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것은 오직 그 단어를 듣는 내 귀뿐이었다. 내 귀는 그 안에 담긴 농담을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내 귀에 들린 것은 시간을 관통해서 울리는 신호음이자 호소였고, 나는 거기에 점점 더 강해지는 확신으로 응답했다. 이제 다시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갈등에 내가 꼭두각시로 이용되도록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가 항상 안전보다 믿음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늘 자기가 옳다고 믿었고, 첫 번째 차 사고, 두 번째 차 사고, 내 추락, 화재, 팔레트 사고가 난 후에도 계속 자기가 옳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그 대가를 치른 것은 늘 우리였다.

바람을 받으며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바람을 받으며 서 있는 것에 관해 생각하지않아서예요. 내가 말했다. 「바람은 그냥 바람일 뿐이에요. 지상에서 이 정도 바람을 맞고 쓰러지지 않는다면 공중에서도 이 정도 바람에 쓰러지지 않아요.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 유일한 차이는 머릿속에 있을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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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경
정재윤 지음 / 헤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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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나오지 않는 서울구경. W, XX, M가 각자 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느껴지지만 한편으로 각자 혹은 함께 잘 살아가는 법도 알고 있다. 경상도 사투리 대사는 눈으로 읽지만 귀로 들리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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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일어서며 말했다. 「집 바깥의 세상은 넓어, 타라. 아버지가 자기 눈으로 보는 세상을 네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을 더 이상 듣지 않기 시작하면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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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런 애가 아닌 걸 안다는 말과 내가 뭐든 상관없다는 말은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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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서도 그랬다. 내가 남겨놓고 온 유일한 것은 거리를 둘 수있는 능력이다. 이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고통은 내 것이지만 완전히 나를 흡수하지 못한다. 나의 일부분은 관객으로 남아 있다.

여러 곳을 여행하다가 아주 추운 곳까지 이르면 생존은 곧 단순히 깨어 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죽음은 잠 속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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