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장의 재판 -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 케이스릴러
박은우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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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을 찾아 읽게 된 이유는 미국 드라마로 추진 중이라는 기사를 접하고서였다. 얼마나 재밌길래 우리나라 소설이 미국에까지 알려지게 된 건가 하는 호기심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가을의 어느 밤, 청계산에 있는 한 산장에서 가족과 지인들이 인질로 잡혀있다는 신고가 들어온다. SNS에까지 퍼진 인질극은 잡혀있는 인질만 해도 30여 명이나 되고 이중 한 명은 총에 맞아 사망까지 한다. 비밀스러운 한 밤의 파티에서 살벌한 범죄현장으로 변해버린 인질극. 인질극의 주범과 겨우 연락을 하게 된 경찰은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잡혀있는 인질들은 재벌 3, 국회의원의 자녀, 승승장구하는 검사 등 사회 기득권자들이 주였다. 이미 퍼질 대로 퍼진 소식에 조용하던 청계산은 취재진 차량으로 가득하고 모든 언론들은 더욱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담아 전했다. 인질극의 주범, 마스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인질들에게 숨겨져있던 과거의 비밀. 마스터는 청계산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죄를 물으려 하고 있다.



 사회 유명 인사들의 자녀들에 대한 범죄는 실제로도 뉴스에서 꽤 자주 접하게 된다. 냉정히 보면, 내가 실제 피해자나 그의 가족이 아니라면 단순히 가십거리로 전락해버리는 게 보통이다. 입장을 바꿔서 나와 내 가족이 범죄의 피해자라도 스스로를 변호할 돈과 힘이 턱없이 부족한데 끝까지 싸워서 이기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제3자의 입장에선 그냥 안쓰럽다고 생각해버리는 게 전부이다.


『청계산장의 재판』은 극악 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막강한 사회적 힘에 의해 아무 일 없는 듯 잘 살고 있는 사회 기득권들에게 행해지는 재판에 대한 이야기이다. 돈과 힘이 있다면 아무것도 무서울 것 없는 그들에게 주 무대가 되는 ‘청계산장’은, 마약과 섹스가 난무한 그들의 즐거웠던 파티 장소에서 끔찍하고 무서운 인질극의 장소가 되어버린다. 인간적인 개념이 없는 그들에게 그야말로 딱 어울리는 재판장소이다. 장소를 정해서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사치라 생각한다.


  실제로도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사회 유명 인사들은, 그들의 죄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죗값만을 치른 후 떳떳하다며 잘 살고 있지만,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의 삶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불행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들을 대신하여 『청계산장의 재판』 멋진 재판을 내려준다. 비록 소설 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언제나 범죄자들을 보며 상상하곤 했던 그런 통쾌함이 있어서 독자 입장에선 응원할 수밖에 없다.




 이전에 읽었던 설혜원의 단편집 『클린코드』에서도 사회 기득권들을 선상에 초대한 뒤 그들을 잡아놓고 재판을 벌이는 이야기가 있다. 종종 이런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는 것은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이미 사회의 불합리함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일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나약한 일개 소시민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지만 한 가지를 찾자면 바로 문학이다. 문학의 힘은 종종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힘으로 커지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이런 작품을 쓰고, 읽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소설에서 언론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많았다면 어떨까 하는 점이었다. 범죄자들의 범죄를 작아 보이게 하는 효과를 만드는 것 중 하나는 나쁜 언론이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의 언론은 인질극에 대한 자극적인 소식을 퍼뜨리는 것이 다였다. 실제 언론은 진실보단 힘과 돈의 편에 서서 그들의 입맛에 맞는 소식을 전한다. 그 부분에 대한 일침도 담겨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재판을 받는 이들 중 한 명의 질 나쁜 언론인을 넣었다면 좋았겠지만 이야기가 전하는 주제와 점점 벗어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를 미국에서 드라마화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은 미국 역시 이런 일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일 것이다. 돈과 권력이 있는 자들의 말이 정답이 되어버리는 그런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버닝썬, N번방 사건 등 성과 관련된 범죄들은 더욱 잔인해지고 노골적이며 음지로 파고들고 있다. 우리의 소리를 듣고 이끌어야 하는 사회 기득권자들은 오히려 더 나쁜 범죄의 가해자들이 되고 있다.

 

 소설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읽은 뒤의 여운이 너무나 길어서 입안이 까칠했다. 아무래도 지금 일어나는 일들과 딱 맞아떨어져 인 듯하다. 만약 드라마화가 된다면 영상으로 볼 때가 더 실감 나겠지만 확실히 소설의 여운은 영상화된 여운과는 많이 다르다. 한 번쯤 읽어보길 바란다.

( 다 읽고 나서 검색해보니 박은우 작가는 영화 ‘명량’의 원작 소설을 집필한 충격적인 반전이 있었다. 신인 작가인 줄 알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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