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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일상
춘프카 지음 / 새새벽책방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춘프카 산문집
춘프카 작가님이 쓰신 "유일한 일상"은 사실 작년 12월에 읽은 책이다. 이제야 글을 올리니 나의 새해 첫 독후 감상문이 되었다. 개나리색 표지가 산뜻한 느낌이 들어 더 호감이 가던 산문집. 표지를 넘겨보면 날개에 춘프카님의 증명사진이 아니라 증명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래서였나. 작가님의 나이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책을 읽게 되었는데 '프란츠 카프카'에서 따온 작가님의 필명과 이 책의 제목까지 나로 하여금 작가님의 연배를 너무 높게 오해하도록 만들었다. 뭐... 나의 고정관념이 한몫했지만 말이다.
책을 읽어가노라면 작가님의 현재와 과거의 일상들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바로 알 수 있다. 글에서 느껴지는 이 분의 영민함과 싱그러움이 이 작가님이 얼마나 젊은 분인지를 알게 하는 것이다. 물론 물리적인 나이를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글들은 4부로 나누어져 총 143개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모두 사람을 진하게 우리고 삶을 가까이에서 바라본 시선으로 그려 놓아서 다정하고 따듯했다. 특히 다 읽고 나서도 마음에 오래 남던 3부의 한 꼭지, "저릿한 자극을 주는 남자 2"는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어주기도 했다.
지독한 왕따를 겪고 가정 형편마저 어려운 학생을 진심으로 도왔다. 일회성으로 끝난 자족의 봉사가 아니었다. 자신의 것을 모두 털어주고도 아까운 줄 모르며 성심을 다해 그를 응원하고 이끌어준 작가는 긴 세월 신뢰와 사랑으로 엮어온 그 인연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이럴 수 있는 사람, 정말 많지 않다.
무뚝뚝한 친구를 이해하는 마음,
힘들어하는 아내를 향한 배려와 응원,
아버지의 샌드위치를 먹으며 그려보는 아버지라는 어려운 자리.
글들에서 여리고 세심한 마음이 전해졌다.
여리다는 말은 유약한 심정을 지녔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다른 에피소드들을 마저 읽다 보면 작가의 정의롭고 용감한 행동에 감탄을 하게 된다. 그런 느낌이 드는 글이 한두 편이 아니지만 그중 하나를 골라보자면 반에서 문제아라 낙인찍힌 친구가 무단결석을 했을 때 선생님 마저 신경 쓰지 않자 직접 친구를 찾아가고 그 친구의 어려운 형편을 알게 된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이미 퇴학 소문이 돌고 작가는 이에 그 친구의 입장을 항변하다가 선생님께 뺨을 맞는다. 이런 경우 우리는 분하고 서러운 마음에 대개 물러서고 만다. 무서운 현실 앞에 고루한 기득권 아래에 놓여 패배하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달랐다. 이 사정을 도 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려 알렸고 친구는 무사히 졸업을 하게 됐다. 친구가 다시 학교에 나오고 졸업식도 함께 하게 되었던 그날, 감동한 사람은 비단 작가만이 아니었다. 나 역시 따듯한 용기를 낸 그 시절의 고2 남학생에게 감동했고 부끄러웠다.
선생님께 부당한 처벌을 받고도 물러서지 않고 글로써 친구를 도운 사람, 이런 사람이 쓰는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서 지친 마음을 녹이고 서늘한 가슴을 안아주면 좋겠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에만 그치지 않고 4부에는 글을 읽는 이들에게 다독임까지 정성스레 담아 둔 작가.
사는 일이 힘들고 고난이기만 하다고 여겨지는 사람,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지만 '내가 무슨' 하며 도망치게 되는 사람들께 특히 일독을 권한다. 인생 앞에서 망설이기만 하는 분들도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앞에 놓인 본질을 과장 없이 이해하는 능력과 참된 위로까지 찾아내실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가슴 서늘해 마시라고 계속 글을 쓰시라고 응원의 말을 남겨두고 싶다.
작가님이 쓰신 글이 되려 내 이야기와 달라서 신선했고 반성하며 내 지난 삶도 떠올려보는 기회를 주었다고, 이런 마음도 계속 방황하며 글을 쓰시는데 일말의 강장제라도 되어드리면 좋겠다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