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한 컬러 테라피
오현주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2년 1월
평점 :
절판


오현주 지음

여기저기서 "컬러 테라피"라는 단어를 자주 접했지만 무심코 지나쳤다. 그런데 이번엔 "내 아이를 위한 컬러 테라피"라지 않은가! 사춘기를 혹독하게 지나고 있는 아들 덕에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는 요즘이라 절실함을 가지고 열심히 읽었다. "색"에는 각각의 컬러가 지니는 힘이 있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사실인데 책에서 더 많은 사례를 알게 되었다. 나를 정말 놀라게 한 것은 시각장애인 화가가 정확하게 색을 구별하여 그림을 그려낸다는 것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촉각에 에너지가 몰려서 미세한 파장을 느낄 수 있게 감각이 예리하게 발달된 덕분이다.
이뿐이 아니다. 귀로 색을 듣는 또 다른 화가도 있다고 한다. 각 색상의 주파수를 구분하는 능력 덕분인데 이 모두는 컬러에 에너지가 있다는 반증이 된다. 작가는 부모가 자신의 컬러 성격을 제대로 알고 아이의 컬러 감정을 파악하면 아이의 잠재력을 알 수 있고 마음을 읽고 이해하는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얘기한다.
컬러 성격을 미리 알고 나와 아이가 어떤 배려를 해야 하는지 서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알아가면 오해로 굳이 힘든 길을 돌아가거나 서로의 진심을 몰라 당황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먼저 부모 컬러 성향 체크리스트를 통해 나의 색 3가지를 찾았고 후에 아이 컬러 성향 체크 리스트를 함께 풀며 확인했다.
나의 세 가지 색은 순서대로 골드, 레드, 핑크였다. 반면 아이의 세 가지 색은 그린, 블루/인디고, 블루그린이었다.
세상에... 내 속으로 낳았지만 이렇게나 다른 나와 아이라니!
나머지 9가지 색 역시 거의 반대 순서로 점수가 나왔다. 좋아하는 컬러는 그때그때마다 심리를 반영하기 때문에 감정에 따라 점수는 다르게 변할 수도 있다지만 이렇게 반대로 나오기도 어렵겠다. 아이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는 일이 힘들던 이유가 다만 성별이 달라서가 아니었구나 싶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는 목표 지향적이고 열정적이며 성취욕구가 있으며 도전적인 친절한 사람, 아들은 안정을 추구하며 성실하고 생각이 깊으며 성숙한 사람.
빨리빨리를 외치는 엄마, 천천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아이.
부모 마음을 12가지 색에 따라 분석하고 뒤따라 아이 마음 역시 12가지 색다른 설명이 되어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각자의 색에 따른 성향을 공부한 후에는 마지막 장 "부모와 아이의 컬러 동상이몽"에서 짝꿍 매치를 해두었는데 나로서는 제일 반가운 챕터였다.
자, 이제 나와 아이의 컬러 성향과 그에 따른 성격과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에 대한 해답이 친절히 여기에 들어있다.
나는 성격 급한 레드 부모이고 아이는 느긋한 블루 아이다. 불과 물, 우린 그렇게나 달랐던 것이다. 레드 부모는 승부욕이 강하고 욕심이 많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빠르기를 원하며 리더십 있는 아이를 바라고 아이를 위해 여러 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블루 아이는 신중하고 내향적이다. 모범생 기질이 있어 큰일을 저지르거나 과격하지 않다. 생각이 많고 새로운 것을 낯설어 한다. 정말 뜨끔했다. 책에 나온 그대로다. 우린 선호 컬러에 정형화된 모델 그 자체였다. 레드 엄마와 블루 아들!
레드 부모들은 욕심과 강박으로 아이를 몰아세우는데 이는 블루 아이를 더 두렵고 내향적으로 만든단다. 그저 블루 아이들을 존중하고 자신의 내면에서 에너지가 솟는 아이들이니 믿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니 난 정말 아무것도 몰랐구나. 느린 블루 아이의 마음을 빨리 움직이려면 명령어가 아니라 부탁과 제안하는 말투가 효과적이고 아이의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대지 말라고도 쓰셨다. 아이가 생각하고 결정하도록 시간을 주고 기다릴 줄 아는 부모가 되어야 하며 자기 의견을 말할 때 답답해도 기다려야 한다. 아이에 관해 모든 것을 알고 싶어도 지나치게 물어보거나 관여해서도 안된다. 아이를 믿고 독립적인 존재임을 인정해 주어야 아이는 사랑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니 정말 느끼는 바가 많다. 타고난 기질이 변하기도 한다지만 내가 나를 봐도 마음속 깊은 곳은 잘 변하지 않더라. 각 컬러 성향이 가진 장단점을 잘 살펴보고 아이의 긍정적인 잠재력을 일깨워주고 아이만이 가진 기질을 존중해 줄 때 아이는 바르게 성장할 것이다.
나의 마음 역시 더 들여다보고 아이가 지닌 성향을 이해하는 것이 행복한 모자 관계를 위한 초석이 될 거라고 믿는다. 이를 돕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번에 접해본 "컬러 테라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 보는 것으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와 둘이 나란히 앉아 12컬러(레드, 오렌지, 옐로우, 그린, 블루, 인디고, 퍼플, 마젠타, 블루그린, 핑크, 골드, 터콰이즈) 중에서 어떤 색의 성향을 더 가지고 덜 가졌는지 따져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제 아이도 본인과 엄마가 참 다른 색의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어떤 사안으로 갈등을 겪게 될 때가 오면 우리는 서로의 색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방문을 닫고 화를 내며 들어가기 전에 '그렇지, 우린 많이 다른 컬러의 성향을 지녔지.'를 떠올리면 순간 피식 웃게 될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더의 상상력 - 영웅과 우상의 시대를 넘어서
심용환 지음 / 사계절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뉴스엔 이제 겨우 두 달 남짓 남은 대선을 두고 말들이 끊이지를 않는다. 참 리더를 뽑아야 할 큰 선거를 앞두고 나처럼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뽑을 사람이 없다며 혀를 차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개혁의 가치를 다시 쓴 리더 김영삼과 표류하는 국가의 키를 잡고 정부의 역할을 재창조한 리더 김대중이라 명명하며 심용환 교수가 "리더의 상상력"을 들고 나왔다. 심용환 교수가 바라보는 리더와 리더십, 어떻게 그려냈을까. 교수님 강의를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는데 말씀 참 재미있게 하시고 강단 있게 하신단 느낌을 받았단 터라 두 전 대통령을 어떤 관점으로 살피셨는지 궁금했다. 이 두 분에 관한 이야기지만 '리더'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니 3월에 있을 새 리더를 뽑는 나의 선택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읽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새로운 영웅 만들기나 우상화 작업이 아니라는데 공감하는 마음이었기에 책을 읽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 책은 김영삼과 김대중 시대가 남긴 우리의 현재사 이야기이다.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며 발 딛고 있는 세계는 대부분 이 두 사람이 대통령을 역임하던 10년간에 이루어졌다. 그렇기에 그 시대를 들여다보는 일은 헌법에 따라 유한한 권력을 손에 쥔 리더가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는지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무엇을 바꿀 수 있었는지를 알아보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준다. 이를 통해 앞으로 새로운 대통령에게 필요한 덕목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부터 2장까지는 독재 시절 대한민국의 현실과 김영삼과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역사가 기술되고 3장부터 5장까지는 집권 초기부터 실시된 그들의 개혁과 정치술에 관해 이야기한다. 각 장에 들어가기 전에 두 대통령의 업적과 역사적 사건을 같은 시간에 나란히 배치해두어서 비교하며 읽기에 큰 도움이 된다. 오늘날의 정치와 사회 전반의 주춧돌이 김영삼 대통령 시기에 닦인 것과 김대중 대통령 시기에 IT 강국으로서의 한 걸음을 뗀 것도 주목할만하다. 같은 시기를 지나오며 숱한 고초를 겪으면서도 살아남아 자신들의 뜻을 이루고자한 두 사람.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후에 자신의 재산을 모두 공개한다. 이는 경제부총리 이경식과 김종필 최고 대표위원 최형우 사무총장 등의 재산 공개로 계속하여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김영삼 대통령의 재산 공개는 대한민국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명예혁명이라고 작가 역시 이야기하고 있다. 공직자의 재산 공개는 공직자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 그리고 공직자의 재산 공개는 김영삼 대통령의 큰 업적이라 하겠다.

김대중 대통령은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효과적인 변화, 경제 구조의 방향성을 창출했다는 점 역시 중요한 업적이다. 

물론 이 두 대통령의 개혁과 변화가 완전했다고만은 할 수 없다. 하지만 긴 세월 정치에 뜻을 두고 그들이 쌓아온 내공을 지금의 대권 후보자들은 과연 가지고 있는가.

저자는 '상상이 멈춘다면 그 사회와 정치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얘기한다. 말뿐인 공약, 뜬구름 잡는 포퓰리즘은 리더가 지녀야 할 상상력과는 명백히 다른 말이다. 국민의 손을 잡고 국민들이 보지 못하는 시대를 향해 친절하게 나아갈 성찰의 리더를 골라낼 줄 알아야겠다. 

두 대통령의 생각과 나아가는 모습, 그들의 결단을 비교하며 읽는 것은 분명 흥미롭고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두 대통령이 펼쳐 보이고 싶어 했던 세상 너머의 세상을 읽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나 역시 깊이 공부하며 항상 관심 두기를 게을리 않고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를 뽑는 일에 적극적인 고민을 더해야겠다고 다짐해 보는 기회였다.

저자가 책머리에서 밝힌 한 구절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정치는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며 대통령은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리더, 그의 출현이 절박한 때이다.

그 유일한 도구를 누가 뽑는가?

이번 3월, 각자 정신 바짝 차려야 할 이유, 충분하고도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쓰기에 진심입니다 - 글을 잘 쓰기 위해 글을 쓰진 않습니다만
유미 지음 / 치읓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여린 보라색 책이 꼭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는 작가 이름을 알아서도, 책이 예뻐서도 아니었다.  책 표지에 적힌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7가지 이야기"라는 문구가 나를 순간 멈칫하게 했고 그 자리에서 멍하니 오래 머물게 했다.

작가는 난임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그 고통을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감정을 토해내는 것으로 덜어냈다. 나와는 전혀 다른 고통이지만 나를 오래 멍하게 만든 문구처럼 나 역시 작가와 같은 경험이 있다. 죽고 싶을 만큼 괴롭고 아팠다. 내가 어쩌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몸부림치며 울부짖었고 억울해했다. 하지만 종일을 울어도 내 마음과는 다른 파란 하늘을 원망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내 속에서 솟아오르는 분노를 어쩌지 못해 괴로운 불면이 밤이 이어졌다. 그때 날 구원해 준 것 역시 "글쓰기"였다. 그때야 인터넷이 있던 시기도 아니었으니 난 그저 무제 노트 한 권을 꺼내 내 마음을 가감 없이 그대로 옮겨 적었다. 쏟아지는 억울한 심정을 손이 미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미친 듯이 적고 보면 팔이 아프고 손이 저려왔다. 하지만 육체적인 고통은 길게 가지 않았고 내 머릿속은 거짓말처럼 맑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런 날이 계속됐다. 지금도 그때 적은 일기를 모두 가지고 있지만 좀처럼 꺼내 읽어볼 용기는 나지 않는다. 다만 난 잘 알고 있다. 글쓰기가 주는 위로와 치유를.

그래서 작가님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책을 읽어가며 사정없이 플래그잇을 붙여댔다. 내가 느낀 막막함이 공감과 감사함으로 변해가는 그 과정이 거짓말처럼 그대로 들어 있었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은 누구라도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힘이 책 안 가득 들어있었다. 기술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글쓰기 책이 아닌 따듯한 위로와 격려로 글쓰기에 마음이 동하도록 이끌어 준다고나 할까.

글쓰기로 단단해진 분이었기에 더 솔직할 수 있고 거침없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감사의 에너지를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에 부러운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와 2부의 맛이 또 다르다. 
1부는 내 마음을 "쿵" 하게 만들고 아릿한 저림을 주었다면 2부는 주먹을 꼭 쥐고 목소리를 "흠흠" 가다듬게 된달까.

가입한지는 일 년이 넘었지만 낯가리는 나의 습성 덕에 가입 인사조차 하지 않고 있던 네이버 "내꿈소생" 카페에 슬며시 발을 다시 디밀었다. 그 덕에 잠시 유미 작가님 얼굴을 뵌 적이 있다. 작은 사진이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편안하고 인정 있는 고운 얼굴이셨다.
아... 이리 얼굴에도 다 나타나는구나 싶어 마음이 놓였다.

아주 빠른 시기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될 것이란 사실을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벌써 깨닫고 있다. 본 책 글과는 또 다른 마음으로 읽은 에필로그, 감. 동.ㅠ 끝까지 허투루가 없으시네. 유미 작가님은 이마도 마음도 넓으신 남편분과 앞으로 더 많이 행복하실 것 같다. 그리고 계속 글을 쓰실 것이다. 난 앞으로도 솔직하고 용기 있는 그녀를 부러워하며 그녀의 글을 탐독하게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일한 일상
춘프카 지음 / 새새벽책방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춘프카 산문집

춘프카 작가님이 쓰신 "유일한 일상"은 사실 작년 12월에 읽은 책이다. 이제야 글을 올리니 나의 새해 첫 독후 감상문이 되었다. 개나리색 표지가 산뜻한 느낌이 들어 더 호감이 가던 산문집. 표지를 넘겨보면 날개에 춘프카님의 증명사진이 아니라 증명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래서였나. 작가님의 나이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책을 읽게 되었는데 '프란츠 카프카'에서 따온 작가님의 필명과 이 책의 제목까지 나로 하여금 작가님의 연배를 너무 높게 오해하도록 만들었다. 뭐... 나의 고정관념이 한몫했지만 말이다.
책을 읽어가노라면 작가님의 현재와 과거의 일상들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바로 알 수 있다. 글에서 느껴지는 이 분의 영민함과 싱그러움이 이 작가님이 얼마나 젊은 분인지를 알게 하는 것이다. 물론 물리적인 나이를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글들은 4부로 나누어져 총 143개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모두 사람을 진하게 우리고 삶을 가까이에서 바라본 시선으로 그려 놓아서 다정하고 따듯했다. 특히 다 읽고 나서도 마음에 오래 남던 3부의 한 꼭지, "저릿한 자극을 주는 남자 2"는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어주기도 했다.
지독한 왕따를 겪고 가정 형편마저 어려운 학생을 진심으로 도왔다. 일회성으로 끝난 자족의 봉사가 아니었다. 자신의 것을 모두 털어주고도 아까운 줄 모르며 성심을 다해 그를 응원하고 이끌어준 작가는 긴 세월 신뢰와 사랑으로 엮어온 그 인연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이럴 수 있는 사람, 정말 많지 않다.
무뚝뚝한 친구를 이해하는 마음,
힘들어하는 아내를 향한 배려와 응원,
아버지의 샌드위치를 먹으며 그려보는 아버지라는 어려운 자리.
글들에서 여리고 세심한 마음이 전해졌다.
여리다는 말은 유약한 심정을 지녔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다른 에피소드들을 마저 읽다 보면 작가의 정의롭고 용감한 행동에 감탄을 하게 된다. 그런 느낌이 드는 글이 한두 편이 아니지만 그중 하나를 골라보자면 반에서 문제아라 낙인찍힌 친구가 무단결석을 했을 때 선생님 마저 신경 쓰지 않자 직접 친구를 찾아가고 그 친구의 어려운 형편을 알게 된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이미 퇴학 소문이 돌고 작가는 이에 그 친구의 입장을 항변하다가 선생님께 뺨을 맞는다. 이런 경우 우리는 분하고 서러운 마음에 대개 물러서고 만다. 무서운 현실 앞에 고루한 기득권 아래에 놓여 패배하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달랐다. 이 사정을 도 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려 알렸고 친구는 무사히 졸업을 하게 됐다. 친구가 다시 학교에 나오고 졸업식도 함께 하게 되었던 그날, 감동한 사람은 비단 작가만이 아니었다. 나 역시 따듯한 용기를 낸 그 시절의 고2 남학생에게 감동했고 부끄러웠다.
선생님께 부당한 처벌을 받고도 물러서지 않고 글로써 친구를 도운 사람, 이런 사람이 쓰는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서 지친 마음을 녹이고 서늘한 가슴을 안아주면 좋겠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에만 그치지 않고 4부에는 글을 읽는 이들에게 다독임까지 정성스레 담아 둔 작가.
사는 일이 힘들고 고난이기만 하다고 여겨지는 사람,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지만 '내가 무슨' 하며 도망치게 되는 사람들께 특히 일독을 권한다. 인생 앞에서 망설이기만 하는 분들도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앞에 놓인 본질을 과장 없이 이해하는 능력과 참된 위로까지 찾아내실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가슴 서늘해 마시라고 계속 글을 쓰시라고 응원의 말을 남겨두고 싶다.
작가님이 쓰신 글이 되려 내 이야기와 달라서 신선했고 반성하며 내 지난 삶도 떠올려보는 기회를 주었다고, 이런 마음도 계속 방황하며 글을 쓰시는데 일말의 강장제라도 되어드리면 좋겠다고 전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직 도시 - 기업과 공장이 사라진 도시는 어떻게 되는가
방준호 지음 / 부키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방준호 지음

이 책은 한겨레 21의 방준호 기자가 쓴 일종의 르포다. 처음엔 그저 소설인가 싶었다가 생생한 군산의 지난 모습에 당황하고 참담한 심정이 되었다.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싶을 정도로 작가는 자신의 아린 감정을 녹여 이 글을 써냈다. 이 점이 2017년~2018년의 군산을 다룬 뉴스 기사와의 큰 차별점이다. 왜 그곳의 현상을 심각하게 들여다보지 못했을까? 그저 남의 일인 줄만 알고 먼 곳에서 들리는 배드 뉴스로만 치부했는데 하루아침에 실직을 하고 구조조정 대상자가 되는 일, 공장이 폐쇄되고 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하여 도시 전체가 몰락하는 잔인함 앞에 내던져지는 일이 비단 "군산"에서만의 일일까.
1996년 군산산업단지에 대우는 자동차 공장을 세웠으나 98년 GM이 이를 인수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호재가 되지 못했고 세계의 수많은 공장 중 하나의 생산기지로 전락하는 비극의 씨앗이 되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늘 불합리한 대우에도 참아야 했다. 2018년 해고를 당할 때도 그들은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철저한 "을"의 위치에 놓였다.
2008년 현대 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착공되고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비정규직으로 채용되게 된다. 이들 역시 2017년 군산 조선소가 가동 중단 선언을 했을 때고 조합원이 아니란 이유로 그저 힘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기업과 공장이 사라진 도시는 암울하다.
새로운 도약을 계획해야 하지만 쉽지가 않다.
말 그대로 실. 직. 도. 시.
대기업의 제조를 할당받던 도시가 한순간에 황량한 곳이 되어 쓸쓸함만 감돈다.
군산은 새로운 시도를 위해 용트림을 하는 중이다. 대기업에,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에 좌지우지되지 않기 위해 부분적인 지역 공동 교섭을 시도하기도 한다. 아직 눈에 띄는 성과는 없지만 그럼에도 실직자들의 애환에는 희망이 싹튼다.
나의 일, 나의 가족의 일이 아니라고 모른척해서는 안 된다. 항상 두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며 그 돌아가는 모습을 살펴야 한다. 슬프지만 앞으로도 이런 도시는 계속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제조업에서의 탈피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고 내 남편이 아들이 제2의 김성우, 강민우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부서져 울고 있기만 해서야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산업이 변화하고 양극화는 극심한 현시대,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대비하고 행동할지를 무겁게 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작가가 생생하게 실직 도시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먹먹하게 "군산"을 바라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래서 단 한 명의 깨어있는 사람이 중요하다. 그의 애정 어린 기록이 깨어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혼란과 불안의 군산과 그곳의 사람들을 떠올리고 마음을 함께 보태는데 일조하리라고 기대해 본다.
새해에는 성실한 노동 계급이 부의 힘에 짓밟혀 그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암울한 현실에 떠밀려 주저앉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