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네 번째 원고

네 번째 원고 - 논픽션 대가 존 맥피, 글쓰기의 과정에 대하여
존 맥피 지음, 유나영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4월

모든 것이 빠르게 우리를 관통하는 시대에서 글쓰기처럼 느리고 품이 많이 드는 매체를 읽는 이유를 알려준다. 프로페셔널하고 꼬장꼬장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위트가 넘치고 넉넉하다. 근래 읽은 산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다.

[100자평] 언바운드

언바운드 - 게임의 룰을 바꾸는 사람들의 성장 법칙
조용민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9월

익히 보았던 최신 인지과학서적의 내용이 나열돼 있어서 아쉬웠다. 기업에 소속된 저자의 책이어서 그런지 날카롭고 비판적인 시선은 빠져 있다. 본인만의 문제의식이나 맥을 짚는 날선 질문이 부재하다. 창의성 없이 창의성을 논한다. 마냥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TED형 셀러리맨을 보는 즐거움은 있다.

[100자평] 카프카의 아포리즘

카프카의 아포리즘 ㅣ 채석장 시리즈
프란츠 카프카 지음, 편영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2월

책의 물성은 얇지만 정신적인 페이지는 두껍다. 살 때는 비싼 편이 아닌가 했는데 무척 만족스럽게 읽었다. 카프카의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보면 얻을 만한 대목이 상당히 많다. 카프카라는 아성을 제외하고보더라도(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놀랍다.

[100자평] 상식파괴자

상식파괴자
그레고리 번스 지음, 김정미 옮김, 정재승 감수 / 비즈니스맵 / 2010년 5월

1장 유리에 관한 도입부가 인상적이다. 그외에는 익히 알던 사실을 검증한다. 특별히 괄목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굳이 하나를 꼽자면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서 실험자만 개를 길들이는 게 아니라 개의 반응에 실험자도 길들여진다는 내용. 후반의 약물 작용 부분은 보고서처럼 지루하다.

[100자평]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 양자역학, 창발하는 우주, 생명, 의미
박권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0월

제목만 보면 대중과학서인데 본문에 수식이 많다. 대중적인 콘텐츠로 시작해서 본격적인 논의로 들어가는 시도는 좋다. 다만 도입과 본문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다. 지나보면 졸고 나서 교수님이 던진 농담만 기억나는 전공강의 같다. 수미가 상관하긴 하지만 몸통이 너무 길고 두껍다. 일독을 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