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식물 - 속이고 이용하고 동맹을 통해 생존하는 식물들의 놀라운 투쟁기 이나가키 히데히로 생존 전략 3부작 1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선숙 옮김 / 더숲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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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나 볼 책은 '무심코 지나쳤던 식물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은 신선한 책' '단숨에 읽어버릴 정도로 흥미로운 책'을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저자 '이나가키 히데이로'의 "싸우는 식물" 입니다. 저자는 농업생태학, 잡초과학, 농업 연구에 종사하면서 저술과 강연으로 대중에게 식물의 매력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본의 대표적인 식물학자입니다.

'사는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배우기 위해 내 아이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어느 독자의 평에서 처럼, 정적이고 수동적으로만 보이는 식물의 삶 역시 인간사 만큼 역동적임을 이 책에서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서 처럼, 이 책은 약자의 위치에 선 식물이 어떻게 생존 전략을 발전시켜 왔는지를 식물vs식물, 식물vs환경, 식물vs병원균, 식물vs곤충, 식물vs동물, 식물vs인간의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습니다. 책의 부제 '속이고 이용하고 동맹을 통해 생존하는 식물들의 놀라운 투쟁기'에서 처럼, 아이러니하게도 '식물은 다른 생물과 공존 관계를 구축하고자 자신의 이익보다는 상대의 이익을 우선하고 먼저 챙겨줌으로써 서로 이익을 가져오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저자는 책을 통해 답하고 있습니다.


단독승리가 아닌 동맹하고 연대함으로써 함께 승리해가는 식물의 세계를 조금 들여다보겠습니다.

'평화없는 식물계와 투쟁하는 식물들'​ 즉 식물vs식물 중 '장미의 가시는 방어와 공격을 위한 무기'입니다.

장미는 가시가 있는 대표적인 식물로, 가시는 나무껍질이 변화한 것입니다. 그럼 장미에서 가시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하나는 해충이 잎이나 줄기를 갉아 먹어 해치는 것을 막으려는 것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방어의 수단입니다. 그런데 장미는 원래 덩굴성 식물로 주변 식물에 걸쳐 기대어, 다른 식물을 이용하여 성장을 촉진하고 광합성에 유리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이때 장미의 가시는 공격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수동적이기만 할 것 같은 식물의 공격성을, 아름답게만 바라보던 장미꽃이 가지고 있는 가시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면 충돌은 통하지 않는다' 즉 식물vs곤충 중 '왜 편식하는 곤충이 많을까'입니다.

여뀌라는 식물은 아주 매운맛이 나지만 이런 여뀌 조차도 잘 먹는 해충이 있습니다. 이처럼 식물은 다양한 물질로 자신을 지키지만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 식물을 해치는 곤충이 존재하고, 또 곤충 중에는 특정한 식물만 먹는 편식가도 많습니다.배추흰나비 유충은 양배추 등 십자화과 식물만, 호랑나비 유충은 귤 등 감귤류만 먹는것처럼 말입니다. 왜 곤충은 이렇게 편식을 하는 것일까요? 모든 식물은 곤충에게 먹히지 않으려고 독성분을 만들고 그에 따라 곤충은 독성분에 대응하여 진화해가며, 식물은 다시 새로운 독성분을 만들고 곤충은 그 독성분에 대응합니다. 곤충이 식물의 방어를 뚫으면 식물도 다시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내고 이런식으로 반복하면서 어떤 식물과 어떤 곤충이 일대일 경쟁관계처럼 진화해갑니다. 곤충은 새로운 식물에 손을 대어 처음부터 독성분을 돌파하는 방법을 찾아내기 보다는 조금 궁리하며 지금까지 먹어온 식물을 먹는 방법을, 식물 역시 특정 곤충에 대한 매우 진화한 방어체계를 구축함으로서 다른 곤충들의 공격은 받지 않게 되는 관계가 만들어 지는데요, 식물과 곤충간의 이러한 관계는 완전한 평등도 완전한 불평등도 아닌 새로운 공생관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야말로 정면 충돌을 피한 새로운 생존방식입니다.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끊없는 겨루기' 즉 식물vs인간 중 '식물의 보호제인 독성분을 이용하다'입니다.

식물은 포유동물의 포식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독성분을 몸에 지니지만, 포유류 동물의 일종인 인류는 이 독마저도 이용을 했습니다. 자연계에서 약한 존재인 인간은, 거대한 사냥감을 쓰러뜨리고자 식물의 독을 바른 독화살을 사용했고 또 식물의 독성분을 강에 흘려보내 물고기를 잡기도 했으며 방충제와 살충제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또 인간은 식물이 모처럼 준비한 독성분 마저도 쓴맛이 좋다고 즐겨 먹는데, 머위의 어린 꽃줄기나 두릅나물등 봄나물은 연약한 새싹을 지키고자 슨맛을 내는 물질을 지니는데 인단은 이들 좋다고 즐겨 먹습니다. 양파나 파 등의 매운맛도 병해충이나 포유류 동물에게서 자신을 지켜내고자 하는 것이나 인간에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맛이며, 고추냉이나 겨자 마저도 인간은 즐겨 먹습니다.가짓과 식물인 담뱃잎을 원료로 만든 담배의 니코틴도 독성물질로 식물,곤충,동물의 공격에서 벗어나 자신을 지키려는 수단이나 이 역시 인간은 즐기고 있습니다. 식물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수단을 오히려 즐기고 있는 인간이 얼마나 기가막힐까 싶습니다. 그야말로 식물과 인간의 관계는 끊임없이 이용당하고 이용하는 관계입니다.

식물과 대적하는 분야별로 상호간의 힘겨루기는 그 모양새가 조금 다르지만, 결국 식물은 다른 생물과의 공존을 택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안위가 조금 위태로을지라도 공존을 선택함으로서 완전한 도태나 멸망을 피하고 그 긴세월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고 살아내가고 있는 것입니다.

나만을, 자기나라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전 인류의 작금의 상황에서, 어쩌면 우리는 조금은 손해보는듯 하나 결국은 생존해 가는 식물의 생존전략과 기술을 배워야하는것이 아닌까 싶습니다.

복잡한 이론이나 설명 없이, 식물의 세계에 대해 재미있고 간략하게 풀어낸 에세이집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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