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아르테 미스터리 19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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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 아시자와 요



  괴담이라 하면 귀신 나오는 무서운 이야기로만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괴담 속의 이야기들을 풀어보면 우리 주변에 흔한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귀신만 등장하는 것이 아닌 범죄와도 관련된 괴담들이 많기 때문이다. 괴담을 경험한 이는 당사자 뿐이라, 듣는 이들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판단 하긴 어렵다. 약간의 조미료를 쳐서 이야기를 부풀려도 진짜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가볍게 듣고 가볍게 넘기는 것이 괴담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어떠한 괴담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되어있다면 어떤 일들이 생길까. 어릴 때부터 괴담을 좋아했던 나라도 괴담 속 등장인물이 되고 싶진 않다.

 


 괴담의 시작은 갑작스럽고, 끝도 갑작스러울 때가 많다. 뭔가 해결되지 않고, 원인도 모른 채 끝나버리고 여전히 그 괴담은 유효하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래야 더 무섭기 때문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에서의 괴담들은 하나씩 보면 흔한 괴담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시작해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어정쩡하게 끝이 나면서 으스스함을 높여줄 뿐이다. 그리고 그 괴담들을 연결하는 등장인물이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나’이다. ‘나’는 주변인들로부터 수집한 기이한 이야기들을 엮어 책으로 만들려 한다. 그리고 독자들은 그 이야기들을 읽는 것이다. 흔한 일본 스타일의 괴담이어서 재밌고 가볍게 읽겠구나 했는데 중반부를 지나면서 ‘나’ 말고 또 하나의 연결고리가 등장한다. 그것을 느끼게 되면서부터 더욱 재밌게 빠져들었다.



  괴담은 접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인간의 욕심, 너무나 간절한 바람, 지나친 걱정으로 인한 그 에너지가, 또 다른 형태로 우리에게 보이거나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즐겁거나 행복한 것이라면 괴담이라 부르지 않겠지만, 무섭고 끔찍하고 기괴한 일들로 다가오는 것이 바로 괴담이라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책에서 말하고 있는 괴담의 정의가 내가 평소 괴담에 대해 생각했던 것과 비슷해서 더 재밌게 읽었다. 세련된 글 솜씨로 괴담을 더욱 의미 있는 것으로 포장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괴담에 대한 정의는 다양할 수밖에 없다.



희망을 맛보면 더더욱 견디기 힘들어진다.

231p


  어떤 이에게는 무서워서 잠을 설치게 만든 유령이, 또 다른 이에게는 너무나 보고 싶던 가족이었다? 설령 그가 바라던 웃는 모습의 예쁜 모습이 아니더라도 딱 한 번이라도 보고 싶었던 존재를 만난다면, 그것은 행복한 꿈인지, 악몽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괴담의 매력.



  미쓰다 신조의 괴담 스타일을 좋아하는 내게 정말 딱 맞는 책이었다. 시시하게 읽었다는 평도 있었지만, 괴담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평가를 받게 되니 어쩔 수 없다. 아껴 놓고 하나씩 천천히 읽으려 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 작가가 다음 괴담 책도 빨리 내주길 바라며 아쉽게 책을 덮었다. 한 달 뒤 또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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