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공부는 지식을 정리하는 기술 - 당신의 머릿속 뒤엉킨 지식들을 말끔히 정리해주는 공부법
파(pha) 지음, 김혜영 옮김 / 에스파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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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생각할 때 '공부'는 기술적 차원에서 다뤄야 하고, '배움'은 마음가짐이나 태도의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 둘 중에서 어느 한 가지만 익혀야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동안 '공부'와 '배움'을 적절하게 섞어 세상의 지식과 지혜를 익히면 참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바람으로 공부를 하고 배우고 있다. (하지만 둘 다 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ㅅ;)

공부는 기술이다. 세상에 이미 나온 지식이나 상식, 교양을 익혀 내 것으로 만드는 '기술'. 공부는 머리가 특별히 좋지 않아도 된다. 공부 기술만 잘 알면 여유롭게 공부하고도 수월하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은 '기술' 하나만으로는 불가능하고, '타고난 재능'과 '운'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수준은 아주 극소수의 사람에게 해당하며,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딱히 '재능'과 '운'이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사는 데 크게 불편하지 않다.

이 책은 PHA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일본인이 쓴 책이다. PHA는 일본 명문대 중 한 곳인 교토대 출신으로, 대학 졸업 후 취업했다가 직장이 자신과 맞지 않아 사직하고, 현재 프리터로 먹고살고 있다고 한다. 저자가 이 책에 언급한 걸로 추측하면 이 분은 작은 사업과 블로그 운영, 책 집필로 생활하는 듯하다.

아무튼 저자는 그렇게 죽어라 공부하지 않았음에도, 남들이 죽어라 공부해서 겨우 들어가는 교토대를 한 번에 진학했다. 취직도, 현재 돈벌이도 다른 사람처럼 그렇게 죽어라 애쓰며 한 적은 없다. 쉬엄쉬엄, 즐겁게 공부하고, 여유롭게 일하며 인생을 즐기는 삶을 산다.

남들은 죽어라 노력해도 성취하기 힘든 것을, 저자는 어떻게 수월하게 하는 걸까?





저자는 우선 즐기며 공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든다.


1. 습관의 힘으로
2. 게임하듯이
3. 재미있는 것는 것만


이게 저자가 말하는 공부를 즐기듯 할 수 있는 기본 방법이고,
추가로 공부한 것을 잘 정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4가지를 든다.


1. 디지털보다 아날로그
2. 무엇이든 글로 쓰기
3. 정보보다 메타정보로 기억하기
4. 시간제한 두기


인간은 5감이라는 감각을 가지고 있는데 눈으로만 보는 '디지털'보다 시각, 촉각, 후각, 청각이 다 자극받을 수 있는 '아날로그' 형식으로 된 매체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 공부한 내용을 한 번 휘갈겨 써보고, 그다음 스스로 공부한 것을 정리해 자기만의 언어로 글을 써봐야 한단다. 그러면 머리에 훨씬 오래 남는다고. 또한 인간의 뇌는, 단순한 정보보다 <메타 정보>라는 얼기설기 이어지고 연결되어 있는 정보 형태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한다. 왜냐하면 정보는 단독적으로 있는 건 없고 모든 게 고구마덩굴처럼 엮여 있기 때문이란다. 하나하나 따로 외우는 것보다 하나의 정보에 대한 배경 지식이나 연관된 정보 등을 함께 습득한다면 지식을 보다 잘 기억하고 정리할 수 있단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 하나. <시간제한 두기>
사람은 시간을 제한하지 않으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면 공부하고 외워야 할 것들을 아무리 오래 손에 쥐고 있어도 오래 기억할 수 없단다. 반면, 공부에 시간제한을 두면 집중력이 높아져 잘 기억할 수 있고, 그 지식을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만들어 온전히 나의 지식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위에 발췌한 3가지, 4가지 방법은 책의 초반에 나오는 부분인데 정말 공부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그 외에 이 책의 본문에 나오는 내용은 공부 기술이라기보다는 독서 방법론에 가깝다. 이 책의 제목만 보면 학생들의 학교 공부, 수험 공부 요령을 알려주는 것 같지만 본문을 보면 독자 대상이 학생이라기 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쓰였다.

그러니까 본문의 기술적 방법은, 독자 개개인마다 공부해야 하는 분야나 공부 스타일에 따라 가볍게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고, 이 책에서 제일 중요하고 꼭 기억해둬야 할 부분은 바로 저 위, <3가지 / 4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7가지 방법만 제대로 익히면 어떤 공부든, 어떤 일이든 크게 힘들이지 않고 자발적이고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 내용을 너무 야박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이 책의 저자도 이런 식으로 말한다.

애초에 책은 한 권의 분량이 꽤 길기 때문에, 책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흡수해서 이해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책을 읽다가 중간에 한 구절이라도 놀라거나 감동한 부분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가치 있는 독서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한 권에 세 개 정도의 구절을 발견했다면 월척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책 쓰는 입장에서 이야기해 보자면, 책은 일반적으로 대략 200쪽 이상인데 진짜 전하고 싶은 핵심 내용은 어떤 책이든 20쪽만 있으면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PHA, 『결국, 공부는 지식을 정리하는 기술』, 에스파스, 2019

위의 7가지만 잘 기억해두고, 공부한다면 원하는 수준까지 실력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아는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위의 저 7가지 방법으로 했다(학원에 가거나 과외 일절 없이). 이 외에 이 책에서 세부적으로 언급된 공부 방법들은 개인의 취향이나 습관, 해야 하는 공부 내용에 따라 스스로 응용해 받아들이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정립해 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


* 이하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들 *

- 그 일을 즐기는 사람을 살펴봄으로써 그 세계의 분위기를 파악해 보자. (58쪽)

- 생소한 분야를 공부할 대는 최소한 책을 세 권은 읽는다. (61쪽) 

- 어떤 것을 공부하고 기억한다는 것은 책을 읽고 머릿속의 단기기억에 들어간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63쪽) 

- '3보 진전에 2보 후퇴' 잊어버릴 때마다 같은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더듬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저절로 몸에 밴다. 단순 작업은 꾸준히 반복해야 하니 귀찮지만 이 부분은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들여 보자. (64쪽) 

- 읽은 내용을 다시 한 번 읽거나 이해한 것을 적은 글을 다시 읽어보기를 거듭하면서 정보를 자신의 피와 살로 만들어 보자. (64쪽) 

- 노트는 몇 번이고 다시 읽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다. (65쪽)

- 복습이라는 것은 장시간 하는 것보다 단시간으로 반복해서 하는 편이 기억에 더 잘 정착된다. (67쪽)

- 복습만큼 중요한 것은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시간이다. (69쪽) 

- 걸을 때의 리듬감 있는 진동 덕에 머릿속에서 어수선하게 얽혀 있는 생각과 정보가 차츰차츰 풀려가면서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걷다가 때때로(15분에 한 번 정도) '아까 외우려고 했던 세 가지가 뭐였더라'하고 떠올려 본다. 세 가지 모두 한 번에 떠오른다면 통과다. 떠오르지 않을 때는 종이에 적은 내용을 다시 확인해 본다. 이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 메모한 내용은 메모지를 보지 않고도 완벽하게 더 올릴 수 있을 때까지 쭉 주머니나 지갑 안에 넣어 다닌다. 

- 공부란 정보를 무시하고 편해지려는 '뇌의 잘 질리는 성질'과의 끝없는 싸움인 셈이다. (74쪽) 

- 정보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관련된 정보의 네트워크 안에서 다른 것들과 연결되어 성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보가 실제로 도움이 되려면 단순히 정보 하나만 알아서는 소용이 없고 그 정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문맥'과 '사상'과 같은 메타정보가 필요하다. (82쪽) 

- 독서란 수많은 문자열 속에서 어느 부분에 자신이 반응하는가를 찾아가는 자아와 같은 행위인 셈이다. (93쪽)

- 무엇이든 자유롭게 많이 할 수 있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할 수 없는 게 많을 때 오히려 몇 안 되는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99쪽)

- 기간이 정해져 있으면 그 기간 내에 읽어야겠다는 동기부여, 즉 '제한의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105쪽) 

- 공부한 내용을 노트에 정리할 대도 나는 최대한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 고리를 많이 만들어둔다. (110쪽)

PHA, 『결국, 공부는 지식을 정리하는 기술』, 에스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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