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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평점 :
덴마크하면 떠오르는 제일 먼저 떠올리는것은 "안데르센동화집"입니다.
그분의 "인어공주"는 제생애 처음의 새드엔딩동화였고 뒤이은 "성냥팔이소녀"와 "분홍신"역시 슬픈엔딩으로 그전까지 동화는 늘 해피엔딩이라는 기본적인관념을 산산조각내었습니다.
그래서 안데르센의동화중에서도 해피엔드인 동화가많음에도 "안데르센 동화"하면 떠오르는건 그야말로"슬픈동화"라는겁니다.
자라면서 덴마크뿐아니라 그이웃인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핀란드"의 이야기들은 어두운것이많다는것을 알았고 그들의 신화인 "북구신화"역시 "그리이스 신화"보다 훨씬 어두운이야기임을 알았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춥고 거친 자연환경이 가장 큰 원인인거같습니다.
바로 그 안데르센의 나라에서 나온 추리소설중 가장 걸작중의하나로 손꼽히는 작품이 "스밀라의눈에대한감각"입니다.
여기서 눈은 사람의눈이아니라 겨울에내리는 눈(雪)을가리키지만 우연히일치인지는 몰라도 여주인공이사물을보는 눈또한 남다르기에 사람의눈쪽으로 해석한다해도 무리는없어보입니다.
이책은 5년전에 영화가공개되며 책이번역되었지만 영화가 참패하면서 책도 별 주목을못끌고 일찍 절판되었다가 '다빈치코드"로일어난 추리소설붐을 타고 다시번역 올여름에는 가장 크게 히트한 소설이되었습니다.
솔직히 저도 이작품의 그자자한 명성으로인해 구입을했었는데 솔직히 고백하건데 별로 큰 감동은받지못했습니다.
물론 이작품이 일반적인 추리소설을 뛰어넘는 깊이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었지만 작가의 현학적인묘사에 너무 질려서인지 제기대에는 못미쳤습니다.
특히 여주인공인 수학과지질학에 조예가깊고 그세계에 매료되어있는탓에 저같이 수학과 과학이라면 거의 초등학생수준도못되는 사람에게는 계속되는 여주의현란한 수사를 감당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니 반면 수학이나 과학을전공하셨거나 거기에 대해서 조외가깊으신분들은 아마도 작품을제대로 음미하실수있을거같습니다.
이러한 현란한수사에반해 이야기의골격은 단순합니다.
도시의 저명한 덴마크의의사인 아버지와 이누이트족(덴마크의원주민들인듯합니다)인 사냥꾼인어머니사이에서 태어난 스밀라는 얼음과눈 숫자에대해 탁월한감각을지닌 30대의미혼여성입니다.
도시인아버지의삶에 반감을느끼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어머니의세계인 이누이트족도아닌 그녀는 세상과 어느정도 거리를둔 지적인여성이고 유일하게 이웃집의소년과 가깝게지냅니다.
그러나 그소년이 어느날 추락사하고 그죽음이 단순한 사고사가아니라는걸 눈치채고 그죽음의내막을 파헤치게된다는 내용인데 솔직히 추적의과정에는 여성탐정이 나오는작품답지않게 많은 액션이나오는데추리의과정이라든가 결말은 의외로단순합니다.
여주가 탁월한지적능력과 남성들과 힘의대결도 감수하는 대단히 매력적인 여성임에도 책자체로는 별매력이 안느껴지며 여주가 참 운이좋구나하고 느낄정도로 만나는사람들이 대부분여주에게 협조적입니다.
솔직히 정통 추리소설 즉 범죄의트릭풀기를선호하는분들에게는 그렇게 재미있게는 안느껴질거같고 추리에서 사회성을찾는분들도 만족하지못할분들이많을거같습니다.
그러나 "칼의노래"같이 사색적인 글을좋아하시면서 추리소설은 깊이가없어 별로라고생각하는분들에게는 의외의 좋은 독서경험이될거같습니다.
칼의노래만큼이나 작가의 자연과인간에대한 생각이 주인공의독백을통해 곳곳에묻어나있습니다.
아마도 이런점이 장르문학보다 순문학을선호하는 한국의독자들에게도 많은 인기를끈요인이된듯합니다.
확실히 "스밀라의눈에대한 감각"은 좋은 작품입니다.
그러나 작가의자의식이 너무 과잉된감이있고 묘사역시 조금 절제되었으면하는 아쉬움이있습니다.
"작가는 자기의사상이나 생각을 숨기면 숨길수록 더 좋은작품을쓸수있다"고했다는 어느 유명한철학자가말했다는데 스밀라의눈에대한 감각을보면 그말에 동의하게됩니다.
아무리 작품의전개를위해 필요했다고하나 눈에대한 묘사를 석장이넘기게하고 얼마못가 다시 중복하는것은 저같이 지질학이나 수학에무뢰한인사람에게는 버거운일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