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귓속말
이승우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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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귓속말

 
소설가들의 소설가, 이승우가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고 
그러나 표현되고자 하며 표현되지 않을 수 없는 
지극히 사적인 아픔을 표현하는 방법
나에게 소설은 그러하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바람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이번 <소설가의 귓속말>은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할만한 그런 책이다. 젊은 나이에 등단을 하고 내로라하는 유명 문학상을 여러 번 수상한 이승우 소설가의 이번 신작은 소설이 아니라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겼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30년간 소설가로 살아온 이의 인생 이야기. 그리고 그가 보고 듣고 느끼는 많은 것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모든 문장은, 아무리 잘 쓴 문장도, 불완전하고 불충분하다. 그것이 문장의 속성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제까지의 자신의 삶이 참여해서 하는 일종의 번역 작업이다. - 54P"

많은 작가들 중에서도 소설가의 이야기가 유독 더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비단 오늘 내일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 작가에게는 어떤 유년시절이 있었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라난 건지, 무엇을 양분삼아 글을 키워낸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동안 활발히 작품 활동을 이어 온 소설가라면 더욱이 말이다.








<소설가의 귓속말>의 차례는 이러하다. 앞 부분에는 작가가 직접 겪은 경험들과 느낀 것들이 주를 이루었고 중후반부로 가면서 다른 문학 작품들을 읽으면서 그 속에서 발견한 것들에 대하여 다루고 있었다. 한마디로 저자의 어린 시절 일화부터 시작하여 여러 문학 작품들을 읽으며 느낀 감상과 의견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빼곡히 담겨져 있는 것이다. 단순히 일상과 관련된 이야기도 있었고 다소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내용이나 소재를 다루기도 한다. 영역이 굉장히 유연하고 폭넓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저자가 자신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어떻게 만들고 그려내는지 간접적으로 엿볼수 있었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가 소설을 쓰는 방법들에 대한 언질을 해주려고 제목 안에 '귓속말'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나 보다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고 그보다 더 깊은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본문 중에 '귓속말을 하는 황제와 사신-카프카의 '황제의 전갈'을 읽으며' 라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에서 바로 작가가 의도한 귓속말의 정의가 등장한다.


"귓속말은 듣는 자를 말하는 자에게 예속시긴다. 귓속말을 들은 자는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귓속말을 들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비밀 준수의 의무를 떠안는다. 듣는 것이 비밀 준수 서약의 방식이다. 준수할 수 없거나 준수하지 않으려면 듣지 않아야 하는데, 듣지 않고서는 준수할 수 없는 것인지 준수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판단할 수 없으므로 듣지 않을 수 없다. - 113-114P"

이승우 작가가 이 책의 제목을 <소설가의 귓속말>로 설정한 이유가 바로 이 부분에서 드러난다.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는 그에 대해, 또 그의 소설에 대해 판단할 수 없으므로 우선적으로 책을 읽어야만 한다. 더불와 그와 동시에 저자가 하는 귓속말을 들은 셈이므로 비밀 준수의 의무를 떠안아야만 한다. 물론 이는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입소문을 내지 말고 함구하라는 소리가 아닌,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소중히 여겨달라는 의미도 들어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속한 세계에 대해 쓰는 것이
곧 그 자신에 대해 쓰는 것이고
그 자신에 대해 쓰는 것이
곧 그가 속한 세계에 대해 쓰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은 그의 또 다른 소설임과 동시에 일기이자, 자서전이자, 자화상이 되는 것이다. 










<< 글쓰기의 기원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프다'이다. 이 아픔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속해 있어서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받을 수도 없다.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표현하려면 똑같은 아픔을 경험해야 하는데,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아픔은 고유하고 유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픔은 표현할 수 없는데도 표현되고자 한다. 아니, 어떤 식으로든 표현될 수밖에 없다. 표현될 수없는 아픔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무조건적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낸 표현, 그것이 손을  뻗는 동작이고,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소설을 쓰는 것이다. 나에게는 소설쓰기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그러나 표현되고자 하고 표현되지 않을 수 없는 지극히 사적인 아픔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손을 내미는 동작이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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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구어 영문법 - 알기 쉬운 해설로 업그레이드된 영어회화를 위한 영문법 바이블
제프리 리치.얀 스바르트빅 지음, 김주성 감수 / 빅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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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공부를 하기 전 공부의 목적을 확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상대방과 원활하고 올바르게 의사 소통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단순히 남들도 하는 공부여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발전과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하여 공부한다면 그 효과와 결과는 천차만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구어 영문법>은 나의 니즈를 정확히 간파하는 영어 문법서였다. 







 이 책의 기획 의도 및 목적을 보니 나의 목표와 상당 부분 일치하여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알맞은 영문법서라고 느껴졌다. 흔히들 성인이 된 지금의 영어 실력은 중학교에 완성된 것이라고 말한다. 개인의 노력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나는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가진 영문법적 지식들은 대부분이 중학교 시절 습득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쓰여진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영어에 대한 지식들은 대부분 문어체 위주의 영문법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구어체 중심의 영문법 체계에는 다소 낯선 기분이 들곤 하는데, 사실 구어체 영문법과 문어체 영문법은 크게 다르지 않고 유사하다. 그러므로 그동안 우리가 숱하게 접해온 문어체 영문법서 대신 구어 영문법을 배움으로써 영어를 듣는 능력과 회화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제프리 리치'는 갱카스터 대학교의 언어학 및 현대영어학과의 교수이고 공동 저자인 '얀 스바르트빅'은 스웨덴의 룬드 대학교 영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이 책은 네 명의 영어 전문가가 공동 저술했던 CGEL을 현대적인 영문법에 알맞게 재구성하며 광범위한 분량을 핵심체크사항 위주로 압축한 교재이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구어 영문법(A Communicative Grammer of English )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책은 올해 3번째 출간을 맞이한 영어 문법서로써 기존의 내용을 완전히 개정하여 현대적인 문법과 사용에 맞추어 재편성한 문법서이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언어 자료가 깔끔하고 간결하다는 점이다.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구어 영문법인만큼 실증적인 사례의 문장들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점 때문인지 전문 지식을 담고 있는 얼토당토않은 문장들이 아니고 우리의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을 사용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건 서문과 기호 일러두기이다. 책의 서문에서 이 책이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서 다시금 알 수 있었고 기호 일러두기를 통하여 이 책을 정확히 즐기는 법을 알게 된 듯 하다.








PART 1 - 이 책의 활용법 가이드

PART 2 - 실용 영문법

PART 3 - 영문법의 A부터 Z까지


이 책은 크게 세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첫번째 파트에서는 이 책을 어떻게 읽고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다. 특히 제일 앞부분에 나와있는 '언어의 의사소통적 접근법'이 인상깊었다. 우리가 왜 구어체를 나타내는 구어 영문법에 주목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책을 읽으면 본문 외의 내용은 그냥 넘어가기 마련이다. (나 역시도 그런 편이다.) 그렇지만 <원활한 의사 소통을 위한 구어 영문법> 을 읽을 때 만큼은 이 택의 활용법 가이드를 정독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전의 참고서나 문법서에서 미처 겪어보지 못 한 자세한 사용법이 쓰여져 있다.


 두번째 파트에서는 이 책의 가장 중심적인 내용이라고 볼 수 있는 실용 영문법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실생활과 연관이 있는 구체적이고 간결한 예문들을 통해 구어 영문법을 익히는 시간이 되었다. 워낙에 양이 방대한 탓에 나도 아직 읽는 중인데, 순서가 명료하게 나열되어 있어서 앞으로 필요하거나 궁굼한 부분이 생길 때마다 발췌해서 볼 예정이다. 


세번째 파트에서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그동안 접해 온 영문법을 다루고 있었다. 







색인과 목차가 잘 정돈되어 있어서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공부하기에도 적격이었다. 





혼자 공부하기에도, 영어 교재로 활용하기에도 모두 좋은 <원활한 의사 소통을 위한 구어 영문법>


두고 두고 읽으면서 활용하고 배우고 싶은 영어 문법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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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김소월 지음, 나태주 시평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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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한국 시문학사의 축복, 김소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김소월이라는 이름 석 자 모르는 이 없을 것이다. 교과서와 참고서에는 매년 그가 쓴 시들이 실려 있고 그의 시를 포함하여 시를 가사로 만들어진 노래들 역시 지금까지 크게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학창 시절에 배웠던 진달래꽃, 초혼, 접동새, 엄마야 누나야 등의 작품이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 난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 외에 다른 시들 역시 읽어보고 싶어져서 김소월이 남긴 유일한 시집 '진달래꽃'을 읽게 되었다.


'여는 글 - 시(1장~5장) - 시혼' 이 책의 구성은 이러하다. 여는 글에는 나태주 시인이 김소월 시인을 바라보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언뜻 느낀 바로는 경외의 마음까지 느껴진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여는 글을 다시 본다면 그렇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김소월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느낌이 들어서 새로웠다.

또한 책의 제일 마지막에는 시혼이 수록되어 있는데, 나도 어떤 글인지 자세히 몰라서 검색을 해 봤다. 시혼이란 명사로 '시를 짓는 마음' 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김소월이 쓴 시론이라는 의미이다. 이 시혼이 쓰여진 계기에는 한 가지 이유가 있는데, 1923년 12월호 개벽에 김억이 김소월의 시를 논평하며 '시혼이 내부적 깊이를 가지지 못했다'고 평가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것을 보고 김소월이 이에 답하기 위하여 쓴 글이라고 한다. 이 책에 수록된 시혼은 1925년 5월호 개벽에 발표되었다.


1장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2장 -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3장 - 우리는 말하며 걸었어라, 바람은 부는대로

4장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5장 -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각 장 별로 가장 마음에 와닿은 시를 골라 보았다.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봄은 가나니 저문 날에,

꽃은 지나니 저문 봄에,

속없이 우나니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나니 가는 봄을.

꽃지고 잎진 가지를 잡고

미친듯 우나니, 진난이는

해 다 지고 저문 봄에

허리에도 감은 첫지마를

눈물로 함빡히 쥐여짜며

속없이 우노나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노나, 가는 봄을.

그대가 바람으로 생겨났으면!

달 돋는 개여울의 빈 들 속에서

내 옷의 앞자락을 불기나하지.

우리가 굼벙이로 생겨났으면!

비오는 저녁 캄캄한 영기슭의

미옥한 꿈이나 꾸어를 보지.

만일에 그대가 바다난 끝의

벼랑에 돌로나 생겨났다면,

둘이 안고 굴며 떨어나지지.

만일에 나의 몸이 불귀신이면

그대의 가슴 속을 밤도아 태워

둘이 함께 재되여 스러지지.

1

유월 어스름 때의 빗줄기는

암황색의 시골을 묶어세운듯,

뜨며 흐르며 잠기는 손의 널쪽은

지향도 없어라, 단청의 홍문!

2

저 오늘도 그리운 바다,

건너다보자니 눈물겨워라!

조그마한 보드라운 그 옛적 심정의

분결같은 그대의 손의

사시나무보다도 더한 아픔이

내 몸을 에워싸고 휘떨며 찔러라,

나서 자란 고향의 해돋는바다요.

섦다 해도

웬만한,

봄이 아니어,

나무도 가지마다 눈을 틔웠어라!

못잊어

첫치마

개여울의 노래

여수

수아

이번에 새로 출간된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의 장점은 시가 수록된 각 장마다 수채 그림들이 함께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나타내고 있어서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진달래꽃의 여는 글에서 보았듯이 원초적이며 자연발생적인 김소월 시의 특징처럼 자연과 풀과 꽃들이 그림으로 등장하는데 그러한 그림을 관찰하는 것 역시 하나의 재미로 작용하였다.


<김소월 시집 : 진달래꽃>에 실린 김소월의 시들을 읽으면서 전통 민요적 율격 맞추어 정교하리마치 짜여진 시의 구조에 놀람과 감탄을 거듭하였다. 일부러 글자 수를 맞추려고 해도 글 맛이 제대로 나지 않을 터인데 김소월은 시의 의미를 전혀 축소시키지 않으면서도 그 수를 맞춰낸 것으로 보아 아주 영민하게 단어를 배치한 것이 느껴졌다.

사실 학문적으로 접근하려면 내가 가진 지식은 턱없이 부족하다. 나는 어디까지나 시 속 화자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냈는데 사실 약100년 전에 쓰여진 시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만한 회한의 정서, 그리움의 정서들이 빛바래지 않고 고스란히 다가와서 신기하고 의미있는 시집이었다.

이것 역시 '시'라는 매개만이 지닌 힘이 아닌가 싶다. 어느 시대를 살던 간에 시를 통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어떠한 공통분모를 백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김소월은 이미 이 세상에 없지만 우리가 김소월의 시를 통해 물리적인 시공간을 뛰어넘어 그와 마주하고 그의 시 속에 담긴 가치를 찾아내고 하는 모든 과정들까지 하나 하나 뜻깊고 소중하다.


시혼

그러나 여보십시오. 무엇보다도 밤에 께여서 하늘을 우러러 보십시오. 우리는 낮에 보지 못하던 아름다움을, 그곳에서, 볼 수도 있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파릇한 별들은 오히려 깨어 있어서 애처롭게도 기운 있게도 몸을 떨며 영원을 속삭입니다. 어떤 때는, 새벽에 저가는 오묘한 달빛이, 애틋한 한 조각, 숭엄한 채운의 다정한 치맛귀를 빌려, 그의 가련한 한두 줄기 눈물을 문지르기도 합니다. 여보십시오, 여러분. 이런 것들은 적은 일이나마, 우리가 대낮에는 보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던 것들입니다. (중략)

우리는 적막한 가운데서 더욱 사무쳐 오는 환희를 경험하는 것이며, 고독의 안에서 더욱 보드라운 동정을 알 수 있는 것이며, 다시 한번, 슬픔 가운데서야 보다 더 거룩한 선행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며, 어두움의 거울에 비치어 와서야 비로소 우리에게 보이며, 삶을 좀 더 멀리한 죽음에 가까운 산마루에 서서야 비로소 삶의 아름다운 빨래한 옷이 생명의 봄두던에 나부끼는 것을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곧 이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몸이나 맘으로는 일상에 보지도 못하며 느끼지도 못하던 것을, 또는 그들로는 볼 수도 없으며 느낄 수도 없는 밞음을 지워버린 어두움의 골방에서며, 삶에서는 좀 더 돌아앉은 죽음의 새벽빛을 받는 바라지 위에서야, 비로소 보기도 하며 느끼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분명합니다. (중략)



진달래가 피고 지는 계절 속을 살고 있는 요즘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고 있는 탓에 일부러 꽃구경을 가는 것은 무리라도 집 앞과 산 속 바위 틈을 비집고 피어나는 진달래의 고운 빛깔을 보면 나도 덩달아 분홍빛 깨끗한 마음이 되는 것만 같다. <김소월 시집 : 진달래꽃>을 읽은 후, 진달래를 바라본

다면 어여쁜 동시에 참으로 애틋한 마음이 든다.

나태주 시인의 여는 글에서 그의 고향에 가서 그가 보고 느꼈던 그 땅을 두루 걷거나 살피고 싶다는 말이 등장한다. 나도 그의 말을 빌려오고 싶다. 이는 김소월이 바라보는 세상이 아름다운 까닭이요. 김소월의 시가 아름다운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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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야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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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환야> 는 미스터리스릴러 분야의 소설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책이자 그가 주간 플레이보이에 연재했던 연작을 묶어서 2004년에 펴낸 소설이다. 국내에서는 2006년 처음으로 출간되었다. 당시 일본에서 권위있는 문학상인 나오키상 후보에도 올랐으며 100만부 넘게 팔린 밀리언셀러 소설이기도 하다. 책 세상에 나온 지 6년만에 일본 와우TV에서 8부작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편성되는 등 큰 인기를 누린 작품이다.




악의 화신인 한 여자, 그녀에게 철저히 짓밟히고 농락당하는 한 남자

어둠 속을 걷는 두 남녀의 운명, 그리고 충격의 결말

책 좀 읽어봤다 하는 사람들이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응당 듣게 되는 이름이 몇몇 있다. 그 중에서도 국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일본 작가가 있다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일 것이다. 사실 내가 그의 소설을 처음 접한 건 바로 이번 소설 <환야>를 읽으면서 부터다.

그의 작품들이 워낙에 유명하고 드라마나 영화로도 여러 번 제작된 탓에 그가 쓴 소설 이름들을 줄줄 읊을 수 있을 정도였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던가. 그가 쓴 책의 양이 워낙에 방대한 탓에 어디서부터 손을 대어야 할 지 몰라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는 이미 집에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던 찰나,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환야>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빛을 본 지 14년만에(재인 출판, 김난주 역) 으로 다시 출간된다는 소식이었다. 코로나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진 요즘에 읽으면 더 재밌고 즐거운 시간이 될 것만 같아서 간만에 소설책을 읽게 되었다.

우리말 소설이 아닌 경우 그들의 정서나 이름을 깨닫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환야>를 읽으면서는 그런 위화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괜히 다작을 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 정도로 읽기 편하고 간결한 문장이 주를 이루었으며 다양한 연령대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환야>는 1995년 1월 일본 간사이 지방에서 발생한 '한신 아와지 대지진'과 같은 해 3월 일본 지하철에서 발생한 '사린가스 사건'을 시대적 배경으로 둔 소설로써, 일본의 버블 경제 시절이 지나고 큰 경기 불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던 1990년대 말을 모티브로 하고 있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한신 대지진의 피해의 한 가운데에 있던 오사카의 미즈하라 제작소에서 시작된다. 지속되는 경기 불황에 빚더미에 떠앉은 미즈하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그의 아들인 미즈하라 마사야가 아버지의 장례를 치루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그의 삼촌인 도시로가 아버지의 빚을 요구하러 찾아오는데 그런 그가 눈엣가시였던 마사야는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삼촌의 머리를 기왓장으로 내리쳐서 내친 김에 사고로 위장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한편 그 장면을 바로 옆에서 목격한 이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신카이 미휴우'라는 여성이다. 이 일을 계기로 그 둘은 서로 비밀을 공유한 은밀한 사이가 되고 재해 현장에서 벗어나 새출발을 하러 도쿄로 동행한다. 그 곳에서 예기치 못한 국면을 맞은 그들은 서로를 동지 삼아서 여러 얽히고 설킨 문제들을 마주하게되는데 그 속에 담긴 인간의 본성과 탐욕, 욕심 등이 이 책의 주된 스토리이다.

처음에는 이 책의 두께가 상당히 두꺼운 탓에 완독을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는데 한 번 붙잡고 본격적으로 읽어내려가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두 권을 모두 읽는 데에 6시간 정도 걸린 듯. 제목의 의미 역시 궁금했는데 책 표지에 적힌 내용이 간접적인 힌트가 되는 듯 하다. 처음에는 여자 주인공이 신기루 같은 환영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재미있는 글솜씨를 새로 발견하게 된 책이라서 좋았고 이전작 백야행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또, '환야'가 8부작의 드라마로 제작된 만큼 드라마도 찾아서 보고 싶다. 어차피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책보고 TV보는 시간이 대부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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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 - 100번 넘어져도 101번 일으켜 세워준 김미경의 말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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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말 한 마디가 일상을 넘어 인생을 바꾸는 특별한 경험


오래된 속담 중에는 말과 관련된 것들이 참 많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고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도 있다. 그만큼 우리는 누군가의 말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유명한 스타 강사 김미경이 쓴 이번 책 <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에서도 그녀의 말이 주는 힘과 위로를 느낄 수 있었다.


살면서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나마 김미경이라는 이름 석자를 접하는 순간이 참 많았다. 그녀의 강의를 직접 들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TV나 라디오 등에서 간접적으로 만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후자쪽이었다. 짧은 영상이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 청자로 하여금 폭발적인 집중력과 몰입력을 이끌어내는 김미경 강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에 대해 궁금해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가 가장 좋은 이유는 단순히 어떤 상황에대한 해결책을 떡하니 제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나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고 나의 생각과 마음을 변화시킬 만한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다가올 여러 상황들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키우게 만든다. 한 마디로 문제 상황을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바라보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책날개에 적힌 그녀의 소개를 보면서 다른 유명한 경력들보다 유난히 눈에 띄는 한 문장이 있었다,바로 '그녀는 매일매일 성장하고 나누는 사람이다.' 라는 문장이다. '매일 매일 성장하는 사람'과 '나누는 사람'. 둘 중 하나를 가지기도 어려운 일인데 김미경은 이미 자신과 타인을 모두 아끼고 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소갯말 같아서 더 흥미가 생겼다.


이 책이 또 다른 장점은 바로 독자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엿볼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튜브에서 김미경티비라는 채널을 운영중인 그녀는 이 플랫폼을 활용하여 구독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교류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서로 서로 나누고 성장하는 중이다. 작가의 경험과 독자의 경험 두 가지가 결합하여 내는 시너지 효과가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감상을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로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셈이기 때문. 그녀의 말을 듣고 자신의 경험을 적은 이들의 경험담 역시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었다. 구독자들의 댓글을 직접 책에 실어놓았는데 그런한 점에서 이 책이 상당히 친절하다고 느꼈다. 살면서 공감이라는 감정은 누구나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므로.



책 표지를 열마자가 작가의 대한 소개란과 더불어 그녀의 친필 글씨로 인쇄된 '당신은 해낼 겁니다' 라는 문구가 인상이 깊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정말 무엇이든지 시작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 것만 같다. 이 말 역시 너무나 그녀다운 말인 듯 했다. 거창하거나 화려한 말이 아니라 진심이 느껴지는 그런 말이었다.

1장 - 내 마음을 살린 한 마디

2장 - 내 일상을 살린 한 마디

3장 - 소중한 관계를 살린 한 마디

4장 - 내 꿈을 살린 한 마디


이 책의 구성은 이러하다. 나의 마음을 다잡고 나의 일상을 챙기고 내 주변의 사람들과 관계들에 대한 조언들을 해주며 마지막으로는 현실과 나의 꿈을 분리시키지 않고 공존하면서 열심히 사는 그녀로부터 많은 것을 깨닫게 만든다. 1장에서 4장까지의 모든 장이 크게 결이 다르지 않아서 앉은 자리에서 쭉 읽어 내려갈만큼 읽기 쉬운 부담없는 책이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어려운 지식들을 나열한 책이 아니고 작가의 경험과 깨달음이 적힌 책이었기에 옆에서 친구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수다를 듣는 느낌마저 든다. 중간 중간에는 이렇게 예쁜 일러스트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이처럼 구독자들의 피드백이나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잉기를 적어 놓은 댓글을 책에 함께 수록했다. 일반적으로 책이라는 건 작가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듣는 느낌이었다면 이 책은 많은 이들의 경험들이 들어가 있어서 상호 소통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삶의 무게에 지친 이들에게, 또는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자기 계발서이다. 특히 김미경 강사 또래의 중년 여성들이 본다면 공감할 부분이 더더욱 많아지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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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한 마디에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했다면 이 말을 해준 사람이 대단한 걸까요,아니면 이 말에 용기를 낸 사람이 대단한 걸까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라는 한 마디에 죄책감을 극복했다면 이 말을 해준 사람이 훌륭한 걸까요,아니면 이 말에 스스로를 치유한 사람이 훌륭한 걸까요? 만약 제 한마디로 용기를 얻었다면 그건 말이 감동적이어서가 아니라당신이 혼자서도 충분히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만약 제 한마디로 위로를 받았다면 그건 말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스스로를 살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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