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미국 주식, 월급보다 더 번다
삵(이석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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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심이 가는 분야이지만 선뜻 기대가 크지 않은 책들이 있다.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면서 읽었던 재테크 관련 서적들 대부분이 그랬다. 혹하는 제목에 비해 내용이 부실하거나 나에게 맞는 책들을 아니었다. 그동안 많은 책들은 아니지만, 주식 투자 관련 책들을 읽고 있다. 주식 투자를 꾸준히 이어갈 생각이어서, 앞으로도 계속 관련 서적들을 읽어 나갈 것이다. 읽어 보기 위해 구입해 둔 책들도 아직 몇 권 더 남아 있다. 이 책은 별점을 보면 알겠지만,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준 책이다. 읽다보면 나에게 맞는 책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미국 주식은 아직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주식에 아무런 지식없이 들어 갔다가 수익률이 많이 안 좋은 상태다. 초심자의 운은 짧았고, 시장은 무서웠다. 국내 시장에서 벌어지는 주식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하물며 해외 시장이라니... 겁없는 것을 넘어서 이건 무모해 보였다. 그런데 합리성을 따져 보았을 때, 시장이 작은 곳 보다는 큰 곳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투자가 더 잘 먹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미국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책 몇 권을 사두었다가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먼저 책은 좋다. 좋다는 의미는 내게 잘 맞는다는 뜻이다. 우선 계좌 개설에서부터 종목 선정에까지 초보자들에게 맞춤식으로 설명이 되어 있어 좋았다. 특히나 겁없이 기업을 선택하기 보다는 주린이들에게 어울리는 ETF에 관한 설명이 많아서 좋았다. 포트폴리오 관련된 부분들도 많은 도움이 된 파트인데, 국내 주식에서 거의 몰빵 투자를 하고 있는 나의 상황을 비추어 볼 때 너무 유용한 팁이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며 포트폴리오만 이야기하는 책이 아닌, 구체적인 비중과 함께 해당 자산의 ETF 종목들이 설명되어 있어서, 미국 주식 주린이인 내게는 참 친절한 책이었다.


  자, 이제 좋은 안내서는 마련되었으니 내일 바로 미국 주식장에 뛰어들 것인가. 그건 아니다. 복리의 마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부의 파이프 라인을 설치하는 것이 나은 것이 아닐까. 준비는 언제까지면 좋은 것일까. 뛰기 시작할 정도로 준비해야 하는 정도는 어느 수준일까. 아직 잘 모르겠다. 아직은 워밍업이 덜 된 느낌이다. 조금 더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급하게 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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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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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겨울이라는 유터버가 운영하는 겨울서점이라는 북클럽이 있다. 가끔 음악을 검색할 때가 아니면 유튜브를 잘 하지 않아서 우연히 알게 되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몰랐을 것 같다. 덕분에 유튜브에 가끔 들어가 보면 최신 업데이트된 겨울서점의 영상들을 볼 수 있다. 차분하게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좋았고, 책을 다양하게 읽고, 지루하지 않고, 조리있게 말해 귀에 잘 들어와서 좋았다. 그 채널에서 최근에 꼭 읽어 보라며 추천을 해준 책이다. 제목이 내 시선을 끌기에 좋은 것도 아니었고, 처음 들어 보는 저자(외국 작가들은 거의 아는 분들이 없다)에, 출판사도 낯설었다. 그럼에도 아무 사전 조사 없이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읽어 보라고 한다. "그냥 읽어 보세요. 그리고 이 책에 관한 리뷰 영상만 따로 한 달 정도 있다가 올릴게요"라고 하며 추천한다. 뭐야, 뭐지? 이 책을 안 읽고 그 영상을 보면 도태될 것 같은 느낌에, 순전히 그 이유만으로 당장 책을 구입했다.


  외국 소설을 잘 읽지 않는 이유는, 최근 겨울서점 채널에 초대되어 나온 김문정님과 비슷한 이유다. 등장인물들이 머리에 그려지지 않는다. 아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글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머리 속에 이미지로 그려지는데, 이름과 매칭이 되지 않는다. 이름이 등장하면 뒷 페이지로 돌아가 그려놓았던 이미지들과 이름 연결짓기를 여러번 하는 과정을 거쳐야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지극히 한국적인 탓일까. 여튼 이 책도 처음에 이름이 등장한다. 에휴 나랑은 안 맞는 책인 것인가. 추천하는 책들이 모두 나와 맞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아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이 중요한 책이 아니다. 초반에 약간 추천에 속은 거 아닌가 하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지만, 초반에 아주 살짝이다. 읽어보시라. 추천대로 될 것이다. 그냥 끝까지 읽게 된다.


  이 책의 찬사에 등장하는 온갖 현란한 수식어들.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뭐 그렇게 훌륭한 책인가 싶을 수도 있다. '훌륭한'이란 범주는 모두가 다를테니 말이다. 이 책은 그 범주에 대한 이야기이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그 여러가지 범주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작은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찬사에 미치고 못 미치고, 그런거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재밌다. 리뷰를 써 오면서 누누히 이야기한 여러가지 의미에서의 각종 재미다. 글이 재밌고, 내용이 생각해볼 것들 투성이다.


  다 읽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생각중이다. 나는 과연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 책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처럼, 별들을 포기하고 우주를 얻을 수 있을까. 이 세계의 규칙들을 부수고 더 거침없는 곳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나는 이미 지배자(Ruler)들이 채운 족쇄라는 자(ruler)만큼의 범주로 한정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두려웠고 겁이 났다. 내 안의 긍정이 그 동안의 그런 규칙들을 최선이라고 여기게 한 것일까. 사다리를 싫어한다고 말하면서도 사다리의 끝에 오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으며, 어느 순간 내 위치에서 군림하듯 살아오고 있던 것은 아닌지. 무섭도록 질책하는 책이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혼돈의 일부일 뿐이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을 끊임없이 인정하고 기억해라. 혼돈 속의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해라. 잊지 마라.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그렇다. 우리 모두 중요한 것이다. 나도 중요하고, 당신도 중요한 것이다.


혼돈이 그 사람을 집어삼킬 것이다. - P12

마치 내가 살아오는 내내, 그 질문을 할 순간만을 열렬히 기다려왔다는 듯 아버지는 내게 인생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통보했다.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 - P54

너무나 소중하고, 너무나 정교한 뭔가를 쌓아 올렸다가… 그 모든 게 다 무너지는 걸 목격한 그 사람… 그 사람은 계속 나아갈 의지를 어디서 다시 찾았을까 하는 그 질문. 계속 가고 싶든 그렇지 않든 어쨌든 계속 가게 만드는, 모든 사람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그것을 카프카는 ‘파괴되지 않는 것’이라고 불렀어. 파괴되지 않는 것은 낙관주의와는 전혀 무관해. 낙관주의에 비하면 훨씬 더 심오하고 자의식은 훨씬 덜하지. 우리는 그 파괴되지 않는 것을 온갖 종류의 다른 상징과 희망과 야심 등으로 가리고 있어. 이런 상징과 희망과 야심은 그 밑에 무엇이 있는지 인정하고 강요하지 않으니까. - P130

음… 만약 그 모든 잉여를 제거한다면(혹은 제거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파괴되지 않는 그것을 찾게 될 거야. 그리고 우리가 일단 그것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면(카프카는 여기서 더 깊게 들어가. 그는 우리가 파괴되지 않는 것을 낙관적이거나 긍정적인 것으로 생각하게 해주지 않아), 그것은 실제로 우리를 찢어발기고 파괴할 수도 있어.
그래도 어쩔수 없는 거지…. - P130

―내가 어려서부터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에써왔던 바로 그 세계관이었을 것이다.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이, 개미들과 별들과 함께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떨어져 내리는 느낌. 소용돌이치는 혼돈의 내부에서 바라본, 차마 마주 볼 수 없을 만큼 눈부시고 가차 없고 뚜렷한 진실. 너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진실을 흘낏 엿본 바로 그 느낌일 것이다. - P207

이것이 바로 다윈이 독자들에게 그토록 열심히 인식시키고자 애썼던 관점이다.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의 계층구조에 매달리는 것은 더 큰 그림을, 자연의, "생명의 전체 조직"의 복잡다단한 진실을 놓치는 일이다.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 P227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질척거리는 변명도, 죄도 아니다. 그것은 다윈의 신념이었다! 반대로,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만 하고 그 주장만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거짓이다. 그건 너무 음울하고 너무 경직되어 있고 너무 근시안적이다. 가장 심한 비난의 말로 표현하자면, 비과학적이다. - P228

여전히 내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우리 모두는 헤드라이트와 희망을 켠 차를 타고 어디를 향해 달려가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 여전히 똑같은 텅 빈 지평선. 나는 우리의 지배가가 여전히 야멸차고 냉담하다고 생각했다. 저기 저 돌아서는 모퉁이에서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無라고 확신했다. 약속은 없다. 피난처도 없다. 희미한 빛도 없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든 상관없이. - P228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 P252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마침내, 내가 줄곧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하나의 주문과 하나의 속임수, 바로 희망에 대한 처방이다.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닐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그 좋은 것들, 그 선물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황량함을 노려보게 해주고, 그것을 더 명료히 보게 해준 요령을 절대 놓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이다.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 P263

과학자들은 "긍정적 환상을 갖는 것이 목표를 성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하지만 나는 서서히, 목표만 보고 달려가는 터널 시야 바깥에 훨씬 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믿게 됐다. - P266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해골 열쇠를 하나 얻었다. 이 세계의 규칙들이라는 격자를 부수고 더 거침없는 곳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물고기 모양의 해골 열쇠. 이 세계 안에 있는 또 다른 세계.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고 하늘에서 다이아몬드 비가 내리며 모든 민들레가 가능성으로 진동하고 있는, 저 창밖, 격자가 없는 곳. - P267

도덕적⋅정신적 상태에 관한 척도들을 의심해봐야 한다. 모든 자ruler 뒤에는 지배자Ruler가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의 범주란 잘 봐주면 하나의 대용물이고 최악일 때는 족쇄임을 기억해야 한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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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구의 미국주식 투자 전략
전인구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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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적 독립이 꼭 퇴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이나 하고 있는 일이 재미 없는 것도 아니다. 나의 일은 끊임없이 배워야 하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공부해 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직장과 하는 일이 좋다. 그럼에도 나는 경제적 독립을 꿈꾼다. 퇴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에만 집중하고 싶기 때문이다(가끔은 일도 하지 않고 그냥 책만 보고사는 삶을 꿈꾸기는 한다). 다들 어떤 이유로 경제적 독립을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주식 투자, 그리고 미국 주식에의 투자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독립을 이루기 위해 두드리는 가장 쉬운 문이 아닐까 한다(두드리고 열고 들어가기만 쉽다는 것이지, 그 문 밖으로 나올 때 모두가 경제적 독립을 얻어서 나오는 것이 쉽다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든 조금은 알고 시작하는 버릇이 있다.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은 두려울 뿐이다. 미국주식 투자에 앞서 관련 책들을 읽어보는 중에 가장 최근에 출판된 이 책을 만났다. 미국 주식 투자와 관련해 미리 구입해둔 책들이 있지만, 투자를 급하게 진행할 것은 아니라서, 급한 일들을 처리하다 보니, 처음으로 미국 주식 관련 책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정말 빠르게 읽힌다. 관련 분야의 책들 중에서 비교적 얇은 편이고, 자간도 넓다. 중간 중간 반복되는 내용들도 있어서 2~3시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제목에 '투자 전략'이라고 되어 있지만, 전략보다는 종목에 대한 소개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즉, 미국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독자층에게는 맞지 않고, 미국 주식에 이미 경험이 있거나 투자가 진행중인 독자들에게 어느 정도 맞을 것 같다. 그래도 산업이나 업종의 흐름을 파악하는 저자의 방법과 그 흐름(어느 책에서 보니까 채찍 효과라고 나오는 것 같던데)에 따른 투자처 찾는 것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닐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 내게는 종목에 대한 것 보다는 미국 주식 투자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들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해 한참 이리 저리 술마시러 다니며 놀 나이에, 저자는 이미 경제적 독립을 이루었다. 부럽고도 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누군가는 뭔가를 이룬 분야에 이제 시작하는 초보들이 완성된 자들을 평가한다는 것도 무리는 있다. 배우자. 뭐든 하나씩 배워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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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우주를 건너는 너에게 - 수학자 김민형 교수가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김민형 지음, 황근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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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형 교수님의 비교적 최근 책이 유명할 것 같다. <수학이 필요한 순간>. 나도 읽어보려고 사 두었지만, 아직 읽지는 못하고 있다. 그 뒤에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도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고, 그 사이에 <역사를 품은 수학, 수학을 품은 역사>를 구입했다. 하지만 정작 교수님의 책을 읽어본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제목이 너무 근사했다. 아들과 딸을 키우고 있고, 아직은 돌봄이 필요한 나이이기에 많은 시간들을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코로나 시국으로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시간들이 더 많아지고 길어졌다. 아이들이 한없이 좋기만 해도, 현실 육아에 부딪히고 내 시간이 줄어들면, 그 좋음도 한계에 이를 때가 있다. 한계육아의 법칙이랄까. 그런 중에 이런 멋진 제목이라니. 나는 편지는 고사하고, 말로라도 어떤 말들을 '삶이라는 우주는 건너는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을까. 궁금했다.


  김민형 교수님의 책들을 읽지도 않으면서 구입한 이유는 수학때문이다. 숫자 감각이 뛰어나거나 수학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관심이 가고 좋아한다. 뭔가 있어 보이고 똑똑해 보인다고 할까. 아무래도 이과적 머리보다는 문과적 감수성이 더 높은 나라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종이에 숫자나 수식들을 적어나가는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형상화된 멋진 이미지 같은 것이었다.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많은 수식들을 접하게 된다. 특히 실증분석에서는 모형이 필수적으로 등장하는데, 그 모형들을 설명하는 수식들이 어렵게 느껴지기 보다는 아름답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이해를 하고 못하고는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수학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아니다. 수학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하루 중에 일과로 하셨던 부분들로 종종 등장할 뿐이다. 시나 역사, 음악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데, 방문학자로 2개월 동안 거친 지역들에 대한 여행기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여행 기록이 교수님의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에 참으로 어울리는 멋진 제목이지 싶다.


  수학자들을 머릿속에 그릴때의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 글 속에 나타나는 교수님은 그런 이미지의 수학자는 아니었다. 앞서 이야기한 이 책에 주로 등장하는 시나 역사, 음악 등에 대한 해박한 지식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정말 저런 내용들을 모두 기억하고 계시는 걸까. 특히 시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시에 대한 본인의 해석, 시인에 대한 이해, 그리고 슈베르트에 대한 애정까지. 수학이 이과를 대표한다고 가정할 때, 문과적 부류인 문학, 음악, 역사 등과의 만남은 내 안의 수학자들에 대한 이미지들을 깨는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책에서도 간간히 느낄 수 있다. 교수님은 뭔가 정형화되거나 경계를 긋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음을 말이다.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신 느낌이랄까. 그래서 받아들이는 폭이 넓으신것 같았다.


  삶이라는 우주를 건너는 아이들에게 그런 것들을 알려주고 싶다. 많은 아이들이 이미 규격화된 길을 걸어가는 듯한 요즘이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은 길들도 있다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삶이니 그 우주를 잘 건넜으면 좋겠다고.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에 책임을 질 줄 안다면, 언제든 그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할 거라고. 현실 육아로 돌아오면, 5살, 3살이라는 나이에게 정형화된 길을 걸어가길 바라는 부모들이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삶이라는 우주를 건너는 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겠다.

교육의 구심점은 항상 ‘영혼의 풍족하고 균형 잡힌 성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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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ime for 클래식
김흥식 지음 / 그림씨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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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부분들의 이유를 나이 탓으로 돌릴 때가 있다. 적절하고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할 때 나이 핑계를 대는 것 같다. 이유없이 눈물이 많아진다거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거나, 클래식 음악이 좋다거나 할 때 말이다. 음악 듣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다. 중고등학교 때는 이어폰은 몰래 소매에 감추고 들었었다. 대학교때나 직장을 다니면서도 이어폰을 끼고 책을 보고 일을 하고 있으니, 눈 뜨며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음악을 듣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중 운전을 하거나 아이들과 함께 거실에서 무언가를 할 때는 라디오를 즐겨 듣는데,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나오는 시간이 아닌 경우는 클래식 FM을 듣는다. 이 책의 뒷 표지에 적혀 있다. '이것은 한 권의 클래식FM이다!'. 과연 구성을 보니 클래식 FM처럼 시간대를 나누어 목차가 구분되어 있다. 가끔 5시부터 한시간 방송되는 국악 프로그램도 즐겨 듣는데, 이 책도 한 챕터에 국악이 들어 있다. 순간 정말 클래식 FM과 관련이 있는 책인가, 싶었다. 저자가 혹시 PD인가 싶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지는 않았다. 클래식 음악에 관한 책인 동시에 포맷만 동일할뿐 클래식 FM 방송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혹 모르겠다. 저자도 그 방송을 즐겨듣는 사람인지는...... 표지 안쪽의 저자 소개를 보니, 클래식을 좋아하는 분인건 틀림없었다. 클래식 전문 음반사를 운영했었고, 음반 제작도 했었던 것 같다. 흘러나오는 음악을 즐겨 들을 뿐 주변의 이야기들까지는 잘 모르는 나로서는 저자가 낯설기만 했다. 그래도 좋은 구성과 클래식 이야기라는 이유만으로 책을 시작하기에는 아무 무리가 없었다.


  목차에 구성이 나뉘어져 있긴 하지만, 오페라와 국악 부분을 제외하면 크게 무의미한 구분일지도 모른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는 그냥 모두가 클래식 음악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조금은 지루할수도 있을 것 같다. 구성이 비슷하고, 곡이 매번 바뀌기는 하지만, 비슷한 내용과 전개는, 소설로치면 클라이막스 같은 전개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비결은 음악에 있을 것이다. QR코드로 챕터마다 소개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나는 해보진 않았다). 다소 진도가 더딜 수는 있겠지만, 음악을 들으며 해당 내용을 읽어 나가는 재미가 있다. 뭐랄까, 라디오 디제이가 음악을 한 곡 틀어주고 그 곡을 설명해 주는 느낌이랄까. 또한 설명한 곡과 비슷하거나 상반된, 아니면 관련이 음악들을 함께 듣기로 제공하고 있어 비교해서 들어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커다란 재미일 것 같다.


  처음에는 목차에 나뉘어진 시간대에 맞춰 읽어 나갈 생각이었다. 같은 시간대에 설명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뭔가 더 현장감이 있을 것 같았다. 지켜진 시간도 있고 그렇지 않은 시간도 있다. 지켜진 시간이 특히 더 재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음악과 책에 집중하다보면 시간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 중간 중간 지루하지 않게 제공되는 그림들이나 설명 자료들도 읽다가 지루해 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특히 읽기 시작하면서 내내 궁금했던 작품번호에 대한 설명을 만났을 때의 그 시원함이란... 인터넷으로 검색 한 번 하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것들일텐데, 그 귀찮음과 답답함을 한번에 해결해 주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앞서 말한 음악 제공 관련 부분이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 검색을 통해 책에 나오는 음악들을 하나하나 찾아 들을 수 있지만, 귀찮은 일이다. 앞서 말했듯이 QR 코드로 음악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휴대폰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것보다는 다른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있다.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관련 음악들을 제공한다고 되어 있어 들어가 보니 회원가입 후 로그인을 해야 했다. 음원에 대한 저작권 문제일지는 몰라도 조금은 번거롭게 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너트뷰로 하나하나 찾아 가며 들었다. 덕분에 최근 너튜브 알고리즘은 상당부분 클래식 음악을 추천해 주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조금은 클래식 음악들을 알게 되었을까. 글쎄. 작품번호 정도가 머리 속에 남았을뿐, 여전히 어떤 음악을 들어도, 모차르트의 곡인지, 베토벤의 곡인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냥 '어! 이거 들어본 음악인데' 정도가 최선의 표현이 아닐까. 그래도 여전히 클래식 음악들을 들을 것이고, 클랙식 FM을 들을 것이다. 저자도 이야기 하지 않았던가. 음악은 알기 위해 듣는 것이 아니고, 즐기기 위해 듣는 것이라고. 클래식 음악을 들어서 좋다면, 그게 좋은 거 아닌가. 이따금씩 이 책처럼 클래식 관련 책들도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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