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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ㅣ 문지 에크리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평점 :
작년에 가장 놀라우면서 기쁜 소식은 바로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아닐까 싶다. 출판사들이 인터넷 방송으로 당시를 생중계하던 것들이 생각난다. 방송의 누구도 작가님의 수상을 예상하지 않았더랬다. 그래서 발표와 동시에 방송에서 터져 나온 함성과 놀라움이 비현실적으로 더 크게 느껴졌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는 생중계(방송)로 접한 것은 아니지만, 거의 실시간으로 포털 사이트(기사)에 올라온 수상 소식은 정말 흥분될 정도로 반갑고 기뻤다.
한강 작가님의 소설을 좋아한다. 소설의 내용이 폭력을 담고 있어도, 뭔가 담담하면서도 조용한 문체가 좋았다. 그러한 문체가 내용의 폭력이나 잔혹함을 더욱 진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깊은 잔상을 남기는 것 같다. <채식주의자>가 그랬고, <작별하지 않는다>가 그랬다. <희랍어 시간>과 <흰>은 조금 다른 느낌이었지만, 조용한 문체의 힘은 다른 작품들과 닮아 있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소설들과 시집이 있지만, 그 작품들도 대체로 내가 갖고 있는 작가님에 대한 좋은 느낌이 담겨 있으리라 예상해 본다.
작가님의 에세이도 물론 처음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은 이미 유튜브를 통해 봤었다. 이 책이 나온다는 소식에, 어떤 책인지도 모르고 예약했다. 수상 강연문이 수록되어 있는지는 책을 받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잔잔하고 고요한 느낌을 주는 산문집.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은 다시금 그날의 감동을 상기시켰고, 이어지는 산문은 운문처럼 고요했다. 책의 많은 부분이 이사한 새집에 꾸민 정원에 대한 일기문인데, 작가님의 음성으로 읽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얇은 책이다. 책을 구성하는 내용들도 길지 않은 편이다. 그 점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면서도 작가님의 다음 책이 기다려지게 만든다. 그런면에서 다행인 것은 아직은 내가 읽지 않은 작가님의 책들이 있다는 점이다. 천천히 읽으면서 작가님의 글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