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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단
정보라 지음 / 상상스퀘어 / 2026년 3월
평점 :
그 날을 기억한다. 평소와 다름 없었던 밤이었다. 갑자기 환율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매일 밤 경제지표를 확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가지 지표에 변동성이 클 경우 알림을 걸어둔 상태였다. 뭐지? 앱에 뭔가 버그가 발생한 건가?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계엄'.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단어를 현실에서 마주하게 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책은 그날의 일이 현실과는 반대로 진행되었을 경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무섭고 끔찍했다. 권력 앞에 인간의 '자유'가 사라지는 모습을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래서 더욱 무서웠고, 읽는 내내 힘들었다. 헌법과 많은 부분에서 대치되는 포고령을 함께 제시하면서 '계엄'의 상황이 얼마나 민주주의와 대척하는지 보여주는 구성은, 이 책이 정말 상상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처음부터 끝까지 잃지 않게 했다.
작가님의 책은 처음이다. 이름은 익히 들어 왔다. <저주토끼>가 많이 유명한 것 같은데, 아직 읽어 보진 못했다. SF에 대한 개인적 선입견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도 SF 작가님들의 책에 선뜻 손이 나가진 않는다. 그럼에도 이 책에 손이 바로 간 것은 그 날의 기억과 무서움 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님의 상상이 언제 어느 때고 현실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저 SF 소설로만 남아 있기를 간절히 소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