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건 헛소리고 벽돌책은 언제나 나의 로망이다. 벽돌책을 읽는 데에는 유난히 긴 경청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께는 그 자체로 주장이며 난이도는 그 자체로 방어다. - P59
화면 속에서 내가 얻은 귀한 말들을 똑 떼어 내 종이에 묶고싶다. 더 길게, 더 깊게 말해 달라고 조르고 싶다. 모든 게 흘러가도 이 종이를 내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내가 꼭 끌어안고 있을거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은 하나도 미련하지 않은 일이다. - P67
사라질 준비. 그것은 큰 고리를 중간 정도의 고리로 줄이는일, 작은 고리를 중심을 향해 더욱 축소해가는 일, 고리였던 것은 결국 점이 되고 그 작은 점이 사라질 때까지가 그 일이었다. - P474
가즈에 언니가 호호호 하고 웃는 것은 내게 미소 짓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웃고 있을 뿐이다. 슬픈 기분을 어물어물 넘기기 위해 웃는 거다. 가즈에 언니를 슬프게 하는 것은 나다. 나는 없어지는 편이 낫다.자신이 아닌 것 같은 울음소리가 복받쳐 오른다. - P293
자신의 마음조차 잘 알 수 없는데 남의 마음을 알 턱이 없다.남의 마음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몰라서 다행이다, 하고 아유미는 생각한다. 알 수 있는 거라면 개나 고양이처럼 서로의 냄새,울음소리, 몸짓이 더 믿음이 간다. - P319
머지않아 두 사람이 있는 장소가 너무나도 빛의 양이 많고 그림자가 없는 세계로 느껴졌다. 여기에 이대로 있어도, 어디에도출구가 없는 기분이 들었다. 아유미는 점차 이치이와 함께 있던시절 교회의 어둑함이 그리워졌다. - P365
"우주는 수학이라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언어로 파악되고 글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 강의실에 앉아 있는 여러분 중에 수학을 비할 바 없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하늘 가득한 별을 바라보며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과 사실 어딘가에서 이어져 있는 것입니다." - P211
헤어진다는 것 안에는 멀어지는 힘과 함께 돌아오는 힘이 작용하는 것 같다. - P220
이치이는 내 말을 기억해줄까. 내 말이 빛의 입자가 되어 이치이의 기억 증배관에 부딪혀 탁 소리를 낸다. 그 소리를 듣는 것은 내가 아니라 이치이다. - P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