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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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8일부터 시작된 나혼자 제주도여행, 오늘로 어느새 8일째가 저물어 가네요.


하루의 여행이 좀 고되다 싶을 때는 늦은 오후에 스타벅스에 들러서


쉬면서 책도 보고 여행 기록도 남기는데 이곳은 스타벅스 성산DT점.


주차공간이 많지 않은데 관광객은 많이 오고 가는 곳이라


들어올 수 있는 날이 복불복....^^;;


이 날은 운좋게 주차공간이 나서 작가정신 에세이를 완독하고 왔습니다.


작가정신과도 인연이 있는 박완서 작가님.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은 박완서 작가님이 낸 책들마다


서문과 발문에 남겼던 67편을 연대순으로 총망라한 에세이예요.


그야말로 인간 박완서와 작가 박완서, 두 가지의 모습을 모두 만날 수 있는


작가님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보는듯한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박완서 작가님이 평생 책과 인연을 맺게 된 이유가


역사의 흐름과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내용.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하고 조선을 떠났던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일역의 외국문학 서적을 탐독하기 시작했고, 그 때 일생 중 가장 많은 책을 읽었다고.

 

누구에게나 역사는 사소하게, 의도치 않게, 그리고 우연히 시작되는가 봅니다.


​박완서 작가님과 저의 제주도 여행 사이에도 은근 연결고리가 있어요.


작년 이맘때쯤에도 제주도에서 박완서 작가님의 짧은 소설 <나의 아름다운 이웃> 리뷰를 썼었는데

 

올해 제주도여행 중에도 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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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번 작가정신 에세이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에도

 

<나의 아름다운 이웃> 에 적었던 서문과 발문을 싣기도 했습니다.

 

아주 짧은 이야기 모음이라고 시작한 박완서 작가님의 발문과 서문을 보면서

 

작가님의 속마음을 새롭게 알게 되기도 했어요.


콩트 (짧은 소설) 를 한 동안 쓰지 않은 이유가 청탁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부러 의지력을 발휘해서 끊어 버렸던 것.


그 이유를 들어보면 인간이자 작가 박완서님의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지요.


당시 문예지의 원고료는 엄청나게 쌀 때였고 반대로


당시 사보는 콩트를 선호하는 분위기여서 높은 원고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해요.


사보에 콩트를 몇 번 내다가 문득 높은 원고료 때문에


콩트 쓰는 일에 회의적이게 되셨다고.


작가로서 자기 세계도 확립하기 전에 돈 맛부터 알게 된 자신에 싫증이 나면서


편식하던 단 음식을 끊듯이 단호하게 안 쓰기로 작정한 것.


욕망에 현혹되었던 자신의 잘못을 채찍질하는 인간 박완서의 이런 모습에


작가 박완서로서 작가 세계의 공존을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 하나가


한번 더 박완서 작가님을 존경할 수밖에 없게 되었죠.


당시 자신은 주부일과 글쓰기를 겸업으로 삼았던 작가였고


글쓰기를 본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콩트를 해서 생활에 보탬이 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콩트를 폄하하는 마음은 전혀 없다며


 진솔하고 가식없고 당당함 모든 것이 느껴지는 작가님의 서문과 발문이었습니다.


이런 작가님의 인간적인 면모에 감화되는 순간이 한 두번이 아니예요.

 

얘기 시작한 김에 인상깊었던 몇 가지 박완서의 모든 책에 있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적어볼까봐요.^^

​문학앨범을 낸 후 서문에 적은 바로는 사진 정리를 가장 싫어하시는 작가님의 성정도 알 수 있었죠.

 

사진은 ​아예 안 찍거나 한꺼번에 태워버릴 궁리를 할 때 가장 편안해 진다며


자신의 성격을 메마르다 표현하실 정도로 자신을 꾸미거나 감추거나 높이는 법이 없으십니다.


문학앨범, 이 책의 서문을 큰딸 호원숙에게 떠넘기고 몰라라 했다시며


독자들이 좋아하시면 출판사의 노고 덕분이고,


그렇지 않으면 작가님 딸의 탓으로 겸허하게 책임을 함께 하시는 모습도

 

어쩜 이렇게 당당하시고 강하신지.


​<꽃을 찾아서> 라는 소설집에 대해서 제가 사진을 찍어둔 이유는

 

출판사의 이름에 변화가 있기 때문이예요.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창작과비평사, 창비 출판사의 지난 역사를 느낄 수 있었거든요.

 

책 좋아하는 독자이자 "창작과비평" 계간지 구독자로서 이런 변화가 저 역시 무심코 넘길 수 없을텐데

 

작가님은 오죽하실까요.

 

박완서 작가님의 모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보면

 

그 작품을 남기기까지 에피소드와 삶의 소회, 시대상에 대한 고찰들 뿐만 아니라

 

언제나 책을 낸 출판사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표현과 그 노고에 대한 감사함을 항상 남기시더라구요.

 

​참 따뜻하시고 가식없으시고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이 몸에 익으신 분.

​박완서 작가님의 책으로 저는 장편소설, 산문집, 콩트집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저희집에도 자전거 도둑이라는 책이 있었더라구요.


여기서 보면서 작가님이 동화집도 내셨구나~~! 새삼스럽게 깨닫습니다^^;;


생소한 출판사 한양출판의 ​<부숭이의 땅힘> 이라는 제목으로 1994년에 처음 나왔다가

 

땅힘이라는 단어가 어려워서 계림북스쿨에서는 <부숭이는 힘이 세다> 라고 바꿔서 나왔다는데

 

박완서 작가님의 글을 아이들도 읽을 수 있다는 것에 눈을 뜨고

 

시니가니 읽어보라고 빌려줘야겠다 하고 보니

 

계림북스쿨 버전도 인터넷서점에는 절판되었네요.

 

아마도 절판된 책들은 도서관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니 집으로 가면 한번 찾아보려구요.

 

다행히도 웅진주니어에서 다시 <부숭이의 땅힘> 이라는 제목으로 판매는 하고 있더라구요.^^

 

주인공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습관, 타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


사람사는 이치와 도리를 깨우치는 이야기들.

 

박완서 작가님의 동화집을 읽으면 이야기의 재미도 아이들이 더 알게 될 터이고


제가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왠지 효과를 볼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옵니다!!

늘 새로운 독자와 만날 수 있는 동화책을 작가님은

 

늙을 줄 모르는 책이라고도 하셨죠.

 

순수한 마음으로 쓰여진 것들이기 때문에

 

순수한 마음들과 만나지길 꿈꿨던 작가님의 뜻이 영원히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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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스타벅스 필사노트에 14페이지에 걸쳐서 필사를 하게 하는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작가정신 덕분에 박완서 작가님의 책을 꾸준히 만나볼 수 있어서

 

새삼 굉장히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 책을 만나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좋다~ 는 생각이 들었던 요즘.^^

 

어두워서 안 보이지만 ​저~~ 앞에 성산일출봉이!!!

 

이런 멋진 곳에 자주 올 수 있는 제주도민들을 마냥 부러워 할 게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 제가 있다는 그 자체에 대해 감사해하며 하루하루 여행중입니다!!!

정통적인 문학수업, 사사한 스승, 영향을 주고 받은 문우, 피나는 습작시절.

 

보통의 작가라면 하나쯤은 있을 법한 문단의 이런 경험중에

 

박완서 작가님은 하나도 해당되지 않아서

 

어설프게 틈입자처럼 문단에 뛰어들었다는 열등감과 소외감을 항상 갖고 있었다고 해요.

 

그 나름의 외로움도 있었겠다 미루어 짐작도 해봅니다.

 

​독자들에게는 누구나 우러러 보는 대상이자 크~~게 보이는 작가이겠지만

 

당사자는 또 하나의 작고 연약하고 고독한 인간일 따름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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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뼈대가 함께 있는 소설을 쓰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셨던 박완서 작가님.


소설 쓰는 고통을 꾸준히 드러내시면서도


남편과 자녀들 틈에서 그것이 비로소


자신의 실존을 자각하게 했던 것 또한 부정하지 않으셨어요.


작가로서의 숙명을 받아들이셨던 강한 분.


2011년 1월 이후로 어느새 올해로 박완서 작가님 서거 9주기를 넘겼네요.


소설 쓰는 고통을 즐길만한 기운이 남아 있을 때까지 소원 성취할 날을 꿈꾸셨던 작가님이셨는데


그 꿈을 이루고 갔다 생각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독자들의 마음 속에서 살아 계실 박완서 작가님의 진심을


작가정신 에세이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에서 이 겨울에 만나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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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땐, 책 - 떠나기 전, 언제나처럼 그곳의 책을 읽는다
김남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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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박 11일 나혼자 제주도여행 중에 <여행할 땐, 책> 리뷰를 남깁니다.

 

 

​오늘의 여행일정은 표선.


표선으로 잡은 이유는 표선오일장이 2,7일장이어서 였는데


표선오일장은 막상 가보니 굉장히 작고 조용하고 관광객의 옷차림으로 구경하기가


좀 죄송할 것 같은 느낌때문에 밖에서만 스캔해보고 그냥 나왔어요.^^;;


​그래도 세화오일장은 구경할만 했는데 표선은 굉장히 조용한 곳이더군요.


그리고 근처에 있는 제주민속촌 구경하고 싶어서 갔다오니 표선 일정은 끝.


원래는 알오름을 가볼까 했는데 백약이오름에서도 그렇고 바람을 너무 많이 맞아서


잠시 쉬고 싶어서 그냥 과감히 패스하고 성산으로 다시 넘어왔습니다.


갈치조림으로 점심 든든하게 먹고 다시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스타벅스로.


오늘도 혹시나 해서 성산DT점을 가봤거든요? 역시 주차공간이 없어 ㅋㅋ


나랑 안 맞는 곳인걸로.


수오서재 여행 에세이 <여행할 땐, 책> 은 김남희 작가님의 북토크도 다녀왔었고


굉장히 오래전이어서 사인해주신 걸 봤더니 12월 26일. ㅋㅋ


와~ 한달도 넘게 이 책을 들고 다님서 읽었나봐요.


다른 책들보다 확실히 오랫동안 끼고 지내긴 했는데 이 정도일줄이야.

 

 

 

 

​지금 나혼자 제주도여행 10박 11일중에서 어느새 절반이 지났더라구요.


여행과 책, 제가 좋아하는 두 가지에 대해서 얘기하는 이 책을 제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지요.


실제로도 김남희 작가의 구절 하나하나가


자신의 내면에 굉장히 솔직한 상태에서 뱉어내는 말들과도 같아서


굉장히 공감이 가고 작가가 말하는 여행자의 자세를 읽을 때마다 저 역시 격하게 수긍하며 읽었어요.

 

사인에도 카르페 디엠,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라틴어를 적어 주시더라구요.

 

 

 

 

출판사의 소개 문구 두 줄을 보는데 어쩜 제 생각과 이리도 똑같은지.


여행과 책의 힘을 저 역시 믿고 확신하는 한 사람으로서


요즘 이 책을 지인들에게 많이 추천하고 있거든요.


여행은 사람을 참 겸손하게끔 만들고


일상에서 보지 못했던 나 자신의 다른 면을 발견하게 하며


삶을 바라보는 자세를 새롭게 하는 힘이 있어요.


김남희 작가가 북토크에서 여행자와 관광객을 구분해서 말했던 게 인상깊었습니다.


관광객은 자신이 다녀간 흔적을 쓰레기로써 여기저기에 남기지만,


여행자는 다녀간 흔적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왔다가 바람처럼 지나 간다고.


나 하나 실천해서 지구의 환경이 갑자기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여행자로서 환경도 생각하며 다니게 된다고 하는데 저 역시 그런 마음.^^


지금 혼자서 제주도여행 하는 중에 인적이 없는 곳을 다니는 일이 너무나 흔한 일인데


그런 곳에서 혼자 새소리, 바람소리만 들으면서 여기저기 둘러 보는 와중에


 오히려 복잡한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과 생각들을 하게 되더라구요.


제주도 여행중에 수오서재 여행 에세이 <여행할 땐, 책> 을 읽는 맛이 훨씬 더 좋구만요.

 

 

 

 

​늦게 도착했는데 크지 않은 공간이긴 하지만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어서


맨 뒷 줄에 조용히 들어가 앉았는데 따뜻한 커피를 주시니 좋았습니다.

 

날씨가 좀 추웠거든요.

 

직접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시면서 여행 에피소드를 참 재밌게 풀어주셨어요.^^


필력도 있으시고 입담도 좋으시고.


하긴 그러한 생명력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자유로운 삶을 살고 계신 거겠죠.


이날 북토크에서 얘기해주신 것들은 나중에 책을 읽어보니


다 책 속에 있는 내용과 겹치는 것들이더라구요.


거기에 좀 더 책에는 없는 얘기도 섞어 주시고.

 

 

 

 

"떠나기 전, 언제나처럼 그곳의 책을 읽는다"



​세계 곳곳을 다니는 일은 저로선 용기가 안 나서 작가님의 실천력이 참 부럽고 대단하다 싶어요.^^


돈, 시간, 체력, 호기심.


김남희 작가가 밝히는 여행할 때 필요한 것 4가지.


작가님은 돈만 없을 뿐이지 나머지는 다 문제가 없고


자신을 정착하게 할만한 남자도 아직 만나지 못했다고.^^


여행을 하면서 밥 벌이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심장 한쪽이 따끔따끔하다는 김남희 작가님.


아름다운 자연을 있는 그대로 감상하는 것에 만족할 줄 알고,


현지인들의 삶을 침범하지 않고 존중할 줄 알며,


인간이 보기 어려운 생명체들을 좀 더 가까이 보겠다고 경계를 넘어서는 교만을 범하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자연과 인간, 동물들 모두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거든요.


그럴 때 여행은 인간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인간의 욕망이 균형을 깨뜨리고 있고 그런 후에


다시 균형을 맞추겠다고 억지로 개입하는 인간들이라니.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이 쓸고 간 자연의 뒷 모습은 점점 황폐해지고 있음을 걱정하고 있죠.


​"삶이 마지막 날까지 배낭여행자로 살 수 있기를"


​그래도 저는 개인적인 바램으로 김남희 작가님도 좋은 분 만나서

 

정착하는 안정된 삶도 누려보셨음 좋겠는데 말이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여행할 땐, 책> 김남희 작가의 북토크를 다녀온 후

왠지 한 줄 문장이 떠올라서 적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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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땐, 책> 으로 김남희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나보았는데


앞으로 찾아서 읽게 될거 같습니다.


인상적인 구절은 정말 많아서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예요.


그래도 하나 골라보자면 가장 공감가는 문장으로.




"여행은 몸으로 읽는 책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

책도, 여행도 더 넓은 세계를 열어주는 문이다.​

......

책과 여행을 통해 나는 타인의 마음에 가 닿고,

지구라는 행성의 신비 속으로 뛰어들고,

인류가 건설하거나 파괴한 것들에 경탄하고 분노한다.​

그럼으로써 나라는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지금 나혼자 제주도여행을 하는 저 역시


이와 같은 생각을 계속 하고 있어요.


김남희 작가님과 생각의 결이 좀 비슷한가 봅니다.^^

 

 

 

 

 

 

​읽고 있던 '어떤' 책이 '특별한' 책이 되는 순간은


또 다른 책을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을 만날 때 찾아옵니다.


이 책이 그래서 이제부터 제게 특별한 책이 되었어요.


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

 

 인도의 문화와 사람들에 대해 늘 호기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을 나침반 삼아 읽고 알아가는 노력을 하고자 합니다.


<작은 것들의 신> 외에도 제가 아는 책, 모르는 책 골고루 섞여 있는데요.


오르한 파묵의 <내 마음의 낯섦>,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 도 읽어보고 싶어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는 읽은지 너무 오래되서


이번에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뭉개뭉개~~^^


그냥 이 책은 읽어보세요.....깨닫지 못하고 있었고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내 안에서 살아나게 합니다.


오래 들고 다녔더니 제 책 중에서 가장 너덜너덜해졌어요. ㅋ


강추하는 책. ㅎㅎㅎ


제주도여행 와서 비로소 <여행할 땐, 책> 을 마무리하네요!!!


이제 다음 책으로, 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나아갈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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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미야가와 사토시 지음, 장민주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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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여행 오면서 챙겨온 책들 중 하나 흐름출판의 만화 에세이,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예요.


일본 만화가 미야가와 사토시가 실제로 엄마를 잃은 슬픔을 연재한 것이 화제를 모았고


흐름출판에서 책으로 나왔더라구요.


제목이 그냥 얼핏 보면 '유골을 먹고 싶었다'.....^^;;


쩜쩜쩜..... 뭐 이런 느낌이 들 수 있는데 정작 읽어 보면


부모와 자식간의 복잡미묘한 관계속에서 사랑표현을 맘껏 하지 못한 아쉬움을 안은 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것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고 곧이어 감동하게 되는 에세이였습니다.

​저자가 직접 겪은 이별의 슬픔을 참 담담하고도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판타지가 섞이지 않은, 그야말로 일상속에서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상념들과 감정들이 있는 그대로 담겨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만화 에세이는 저도 처음인데 역시 만화라서 그런지 금방 읽혀요 ㅋㅋㅋ

올해는 책좀 읽어볼까? 하시는 분들, 이 책부터 시작해 보세요 가볍게.....

 

 


일본의 지역 사투리를 쓰는 저자의 가족임을 감안해서


번역자가 충청도 사투리로 바꾼거 같아요.


많은 사투리중에 왜 충청도 사투리였을까 궁금하긴 하네요,


부모님이 충청도에 살고 계셔서 충청도 사투리의 맛을 좀 알기에 ㅋㅋ 

 

 

 

 

그런데 왜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까?


이 책의 제목을 접하면 누구나 드는 질문일 거 같아요.


저자가 이 제목으로 하기로 결정했고 바꾸고 싶지 않은 이유는 작가의 말에-.


 

 

 

20대 젊은 나이에 혈액 질환으로 수술과 투병 생활을 했던 저자 곁에서

 


정성껏 간호하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묵묵히 아들의 곁을 지켜줬던 엄마.

 

 

평소에 화를 안 내는 엄마가 딱 한 번 화를 냈을 때가

 


자식을 가질 수 없을 거라며 스스로 포기했던 저자였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들의 정액을 체취해 두자고 강하게 말했던 엄마.

 


그런 엄마가 곁에 계셔서 안정감을 얻고 구원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생각에

 


저도 너무나 공감이 되었고 표현이 맘에 들더라구요.

 


구원.... 불경한 생각.... 이런 어휘들이 저자의 언어인지 번역자의 언어인지는

 


구분할 수 없으나 책의 격이 한결 높아 보이는 지점이 있는듯 하구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저자는 이렇게 엄마의 빈자리, 엄마가 남기고 간 것들을 돌이켜 보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경험을 묵묵히, 때로는 감정에 복받쳐가며 감당해 냅니다.

 

나에게만큼은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어리석은 생각,

 

"우리 엄마만큼은 절대 죽지 않을 것 같은 기분".

 

누구나 생각하는 것을 저자도 하고 있었고,

 

 

여느 독자들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보통 사람들의 삶이 느껴져서

 


또 편안하고 친근감 가지며 읽었나 싶습니다.

 

 

삶과 죽음에 대해 모든 인간에게 해당되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는 에세이여서 그런지

 


국적과 문화가 다른 부분이 주는 이질감은 거의 없이 읽었어요.

  

 

​저자가 투병생활을 할 때 꼭 나을 거라는 엄마의 그 때 그 자신감이,

 

엄마의 투병생활을 보면서 저자도 똑같이 느끼는 이 지점.

 

가족에게 별 일 없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이 근거없는 자신감의 정체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의 병이 낫길 바라는 마음으로 100일 기도를 하면서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일이라는 것도 너무나 공감.

 

누군가를 위하는 일이지만 결국은 내 마음이 편해지는 일이라는

 

이 복잡미묘한 인간의 이기심과 이타심 사이의 줄다리기라니~~!!!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저자 역시 위암 말기를 버텨내고 있는 엄마의 투병생활에

 


옆을 지키고 있는데 전에 없던 큰 코골이를 하기 시작하는 엄마.

 


그리고 숨 쉬는 간격이 길어지기 시작하는데......

 


더 늦기 전에 엄마에게 저자가 용기를 내어 하는 말에 저도 눈물이 맺히더라구요 ㅠㅠㅠ



고마워. 고생했어요.


잘 가요.....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나요.



너무 담담하고 진솔한 한 마디, 한 마디에 가슴이 무너질지도 몰라요.

 


감정의 격함이 다를 뿐 이런 감정은 누구나 갖게 되지 않을까요.

 


부모님이 감사하게도 아직까지 살아계시든, 이미 이별하는 경험을 하신 분들이든 간에.

 

너무나 사랑하는 엄마의 유골까지 먹고 싶다는 생각이 왜 들었는지는

 


저자 본인도 정확하게 뭐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둘 사이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고 있던 사랑의 가장 근원적인 그 무엇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엄마를 잃는 것과 반려자를 잃는 것, 어느 쪽이 더 힘들까?" 


어느 한 쪽만을 단정지을 수는 없고


관계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


저는....음....어렵습니다....모르겠어요.....


사실 이걸 굳이 먼저 내 생각이 어떠하다 정해둘 이유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ㅠㅠ


저자처럼 그냥 내 소중한 가족들은 현재로서는


오래오래 건강하게 같이 잘 살 수 있을거라는 생각.....


덧없는 것임을 알면서도 이렇게 생각하며 부정하고 싶은 마음인가 봅니다.


소중한 사람과 이별하는 경험을 하면서도


남아있는 가족들은 밥이 넘어가는 게 과연 이게 정상인가 스스로를 탓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시간은 흘러 어느새 슬픔을 추스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부모의 죽음이 자식을 움직이게 한다는 구절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살아가고자 힘을 내기 시작했겠지요.


엄마의 죽음과 함께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제주도에서는 4.3의 아픔과 상처를 다독여주면서 전해진 말이 있대요.


제가 지금 나혼자 제주도여행 중이라 이 책을 읽으면서


며칠 전에 세화오일장 가서 발견하고 찍었던 벽화와 문구가 생각나더라구요.



"살암시믄 다 살아진다"



살고 있으면 다 살아진다 


힘들다는 건 내 욕심이 만들어낸 것이고


너무 열심히 하지도 말고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말고.


도시에서 여유로움을 잃어버리고 바쁘게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울림이 있는 말이예요!!!


저도 다시 한번 마음 속에 새겨두려고 합니다.


2018년 1월에 나혼자 제주도여행을 처음 시작했던 것도


제 기준에 아이들을 끼워 맞추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스스로 힘들어했던 어리석은 저 자신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때 이후로 나혼자 제주도여행의 성격은 물론 달라졌지만요.


지금은 그저 해마다 내가 나에게 주는 안식일이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여행중이예요.^^


가족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동시에 점점 커집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한 뒷모습은 볼 때마다 진하고 묵직하게 전해지는 감동이 있어요~~~!!

 

 

생각지 못했는데 현재 제가 머물고 있는 제주도 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한 마디가


만화 에세이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와 절묘하게 겹치는


삶과 죽음을 통한 통찰을 발견합니다.


가족의 조건없는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하느라 감사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때


이 만화 에세이 읽고 나면 완전 정신 차릴듯 한데요.^^


저도 우리 시니가니에게 좀 읽어보라고 슬쩍 밀어넣어야겠어요.....


만화니까 읽어봐 ㅋㅋㅋ


읽다가 밀려오는 감동은 너희들이 감당하고....^^


결국 너희들의 삶은 너희가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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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 연대기 - 멸종의 비밀을 파헤친 지구 부검 프로젝트
피터 브래넌 지음, 김미선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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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광화문 교보문고 갔다가 만나서 반가움에 찍어봄.^^

 

 

기대하던 책이라 온전히 몇 시간이고 연속으로 집중할 수 있는 때를 노려서

 

 

 펼쳐보고 싶었던 흐름출판 과학철학서 <대멸종 연대기> 를 드디어 펼칩니다.


머리가 아플것 같은 책으로 짐작은 되었지만

 

 

워낙 제가 잘 모르는 지식의 세계일터라 호기심은 충만했던? ㅎㅎ

 

 

 

 

작년 여름방학에 체험학습으로 일민미술관 전시 디어 아마존 : 인류세 2019 전을 다녀왔었어요.

 

 

이 때 처음 인류세 라는 용어를 접했었죠.^^;; 

 

인간이 지배하는 지질시대, 지금 우리는 인류세 를 관통하며 살아가고 있고 


환경이 훼손되면서 우리가 속해 있는 생태계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는 현재라는 것.


인류의 미래, 지구인들이 살고 있는 이 행성의 안녕을 위해


부단히도 행성인들은 인류의 존재가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것.


그것을 일깨우기 위해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던 전시였습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대멸종 연대기>를 보면서 제가 잘 모르는 영역이지만 관심을 놓지 않으니


관련된 전시와 책들을 꾸준히 만나게 되는가 봅니다.^^

 

 

 

 

 

 

 

 

앞에 나온 대멸종의 타임라인에 이어 사진과 그림들 역시


뭘 느끼게 하고자 하는 건지 책을 다 읽고 덮기 전에는 몰랐죠.


다 읽고 나서 다시 타임라인과 사진, 그림들을 보러 앞으로 되돌아갑니다.^^

 

 

<대멸종 연대기> 의 부제는 "멸종의 비밀을 파헤친 부검 프로젝트".


고생대 캄브리아기라는 오래전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다시 현재 지구인들이 사는 이 행성에 대한 진단과 지구인들에게 보내는 경고에 이르기까지


<대멸종 연대기> 안에 담겨진 과학적 사실과 저자의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로서의


철학들이 넓고도 얕지 않은데 놀라운 게 이 책이 데뷔작이라는 것.


저자 피터 브래넌은 행성과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기고하는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라고 소개되고 있는데요.


이 뿐만 아니라 아득히 먼 시간부터 우주생물학, 고기후학, 진화생물학, 고생물학, 지질학,


지구화학, 해양생물학, 심지어 과학철학까지 총망라해서 이 책에 담고 있습니다. 


또 어떨 때 보면 에세이 같은 느낌도 들다가, 과학 전문지에 실리는 내용이 끼어들다가 .....


전문 과학지식들과 에세이를 넘나드는 책이더라구요.^^


거기에 제가 끌렸던 지점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 땅 덩어리, 바닷속 생물들,


난폭한 포식자들 모두에게 감정이입, 생각이입해서


살아있는 것으로 느끼며 이야기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저널리스트인데 책 속에 저자의 감정과 생각이 자주 보였던 <대멸종 연대기>.
 

 

그래서 이색적으로 다가온 과학도서였어요.

 


가장 앞 페이지 대멸종의 타임라인에 제시되었던 시기 용어들마다


끝에 ~ 말이 붙었던 것은 이 책이 지금까지 거쳐온 5대 대멸종에 대해서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생대의 두번째 시기인 오르도비스기,


고생대의 네번째 시기인 데본기,


고생대의 여섯번째 시기이자 끝이었던 페름기,


중생대의 첫번째 시기인 트라이아스기,


중생대의 세번째 시기이자 끝이었던 백악기.


5대 대멸종은 이 행성이 대멸종을 경험했던 것인데요.


5대 대멸종이라고 부를만한 기준은 지구사에 동물이 갑작스럽게


거의 모두 소멸되었던 행성 규모의 절멸사건을 얘기합니다.


그런 것이 다섯번이나 있었던 것.


가장 잘 알려진 대멸종은 아무래도 중생대 백악기말에 있었던 거대한 충돌.


직경 10km 크기의 소행성이 멕시코에서 충돌했는데


생명체가 거의 다 멸종했다니....이것도 너무 놀랍고


흥미로운 서사를 갖고 있던 공룡의 최후도 이 충돌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던 것은 더더욱


현재까지도 이야기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행성의 역사에서 육지를 가장 널리 차지한 동물집단이 공룡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았죠.^^


마치 지어낸 이야기같은데 많은 것이 사실이라는 것에서 이 책을 보면서 자주 놀랍니다.


직접 경험해보진 못했던 시간이고 일이지만 <대멸종 연대기>를 읽으면서


대멸종이라는 것이 정말 가능했던건지, 실제 모습은 어떤지 상상하게 되는데


실체를 모르겠으니 너무나 궁금해지네요.


이렇게 공룡이 최후를 맞이한 대멸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멸종이 있던 시기에는


가장 극심하게 자연적인 격감을 겪게 되었던 것.


그 원인은 한 가지로 말할 수 없지만 크게는 급격한 기후변화를 꼽는 데에서


지금도 여전히 기후변화에 민감한 지구인들의 반응이

 

 

어찌 보면 놀라울 일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직접적으로 내 주변에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고 앞으로도 큰 가망성이 없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아무래도 부족한데


대멸종이 일어났던 원인들을 <대멸종 연대기>를 통해 접하고 보니


이제는 대륙과 해양이 갑자기 뜨거워지거나, 또는 산성화되거나 산소가 없어서 죽는 등


떼죽음이 발생하는 지점들을 발견하게 되면


대멸종의 징후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듯 싶어요.^^;;


동물들이 갑자기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왜 뉴스에 나는지,


평년 기온을 넘나드는 일이 있을 때 왜 그것이 뉴스에 나는지,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해수면이 올라가는 일이 왜 뉴스에 나는지.


이 행성에서 일어나는 자연환경의 변화들이 때로는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 지라도


이제는 그러한 변화를 그냥 넘겨보진 않게 될듯 합니다.


언젠가는 그런 변화들이 지구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대멸종 연대기> 를 보니까 이젠 그런 세상의 반응들이 이해가 되요...이제서야 ㅋ


이러니 세상을 보는 눈, 개인의 세계관이 변화하는 데

 

 

 책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는가 보네요.^^


더이상 대멸종에 대해서 말할 때 화산폭발이나 소행성과의 충돌만 조심할 일이 아니라는 것.


이 행성에서 살아가는 모든 지구인들이 하나로 뭉쳐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맺는 등


인류의 존재를 지속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국가의 리더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까지 저변이 확장되어가야 한다는 것.


그야말로 기후가 발작을 일으킬 때, 그 일이 반복된다면 최후를 의심해봐야 하는 것이겠지만


당장은 그럴 가망성은 없다는 이야기를 또 한번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끝난 일은 아니죠.^^;;


저자 피터 브래넌이 생활하는 보스턴을 중심으로 미국, 남미 전역에 걸쳐서


이 옛날 흔적들이 보일 때면 금새 독자로 하여금 과거로 되돌아 가게 합니다.


그 당시에는, 대멸종이 있기 전에 그 행성의 지배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지금처럼 정복하고 지배당하는 구조가 아니라 그들끼리는 조화롭게 지냈을까?


먹고 먹히는 관계는 피할 수 없겠지만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며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등등.


과학도서인데 과학적 사실을 탐구하기 보다 왠지

 

 

대멸종을 겪었던 생명체들에 대한 연민이 앞서게 한건


전적으로 저자 책임입니다. ㅋㅋ


물론 같은 책이라도 독자에 따라 더 꽂히는 지점은 다르겠습니다만은....%EB%B0%95%EC%9E%A5%EB%8C%80%EC%86%8C%20%EB%B6%84%ED%99%8D%EB%8F%99%EA%B8%80


저는 그래서 이 책이 좋았어요.


감정이 완전히 배제되어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책은 제게 울림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과학 저널리스트이면서 과학철학을 다루는 저자의 온기가 느껴졌고


더불어 그가 대멸종이 있었던 그 시기로 독자를 데리고 가서


당시의 생명체들과 만나게 해주었다는 느낌도 받았기에 더 그런듯 합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가 받은 느낌입니다. ^^

 

여러분들은 또 저와 다른 경험과 삶을 살고 있으니 이 책을 다르게 받아들이실 수 있어요.


그래서 책이 참 기묘합니다.


 

어떤 책이든 그 책이 전하고자 하는 사실은 물론이고

 

그것을 뛰어넘는 저자만의 메시지는 있을 텐데요.

 

이 책은 대멸종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아직 오지 않은 여섯번째 대멸종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에 과학 전문가들의 예상과 더불어

 

저자의 생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여섯번째 대멸종이 가까이 온 건 아니라는 걸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지난 5번의 대멸종들이 앞으로 우리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대해서는

 

숙고해볼 필요성을 느끼게 합니다.

 

고생물학자와 지질학자를 비롯해 연구자들의 실험실을 찾아다니며

 

저자가 밀착 취재한 결과들이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한 부분도 있고

 

사회 전반을 통찰하며 우리가 사는 이 행성의 미래를 조심스레 예견해 보는,

 

그리고 지구인들에게 경고를 하기도 하는 책.

 

용어가 저로서는 너무나 생소해서 어떤 것들은 검색을 해가며 보기도 했지만

 

각자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한번 봐준다면 분명히

 

과학에 관한 지평은 넓혀주는 책이 될 거예요.

 

얻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고통이 따르는 법.


따분함과 어려움을 극복해 보세요.^^


저도 노력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며 책을 덮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믿을 수 없는 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지만요. ㅋㅋ

 

이를테면 물고기 없는 바다가 있었다는 것도 놀랍고....

 

오르도비스기에 있었던 물고기들이 우리의 조상이라는 이 문장이 과연 가능한건지도.....

 

아마도 족제비를 닮은 작은 원시 포유류였을 우리의 조상은.....

 

이런 문장이나....^^;;

 


 이걸 이해하려면 그 중간 단계를 진지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겠죠? %EB%B0%95%EC%9E%A5%EB%8C%80%EC%86%8C%20%EB%B6%84%ED%99%8D%EB%8F%99%EA%B8%80

 

제 능력 안에서 확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과감히 그냥 패스.....

 

이걸 물고 늘어지면 진행이 안되요 이런 책들은 ㅋㅋ

 

호기심을 놓지 않으면 언젠가는 또 이 지식 조각들과 연결시켜줄 지식을 만나


몸소 경험하고 이해하게 될거라 믿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5대 대멸종이 지나왔고 인류는 그 당시를 직접 목도하진 못했어도


잔해가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런 잔해들을 저자 역시 곳곳에서 힘주어 소개하고 있구요.


현대에 왔다가 다시 페름기, 트라이아스기, 백악기로 넘어가느라


가끔 멀미를 하는 듯한 착각이 들 때도 있지만 ㅋ

 

 

고생대의 기수 삼엽충, 앵무조개류, 바다를 덮은 완족류들도

 

오르도비스기, 데본기에는 살아남았지만

 

고생대의 끝 페름기에는 죽임을 당하기도 했고

 

자연적 격감 이후에 잠시 미생물 층군이 화석기록에 존재한 것을 보면서

 

세균왕국이 패권을 쥐기도 했던 때를,


바닷 속에서 스멀스멀 기는 것들이 이 행성을 지배했던 때를,

 

무척추동물이 가득 채웠던 오르도비스기의 세계를,

 

대멸종의 잔해들을 통해 가늠해 봅니다.

 

결정적인 대멸종의 시기에는  ​사하라의 풍경에서

 

 

극심한 빙하시대의 특징과 정렬되는 순간이 있었음을,


이러한 극단적인 기후의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어요.


그 극단적인 기후 변화에 이산화탄소가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다는 것도.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으로 빠르게 주입되서 지구 전체가


온실기후가 되는 것도 문제지만


이산화탄소 수준이 빠르게 떨어지는 것도 빙실기후를 만들게 되는 거라 문제는 되죠.


미래에는 이런 조망은 아무래도 어렵게 되긴 했지만요.


지금으로서는 이산화탄소가 2배로 늘어나면 행성은 섭씨 4도정도 더워질거라 예측하고 있고


 환경의 변화로 인한 위기의식을 느끼며 파리협정을 맺었을 때도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볼 때 해수면이 계속 올라갈 것은 불 보듯 뻔하니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섭씨 2도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것에


195개국이 합의하기도 했는데요.


그 195개국이 세계온실가스 배출량 90%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인데


최근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탈퇴하겠다고....;;


이런 편협하고 이기적인 인식, 연대의식 없는 결정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고생대 데본기 후기 대멸종 때 집단으로 죽은 해양생물이 해저로 가라앉아

 

풍부한 천연가스를 남겼고 그것을 그대로 제공받은 미국이었다는 게 이 시점에 떠오르네요.

 

 

 

오르도비스기의 끝은 빙기로 인해 행성 위의 모든 것이 죽었고

그로부터 "물고기 없는 바다"가 있던 세상은 다시 회복하는데 500만년이 걸렸다고 해요.

인간으로서 감당하기엔 너무나 까마득한 시간이라 사실 감도 잘 안오지만

이후에 있었던 대멸종에서도 탄소 순환이 심각하게 급속히 변하거나


급격히 한랭화가 오기도 하면 또 대멸종을 맞이하게 되는 패턴들.


  ​어류의 시대 데본기에는 불모의 대륙에 숲이 만들어지고

나무가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면서 날씨가 매우 추워졌다는 것도 상상만 해볼 뿐이지만

<대멸종 연대기> 를 읽으면서 즐거운 상상도 해봤습니다.


가보지 못했던 시공간을 상상하게 했던 경험은 흥미로웠어요, 충분히!!


그다지도 오만한 인간, 우리의 조상은 그 당시 우리가 군림한다고 여겼던 다른 종들과


똑같은 입장에서 공생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조상은 육지를 정복했다기 보다는 물에서 탈출한 것, 한마디로 쫓겨난 것이었구요.


싸움을 꺼리는 우리의 조상은 서로 다른 걸 먹기로 선택했다는 저자의 관점이


또한 흥미로웠고 과학철학서라고 느꼈던 지점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아는 세계 곳곳이 언젠가는 물에 잠길 것이라고도 하고

 

현재 지독히 운이 좋아서 소행성과의 충돌 없이 대멸종을 겪지 않고 있지만

 

지금 나의 세대에는 없다 할지라도 이렇게 인류가 살아남을 확률이 과연 영원할지는 미지수......

 

페름기에 비하면 6대 대멸종이 일어날 수치는 1/10 도 안된다고는 하는데

 

생물학적인 대멸종이 도달하기 훨씬 전에

 

어쩌면 인류에게 문명을 통한 붕괴가 더 먼저 올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경고는

 

그냥 넘겨볼 수 없는 인식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인간은 결국 극도로 멸종에 잘 버틸 것이라는 예상, 종 자체가 위험에 처하는 건 아니고

 

단지 삶의 질이 형편 없어지는 것일 뿐이라는 게

 

 

마냥 좋아할 일인지는 각자 생각해볼 문제겠죠......%EB%B0%95%EC%9E%A5%EB%8C%80%EC%86%8C%20%EB%B6%84%ED%99%8D%EB%8F%99%EA%B8%80

 

​거시적인 관점에서 모두가 연대해서 급격한 기후의 변화는

 

 

늦추려는 노력은 필요하겠다는 생각 해봐요.

 

가능성이 없어도 안 될것을 알면서도 맞서 싸웠던 구한말 우리 의병들의 정신이 떠오릅니다.

 

​오히려 너무 먼 이야기 같아서 인류의 노력이 게으른 걸까요......

 

그게 맞다면 인간은 어리석다는 신들의 조롱을 달게 받아야 할 것이겠죠.


<대멸종 연대기> 를 읽었는데 저는 이런 생각으로 귀결되네요, 신기하게도.

 

"인간은 ​오만함을 버리고 자연의 변화에 귀기울이는 겸허함을 가질 것"

 

그래서 이 책이 제게는 과학철학서로 읽혔나 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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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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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번에 만난 작가정신의 소설향 시리즈 첫번째 김사과 작가의 소설도


제게는 참신하게 다가왔었는데 두번째 소설 <붕대 감기> 를 통해


처음 만난 윤이형 작가의 소설 역시 반갑고도 신선한 만남이었습니다.


제가 확실히 소설을 좋아하나봐요.


작가정신 소설향 시리즈 이제 두번째이긴 하지만 앞으로가 더더욱 기대되는 시리즈입니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소설 시리즈 중에서도 좋아하는 것이 있긴 하지만


작가정신 소설향 시리즈는 책도 조그맣고 한 손에 들고 보기도 좋아서


내용이나 외형이나 다 맘에 듦~~^^

 

윤이형 작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부터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생소한 작가였어요, 제게는.

 

소설을 좋아하지만 아직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다 만나보진 못했고

 

그러기가 참 쉽지 않아서 말입니다.

 

그런데 전에 한번 만났던 적이 있더라구요, 미처 제가 인지하지 못했지만.

 

멜랑콜리 해피엔딩.

 

역시 작가정신에서 나온 박완서 작가 오마주한 콩트집이었는데

 

거기에 박완서 작가를 기리며 콩트를 냈던 여러 작가분들 중에 계셨던 걸 지금 보니 알았습니다.

 

그때 너무 작가분들이 많이 참여했고 제게 인지도가 있던 작가분이 아니어서

 

기억하질 못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이제는 <붕대 감기> 를 통해서 윤이형 작가님 이름도 확실히 각인되었습니다.​

 

​2019년에는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셨더군요.^^

독자들은 모르고 있지만 작가들은 부단히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자 묵묵히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소설의 첫 페이지를 들어가기 전에 차례에 있는 이 작품에 대한 평론 제목을 보면서


대충 <붕대 감기> 가 어떤 주제를 드러내고자 하는지 가늠할 수 있었어요.


"페미니즘" 이제는 진짜 페미니즘, 좋은 페미니즘이 뭔지 알쏭달쏭할 정도로


세상에 다양한 목소리들이 뒤섞여 있는듯 합니다.

심진경 평론가의 이야기를 먼저 빌리자면


"진정한 페미니즘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날 것" 을 이야기하고 있죠.


여성에 대한 강요도, 과도한 혐오와 경멸도 모두 다


폭력일 수 있다는 것부터 다같이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페미니즘에 모범 답안은 없다는 것, 각자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일 뿐이라는 말들이


소설을 다 읽고 난 뒤에 보니 더욱 더 울림이 전해지기도 하더군요. 


​거꾸로 소설로 돌아갑니다.


윤이형 작가의 <붕대 감기> 는 각기 다른 계층, 학력, 직업, 나이, 취향, 기질이 다양한 여성들의 서사를

세연과 진경 을 중심으로 가지치기하며 그녀들의 사연을 확장해 나갑니다.

​읽다 보니 어떤 때는 A가 주인공이 되고 또 다음 사연으로 넘어갈 때는

A가 보조인물이 되기도 하고......

그렇게 퍼즐 맞추듯 짜맞혀 가는 구성을 시도한 것이 흥미로웠고

독자로서는 읽다 보니 이 퍼즐을 맞추고픈 희한한 심리가 작용해서

인물관계를 적어가면서 읽게 되는거죠. ㅎㅎㅎ

소설의 재미는 이렇듯 인물간의 관계 설정이 어떻게 되었는지

작가가 구상한 관계도를 파악해 가는 과정도 한몫 하는 것 같습니다.


왜 제목이 <붕대 감기> 일까?


 소설을 만날 때면 늘 집착하는 지점.


가장 압축적, 상징적으로 작가는 제목에 소설의 대표성을 부여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소설 속에서 세연과 진경의 사연 속에서 붕대 감기가 등장하죠.


고등학교 동창 사이인 세연과 진경은 어느날 교련 시간에


둘씩 짝지어서 머리에 붕대를 감는 실기시험을 보게 됩니다.


왕따 당하는 세연의 주변에는 원래 그렇듯 아무도 없었는데


친구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진경이 세연에게 다가가 같이 하자고 먼저 제안하게 되죠.


그러다가 세연이 긴장을 했는지 진경의 머리에 붕대를 감는 과정에서


붕대를 한 바퀴 더 돌리는 바람에 짧아진 걸 못 느끼고


왜 모자라지? 하면서 콱 조이는 바람에


진경의 머리에 붕대때문에 압박되는 작은 에피소드가 생깁니다.


​93페이지쯤 이야기가 나오고 다른 여성들의 사연이 나오다가 다시 125페이지쯤.....

소설의 묘미는 한 번에 다 사연들을 풀어놓지 않는다는 것 ㅋ


시간이 흐르고 페이지를 한 두장씩 넘겨가면서 점점 실마리가 풀리는 그 과정,

 

그것이 제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곳곳에서 던지는 질문들에 대해서 생각도 해 가며.^^

 

윤이형 소설 <붕대 감기> 의 핵심 축인 세연과 진경의 이야기를 포함해서

미용실 실장 해미와 친구의 일로 페미니스트가 되어 집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지현.


지현이 죄책감을 품으며 살아가게 했던 친구 미진.

경단녀가 되지 않으려 육아와 워킹맘 사이에서 정신적으로 황폐해지고 있는 은정과 아들 서균.

학창시절부터 쭉 남성들에게 인기있는 여성의 표상으로 친구 세연에게 비춰줬지만

지금은 초등 방과후 독서지도서로서, 그리고 평범한 40대 가정주부의 삶을 살아가는 진경과 딸 율아.

 그리고 프리랜서 출판 기획자로 왕따도 당했고 외모강박이 있으며

진경을 동경하기도 하고 또 한편 남몰래 미워하기도 했던 세연.


교수와 제자 사이였던 경혜와 채이.


친구 사이인 채이와 형은.


형은과 그녀의 엄마 명옥.


그 중에서도 저는 명옥과 효령의 사연이 자꾸만 떠오르더라구요.


명옥과 직장에서 처음 만나 선후배 지간으로 지내는 효령.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다가 남편도 죽고 딸도 컸지만

딸 형은은 엄마 명옥을 부양할 능력이 없었고 그로 인해 중년 여성 명옥의 불투명한 미래가 보이면서

자식보다는 오히려 ​비슷한 또래의 동반자와 함께 사는 삶도


새로운 가정의 형태로 떠오를수도 있겠다는 생각.....그런 예상을 이 소설이 하게 하더라구요.


제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세상의 또 다른 그림을 이 소설이 새롭게 심어준 부분입니다!!!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지점이었거든요.


하지만 딸로부터 독립하기로 결정한 명옥과

 그녀를 언니처럼 ,엄마처럼 돌보기를 자처한 효령과의 관계를 보면서


여성들끼리의 끈끈한 연대가 하나의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게끔 하는 견고함으로 나아갈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면서 명옥이 딸 형은에게 했던 말이 계속 남아요.


저도 제 딸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기에.


"우리 인생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너희는 너희 인생을 잘 살아....."  라고.


​그러면서도 엄마는 형은이 서운해할까봐 살짝 염려하는 것까지

엄마의 심정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지점이었어요.


​그리고 진경이 율아를 생각하며 딸에게 하는 말도 딱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었어요.

엄마와 아이는 서로 완전히 다른 인격체이며, 아이는 엄마의 자궁을 통해서 세상에 태어났을 뿐.​


율아에게 진경의 오랜 박탈감을 투사해서 강요하는 것이 의미가 없듯


저 역시 이 부분에서 자유로워지고자 노력합니다.


부단히 노력은 해요..... 때때로 삐그덕거리긴 하지만요..... 그럼에도 노력하는 것에 의미를 둡니다.^^


"사랑하는 딸, 너는 네가 되렴.

너는 분명히 아주 강하고 당당하고 용감한 사람이 될 거고

엄마는 온 힘을 다해 그걸 응원해줄 거란다.

하지만 엄마는 네가 약한 여자를, 너만큼 당당하지 못한 여자를,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여자를, 겁이 많고 감정이 풍부해서 자주 우는 여자를,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를, 결점이 많고 가끔씩 잘못된 선택을 하는 여자를,

그저 평범한 여자를, 그런 이유들로 인해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이제는 나이가 들어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밀려났다는 정체성으로


자신을 퇴적된 지층의 일부라 표현하는 진경의 아는 언니, 윤슬.


윤슬은 진경이 세연이 얘기를 많이 해서 자신의 얘기를 많이 못하게 되는 상황이 못내


서운하고 싫고, 윤슬이 자신을 바라보는 건 모르고 진경의 신경은 세연으로 조금 더 향해있는 듯 하고,


진경이 자신을 신경쓰고 생각하는지도 모르는 세연은 또 그 나름대로


진경이 다른 곳만 쳐다본다는 생각에 소외감을 느낀다 하고......


서로 관계가 있는 사람들끼리 그 안에서 감정의 화살표들은 아주 복잡하게 돌아갑니다.


세연 : 저는 우선순위에서 밀렸어요. 소외당했다고요.


아무리 그 친구를 아껴도 걔한테는 1순위가 될 수 없는데,


이런 마음을 품고 다시 만나는 게 의미가 있을지.....


누구를 구하겠다는 말이 이제는 무의미하게 느껴져요.


따라올 사람은 따라오겠죠.





진경 : 하지만 내가 도와주려 해도 너는 원하지 않잖아.


무섭고 외로워도 너는 내가 필요하지 않잖아.


왜 나는 안 돼?


거창하고 멋진 도움은 줄 수 없지만, 그냥 곁에 있어줄 수는 있는데,


너는 늘 다른 사람들만 보고 있었어.


나는 안 되는 것 같았어.

항상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





진경의 말에 세연이 한 대답이 누군가와 힘든 관계가 되었을 때


누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어요.


단지 친구가 되는 법을 내가 하나도 모를 뿐이라고......


내가 한심하고 못난 인간이라 이 나이 되도록 그런 것도 배우지 못햇다고.....


나한테 좀 가르쳐줄래?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무언가를 하기로 마음 먹으면 한 번에 너무 완벽하게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신경을 곤두 세우고, 무리를 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들이 부어버리는 아이.


그러다 헐떡거리고, 숨을 몰아쉬고, 패닉에 빠져 버리는 아이.


진경은 세연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입장이 다른 타인을,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는 일은

 

어쩌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인거 같아요.

 

서로를 향해 보이지 않지만 들고 있던 무기를 내려놓고

 

서로를 비난하지 않고 말하는 것이 많이 어려운 일인건지도 질문하게 됩니다.

 

사람은 무시당하는 것을 참 못 견뎌하는 것도 같아요.... ;;

그래서 조금이라도 남보다 지지 않으려고, 강해 보이려고 하는 것이며

 

그렇다면 과연 상대에 대한 그런 대응이 관계를 좋게 다져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

 

 

 

 

 

 

 

 

 

 

 

 

 

 

 

 

 

 

 

 

 

 

 

 


 

때로는 여성이 여성에게 더 엄격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말에도 왠지 뜨끔해져요.

 

여성끼리의 연대는 이해보다는 적대시하는 것이 더 쉬운 것일까 과연???

 

페미니즘 이슈를 다루는 이 소설의 큰 틀이 있긴 하지만

 

그것을 다 포함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형성은

 

 

어떤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도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세연과 진경을 보면서 상처 받을 것이 두려워서

 

관계맺기를 포기하는 요즘 사람들, 저를 포함해서.... 많이 겪는 일 아닐까요?

 

나와 다른 성향과 기질을 가진 아이인데 절친이 되는 경우도 많은 건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관계이기에 서로 연합하고

 

 

 상처받을 준비도 되어 있는 것이기에 가능한건가.....

 

타인에게 자신의 취향을 드러냈다가 머쓱해 지는 일을 겪었던 소설 초반 해미의 사연 역시도

 

다름을 존중하지 않은 데서 기인하는, 사소하게 주변에서 흔히 겪게 되는 일이죠.

 

이렇게 사람들은 나와 다름으로 인해 크고 작게 상처를 받고

 

그것을 드러내는 경우 갈등과 대립 상황을 겪으며


심하게는 분열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소설 <붕대 감기> 에서는 이렇게 숱한 인간사 속에서 특히 여성들의 서사에 초점을 맞추는데요.


윤이형 작가는 남성중심적 사상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질서와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고착화된 구조 속에서


이 사회에 자리잡은 여성을 향한 억압성에 천착합니다.


약자나 소수자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던 작가의 문제의식이


<붕대 감기> 에서는 여성들의 연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자


우리 사회의 사건인 페미니즘 이슈, 탈코르셋에 대한 이야기들을 한 켠에 집어 넣은 것이죠.

 

 

여성들 사이의 입장 차이를 구체적으로, 그리고 내면의 심리도 예리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각자의 사연과 그 내면의 목소리를 이해하고자 노력한다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읽어나갔던 것 같습니다.^^


​세상이 변해간다는 것은 인간사에서 불변의 진리이고,

 

그 흐름의 중심을 향해 헤엄쳐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뒤로 물러나 물결에 실려가기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죠.

 

자신에게 없는 모습이 상대방에게서 보일 때,

 

때로는 무서우리만치 상대방에게서 내 모습을 보듯 거울 보는 느낌이 들 때,

 

막상 그럴 때 드는 감정과 생각들이 나를 고립시키고 힘들게 해서

 

 그 당시만큼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깨닫는 순간이 올 거라 믿어봅니다.

 

서로를 배우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 나가되

 

같아지려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자기혐오, 불안의식, 미성숙함으로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평생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나와 다른 타자와의 화해와 연합이라는 것을.


똑같은 속도, 같은 방향으로 모두 다 한결같이 변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모순이 공존하는 이 사회의 속성을 인정하며


서로에게 소박하게나마 위안을 건네는 그런 관계를 지향하고 싶습니다.


작가정신 소설향 시리즈 두번째 <붕대 감기> 를 읽으며 드는 생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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