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흐름을 꿰뚫어보는 금리의 미래
박상현 지음 / 메이트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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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국 국채 시장이 요동을 쳤다. 뭔 큰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작은 소문 하나가 발 달린 듯 시장을 헤집고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그 소문은 일본에 관한 것이었다. 소문의 내용은 이렇다. 일본이, 제로에서 꽉 얼어붙어있는 금리를 드디어 올릴 논의를 시작한 거 같다는 것! 

그러니까 일본 중앙은행이 언론에 '우리 금리 올려요~♡'라고 발표한 것도 아니고, '이제 한계네요, 이제 금리를 좀 올려야겠습니다'라고 멘션을 던진 것도 아니고, 그냥 모 언론이 보도한 '금리를 올릴 논의를 시작한 것 같다'는 소문만으로 국채 시장이 출렁거렸다. 

아, 무섭다. 무서워. 금리라는 게 무엇이기에 '~인 것 같다'는 소문만으로 시장이 난리 법석인 걸까. 

예전에는 저금리 기조에 때문에 앓는 소리가 들리더니, 언젠가부터 금리가 상승할 거란 예측 때문에 앓는 소리가 들린다. 뭐지, 뭐지? 금리는 떨어져도 문제고, 올라도 문제인 거야?! 게다가 요즘에는 '저금리 시절이 호시절이었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음, 나에게 금리, 즉 이자율은 통장 만들 때다 관심 있게 보는 숫자 조합에 불과한데. 

금리는 돈을 빌린 대가로 지불하는 자금의 이용료인 이자를 원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즉 금리는 자금 사용료다. (- 59쪽)
주요국의 중앙은행이나 한국은행이 다른 가격변수들보다 금리 하나만을 정책변수로 관리하는 이유는 금리가 경제 및 자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일 것이다. (- 48쪽)
다른 골 아픈 경제 지표도 많고 많지만, 한국은행도 그렇고, Fed도 그렇고,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그렇고 제일 신경을 많이 쓰고, 까다롭게 여기는 것이 바로 '금리'다. 중앙은행의 금리 발표는 모든 언론사와 돈 좀 굴리는 사람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중앙은행의 금리 발표에 누군가는 가슴 쓰러내리며 안심하고, 누군가는 불안해 밤잠을 설친다. 

그래서 읽어 보았다. 금리에 관한 요 책! 




미래를 알려면 과거를 알아야 하고, 현재를 알아야 하듯 이 책은 저성장 기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지금까지의 금리를 깊이 있게 다루고, 앞으로의 금리도 예측한 책이다.  

우선 과거를 볼까요?!

/ 과거 /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1920년 대 대공황과 1990년 대 초반 일본 버블 붕괴 같은 심각한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로 미 연준,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등은 제로금리정책과 함께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인 양적완화정책을 잇달아 추진했다. (- 33쪽)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경제 위기는 세계 경제에 생채기를 낼 만큼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거의 90년 전이지만 온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 준 '세계 경제 대공황'이 또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과 일본 버블 붕괴 같은 충격적인 일이 세계 경제에도 일어날까 봐 각 나라들은 돈을 풀기 시작한다. 가령 정부가 채권을 막 사들여서 돈을 시장에 마구 쏟아내는 것이다. 

이런 막대한 유동성 공급으로, 디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낮은 금리로 은행에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으니까 사람들이 너도 나도 집을 사고, 그래서 전셋값과 집 매맷값이 폭등한 걸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각 중앙은행과 정부가, 10년 전의 금융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바로잡지 않고, 임기응변으로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로 행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저금리 뒤에 잠재적인 리스크가 많다. 특히 오늘처럼, 소문 하나로도 시장이 출렁거리는 걸 예로 들 수 있다. 예전에는 경제에 일정 패턴이 있어서, 불확실성이 지금보다 낮았다. 하지만 10년 동안 초유의 양적완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졌고, 경제 지표들도 예전과 다른 양상을 많이 띈다. 한마디로 예측성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것! 

게다가 10년 동안 매우 낮은 금리로 전 세계가 돈잔치를 했기 때문에, 아주 적은 금리 상승으로도 그 충격은 어마어마할 수 있다. 그래서 금리 상승에 관한 아주 작은 소문의 'ㅅ' 자라도 들릴라 치면, 시장이 요동을 치는 것이다. 


/ 현재 /

이제 판이 달라졌다. 저금리 시대는 저물고, 금리 상승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미국 경기 펀더멘탈에 대한 확신이 강해지고 있고, 실업률은 떨어지고 임금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물가 기대감도 오르는 중이다. 원자재 가격도 뿜뿜! 그리고 앞만 보고 돌진하는 거친 남자, 트럼프의 경제정책 트럼프노믹스(감세 정책, 인프라 투자 확대 등) 등으로 금리 상승 가능성이 쑥쑥 오른 것이다. 게다가 금리 상승 여건은 미국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곳곳에서도 마련되고 있다. 오늘 뜬 기사처럼 일본도~

이제 특별한 변수 없이는 금리 상승이 확실시되는데,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날까? 위기가 찾아올까?! 


/ 미래 /

이 책에서는 과거 미국 금리 인상 땐 늘 위기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이나 우리나 자산, 특히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고, 금리가 오르면 돈을 빌리고 갚기 어려워지니 자연스럽게 신용리스크가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니까 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 그리고 저성장 기조에 막대한 시장 돈이 IT 업계에 들어갔는데 금리가 상승한다면 IT 업계에 들어가는 돈이 줄어들 수 있고 그러면 경제 성장이 주춤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중앙은행에 맞서지 말라'는 시장의 속담을 전한다. 그리고 부채 관리는 당연하고, 경제 서적에 자주 등장하는 말,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말도 빼먹지 않고 한다(투자 포트폴리오 분산). '그레이트 로테이션', 그러니까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을 눈여겨 보라고도! 


/ 익숙함에서 탈피하기 /

금융위기 이후 원래도 낮았던 금리가 바닥을 뚫고 더 내려갈 기세를 보이자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많이 걱정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사람들이 있다. 낮은 금리를 레버리지(지렛대)로 이용해, 부동산도 늘리고, 금융 자산도 늘린 사람들 말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테지. 분위기는 바뀌겠지만, 경제 흐름을 읽고, 그 흐름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또 자산을 늘릴 것이다. 발만 동동 굴리거나, 정부나 세상 욕하기에 앞서 시장 흐름의 변화를 이해하고, 변수들을 제대로 이용해야 한다. 

결국 금리가 상승하거나 금리 상승이 중단되는 현상으로 금융시장의 불안 리스크가 확대될 개연성은 높아졌다. 미래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지만 통화정책 기조가 전환의 시대를 맞이했다. 금융시장의 미래, 특히 10년간 지속되던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금리 상승 시대가 개막하면 금융시장은 또다시 커다란 불확실성 리스크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익숙함에서 탈피해 변화된 금리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노력과 대비가 필요하다. (- 296쪽)

# 저자의 직업은 이코노미스트로, 책 역시 '이코노미스트'스럽게 분석적으로 쓰였다. 그러니까 금리로 돈 좀 번 일반인이 쓴 재테크 책이 아니다. 뭐, 이 책 중간에 어디에 투자하라는 말이 조금(아주 조금) 나오지만, 재테크 투자 목적으로 읽을만한 책은 아니다. 

# 다만, 10년 동안 초저금리 시대였던 원인과 결과, 그리고 현재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 아주 쉽게 설명해 놓아 경제를 잘 모르는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다.

# 국내외 경제의 전반적 상황과 흐름을 잘 알고, 깊이 이해해야 투자든, 재테크든 잘 할 수 있는 것이므로 금리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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