실록1』에서는 함경도 출신 무장 이성계가 고려의 역사를 완전히 끊어버린다. 그러곤 새 나라를 세우고 사이다 사회가 됐을까? 역사는 결코 그렇게 진행되지 않는다. 여기서 또 등장하는 고구마 타임, 가슴이 턱턱 막히는 시간. 



역사란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 역사를 다룬 책을 읽을 땐 그렇지 않은데, 유독 우리나라 역사를 읽을 땐 감정이입이 심하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들어설 즈음의 이야기를 읽을 때 나는 은연중에 누군가를 응원하고 있었다. 포은 정몽주 등에 대해 이야기하면 고려를 응원하고, 권문세족의 횡포와 조준, 정도전이 민생을 위한 개혁을 주장할 땐 신진 세력을 응원했다. 고려나, 조선이나 모두 이 땅의 역사인데 글을 읽는 나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았다. 


역사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측은지심'이나 '수오지심'이 수시로 발동해서 온갖 잡생각이 떠오르고, 누군가를 미워하고, 또 다른 누군가를 응원한다. 절개를 지킨 포은 정몽주가 선죽교에서 철퇴를 맞아 죽을 땐 측은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고, 그래서 이방원은 미운데 그러면서도 후대 왕들(특히나 세종)을 위해 공신들이나 외척들의 세를 팍 죽인 이야기에선 이방원을 응원하고 있다(1권에는 이 이야기를 안 다루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내 마음은 얼마나 살랑거리던지. 이성계가 홍건적이나 왜구를 물리칠 땐 참 좋은데, 기존에 유지되어온 고려 왕실을 뒤흔들 땐 또 묘하게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역사는 감정이입을 할 수 있어 재미있는데, 감정이입을 할 수 있어 역사를 제대로 못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과도기가 지나면 좀 괜찮아지려나. 역사라는 게 대부분, 편이 갈라져 싸운 이야기들이라, 아마도 조선이 안정기로 접어든 이야기에서도 내 마음은 계속 살랑거릴 것 같긴 하다.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 역사 분야와 인터넷에서 설왕설래가 많은 것 같은데, 그 글들을 읽으니 나는 역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이 질문이 떠올랐다.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의 한글 번역본이 아니고, 실록을 해설한 책도 아니다. 저자가 조선사를 이야기로 풀어쓴 책으로 조선시대 재위했던 왕 순서대로 당시 중요했던 일들, 여러 사건과 인물을 재구성해 쓴 책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르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며, 횡으로 중국이나 일본의 상황을 설명하기도 한다. 


이덕일의 『조선왕조실록1』을 읽고, 고려 말과 조선 초의 역사 중 모르는 것을 많이 알았다. (사실 나는 이성계의 아버지 이자춘이 원나라 녹을 먹던 사람인지도 몰랐음) 지명에 어둡고, 인물도 교과서에 실린 몇 사람 말고는 깜깜한 수준이라 새롭게 알게 된 것이 꽤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오로지 사실만 담은 교과서 같은 책이 아니고(교과서도 오로지 '사실만' 담을 수는 없다고 본다), 저자의 생각이 많이 반영되었다.


나는 어떻게 역사를 바라봐야 하지? 저자가 쓴 입장에 따라 내 생각은 마구 살랑이는데... 로맹 가리의 자서전을 보면, 역사를 그의 엄마에게 배웠다고 하던데, 나도 로맹 가리 엄마처럼 누군가에게 우리 역사를 이야기해야 한다면 어떻게 역사를 구성해 말해줄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상당히 중요한 것 같다. 이 질문을 기준으로 역사책을 읽고, 재구성해야겠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요즘, 역사에 '지리'라는 변수를 더해 읽는 것이 트렌드인 것 같은데 이런 것도 필요한 것 같고. 


처음으로 돌아가 서애 류성용 선생이 『징비록』을 생각해 보면, 서애 선생이 『징비록』을 지을 때 후손들은 역사를 비판적이며 능동적으로 읽길 바라셨을 것 같다. 무엇 하나 곧이곧대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며 참고하고 경계하라고. 책을 읽을 때도, 역사를 대할 때도 그런 자세를 견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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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산다는 것에 대하여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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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거로운 것을 싫어한다. 바쁜 일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무슨 일이든 가급적 효율적으로, 시간을 들이지 않고 싶다. 아마도 귀찮기 싫어서 그런 듯하다. 밥 먹는 것도 그렇다. 예전에는 블로그든, 책이든 이것저것 찾아서 해보려고 했는데 이제는 싫고 귀찮다. 아니, 무엇보다 겁이 난다고 해야 하나. 사진을 보면 '맛깔난다', '먹어보고 싶다', '한 번 만들어봐야지', 싶어서 레시피를 보면 대부분 낯설다. 낯선 재료들, 우리 집엔 없는 재료들. '아, 그럼 사러 가야 하나', 싶은데 마트에서도 본 기억이 없다. 백화점에 가야 있으려나, 싶어 그냥 입만 쩝, 다시고 요리책을 덮었다. 낯선 재료를 보면 덜컥 겁이 나는 것이, 먼 곳에 가서 재료를 사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가격도 만만찮겠다 싶어 먼저 단념부터 하는 것이다. 이제는 인터넷으로든 마트에서든 낯선 재료들을 예전보다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예전에 한창 요리에 관심을 가질 때만 해도 그렇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요리책은, 신세계로 나도 그 세계에 가고 싶은데 거대한 장벽에 막혀 가지 못하는 그런 세계였다. 그래서 보기만 좋아하고 직접 음식을 만드는 건 엄두를 못 내다가 언젠가부터는 요리책도 안 보게 되었다. 그런데 요리책은 안 보지만, 음식에 대한 책, 맛에 대한 책, 食을 논하는 책은 계속 꾸준히 읽고 있다. 의, 식, 주. 내 삶에서 하루 세 번 꼬박꼬박, 죽을 때까지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행하는 '食'이니까. 





여기 아프로 헤어를 한 이나가키 에미코 씨가 새로운 책을 냈다. 이나가키 에미코 씨로 말할 것 같으면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퇴사하신 분이다(...응?!) 그리고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에너지 절약을 하다가, 어쩌다 보니 전자레인지도, 가스레인지도, 냉장고까지 다 처분하신 분이기도 하다(응? 응?!). 이전 책 두 권에서도 먹는 것에 관해 약간 언급하긴 했지만 그건 주로 냉장고 없이 어떻게 음식을 보관하는지, 가스레인지나 전자레인지 없이 조리는 어떻게 하는지, 맛은 어떤지 간략하게 적었을 뿐 요리하고 먹고 마시는 일에 관해 자세하게 적어놓지 않았다. 그때 제대로 풀어 못한 '음식'과 '먹는 것'에 대한 썰을 이 책에 본격적으로 풀어 놓은 것. 


일단 추측 가능하겠지만, 이나가키 에미코 씨의 식탁은 소박하고 정갈하다. 

밥, 국, 채소절임!!

요 세 가지만 있으면 한 끼는 그냥 뚝딱!! 
이 책은 밥과 국(좁게 말하자면 된장국), 채소절임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책이다. 이 세 가지만 있어도 충분히 맛있고,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나 역시 동감하는 것이, 학생 때 살을 뺀답시고 저녁을 한동안 먹지 않았다. 처음 결심했을 때는 절대 흔들림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단단히 먹었던 마음도 슬며시 풀어지고, 배가 고픈 것이 참 참기 힘들었다. 그런데 남들에게 흔들리는 모습,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혼자 몰라 부엌에서 전기밥솥 뚜껑을 딸깍 열고 밥주걱으로 맨밥을 살짝 퍼먹었다. 맛은 전혀 기대하지 않고, 오로지 허기진 배만 조금 채우자고. 그런데, 그런데... 

우아, 달다! 진짜 맛있어!!

그때 처음 알았다. 밥이 그렇게 달다는 것을. (feat. 이나가키 에미코 문투)

이나가키 에미코 씨와 내 밥상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얼추 비슷하다. 나는 밑반찬을 마련해 놓고, 쉽고 간단히 할 수 있는 국이나 찌개만 있으면 된다. 화려한 요리는 하지 않는다. 복잡한 요리도 하지 않는다. 최대한 간단하게, 최대한 그 맛을 느낄 수 있게. 반찬도 한 그릇에만 낸다. 뭔가 그럴싸한 요리를 먹고 싶으면 외식을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밖에서 먹는 음식이 부담스럽다. 몇 입만 먹고 쉽게 질리고, 또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다 먹기가 힘들다. 남기는 것도 힘들고. (음식 버리는 거 싫어요!) 그래서 더 집 밥을 좋아하게 되었고, 웬만하면 도시락을 싸다닌다. 이나가키 에미코 씨처럼 매일이 똑같은 반찬, 똑같은 메뉴라고 해도. 매번 그 맛이 다르다! 도시락은 거의 항상 볶음밥인데 똑같은 재료를 넣어도 맛은 항상 다르고, 저녁으로 먹는 고구마도, 같이 산 고구마라도 매일 그 맛이 다르다. 어쩔 때는 이나가키 에미코 씨처럼 매일 먹는 똑같은 메뉴인데도 어서 먹고 싶어 애가 달을 때도 있다. 




화려함을 덜어내고, 최대한 심플하게, 그래서 그 음식이라는 것에 가까워지면 맛을 좀 더 민감하게 느끼고,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이나가키 에미코 씨가 이 책에서 말하는 것도 말하자면 이런 거다. '화려할 필요 없어요,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되어요, 제철 음식으로 최대한 간단하게, 에너지는 적게 써서 만들어 먹어요, 간도 많이 할 필요 없어요, 조미료도 막 넣을 필요 없어요. 적당히 소금이나 된장, 간장으로 간만 하면 됩니다!'

화려한 음식, 공을 들인 음식, 세계요리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예술의 경지와 문화로 존중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또 이런 요리를 만들고 싶으면 만들면 된다. 하지만 그런 성격이 아닌 사람이 억지로 화려하고 복잡한 요리를 따라 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자취를 처음 하는 학생이나, 신혼 초, 혹은 아이들 밥을 챙겨줘야 하는 엄마들이 이런 중압감을 가지는 듯하다. 이런 중압감은 툭툭 털어내 버리고, '나는 내 성격에 맞는 요리를 하겠어, 그래도 충분히 맛있을 수 있어!'라고 결심하고 간단하게 요리하면, 보다 수월하고 가뿐하게 기쁘게 즐겁게 요리를 하고, 밥도 행복한 마음으로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먹고 마시는 일은, 곧 그 사람 그 자체다.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무엇에 행복감을 느끼고 즐거운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서 그 삶을 온전히 살면 된다. 이 책은, 사람이 먹고 마시는 다양한 삶의 방식 중 하나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이나가키 에미코 씨의 삶에 한 표. 
밥이 사실은 얼마나 달고 단지 아는 사람은 이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본다. 

그리고 세상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단맛'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도 이나가키 에미코 씨의 삶에 한 표를 던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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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0
존 스튜어트 밀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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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남자가 있다. 런던이 고향인 그. 그에게는 엄청난 교육적 열정을 갖고 있던 아버지가 있었다. 그래서 또래 친구와 단절된 채 3살 때부터 초특급 영재 교육을 받는다. 남자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한다. 10살도 되기 전에 플라톤의 저서를 원어로 읽었고, 라틴어 고전도 뗐다. 한가할 땐 자연과학 서적을 읽었고, 12살 때부터는 스콜라 철학을 공부했고 13살 무렵에는 애덤 스미스나 리카도의 정치경제학 책을 읽었다. 이후 프랑스와 영국을 오가며 내로라하는 인사들과 활발히 교류한다. 가령 생시몽이라든가, 장 밥티스트 세 같은 사람들 말이다. 남자는 17살에 동인도회사에 입사한다. 퇴사할 때까지 회사를 다니는 동시에 연구와 저술 활동을 했다. 


이 남자의 마음이 너무나 섬세했던 걸까. 이상과 다른 현실에 실망했던 것인지 스무 살 무렵 우울증에 걸렸고, 자살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 정서적 안정을 되찾고, 사람들의 행복과 자유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내이자 친구였던 해리엇 테일러와 나눴던 지적 대화들. 그는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집약해 글을 썼고, 그 글은 불완전하게나마 아내의 손길을 거치고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책이 완성되기 전에 아내가 죽었다). 그 남자가 쓴 책 이름은 『자유론』, 그 남자의 이름은 바로 존 스튜어트 밀이다. 





공권력의 폭정을 막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배적인 여론이나 정서의 폭정도 막아야 한다. 

(- 38쪽)

고전이 고전일 수 있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함 때문이다. 밀은 160년 전에 이 책을 썼지만,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그래서 그의 『자유론』은 고전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자유'는 사회로부터의 자유다. 산업혁명으로 영국 내 권력 구조 변화, 프랑스의 피비린내 나는 혁명을 보았기 때문일까, 밀은 다른 폭정들(독재 등등)과 마찬가지로 다수파의 폭정을 경계한다. 귀족이나 정치인들의 폭정만 위험한 게 아니라, 개개인들이 집단적으로 누군가를 억압하고, 압력을 가하는 것도 너무나 위험하다고. 


온 인류가 한 사람을 제외하고 동일한 의견을 갖고 있고, 오직 한 사람만이 반대 의견을 갖고 있다고 해서 강제력을 동원하여 그 한 사람을 침묵시키는 것은 권력을 장악한 한 사람이 강제력을 동원해서 인류 전체를 침묵시키는 것만큼이나 정당하지 못하다. 

(- 59쪽)

밀은 한 개인의 의견과 표현을 침묵시키는 것은, 사회에 심각한 해악이라고 보았다.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극히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이다. 과거에는 옳은 걸로 받아들여졌지만, 나중에 그것이 틀렸다고 드러난 것이 얼마나 많은가. 천동설이 그 예다. 프톨레마이오스라는 아주 대단한 저작, 『알마게스트』 때문에 유럽은 1,500년 동안 오독으로 인한 무지의 검은 장막에 덮여 있었다. 


인간은 토론과 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잘못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 단지 경험만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고, 반드시 토론이 있어야 한다. 토론은 경험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 65쪽)

장래가 촉망되는 수많은 지성들이 겁을 집어먹고서, 사람들로부터 불경스럽다거나 비도덕적으로 여겨지게 될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을 염려해서, 자신만의 사고를 대담하고 활발하게 추구해 나갈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 세계가 입게 될 손실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 91쪽)

현재 우리에게도 유효한 말들이다. 우리 사회는 변하고 있고, 달라지는 성 역할과 사회 어느 곳에든 존재하는 갑과 을의 관계가 비틀리고 진동하고 있다. 서로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상대방의 말에 마음을 열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혐오 발언이나, 도발적인 행동으로는 한계가 있다. 잠시 잠깐 주의를 끌 수 있지만, 원하는 미래를 끌어당겨 올 수는 없다.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생각의 자유가 있음을 인정하고, 상대의 말에 경청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요즘 넷플릭스의 <더 크라운>을 보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에 대한 드라마다. 재임 기간 동안, 영국 사회는 정말 많이 변했고 변한 사회의 요구에 따라 영국 왕실은 '타협' 혹은 '딜'을 하면서 변화를 꾀했다. 영국에 고고히 흐르고, 밀이 『자유론』에서도 말하는 자유주의 문화 때문인 것 같기도 한데, 이 드라마 속 인물들은 처음엔 불쾌하고 상대방의 생각에 끝까지 동의하지는 않는다 해도, 받아들일 건 받아들인다는 인상이 강했다. 극 중 엘리자베스 여왕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도 일단 그 사람을 부르던지, 아니면 본인이 찾아가든지 대화를 하고, 그 후에 타협하거나 딜을 한다. 일단은 대화다. 그리고 대화는 자유라는 토대 위에서 자기 생각을 펼칠 때 할 수 있다. 자유가 없는 대화와 토론은, 이미 대화와 토론이 아니다. 


『자유론』에서 밀은 개인의 개성도 강조한다. 


사람들마다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 고통을 느끼는 예민함의 정도, 그런 것들에 대해 반응하는 육체와 정신의 기제 같은 것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자에게 맞게 개개인이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갈 수 없다면, 자신이 본래 누릴 수 있게 되어 있던 행복을 누릴 수 없게 되고, 각자의 본성 안에서 이룰 수 있는 정신적이고 도덕적이며 미적인 최고의 발전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 159쪽)

밀은 이 책에서 영국 사람들이 개성이 줄어들고 있다며, 모두가 비슷해지고 모두가 똑같아지고 있다며 통탄한다. 아마, 20세기 대중문화를 봤다면, 밀은 기절했을지도 모르겠다. 모두 너무나 다 똑같이 보여서... 똑같은 머리, 똑같은 옷, 똑같은 말투, 똑같은 생각들. 모두 본인이 원해서 선택했다고 하지만, 알게 모르게 대중의 압력이 우리 개개인을 누르고 있다. 


밀의 생각처럼, 개성은 개인의 자유의 근간이자, 자유의 발현이기도 하다. 과연 우리 사회는 어떤지, 다른 사람의 개성을 잘 존중하는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사실 밀의 『자유론』은 어려운 책이 아니다. 고전은 어렵지만, 의외로 어렵지 않은 고전도 많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행동하기가 너무 어렵다. 위에 발췌한 내용인데, 오로지 한 명만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을 때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쉬울까, 묵살하고 억압하는 것이 쉬울까. 여전히 후자가 쉬운 세상이다. 앞으로 우리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쉽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다만 확실한 것은 권력에 대한 자유, 사회(대중)에 대한 자유는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문제이리라 본다. 끊임없이 갈등이 생기고, 끝없이 투쟁할 것이다. 그런 만큼, 밀의 『자유론』도 계속해서 고전으로 읽힐 것이다.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유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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