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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통제할 수 없지만 인생은 설계할 수 있다 - 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기술
비탈리 카스넬슨 지음, 함희영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3월
평점 :
비탈리 카스넬슨 지음
비탈리 카스넬슨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 책은 어떤 특정한 주제를 정해두고 쓴 글이 아님을 먼저 밝혔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깊이 고민하고 깨달았던 생각들을 정리한 글이라며 부디 천천히 읽어 달라고 부탁했다.
한국어판 제목은 <죽음은 통제할 수 없지만 인생은 설계할 수 있다>로 원제와는 차이가 있다. 원제는 <Soul In The Game>이다. 작가의 당부대로 천천히 하루에 몇 쪽씩 책을 읽고 덮으며 생각을 덧입혀가다 보면 원제와 한국어판 제목 간의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온다.
단순한 자기 계발서도 아니고 최고 투자 책임자인 작가의 경험만 살린 투자 관련 기술서 또한 아니다. 이 책 한 권 속에는 비탈리 카스넬슨의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으며 읽는 이에 따라 철학서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예찬으로, 글쓰기 강좌로도 읽힐 것이다.
이 책은 모두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부제인 "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기술"처럼 각각의 장이 모두 다른 기술을 다룬 듯 읽히기도 하고, 인생을 어떤 관점으로 지켜보며 키를 틀어야 할 때를 어떻게 놓치지 않아야 하는지를 향해 함께 달려가고 있기도 하다.
나는 비탈리의 제안대로 그와 한 병실을 쓰는 환자가 되어 치료 과정을 기꺼이 공유 받는 즐거운 경험을 했다.
화가인 아버지를 두어 설까. 미술에도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그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어느 때보다 많은 음악을 들었음을 고백한다. 모차르트부터 쇼팽에 이어 손열음에서 임윤찬까지 가리지 않고 즐겼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가 얘기한 "하프시코드를 위한 협주곡 1번 D단조"에서부터 숱한 협주곡들을 걸어 두었다.
내 경우엔 특히 글쓰기에 대한 수많은 조언들이 도움이 되었고, 스토아철학에 관한 그의 통찰은 나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기에 모자람 없이 흡족했다.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작가의 인생 이야기부터 경제적인 조언, 비판적 사고 방법, 육아에 대한 책임, 스토아 철학 소개, 철학적 통찰까지 많은 영감을 받았으니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듯 부자가 된 기분!
비탈리는 처음부터 순서대로 이 책을 읽어나가라고 조언했지만 글쓰기에 대해, 투자에 관해, 철학에 대해 자신이 더 끌리는 부분부터 읽어봐도 상관없으리라 여겨진다. 나 역시 마지막으로 다다르면서 조금 빠르게 읽어버린 부분이 아쉬워서 인덱스를 붙여둔 부분부터 정리하면서 다시 시간을 들여 읽어보려고 한다.
마지막까지 탈고를 고심한 비탈리의 정성대로 독자마다 다른 부분에서 오래 머물게 할 것이 분명하다.
21- 우리는 아이들에 의해, 죽음에 대한 깨달음으로 인해,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변화합니다.
23- 부모의 삶은 기쁨과 실수로 가득하지만, 거기에는 성장이 있습니다. 부모가 되는 것은 삶에서 가장 변화무쌍한 체험입니다.
59- 글쓰기는 내면의 대화를 외면의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170- 전에는 가치를 잘 몰랐지만, 지금은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이 삶의 질서를 잡아 준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179- 나는 미국으로 온 후에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여러 번 읽었다. 1990년에 처음 읽었을 때보다 지금 훨씬 큰 감동을 느낀다.
246- 화에 관해 좋은 점이 하나 있는데 보통 화는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가 날 때 시간을 벌기만 하면 된다.
248- 우리는 다른 사람의 동기를 확실히 알 수 없다. 사람들이 악하지 않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라, 분노는 타인의 동기에 대해 부당하다는 확신에서 시작된다.
305- "어느 날, 돌이켜볼 때 고난의 시간이 가장 아름답게 기억될 것이다."
387- 나는 영감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에 영감이 올 수 있도록 공간과 시간을 만든다. 글이 떠오르면 그 순간을 최대한 짜내서 활용한다.
388- 물이 계속 흐르는 한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물줄기는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물이 20분 정도만 멈추어도 다시 흐르게 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매일 글을 쓴다.
430- 의미 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삶에서 예술과 기술의 올바른 균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