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지막 히어로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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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들어서 앉은 자리에서 한 번 더 읽고, 며칠 지나서 또 한 번 읽었다. 고인이 된 저자가 살아생전 쓴 총 다섯 편의 소설 중 이 책을 제일 좋아했다고 하던데 과연 그럴만하다고 본다. 저자의 다른 소설 4편은 안 읽어봤지만, 이 책은 마음을 끄는 데가 많다. 우선 작가가 주인공인 '리즈'에서 자신을 많이 투영한 듯했다. 자전적인 요소가 분명 있으나 그 외에도 작가가 바랐던 인생, 저자가 원했던 '자신의 상'을 주인공에게 투사한 것이 느껴졌다. 그러니 작가가 이 소설에 애착을 가질 수밖에. 나부터도 마음에 쏙 드는데. 주인공 '리즈'로부터 내가 원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리즈'는 저자나 나뿐만 아니라 어쩌면 모든 여성, 아니 모든 사람이 바라는 모습을 가졌다. '열정', '실행력'



줄거리는 간단하다.


어느 날 주인공 '리즈'가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록키3>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록키3>의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권투 챔피언이 된 록키 발루아는 되는 대로 막 살다가 나태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도전자에게 완전히 패했고, 화가 난 록키 발루아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한다. 그는 분노했다. 그의 분노는 흡사 '호랑이의 눈'과 같았다(록키의 유명한 주제곡 제목이 'Eye of the Tiger'다). 호랑이의 눈을 뜬 록키 발루아는 도전자를 이기고 다시 권투 챔피언의 타이틀을 거머쥔다. <록키3>를 본 날, 집으로 돌아온 리즈는 독감으로 인한 고열에 시달린다.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응급 왕진을 온 의사가 본인의 모습으로 보인다. 정신이 혼미한 탓도 있었겠지만, <록키3>를 본 후 각성한 무의식이 그런 환각을 보게 했으리라. 완쾌된 아침, 리즈는 결심을 한다. 예전에 접었던 꿈, '의사'가 되기로. 리즈 역시 리즈만의 '호랑이의 눈'을 떴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의 록키 발보아처럼 그녀는 되는 대로 살면서 죽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잔을 내려놓고 일어났다.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록키 발보아처럼 일어날 것이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스물다섯 살이었다. 지금이야말로 다시없는 기회였다. 


다시 훈련을 시작하는 록키 발보아처럼 그녀는 공부를 재개할 것이다. 


공부를 더 할 것이다. 


의과대학 공부를 다시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공부를 마칠 것이다. 


결심이 섰다. 의사가 될 것이다. 


엠마뉘엘 베르네임, 『나의 마지막 히어로』, 15쪽


그녀는 주저 없이, 망설임 없이 의사가 될 준비에 착수했다. 계획대로 일을 그만뒀고, 학교에 가기 쉬운 곳에 방을 새로 얻었고, 학교에 복학했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약한 사람으로 대하던 남자친구와는 영영 헤어졌다. 자신의 꿈에 콧바람을 뀌던 부모와도 영영 연락을 끊었다. 그녀는 6년 동안 오로지 의학 공부에 매진한다. 종종 록키 주제곡인 Eye of the Tiger를 듣는다. 힘들어도 치열하게 공부했고, 부족한 생활비를 버느라 일하는 곳에서 쪽잠을 자며 고된 생활을 했으나 그만큼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초췌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리즈는 또 한 번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러다 눈에 띈 '스포츠 클럽'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권투를 배웠다. 여성이라고 남성들에게 비웃음을 받았지만, 책 잡히지 않을 만큼 열심히 운동한 결과 차츰 남자들에게도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어느 날 그곳에 거울을 교체하기 위해 왔던 '장'에게 첫눈에 반하고 미련 없이 권투를 그만둔다. 그리고 학위를 따고, 장과 결혼한다. 리즈는 아이를 둘 낳았고, 일에서도 '대리 의사'에서'공동 개업의'로, 그다음 '개인 병원'을 열며 커리어를 쌓아간다. 일과 가정, 모두에 만족스러운 삶이었다. 치열하게 사는 동안에도 리즈는 록키 주인공이었던 실베스터 스탤론을 잊지 않았다. 시간이 없어도 그가 나오는 영화는 극장에 직접 가 봤으며, 아이를 낳은 후에는 영화관에 들어가진 못해도 영화 티켓을 끊으며 자기만의 약속을 지킨다. 그리고 혹시나 스텔론이 실패한 영화인으로 모두의 무관심 속에서 고독사 할까 봐 자신이 버는 돈의 10%를 쪼개 저축했고 이 돈을 자신이 죽은 후 스텔론에게 유증하고자 한다.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왼쪽 가슴에 멍울이 잡혔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 인턴이 권투 때문에 생긴 리즈의 팔의 멍을 보고 해줬던 말이 예언이 되었던 걸까. 인턴은 당시 이렇게 말했었다.


인턴이 권투는 여자를 위한 운동이 아니라며, 가령 가슴에 혈종이 생기면 종양이 될 수 있다고 연설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엠마뉘엘 베르네임, 『나의 마지막 히어로』, 32쪽


권투 연습 때 한 남성으로부터 세게 맞았던 왼쪽 가슴에 종양이 생겼다. 수술받기 하루 전 리즈는 막 개봉한 스텔론의 영화를 보고 이번엔 흥행할 것이라 예감하고 기분 좋게 돌아왔다. 그리고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나빴다. 리즈는 죽었고 그녀의 유증은 남았다.


어쨌거나 그녀는 행복했다. 죽기 전 그녀는 사랑하는 두 아이와 남편과 함께 있던 날, 자기 생에 최고의 행복감을 느낀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 그 존재를 느끼는 것. 이것만으로도 무한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가정도, 커리어도 그녀가 원하는 대로, 바람대로 잘 꾸려나갔으므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으리라.


끝에 그녀는 죽지만, 후회 없는 미련 없는 삶으로 나는 해피엔딩이라 생각한다.


///


이 책은 매우 얇다. 문체도 상당히 간결하다. 내용은 명확하며, 누구나 바라는 열정적인 삶이 적혀 있어 읽는 내내 어디에선가 'Eye of the Tiger'의 음악이 들려오는 듯했다(어렸을 때 TV만 틀면 이 음악이 흘러나오고 계단 위를 뛰어오르며 잽을 하던 스텔론의 모습이 나왔다. 90년 대에 티비를 본 사람이라면 이 곡은 정말 지겹도록 들었음)


내 가슴도 두근두근. 나도 록키 발루아처럼, 그리고 그런 록키 발루아를 보고 각성하고 자신이 원하던 삶을 흡족하게 살아낸 '리즈'처럼 살고 싶어졌다. 열정, 그리고 실행력.


내 삶에, 이것 외에 또 무엇이 필요할까. 열정과 실행력만 있으면 그 외의 것은 리즈처럼 모든 게 따라올 것이다. 아, 지금도 두근두근해.


열정적인 삶을 살고 싶은 분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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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천재가 된 홍 대리 - 세상에서 가장 쉽고 재미있는 생활 속 법률 상식 천재가 된 홍대리
김향훈.최영빈 지음 / 다산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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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우리를 에워싼 공기 같은 존재! 야망 있는 부모들이 왜 자기 자식은 법조계로 보내려 하는지, 좀 성공했다 싶은 사람들이나 지역에서 유지로 통하는 사람들이 왜 법 만드는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지, 이것만 봐도 법이 우리 사회에 상당히 중요하단 걸 알 수 있다. 법(헌법, 법률, 대통령령, 법원 판례 등 모두 포함해서)은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데, 왜냐하면 법은 우리 사회를 조직하고, 구성하고, 움직이도록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법을 만들거나, 집행, 판단할 일은 없다. 법은 상당히 전문적이기 때문에 법에 대해 깊이 알 필요도 없고, 자세히 알기도 힘들다.


다만, 일상 속에서 쓰이는 법을 알면 유익할 뿐만 아니라 억울한 일을 당할 경우도 확 줄어들기 때문에 생활과 가까운 법은 미리 꼭 알아두면 좋다. 그래서 읽어 보았다, 법률 천재가 된 홍홍홍~ 홍 대리!!


법률 천재가 된 홍 대리





자그마한 회사를 다니다가, 회사가 거의 망할 지경이 되자 퇴사하고 중소기업에 재취업한 홍 대리다. 입사한 지 2년 차!좌충우돌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제법 회사 굴러가는 사정도 어렴풋 알게 된 홍 대리. 그런 홍 대리가 일상과 회사에서 겪게 되는 일들로 법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그리며, '법알못 홍 대리'에서 '법률 천재 홍 대리'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소설 형식으로 쓰였으며, 중간중간 일반인에게 유익한 법 상식, 판례 내용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일단 이 책의 독자 타깃이 완전 법에 무지한 법알못들을 위해 쓰였으므로, 생 기초를 다루고 있는데 그럼에도 일상에서 쉽게 겪게 되는 일들을 다루고 있어 유익했다.


특히 유익했던 건 '내용 증명서'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작성 방법이었다. 아직 한 번도 내용증명을 받아 본 적도 없고, 보낸 적도 없지만 나 역시 언제 내용증명을 써 볼지 알 수 없으므로 미리 알아두는 건 유익하다고 본다. 예전에 교수님이, 부녀회 회장을 맡으셨는데(...남자 교수님이셨는데, 행정에 관한 일을 잘 안다고 부녀회 회장님이 되셨음), 마을의 골 아픈 민원 사항이 있어 어느 행정기관에 내용 증명서를 보내셨다고 했다. 수 년 간 지지부진했던 민원이, 교수님의 단 한 번의 내용 증명서 발송으로 일사천리로 민원이 해결됐다던 일화를 아직도 기억한다(느낌상 구석기 시대쯤 아주 오래전에 대학을 졸업한 것 같은데). 흠, 나도 뭔 일이 생기면 이 책에 본 대로 내용증명 보내볼 테야! (물론 이 책에도 소개되어 있듯, 내용 증명서 자체가 법적 구속력 있는 건 아니라서 아주 강력한 힘이 있는 서류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체국이라는 기관을 끼고 있다 보니 어느 정도 효력은 있다)


그리고 또 나에게 유익했던 건 바로 '소장'!! '소장' 역시 '내용 증명서'처럼 보내 본 적도, 받은 적도 없지만 이 역시 언제 어떻게 쓸 일이 있을지 모르고 미리미리 알아두면 좋다고 본다. 생활 법률 상식이 탄탄해야, 진짜 어른이 된 느낌!



///



이 책에는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내용들이 실려 있다. 업무상 계약서 작성 시 유의사항, 임금체불 진정서 작성법, 임대차 계약서 작성 시 유의 사항, 층간 소음 문제, 마을 변호사 제도 이용, 수술 동의서 등등.


사실 은행에 가서 통장 하나 만들려고 해도, 보험사에 보험 하나 들려고 해도, 인터넷 사이트나 앱에 가입하려고 해도 가입 직전 늘 읽어야 하는 '약관'에 동의해야 한다. 약관은 계약서이자, 동의서다. 꼼꼼히 읽고, 따져봐야 할 것들인데, 평상시엔 그냥 안 읽고 넘어가기 일수. 하지만 나중에 일 터지만 그런 약관을 들고 법원이나 관계 행정기관의 문을 두드려야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약관 독해 능력을 키우는 것도, 법에 한 걸음 다가서는 것으로 평상시 본인이 동의하는 약관은 꼭 한 번, 아니 그 이상 읽어두는 게 좋다.


법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 있다. 너무나 깊이 스며 있어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만큼!! 법은 우리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인데, 그런 만큼 우리도 깊이는 아니더라도 알아 둘 건 꼭 알아둬야 한다. 평상시에 짬짬이 알아두면 좋다.


『법률 천재가 된 홍 대리』는, 법에 대해 알고 싶으나 완전 하나도 모른다 싶은 분들에게 적합한 도서로 법률 입문서, 혹은 생활 법률서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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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미숙 창비만화도서관 2
정원 지음 / 창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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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서 가슴이 먹먹하고 왠지 알싸한 느낌이 드는 만화책을 읽었습니다. 창비에서 나온 『올해의 미숙』입니다. 이 작품을 그린이는 '정원'이라는 분으로 단편 「노르웨이 고등어」, 「삼점몇키로」를 그렸고, 웹툰 플랫폼에도 몇 편의 작품을 연재했습니다. 『올해의 미숙』은 정원 님의 첫 장편 만화입니다.



이 작품을 읽은 계기는 표지 때문입니다. 주인공으로 보이는 여성이 숲속 오솔길에서 홀로 선 채 뒤돌아선 모습이 어딘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도 같고, 나와 이어져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요. 당장에 달려가 저 옆에 서서 같이 걸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아마도 어린 시절, 몇 발 앞서가는 엄마가 저렇게 뒤돌아서서 내가 오는지 안 오는지 확인하고 빨리 오라고 부르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아련함 같은 게 느껴져요.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나를 부르고, 나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 알싸하게 슬픈 듯 설레는.


이 만화의 주인공은 '장미숙'이라는 여성입니다. 만화의 시작은 미숙의 언니, '정숙'이가 다발성 골수종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는 데서 출발합니다. 다발성 골수종은 혈액에 종양이 생겨 뼈를 녹이고, 뼈를 부러지게 합니다. 정숙은 처음엔 희망을 갖지만, 병세는 점점 악화되었고 결국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깁니다. 이때 정숙은 동생 미숙이에게 '아기가 낳고 싶어'라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미숙은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합니다.


어린 시절, 정숙이와 미숙이는 사이좋은 자매였습니다. 하지만 자매의 부모는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부모는 대학 동기로 함께 문학을 꿈꿨지만, 남편만 시인이 되었고 아내는 생활 전선에서 남편과 딸 뒷바라지를 하며 하루하루 고단하게 살아갑니다. 그런 아내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리 없습니다. 억울함, 야속함. 여러 마음이 들었겠죠. 아내는 남편에게 날 선 말들을 쏟아냅니다. 남편은 화가 납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책을 아내에게 던집니다. 하지만 책은, 아내에게가 아닌 막내딸 미숙이의 얼굴로 날아갔고 미숙의 얼굴엔 큰 흉터가 남았습니다. 엄마는 흉터 치료를 잘 하는 병원을 알아두지만, 딸을 데리고 병원에 가지 않습니다. 돈이 드니까요.


첫째인 정숙은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했고, 잘 따랐지만 아빠에게 딸은 안중에 없습니다. 아들이 아니란 이유로 사랑과 관심을 주지 않았던 거죠. 정숙은 시를 써 아빠에게 보여주지만 비웃음만 돌아옵니다. 반면에 둘째 미숙은 문학 재능을 타고났습니다. 큰 노력을 안 했음에도 상을 탑니다. 그래서 언니, 정숙이는 삐뚤어지기 시작합니다.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는 날이 점점 줄었지만 술을 마시고 집에 온 날이면 꼭 어머니에게 손찌검을 했습니다. 정숙이도 그 아버지를 따라 동생인 미숙이를 심하게 학대합니다. 폭력을 사실 이 책에 단 한 장면도 안 나옵니다. 하지만 여백의 느낌, 캐릭터들의 사소한 행동과 표정에서 잘 느껴집니다.


이런 가정 환경에서 사는 미숙은 학교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합니다. 친구가 없고, 반 아이들에게 '미숙아'라는 놀림만 당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김재이'라는 친구가 전학을 옵니다. 어딘가 날카롭고 카리스마 있는 아이입니다. 재이는 미숙이와 친구가 됩니다. 언니의 빈자리를 재이가 대신 채워주게 된 것이죠.


하지만 사정이 있어 재이와 헤어지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로 진학했을 때 둘은 다시 만납니다. 예전처럼 단짝 친구가 됩니다. 함께 못해 본 것도 하고, 1박 2일로 여행도 갔다 옵니다.


문제는 여행을 다녀온 다음에 터졌어요. 재이가 미숙이의 집안 이야기를 그대로 소설로 써서 상을 받게 된 것이죠. 미숙이는 화가 나서 재이에게 따집니다. 하지만 재이의 말, "뭐래. 쪼다년이."


...... 미숙은 충격을 받고 학교를 그만둡니다. 도서관을 다니며 검정고시를 통과합니다. 미숙은 예전과 달리, 도서관에서 만난 남자에게 먼저 다가가고 둘은 사귀기 시작합니다. 미숙은 직장을 구해 일하고, 집에서 나와 독립합니다.


그러는 동안 아버지는 병에 걸려 3년 만에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의 피를 이어 받은 언니도 다발성 골수종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다 죽게 됩니다. 생활력이 없어 열등감에 시달린 아버지는 살아생전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아버지를 갈망했던 정숙은 아버지의 재능을 받은 동생에게 열등감을 느껴 미숙에게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폭력을 행사하던 아버지와 첫째 딸 정숙은 벌을 받은 건지, 그렇게 병에 걸려 죽게 된 것이죠.


가족이 죽자 어머니는 미숙의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마침 예전에 살던 집은 허물어졌습니다. 옛 기억, 끔찍했던 일이 벌어졌던 그 집은 아버지, 언니와 함께 없어지게 된 것이죠.


학대를 한 사람이 모두 죽고 긍정적인 요소만 남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해피엔딩보다 깊은 여운을 남기고 끝납니다. 바로 마지막 컷 때문이 아닐까 해요.





그동안의 일들이 먼 미래처럼 느껴진다.


왜 '먼 미래처럼' 느껴질까요. 왠지 씁쓸하고 슬픈 느낌이 들어요. 리뷰를 찾아보니 대부분 긍정적인 결말이라고 하던데, 저는 새드엔딩처럼 느껴져요.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다시 되풀이할 것 같은 느낌. 왜 미숙이는 도서관에서 남자를 만났을까, 공부하는 남자가 아니라 일을 하는 생활력 강한 사람을 만났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들이 들었거든요. 사실 남자가 무슨 공부를 하고, 나중에 어디에 취직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그래도 앉아서 공부하는 사람이나 어딘지 어리숙한 사람보다는, 일을 하는 사람이나 세상 물정을 잘 알고 '생활과 직접 맞부딪혀 철이 든' 남자를 만났으면 했거든요.


그리고 학교를 그만두며 헤어졌던 '재이'가 작품의 끝부분에 다른 친구를 통해 다시 등장합니다. 만화엔 더 이상 실제로 등장하지 않지만, 재이가 쓴 소설책과 함께 나타나죠. 여전히 친구를 등쳐먹(?)으며 사는 것 같으나, 어쨌거나 재이는 미숙을 잊지 않고 그 주변에 있음을 드러냅니다.


재이는 조금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미숙이의 아픈 사정을 소설로 쓰고 상을 받을 만큼 나쁜 친구이긴 한데, 그럼에도 여행 갔을 때 재이가 한 행동을 보면 재이는 미숙이를 상당히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냥 친구를 뛰어넘어서요. 이때 미숙은 당황을 합니다. 어쩌면 이때 미숙이의 행동에 재이가 상처를 받아 그 앙갚음으로 소설을 쓴 것인지, 아니면 그냥 심심풀이, 혹은 떠보려고 툭 건드려 본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 작품은 대사가 많이 없습니다. 설명도 많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림의 사소한 변화나 작은 장치들을 보고 추측해야 합니다. 해석의 여지가 크고, 읽는 사람마다 다른 느낌, 다른 생각을 할 가능성이 높은 작품입니다. 그런 만큼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게 느껴져요.


사실 이런 소재, 이런 줄거리의 책은 이미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원의 『올해의 미숙』은 가슴에 여운을 깊게 남깁니다. 그뿐만 아니라 마지막 컷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어 이 작품의 완성도를 한 단계 높입니다.


먹먹하고, 아련하고, 알싸합니다.


어쨌거나 부디, 저 오솔길을 따라 긍정의 미래로, 밝음의 미래로 미숙이가 한 발 한 발 내디뎌갔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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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공부는 지식을 정리하는 기술 - 당신의 머릿속 뒤엉킨 지식들을 말끔히 정리해주는 공부법
파(pha) 지음, 김혜영 옮김 / 에스파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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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할 때 '공부'는 기술적 차원에서 다뤄야 하고, '배움'은 마음가짐이나 태도의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 둘 중에서 어느 한 가지만 익혀야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동안 '공부'와 '배움'을 적절하게 섞어 세상의 지식과 지혜를 익히면 참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바람으로 공부를 하고 배우고 있다. (하지만 둘 다 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ㅅ;)

공부는 기술이다. 세상에 이미 나온 지식이나 상식, 교양을 익혀 내 것으로 만드는 '기술'. 공부는 머리가 특별히 좋지 않아도 된다. 공부 기술만 잘 알면 여유롭게 공부하고도 수월하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은 '기술' 하나만으로는 불가능하고, '타고난 재능'과 '운'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수준은 아주 극소수의 사람에게 해당하며,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딱히 '재능'과 '운'이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사는 데 크게 불편하지 않다.

이 책은 PHA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일본인이 쓴 책이다. PHA는 일본 명문대 중 한 곳인 교토대 출신으로, 대학 졸업 후 취업했다가 직장이 자신과 맞지 않아 사직하고, 현재 프리터로 먹고살고 있다고 한다. 저자가 이 책에 언급한 걸로 추측하면 이 분은 작은 사업과 블로그 운영, 책 집필로 생활하는 듯하다.

아무튼 저자는 그렇게 죽어라 공부하지 않았음에도, 남들이 죽어라 공부해서 겨우 들어가는 교토대를 한 번에 진학했다. 취직도, 현재 돈벌이도 다른 사람처럼 그렇게 죽어라 애쓰며 한 적은 없다. 쉬엄쉬엄, 즐겁게 공부하고, 여유롭게 일하며 인생을 즐기는 삶을 산다.

남들은 죽어라 노력해도 성취하기 힘든 것을, 저자는 어떻게 수월하게 하는 걸까?





저자는 우선 즐기며 공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든다.


1. 습관의 힘으로
2. 게임하듯이
3. 재미있는 것는 것만


이게 저자가 말하는 공부를 즐기듯 할 수 있는 기본 방법이고,
추가로 공부한 것을 잘 정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4가지를 든다.


1. 디지털보다 아날로그
2. 무엇이든 글로 쓰기
3. 정보보다 메타정보로 기억하기
4. 시간제한 두기


인간은 5감이라는 감각을 가지고 있는데 눈으로만 보는 '디지털'보다 시각, 촉각, 후각, 청각이 다 자극받을 수 있는 '아날로그' 형식으로 된 매체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 공부한 내용을 한 번 휘갈겨 써보고, 그다음 스스로 공부한 것을 정리해 자기만의 언어로 글을 써봐야 한단다. 그러면 머리에 훨씬 오래 남는다고. 또한 인간의 뇌는, 단순한 정보보다 <메타 정보>라는 얼기설기 이어지고 연결되어 있는 정보 형태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한다. 왜냐하면 정보는 단독적으로 있는 건 없고 모든 게 고구마덩굴처럼 엮여 있기 때문이란다. 하나하나 따로 외우는 것보다 하나의 정보에 대한 배경 지식이나 연관된 정보 등을 함께 습득한다면 지식을 보다 잘 기억하고 정리할 수 있단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 하나. <시간제한 두기>
사람은 시간을 제한하지 않으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면 공부하고 외워야 할 것들을 아무리 오래 손에 쥐고 있어도 오래 기억할 수 없단다. 반면, 공부에 시간제한을 두면 집중력이 높아져 잘 기억할 수 있고, 그 지식을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만들어 온전히 나의 지식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위에 발췌한 3가지, 4가지 방법은 책의 초반에 나오는 부분인데 정말 공부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그 외에 이 책의 본문에 나오는 내용은 공부 기술이라기보다는 독서 방법론에 가깝다. 이 책의 제목만 보면 학생들의 학교 공부, 수험 공부 요령을 알려주는 것 같지만 본문을 보면 독자 대상이 학생이라기 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쓰였다.

그러니까 본문의 기술적 방법은, 독자 개개인마다 공부해야 하는 분야나 공부 스타일에 따라 가볍게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고, 이 책에서 제일 중요하고 꼭 기억해둬야 할 부분은 바로 저 위, <3가지 / 4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7가지 방법만 제대로 익히면 어떤 공부든, 어떤 일이든 크게 힘들이지 않고 자발적이고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 내용을 너무 야박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이 책의 저자도 이런 식으로 말한다.

애초에 책은 한 권의 분량이 꽤 길기 때문에, 책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흡수해서 이해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책을 읽다가 중간에 한 구절이라도 놀라거나 감동한 부분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가치 있는 독서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한 권에 세 개 정도의 구절을 발견했다면 월척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책 쓰는 입장에서 이야기해 보자면, 책은 일반적으로 대략 200쪽 이상인데 진짜 전하고 싶은 핵심 내용은 어떤 책이든 20쪽만 있으면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PHA, 『결국, 공부는 지식을 정리하는 기술』, 에스파스, 2019

위의 7가지만 잘 기억해두고, 공부한다면 원하는 수준까지 실력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아는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위의 저 7가지 방법으로 했다(학원에 가거나 과외 일절 없이). 이 외에 이 책에서 세부적으로 언급된 공부 방법들은 개인의 취향이나 습관, 해야 하는 공부 내용에 따라 스스로 응용해 받아들이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정립해 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


* 이하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들 *

- 그 일을 즐기는 사람을 살펴봄으로써 그 세계의 분위기를 파악해 보자. (58쪽)

- 생소한 분야를 공부할 대는 최소한 책을 세 권은 읽는다. (61쪽) 

- 어떤 것을 공부하고 기억한다는 것은 책을 읽고 머릿속의 단기기억에 들어간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63쪽) 

- '3보 진전에 2보 후퇴' 잊어버릴 때마다 같은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더듬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저절로 몸에 밴다. 단순 작업은 꾸준히 반복해야 하니 귀찮지만 이 부분은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들여 보자. (64쪽) 

- 읽은 내용을 다시 한 번 읽거나 이해한 것을 적은 글을 다시 읽어보기를 거듭하면서 정보를 자신의 피와 살로 만들어 보자. (64쪽) 

- 노트는 몇 번이고 다시 읽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다. (65쪽)

- 복습이라는 것은 장시간 하는 것보다 단시간으로 반복해서 하는 편이 기억에 더 잘 정착된다. (67쪽)

- 복습만큼 중요한 것은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시간이다. (69쪽) 

- 걸을 때의 리듬감 있는 진동 덕에 머릿속에서 어수선하게 얽혀 있는 생각과 정보가 차츰차츰 풀려가면서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걷다가 때때로(15분에 한 번 정도) '아까 외우려고 했던 세 가지가 뭐였더라'하고 떠올려 본다. 세 가지 모두 한 번에 떠오른다면 통과다. 떠오르지 않을 때는 종이에 적은 내용을 다시 확인해 본다. 이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 메모한 내용은 메모지를 보지 않고도 완벽하게 더 올릴 수 있을 때까지 쭉 주머니나 지갑 안에 넣어 다닌다. 

- 공부란 정보를 무시하고 편해지려는 '뇌의 잘 질리는 성질'과의 끝없는 싸움인 셈이다. (74쪽) 

- 정보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관련된 정보의 네트워크 안에서 다른 것들과 연결되어 성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보가 실제로 도움이 되려면 단순히 정보 하나만 알아서는 소용이 없고 그 정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문맥'과 '사상'과 같은 메타정보가 필요하다. (82쪽) 

- 독서란 수많은 문자열 속에서 어느 부분에 자신이 반응하는가를 찾아가는 자아와 같은 행위인 셈이다. (93쪽)

- 무엇이든 자유롭게 많이 할 수 있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할 수 없는 게 많을 때 오히려 몇 안 되는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99쪽)

- 기간이 정해져 있으면 그 기간 내에 읽어야겠다는 동기부여, 즉 '제한의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105쪽) 

- 공부한 내용을 노트에 정리할 대도 나는 최대한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 고리를 많이 만들어둔다. (110쪽)

PHA, 『결국, 공부는 지식을 정리하는 기술』, 에스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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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제로, 혼자 시작하겠습니다 -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이익을 남기고 여유롭게 사는 1인 비즈니스 성공법
야마모토 노리아키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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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작년, 우리나라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었다. 아직 총 인구는 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2020년인 내년 초에 전체 인구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업 혁명 이후 인구는 대체로 늘기만 했지 줄어든 적은 거의 없다. 20세기 초중반, 양차 대전으로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죽었지만 전쟁이 끝나면 거의 매번 폭발적으로 인구가 늘었기 때문에 언제나 인구가 느는 것을 걱정해야만 했었다.


그런데 이제 시대가 바뀌어서 인구가 감소하는 것을 걱정해야 할 때가 왔다. 게다가 인구가 줄 때 어떤 사회 문제가 생길는지 실증적 연구가 없다. 지금은 줄어두는 '출산율'을 보고 우려의 시선만 던지고 발만 동동 굴리고 있는데, 몇 년이 지나 생산가능인구가 본격적으로 줄기 시작하면 사회적 혼란이 매우 클 것으로 생각한다.


어쨌거나 인구는 줄고 있고, 출산율을 높이자며 캠페인을 해도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 것이다. 그냥 발만 동동 굴리기보다는 인구 감소 시대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각자가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인구 주기와 경제 주기를 갖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인구 변화와 경제 변화를 예측하려면 우선 일본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읽은 책이 『사원 제로, 혼자 시작하겠습니다』이다. 이 책의 저자는 취업 후 10년간 회사를 다니면서 틈틈이 공부해 세무사 자격증을 따고, 현재 1인 세무사무소를 운영 중에 있다. 세무 컨설턴트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할 듯.


이 책은 변화하는 사회와 변화하는 인구구조를 말하며, 지금까지의 성장 시대와 완전히 다른 '경제 규모가 점차 축소'되는 새로운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적응을 해야 하는지 짚어 본다.


이제부터는 '돈이 많지 않아도 쾌적한 삶'을 사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는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회사는 '매출이 점차 줄어든다', 그리고 개인은 '급여가 점차 줄어든다'는 점을 전제하여 이에 맞는 계획을 세우고 회사와 가계를 꾸려나가야 한다.

야마모토 노리아키, 『사원 제로, 혼자 시작하겠습니다』, 21세기북스 (20쪽)


'성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은 이제 완전히 버리자. 성장하지 않는 세상에서 어떻게 즐겁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는 쪽이 더욱 건설적이고 건강하다.

야마모토 노리아키, 『사원 제로, 혼자 시작하겠습니다』, 21세기북스 (21쪽)


노동의 가치가 낮아져서 임금이 줄어들면 구매력도 떨어진다. 또한 같은 물건을 만드는 비용도 줄어들 테니 물건의 가치도 낮아질 것이다.

야마모토 노리아키, 『사원 제로, 혼자 시작하겠습니다』, 21세기북스 (29쪽)


회사의 규모는 자연스럽게 커진다거나 회사를 키우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는 말도 성장기에나 들어맞는 이야기다. 성장기는 끝난 지 오래다. 우리는 회사를 크게 키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유념해야 한다.

야마모토 노리아키, 『사원 제로, 혼자 시작하겠습니다』, 21세기북스 (20쪽)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도 예전에는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많은 사람들이 바랐다. 일단 대기업에 취업만 하면, 평생직장 보장! 먹고 살 걱정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젊었을 적 사람들이 선망하던 대기업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고 한다. 많은 기업들이 망했고, 망하지 않은 기업이라도 규모가 많이 축소돼 옛날과 다른 위상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저출산으로 경제 규모가 축소되는 시대에 대기업은 더욱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대기업은 태생적으로 '확장'을 해야만 유지되는 시스템인데 축소 시대에 걸맞지 않은 시스템이며, 회사는 확장보다 축소가 훨씬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리스크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이유로 저자가 제시하는 것이 바로 '사원 제로', 1인 기업이다. 우선 저자부터 1인 기업을 운영 중에 있다. 세무사 자격증을 딴 후 세무 컨설턴트로 일하며, 간간이 집필도 하며 강연도 하면서 돈을 번다.


저자는 사회 규모가 축소되므로 기업도 축소되는 게 적절하다고 보며, 최대한 고정비용을 줄이는 게 옳다고 주장한다. 반면 생산성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고! 그리고 최소한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가 중요하다는데, 만약 매출을 높이겠다고 노력하면 회사는 어쩔 수 없이 확장해야 하는데 그러면 비용이 높아지고 여러모로 부담이 크다. 인건비, 인사 문제, 지대 등등.


1인 기업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세율 공부는 꼭 해야 하고, 100세까지 자금 계획표를 만들어 수입과 지출을 계획성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어쨌거나 비용 절감을 습관화해 억지로라도 매월 비용 절감을 실천해야 하다고 한다. - 이건 고정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1인 기업의 사장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최대한 노동하지 말아야 한다. (...) 끊임없이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 결국 시간당 소득(이익)을 높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노동을 하면 할수록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야마모토 노리아키, 『사원 제로, 혼자 시작하겠습니다』, 21세기북스 (150쪽)


그리고 시간관리도 중요하다. 고정비를 줄이는 것과 같이 노동에 대한 시간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다고 한다.


'1인 세무사'인 나 또한 세금 업무는 엄격하게 시간을 정해 실행하고 있다. 주말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월요일과 금요일은 '세금 업무 금지의 날'로 정해서 긴급하고 중요한 업무 외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는다.

야마모토 노리아키, 『사원 제로, 혼자 시작하겠습니다』, 21세기북스 (155쪽)


남는 시간에는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을 기르거나 미래에 대비하는 활동을 해보자. 

야마모토 노리아키, 『사원 제로, 혼자 시작하겠습니다』, 21세기북스 (156쪽)


해당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재서 기록하고 있다. 일에 집중해서 빨리(물론 정확하게) 끝내기 위해서는 소요 시간을 정해두는 것이 좋다. (...) 매일매일 부족한 점을 개선해가며 꾸준히 계속하면 반드시 정한 시간에 끝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익숙해지면 설정 시간을 25분, 20분 등으로 줄여나간다. 그러면 일은 분명 빨라질 것이다. 

일과 일 사이에 생기는 틈새 시간도 중요하다. 전날까지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정해두고 대략의 소요 시간을 설정해두는 것이 좋다. (...) 실제로 업무 처리에 걸린 시간도 간략히 메모해 두고 늦었을 경우 원인을 간단히 검증한다. 가장 좋은 것은 업무별로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다.

야마모토 노리아키, 『사원 제로, 혼자 시작하겠습니다』, 21세기북스 (158쪽)


요약하자면 1인 기업은 일은 최대한 생산성 높게, 효율적으로. 여유시간은 최대한 많이 만들어 가치있게 활용하기!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인구가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사실 현재도 여러 경제 지표상 경제 규모가 축소될 신호가 조금씩 조금씩 커지고 있다. 개인마다 전략은 다를 테지만 어쨌거나 이 책의 저자처럼 우리도 사회 변화에 맞게 변하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


시의적절하게 이 책을 잘 읽은 것 같고, 여러모로 유익했다. 한동안 이런 쪽의 일본 번역서들을 좀 더 찾아 읽도록 해야겠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기적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확실히 정해두면 마음이 편해진다.

야마모토 노리아키, 『사원 제로, 혼자 시작하겠습니다』, 21세기북스 (207쪽)


이런 시대에는 어떻게든 '혼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 의존해서 살아간다는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으면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스스로 생각하고 목표와 계획을 세워 이를 달성하며 살아야 한다.

야마모토 노리아키, 『사원 제로, 혼자 시작하겠습니다』, 21세기북스 (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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