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류 멸종, 생각보다 괜찮은 아이디어 -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철학적 사고 실험
토드 메이 지음, 노시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평점 :
성찰을 통해서 도덕적으로 선한지, 악한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오로지 인류에게만 있다.
인간 세상에 놓여진 무수히 많은 질문과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인류는 과거와 현재를 인식하고
미래를 지향해 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인문교양서 <인류 멸종, 생각보다 괜찮은 아이디어>에서
실존주의와 도덕철학에 관한 책들을 출간했던
미국의 철학자 토드 메이는
다원주의적 인식을 취하며 문제에 접근하려 노력했다.
흥미로운 질문들, 그럴듯한 가설들,
철학적인 사고 실험을 통해서!

제목은 물론이고 서문의 제목인
"우리가 없었더라면 지구는 더 좋은 곳이 되었을까" 라는
질문부터 작가의 돌려까기 위트가 돋보인다.
실존하고 있는 인류에게 인류 멸망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일명 셀프 디스, 불편한 질문들을 던진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일부 인류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한편 희망적이기도 했다.
이 점이 바로 인류의 탁월함이 아닐까!
전 세계적으로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기저에는
인류 자체를 목적이 아닌 노동력으로 인식하며
자본주의 논리의 수단으로 보는 관점이 팽배한 이 시대에
인류 존속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통쾌하기까지 했다.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는 책들에
늘 더듬이가 향하는 1인으로서
<인류 멸종, 생각보다 괜찮은 아이디어>는 필자에겐
취향 저격인 인문교양서이다.
작가의 유머와 휴머니즘이 곳곳에 묻어나서
유독 몰입독서가 잘 된 책이었다.
재밌었던 꼭지는 다시 뒤로 돌아가 읽고 또 읽었다.
(요즘 제주도여행 중이어서 책방으로 취향이 향하는 중인데
이 책이 보이지 않아서 참 아쉬웠다.
만났다면 너무나 반가웠을텐데.....
이렇게 재밌는 인문교양서가 출간되었는데
책방지기님들은 왜 입고를 하지 않은 거지?^^;)
현재의 풍요한 인프라를 누리기 위해서는
수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영화 속 설정처럼 인구가
점점 감소하게 된다면
대규모로 사람들이 모여살기 보다는
소그룹의 인간이 존속할 거라는 예측이 더 타당해 보인다.
그렇다면 인류는 앞으로 지금보다는 훨씬 덜
자연과 비인간 동물, 타자에게 가하는 해악을 줄이게 될까?
토드 메이의 책을 읽다 보면 독자부터 새롭게 궁금증들을
생성하게 되나보다.^^
(위뷰 1기의 행운으로 토드 메이라는
철학자를 알게 되어 기쁨!)
대다수 인간이 개별적으로 지구에 기여하는 바는
미미하지만,
인류가 집합적으로 가하는 위협은 상당한 수준이라는 걸
요즘 제주도여행을 하면서도 이따금씩 느낀다.
선의지를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제주도라는 환경을
지키려는 소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관광객들이 휩쓸고 지나가 버리면
초토화가 되어버리는 현실....ㅠ
(가만히 있는 그대로를 지켜주면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여행자로 노력중이다.)
인간이라는 종은 멸종당해 마땅하다고 강하게 말하기에는
좀 용기가 필요할테지만
멸종하면 사실 결과적으로 더 좋은 건 아닌가라고
다시 묻는다면
확신을 갖고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긴 할까?
지금까지 비인간 동물들을 책임지지도 않으면서
고통만 주고 착취만 일삼는 인류의 행태를 생각하면
계속 번식해서 존속하기보다는 없어지는 편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의식에 대해서 도덕적인 쟁점으로 접근해볼 때
작가가 꺼내든 공리주의는 독자로 하여금
인류 존속의 필요성에 대해 정확하고 바르게 판단하는데
좋은 가늠자가 되어주었다.
공리주의는 18세기 사상가 제러미 벤담의 철학에서
유래해서 19세기 존 스튜어트 밀에 이르기까지
최대의 쾌락을 가져다주는 행위가 곧 도덕적으로도
옳은 행위라고 보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고통은 최소화하고 쾌락은 최대화하는
행동들을 실행하는 것이 공리주의 관점에서
도덕적으로도 옳은 접근법이 되는 것이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인간이 다 사라졌을 때
인간의 공장식 축산방식을 통해 태어나
고통을 겪을 동물들이 태어나지 않게 될테니
동물의 고통도 감소할 것이고
해양생물들의 미세 플라스틱에 의한 죽음도 줄어들 것이고
아마존 우림과 북극 빙하 감소로 인해
거주지를 잃고 굶주려 죽게 되는
생태계 또한 보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공리주의 논리로 접근해 보자면
인류 존속의 장점을 찾기가 어렵지만
문제의식을 갖고 성찰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인류의 탁월함을 공리주의에만 의존할 수는 없겠다.^^;
그래도 인류가 존속해야만 하는 이유는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인류만이 아름다움, 진리, 그리고 좋은 삶을
추구하고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에
이러한 인간 삶의 풍부함을 지속할 수 있도록
공동체주의를 발휘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동체란 물론 비인간동물을 포함하며
인간중심주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인류 또한 자연의 구성원임을 자각하며
비인간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더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만들어가고 책임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희망고문이라고 해도 좋다.
이게 아니면 현재 스케일만 키우며 돈의 논리만
쫓는 세상에서 뾰족한 방법도 딱히 떠오르질 않는다...ㅠ
다수는 아닐지라도 인류 개개인의 선의지와
탁월함에 기대보려한다.
끊임없이 문제로 인식하고 자문하며 옳은 것이라고
믿는 것에 대해서 실천하는 인류가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인류가 누리는 행복과 인류가 유발하는 고통을
단순 비교할 수도 없고
인간과 비인간동물의 삶의 가치를 계산해낼 수 있는
수학공식 또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돈의 힘이 비단 과시용이 아니라 가치의 관점에서
활용되어지는 미래로 나아가길 바란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만을 위해 전 인류가
이러한 변화를 촉구하는 것은 아닐테다.
이 지구가 선사하는 아름다움과 무한한 자원들을
앞으로 살아갈 세대들에게도 효율적으로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좋은 삶을 보장해주는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앞으로 태어날 사람들의 이로움에 중점을 두는 장기주의가 바로 그것이고
효율적 이타주의를 견지하는 것이다.
윌리엄 맥어스킬이 쓴 <우리는 미래를 가져다 쓰고 있다>라는 책제목만 봐도
사실은 인류가 저질러왔던 공장식 축산, 인구 증가, 삼림 벌채, 기후위기,
비인간동물 대상의 실험 등에 대해 이제부터라도 어떤 행동을 취해야할지
이미 답을 다 알고 있지 않을까.
인류 존속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면 이제부터라도
비인간동물과 자연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하겠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고 상호 존중의 가치를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
사실 이러한 노력은 인류의 존속과 멸망의 결과에 상관없이
이루어져야 하는 가치이겠지만 더이상 퇴행할 수는 없다.
뒷걸음질치다가는 결국 절벽이다.
파괴하는 데에만 집합적인 힘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인류 멸망이 더 이상 생각보다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조롱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인류의 조직적인 힘이 필요하다.
이보다 더 풍부한 관점으로 작가가 펼쳐나간
이 인문교양서는 그래서 전체로 만나봐야 한다, 꼭!!!
위즈덤하우스의 신간 <인류 멸종, 생각보다 괜찮은 아이디어>를 통해
철학자 토드 메이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니
이제는 시간을 거슬러 이전 책들을 찾아보려 한다.
17박 18일이라는 긴 여정의 제주도여행을 즐기는 와중에도
독서할만한 공간에 갈 계획이면 꼭 이 책을 챙겨갔고
집중하기에 짧았을지라도 꼭지마다 내용들이 흥미로워서
충만한 시간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참 의미있는 독서였고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인문교양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