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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뜸해졌지만 일년전만해도 신용카드부채로인한 사회문제가 연일 매스컴을장식했었습니다.
개인의무분별한소비를 탓하기도하면서 한편으로는 카드발급을남발한 카드사 더나아가서는 경기부양책이라는 이름하에 무분별한 카드남발을부추킨 정부까지 모두 질타의대상이되었습니다.
카드부채로인해 가정이파탄나고 범죄가일어나는일들이 연일 신문과방송을 떠들석하게했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매스컴이 떠들지않아서그렇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신용불량자로찍혀 고통을받고있습니다.
한순간의잘못된판단이(그것이 개인의책임이던 사회의책임이던)한사람의삶 아니 많은사람의삶을 망쳐놓을수있다는 아픈 교훈을 새겨놓았지만 이것의 휴유증은 아주 오래갈거같습니다.
미야베 미유키라는 일본의여성추리소설작가쓴 인생을훔친여자(원제는 火車)는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1992년도 일본에서 나온책입니다.
그러나 씁쓸하게도 이책에 묘사된 풍경은 오늘날의 우리나라의풍경과 너무나 흡사합니다.
신용카드의무분별한 발급,신용카드에의한 과소비열풍,그리고 거품이까지고난후의극심한불황,카드부채를못갚아 많은젊은이들이 신용불량자가되고 자살이잇달으며 악덕사채업자로인한 인신매매.그리고 인터넷판매회사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정보유출과이를 이용한 범죄들,보건소를가득매운 유기견들의모습등이 이소설의이름을 한국으로바꿔도 전혀 어색하지가않습니다.
더구나 우리와비슷한 호주제로인해 양자임이학교에서 드러나 아이가 놀림을받는모습등도 우리의모습과많이 닮아있습니다.
최근에 일본이 불황에서 벗어났다고하니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2010년도나되어야 불황에서 벗어나는거아닐까하는불안감도 들었고 그렇게 일본에서 문제가컸었던 제도를 소위 경기부양책이라고 시행했던 정부에대해서도 화가나기도했습니다.
말로는 반일을한다지만 속으로는 일본을따라하기바쁜 위정자들의행태가 씁쓸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사회적인문제를 다루어서만이아니라 작품자체로만보아도 이 "인생을훔친여자"는 한번쯤은 읽어보라고싶은 좋은작품입니다.
사회문제를다룬 추리소설이지만 그렇다고 모든것을사회탓으로만돌리지도않았으며 범인이나 피해자 어느쪽의손을 들어주지않습니다.
그렇다고 기발한트릭이나오는것도아니며 범인과형사간의 스릴있는 심리전이나오는건아니지만 그래서그런것을원하는 추리소설의팬들은 실망하실테지만 그럼에도 읽는동안은 지루하지가않습니다.
무엇보다 피해자였던 여자와 가해자였던 여자 두여자의삶이 특히나 피해자였던 여자의삶이 슬픕니다.
피해자였던 여자는 막대한카드부채를지고 개인파산자가되지만 우리가 개인파산자에게 갖는 통념 호하롭고 사치스러운 허영기가득한여자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저 힘들고 초라한삶에서 벗어나 행복을꿈꾸었던 보통의여자였을뿐입니다.
그녀와같은 술집에서 일했던 그녀의친구를 그것을 형사에게 뱀의허물벗기로 비유합니다.
즉 뱀이 목숨을걸고 몇번이나 허물을벗는이유는 다시태어나기위해서가아니라 다리를 갖기위해서라구요
다리를갖으면 자기삶이 훨나아질거라고 뱀은생각하는데 그중에는 다리를갖기를 포기한 뱀에게 다리를갖은것처럼 속이는 거울을파는 영리한뱀도있을거라구 말입니다.
과소비가 가장 큰행복인양 선전하는 것에대한 작가의재치있는 비유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실체가아니었고 그환상의거울이깨지고나면 남은것은 더 힘들어진 현실이었습니다.
바로 이런현실을깨닫고 새로운삶을살려던 때 여자는 삶을 빼앗깁니다.
그러나 가해자였던 그녀의삶은 더 슬펐습니다.
평범한 월급쟁이로 내집마련의꿈을꾸던 아버지의 순간의판단의잘못으로 악덕사채업자에게 가정이파탄나고 (아버지는 사채업자들에의해 섬에팔려가고 어머니는 매춘조직에 팔려갔다가 탈출하지만 결국 죽게됩니다)그녀자신도 고등학교도 졸업못하고 어렵게이룬 결혼도 파탄이납니다.
결국 사채업자에게 끌려가 섬에팔려가고 그중의한인간에게는 지독한시달림도받은것으로 짐작되는(집적으로 그녀의고난이묘사되지는않습니다)그녀는 어렵게 탈출에성공하지만 그지긋한 고난에서 벗어나기위해 인간이기를 포기합니다.
즉 자신처럼 가족이없고 홀홀단신인여자의 삶을훔치고 자신이 그여자가되어 새롭게 살기를바랬고 그렇게 될거같았지만 그 훔친인생이 그만 개인파산자의삶이었던거죠
결국 그녀가 올라탄것은 행복한삶으로가는 꽃수레인 花車가아니라 火車(불교에서 끔찍한죄인을불지옥으로데려가는끔찍한 불수레였던겁니다.
이러한 기막힌 아이러니를 작가는 2년전아내를잃고 양자인아들과 외롭게살아가는 따뜻한마음을가진 형사 혼마의추적을통해 애잔하게 묘사하고있습니다.
그러면서 신용불량자의문제는 개인과사회 모두가 공동으로 풀어가야하는문제지 일방적인비난이나 매도로써는 해결될수없음을 조용히 그러나 힘있게 이야기합니다.
개인의문제로만 몰아붙일수만 없는것은 현대를살아가는 우리모두가 과소비의유혹에 노출되어있고 자유로울수가없기때문일겁니다.
솔직히말하자면 저역시 카드빚은 꽤 지고있고 늘 그것들을사고싶은 유혹에 시달리니까요
마지막에 이작품을 추천했던 다른작가분은 이렇게말씀하더군요
여고생들에게 화장하는법을가르키기전에 카드의효율적인 사용법부터 가르켜야한다구요
그말에 정말 공감합니다.
학교나 가정에서 저축만강조할게아니라 올바른소비방법도 가르켜야한다고생각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거짓환상에속아 화차에 올라타는불행에 빠지지않을테니까요
뱀발/그런데 혼마형사는 과연 범인을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그녀를 체포했을까요?아니면 그냥 그녀에게 그녀가 실패했음을상기시키는것으로 끝났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