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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코 상 :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
사노 요코 지음, 황진희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유치원 다닐 적에 꾼 꿈이 너무 생생했던 적이 있다. 선녀와 나무꾼 속 선녀처럼 엄마가 어딘가로 하늘로 훨훨 떠나버린 꿈이었다. 태생 자체가 걱정, 근심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드러낼 수 없었던 엄마의 속마음이 은연중 느껴서 인지, 꿈을 꾸고 십여년이 지나고 엄마는 정말 말도 없이 떠나버렸다. 어른이기에, 부모이기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성숙함과 책임감이라는 것을 모든 사람이 가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나름 나은 선택을 했으리라는 짐작으로 밖에 그 속내를 나름 이해할수 밖에 없었다.
원래부터 그리 다채롭지 않은 인생이었지만, 그 이후부터 내 인생의 채도가 한 층더 낮아졌다. 알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들은 남아있는 사람의 몫이었고, 무촌이라는 부부관계는 말그대로 끓어지고, 사람들 사이 상처주는 말과 행동들만 남았다. 사람들에게 시련이 오면 원래 누군가를 원망하고 변명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내게 온 시련에 대해서 '그저 운이 나빴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던 분노를, 나보다 더 상처받은 이들을 위해서 더욱 더 속으로만 삼켜야만 했을지, 아니면 폭발시켜야 했을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누구보다 더 가까운 존재인 가족이라는 존재이기에, 우리는 타인보다 더 모질기도 대하기도 한다 .'시즈코 상,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는 원망스럽기도 한 어머니라는 존재를, 치매로 요양병원에 모시면서 조금씩의 화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삶을 같이 해온 동반자로서 가족에게 진정을 사과를 하고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는 새로운 관계설정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엄마, 아빠라는 관계로서의 호칭으로 명칭에 익숙져서, '시즈코' 같은 하나의 사람과 이름으로서 대하는 것이 낯설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 조차도 그리 성숙하고 나잇값하는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이 되면서, 부모님의 내 나이 때를 생각해보고, 조금이나마 공감을 해보려고 한다. 다사다난함 사이에서도, 그럼에도 사랑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