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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 중국 : 중국의 탄생 - 한 지역 한 글자만 알면 중국이 보인다 ㅣ 한 글자 중국
김용한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10월
평점 :

오늘 만나 볼 책은 "한 글자 중국 : 중국의 탄생"입니다. 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 중 첫번째 책으로 황허 중류의 작은 마을이 어떻게 큰 나라로 성장해 중원이 되었는지를 살펴봅니다. 참고로 두번째 책은 '중국의 확장'으로 유목민족의 정복제국을 거쳐 중국의 외연이 크게 확장되는 과정에 있었던 지역들을 살펴본다고 합니다.
중국은 34개 행정구역들을 '일자일성(一字一省)' 한글자의 약칭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베이징은 '서울 경 京', 상하이는'강 이름 호 沪'자 입니다. '京'은 베이징이 중국의 수도이며 천하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을 담고 있으며, '沪'는 최첨단 국제도시 상하이가 원래는 강에서 물고기나 잡아먹고 살던 촌동네였다는 역사를 암시합니다. 이처럼 약칭에 담겨 있는 의미와 역사를 짚으면 중국의 어제와 오늘을 알고 내일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거대한 통일 제국을 지향하는 중국은 지방색이 강한것을 달가워 하지 않아, 상당수의 전통적인 약칭을 강한 지방색을 탈색시키는 방향으로 바꾸기도 하였습니다. 산시성의 약칭을 진(秦)에서 섬(陝)으로 후베이성의 약칭은 초(楚)에서 악(鄂)으로 바꾼것이 그 예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시성은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였음을 지역민들에게 상기시키 듯 각 지역의 약칭속에 녹아있는 역사는 여전히 강한 정체성을 불어 넣어 주고 있습니다.
중국의 수도이자 대표적인 도시인 '베이징'을 통해 본문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오랑캐의 수도, 천하의 중심이되다'
오랜 세월동안 변방의 일개 도시에 불과 했던 베이징은 쿠빌라이가 원나라의 수도로 삼으며 '천하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베이징은 원나라 때는 세계 제국의 수도로서, 명나라 때는 오랑캐를 몰아낸 한족의 수도로서, 오늘날에는 전근대적 봉건제국을 끝낸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로서 800년 수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정치의 중심지입니다.
베이징(北京)의 약칭은 '서울 경(京)'자입니다.
'서울 경(京)'자는 원래 빗물, 하천 등에 침수되지 않도록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언덕을 뜻하는데, 그런 언덕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도시가 탄생하였습니다. '경'은 도시란 뜻으로 변했다가 결국 도시중에서 최고의 도시인 '수도(首都)'를 뜻하게 되었습니다. 약칭이 말해 주듯이, 베이징은 인공적으로 건설된 도시이고, 도시중의 도시인 수도이며, 중국의 중심입니다.



'인공 도시 베이징, 천하의 질서를 말하다'
흔히 중국을 '지대물박(地大物博)의 나라' 즉 땅은 넓고 물산은 풍부하다는 것인데, 더 중요한 사실은 '인다(人多)',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저력은 바로 많고도 많은 사람에서 나온다는 것인데, 베이징은 사람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인공도시입니다. 베이징 자체가 인공적으로 만들어 졌고 인위적인 법도에 따라 움직이는 도시입니다.인공은 말 그대로 사람이 만들었다는 뜻으로, 하늘이 내린것이 사람이 만든 것이니 얼마든지 부수어 새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차피 사람은 넘쳐나니 중국 역사에서 되풀이 되어온 파괴와 재건설의 문화는 바로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생산하지 않고 군림하는 도시, 베이징'
도시는 잉여의 산물입니다. 도시 스스로 생산하는 것이 없기에, 도시를 받쳐주는 외부지역이 있을때 도시는 비로소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경제,문화 권력을 장악한 도시인들은 거꾸로 외부지역이 자기네 도시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으뜸가는 도시인 베이징은 도시의 잉여적 특성이 극대화 되었습니다. 요컨대 베이징은 스스로 땀흘려 일하지 않으면서도 특혜란 특혜는 다 누릴 수 있는 대감 나으리 같은 도시이며, 800년 동안 계속 이어져 왔기에 천하의 중심이라는 인식을 낳게 하였습니다.그토록 중심을 숭상하는 중국인들에게 '중심의 중심', 즉 수도 베이징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는 자명합니다.
'오랑캐의 변방, 천하의 중심이 되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베이징은 변방의 도시였고, 이민족의 경영기지였으며, 찬탈자의 근거지였습니다. 그러나 원나라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끌어들이고, 영락제는 카리스마와 능력을 겸비한 명나라 최고의 군주로 꼽히며, 마오쩌둥은 현대중국을 만들어 낸 대영웅으로 추앙받습니다. 마찬가지로 '베이징'과 '천하의 중심'은 동의어가 되었습니다. 사람은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고 시간은 새로운 것을 오래된 것으로 만들 수 있기에, 오랜 세월은 정통성이 없던 왕조에 정통성을 주었고 강력한 권력은 가짜를 진짜로 만들었습니다. 베이징에는 사람과 시간의 힘이 담겨있습니다.
'京'이란 한글자에 담긴 베이징의 역사와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하고 정리해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힘으로 변방에 불과 했던 지역이 천하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역사적 이해를 통해, 오늘날 중국의 베이징이라는 도시가 상징하는 의미를 그리고 중국인의 사고방식을 조금이나마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또 예전에 방문했던 베이징의 명소들의 인공적인 건설의 이유를 이제야 제대로 알게도 되었습니다.
비록 한글자이나 그 한글자를 통해 다른 중국의 지역들도 이해를 해나가다보면,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던 중국에 대해서도 조금은 쉽게 다가갈 수 있을거 같습니다.
역사적 의미를 따라 황허 중류의 작은 지역인 중원에서 출발한 중국이 어떻게 주변의 나라들을 흡수해 가는지, 저마다 강한 개성을 갖고 있는 지역들을 어떻게 '하나의 중국'이라는 틀속에 녹여 내는지를 저자의 의도처럼 이 책을 통해 이해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