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계속 눈을 감고 있으면서도 주위의 세상이 모두 살아 있음을 의식했다.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감각이었다. 그가 마침내 이 기쁨을 향해 마음을 열려는 순간, 그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무 일도 없었지만 뭔가가 시작되었음을 그는 알고 있었다.
영원을 관조함으로써 가질 수 있는 명징한 평온을 얻기 위해 필요한 긴장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관조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밀도이다.
시스이의 시는 도리고 에번스의 잠재의식을 구르듯이 지나갔다. 갇힌 허공, 끝이 없는 불가사의, 길이가 없는 너비, 커다란 바퀴, 영원한회귀. 원은 선의 안티테제였다. 뱃삯으로 망자의 입에 물려주는 은화.
존재에 당위성이 있는가? 아니면 순수하게 내재적인 이유가 있는가? 존재란 오로지 있음뿐인가? 없음이 최종적으로 승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존재는 무를 향해가고 있으며, 있음은 없음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왜 인정하지않는가? 없음만이 유일하고 절대적인 현실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