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가 죽었대
리안 장 지음, 김영옥 옮김 / 오리지널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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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정리한 서평입니다.>


리안 장의 장편소설 'J가 죽었대'는 첫 문장부터 독자를 붙잡는다.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한 가지 있어요. 저는 제 쌍둥이 자매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이 선언 같은 문장은 곧바로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기며, 소설이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정체성과 욕망, 계급과 인종에 관한 날카로운 질문을 품고 있음을 예고한다.




클로이와 줄리. 줄리와 클로이.

겉으로는 똑같아 보이는 쌍둥이지만, 두 사람의 삶은 극단적으로 갈라져 있다. 클로이는 운 좋게 부잣집에 입양되어 모든 걸 가진 채 화려한 인플루언서로 성장한다. 반면 줄리는 무책임한 어른들의 선택으로 남겨져, 늘 비교당하며 친척집에서 벌레 취급을 받으며 살아간다. 둘 사이의 간극은 단순히 돈과 환경의 차이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의 가치를 부정당하며 살아온 줄리의 고통으로 더 깊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줄리는 언니의 시체 앞에 서게 된다. 경찰은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 묻는다. 그 순간 줄리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언니의 삶을 이어받기로 한다. 줄리의 첫 번째 기회이자 아이러니한 전환점은 바로 클로이의 죽음이다. 언니의 삶을 훔치는 것은 죄책감과 두려움의 선택이면서 동시에 살아남기 위한 발악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쌍둥이의 뒤바뀐 삶에서 출발하지만, 단순한 정체성 바꾸기 소동극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리안 장은 인플루언서 세계의 화려한 외피 속에 숨겨진 경쟁, 질투, 폭력적인 자본의 논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인플루언서가 쌓아올린 이미지가 얼마나 허약한 토대 위에 세워진 것인지, 그 이면에 얼마나 많은 거짓과 착취가 숨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인으로 살아가는 경험, 인종과 계급이 어떻게 얽히며 개인의 선택을 제한하는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 모든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긴박한 호흡으로 진행된다. 독자는 “이건 말도 안 되잖아”라고 중얼거리면서도 다음 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다. 현실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과장된 듯 보이는 사건들이 사실은 우리가 사는 사회 속 어두운 단면을 확대해 보여주는 거울처럼 다가온다. 인간의 욕망, 불안, 열등감,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는 잔혹함이 끝없이 펼쳐진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 리안 장의 이력이다. 그녀는 스킨케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출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에서 인플루언서 세계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경험에서 비롯된 디테일을 담고 있다. 허구이지만 허구 같지 않은, 그래서 더 불편하고 더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다. 이 작품이 출간 전부터 영상화 판권이 팔린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미 읽는 순간 머릿속에서 장면이 영화처럼 재생되고, 화면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을 그릴 수 있다.




"J가 죽었대"는 정체성과 욕망에 관한 스릴러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줄리가 언니의 삶을 대신 살기로 한 순간, 그녀는 진짜 자신을 버린 것일까, 아니면 처음으로 자신다운 선택을 한 것일까. 독자는 그 모호함 속에서 인간의 부정적인 얼굴들을 끝없이 마주한다. 질투, 탐욕, 위선, 두려움, 그리고 살아남고 싶은 몸부림까지.


이 소설은 단순히 재미있다거나 스릴 넘친다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읽는 동안 불편하고, 섬뜩하고, 그러나 눈을 뗄 수 없다. 리안 장은 첫 장편으로 강렬한 선언을 했다. "J가 죽었대"는 화려한 인생을 꿈꾸는 이면에 도사린 어둠을 파헤치며, 우리가 외면해온 진실들을 거울처럼 들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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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의 심리 처방전
김은미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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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정리한 서평입니다.>

심리 상담치료학과 교수 김은미 작가가 쓴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오십의 마음 사용법으로 '오십의 심리 처방전'이라는 책이 나왔다.

오십은 누구에게나 온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50대는 사회적으로 봤을 때 물러날 것을 암묵적으로 전달받는 시기라고 한다. 그런데 아직은 몸이 많이 아프지도, 마음도 아직 청춘인. 젊은 세대보다 풍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사람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고, 그래서 좀 더 너그러워져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직은 고집이나 아집에 빠지지 않고 생각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이 남아있으며, 구세대의 가치가 소중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귀 기울일 수 있고, 쉽게 목소리를 높이지도, 나를 주장하지도 않는 시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50을 맞이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현재의 50대는 주로 양육해야 할 자녀와 보살펴야 할 부모 사이에 끼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책임이란 책임은 대부분 이 50대가 감당해야 하는데 이제 슬슬 체력과 에너지도 떨어져 간다.

이러한 여러 가지 한계와 어려움을 떠안았다 해도 50대는 온다. 이 시기가 어렵다고는 해도 노년기로 접어들기 전 우리는 할 수 있는 것, 준비해둘 것들이 아주 많다.



예를 들어, 은퇴 후에 즐겁게 여행을 다니기 위해 50대에는 걷는 연습을 많이 해두어야 한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50대에는 전보다 더 많은 것이 보이는 시기이기 때문에 내가 내려놓아야 할 것, 욕심내야 할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고, 나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법도 익혀 두어야 한다.

나는 오십이 넘어가면서 암에 걸리고, 그리고 또 암에 걸렸다. 우리나라의 의학기술과 건강보험 시스템에 감동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나름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기 속에서 배우는 게 있다. 바로 '행복은 내 안에 있다는 것'

암이 걸렸을 때 사람들이 하는 생각은 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일단 부정적인 사람은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하늘을 원망하고, 의료진을 의심하고, 가족에게 서운해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발견된 것에 감사하고, 가족에게 미안해하고,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 감동한다.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라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오십 대는 아플 수도 있는 시기다. 아직 뛰고 싶지만, 이제 걷는 법을 배워야 할 나이 일수도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이 단단하다면, 노년의 시작보다 중년의 끝자락을 알차게 보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 오십 대를 보내는 근사한 꿀팁은 없다. 그저 찬찬히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한 번 더 돌아보는 데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 번 더 나를 돌아보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생각은 많은 것이 정리되고 내 삶에 메모할 것들이 생긴다.

작가는 말한다.

"지금 흔들리는 건, 잘 살아왔다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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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페트라 펠리니 지음, 전은경 옮김 / 북파머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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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정리한 서평입니다.>

린다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를 따라가다 보면, 처음에는 그저 중2병에 시달리는 사춘기 아이의 투덜거림 같아 보인다. 학교에 가기 싫고, 엄마와는 늘 티격태격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달고 산다. 하지만 그 안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삶에 진지하게 맞서는 철학자가 숨어 있다. 이 책의 매력은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치매 노인을 돌보는 이야기를, 그것도 철없어 보이는 15살 소녀의 시선으로 풀어낸다는 것. 얼핏 들으면 가벼운 농담 같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 세계는 깊고 묵직하다.



린다는 일주일에 세 번,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마다 후베르트 씨를 찾아간다. 86세의 전직 수영장 안전요원이었던 그는 이제 자신이 씹은 빵을 목구멍으로 넘길줄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어떤 날에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의사나 보호자의 눈에는 그저 치매 환자일 뿐이지만, 린다의 눈에는 여전히 한 사람, 한 인간으로 남아 있다. 그녀는 그를 환자가 아닌 ‘후베르트’라는 이름으로 기억한다. 누군가를 마지막까지 한 사람으로 바라본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단단한 존중인지 책은 담담하게 보여준다.



린다는 겉으로는 늘 투덜거리고 귀찮다는 표정을 짓지만, 사실 누구보다 사랑이 많은 아이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멈추지 못하면서도, 남겨질 사람들을 위해 추억을 만들어주려 애쓰고, 사소한 순간조차 의미로 채우려 한다. 그녀에게 죽음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관계의 단절을 고민하게 하는 질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린다는 정말 철학자 같았다.

책 속에는 몇 명 안 되는 등장인물들이 린다와 하루하루를 만들어 간다. 늘 예민하게 굴지만 누구보다 헌신적인 엄마, 린다의 단 하나뿐인 친구 케빈, 후베르트를 곁에서 보살피는 마음약한 요양보호사 에바, 그리고 후베르트의 딸까지. 단출한 인물들만으로 이야기는 풍성하다. 각자 상처와 외로움을 품고 있으면서도 서로 부딪히고 기대며 살아가는 모습이, 마치 오래된 가족사진처럼 따뜻하게 남는다. 책을 덮고 나면 나도 모르게 부모님을 떠올리게 되고, 사춘기 시절 내 안에 숨어 있던 서툰 마음들이 불쑥 고개를 든다.

책을 읽는 동안 평소에 써본적이 없는 ‘애잔하다’는 단어가 몇 번이나 떠올랐다. 하지만 단순히 슬프다거나 가엾다는 의미의 애잔함이 아니라, 한없이 따뜻하면서도 언젠가 놓아주어야 할 것을 아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에 가까웠다. 후베르트의 치매는 돌이킬 수 없는 퇴행이지만, 그와 함께 보낸 시간들은 린다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삶을 단단히 붙들어주는 기억이 된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아프지만 동시에 애틋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오래전 좋아했던 ‘모모’를 떠올렸다. 미하엘 엔데가 그린 모모의 맑은 눈빛이 린다의 모습과 겹쳐졌다. 시간이 흘러 어린 모모가 자라 소녀가 되면, 그리고 철학자가 되었다면 아마 이런 모습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독일어권 문학이 그려내는 소녀는 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도,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힘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책장을 덮고 나면, 마음속에 여러 가지가 동시에 남는다. 치매 부모를 둔 자식으로서의 불안, 반항하는 청소년의 순수함에 대한 연민, 그리고 언젠가 맞이하게 될 죽음 앞에서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 이 소설은 거창한 메시지를 외치지 않는다. 대신 소박한 하루하루를 통해 삶의 무게를 보여주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사랑을 드러낸다. 읽고 나면 마음 한쪽이 먹먹해지고, 동시에 이상할 정도로 따뜻하다.

결국 이 책이 전하는 감정은 애잔함과 애틋함 그 사이에 있다. 삶의 끝을 향해 가는 노인과 삶의 시작선에 서 있는 소녀가 만나 서로를 비춘 순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인간의 나약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이 소설이 가진 가장 큰 힘이고, 읽는 내내 내 마음을 붙잡아 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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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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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정리한 리뷰입니다.>


책장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다가온 건 오시 하나라는 인물의 생생한 기운이었다. 칠십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화려하게 단장하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그녀. 흔히 노년을 ‘자연스러움’으로 포장하며 주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 말하는 사회의 시선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간다. 오시 하나는 단호하게 말한다. “나이는 본인이 아니라 남들이 잊게 만들어야 한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나이 듦을 애써 감추라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태도로서 “늙음에 주눅들지 말라”는 선언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꾸밈을 줄이고, 사회적 역할에서 물러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오시 하나는 정반대다. 오히려 더 치장하고, 더 화려해지고, 더 자신만의 방식으로 존재를 드러낸다. 책 속의 그녀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정말 노인의 가장 큰 적은 자연스러움일지도 모른다.” 자연에 맡기면 몸은 늙고 기운은 꺾인다. 그런데 그녀는 그에 맞서 당당하게 외친다. “나는 내 멋대로 살겠다.”


그런 태도는 단순한 허영이 아니다. 삶을 끝까지 움켜쥐려는 의지다. 실제로 많은 리뷰에서 오시 하나가 던지는 말들이 인생을 흔드는 울림이었다고 말한다. 나도 책을 따라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왜 꼭 노년은 고요하고 단정해야만 하지?’ 노인도 여전히 사랑할 수 있고, 치장할 수 있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이 삶의 활기라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가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삶이 마냥 화려하고 경쾌한 것만은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세상을 떠난다. 오십년이 넘게 곁에 있던 사람, 삶의 대부분을 함께한 존재가 사라진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커다란 상실인데, 남편이 남긴 유서에는 충격적인 비밀이 숨어 있었다. 또 다른 사랑, 그리고 서른여섯 살의 숨겨진 아들. 오시 하나의 세계는 한순간에 뒤집힌다. 믿어온 기반이 무너지는 경험, 누구라도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도 오시 하나는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다시 일어난다. “내 멋대로 산다”는 말은 화려한 장식에 불과한 게 아니라, 진짜 삶을 붙잡는 방식이었음을 보여준다. 가장 큰 충격 앞에서도 그녀는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다. 사랑과 배신, 상실과 자유가 한데 얽힌 상황 속에서, 여전히 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태도는 놀라울 만큼 단단하다.


책을 읽다 보면 자꾸 현실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어느 모임에 나가면 나이든 어른들이 한탄처럼 “나이 드니 힘들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자연스럽게 물러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오시 하나를 보면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자신을 단장하고, 새로운 무대에 서고, 자기만의 기쁨을 찾아도 되는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내 멋대로 산다’는 말은 쉽게 오해받는다. 이기적이고 무책임하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이 보여주는 내 멋대로는 전혀 다르다. 남에게 피해 주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도권을 쥐는 방식이다. 남들이 뭐라 하든, 사회가 어떻게 규정하든, 결국 자기 기준대로 살아야 한다는 태도다. 그리고 그 태도는 오히려 타인에게도 울림을 준다. “나도 조금은 내 멋대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고 중얼거리게 만드는 힘이 생긴다.


'자연스럽게' 나이들어 가고 있는 나를 한번쯤 돌아볼 수 있는 책이라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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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무작정 따라하기 하와이 (2025 - 2026 최신개정판) - 오하우, 마우이, 빅아일랜드, 카우아이
박재서 지음 / 길벗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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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정리한 리뷰입니다.>


책을 읽는 순간부터 이미 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듯했다. 하와이라는 이름은 늘 낯설고도 친근하다. 영화 속에서, 드라마의 배경으로, 혹은 지인들의 여행 사진 속에서 여러 번 스쳐 지나간 섬이지만 정작 나 자신은 아직 한 번도 발을 디뎌보지 못한 곳. 그래서 늘 ‘언젠가는 가야지’ 하며 마음속에만 품어 두던 이름이었다. 그런데 길벗 출판사에서 나온 무작정 따라하기 하와이 2025~26년 최신 개정판을 펼치는 순간, 그 ‘언젠가’가 어쩌면 지금 당장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져버렸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앞부분은 테마북, 뒷부분은 가이드북. 이 단순한 구조 안에 하와이를 여행하는 사람이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가, 아니 그 이상의 것들이 빼곡히 들어 있다. 먼저 테마북은 최신 여행 트렌드에 맞춰 짜여 있다. 단순히 유명한 관광지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여행자가 스스로의 취향에 따라 하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하게 돕는다. 서핑을 예로 들면,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수준별로 찾아가야 하는 비치들이 소개되어 있다. 파도의 크기, 안전성, 접근성, 심지어 어떤 마음가짐으로 파도를 만나야 하는지까지 알려준다. 이 정도면 단순한 여행 안내서가 아니라, 누군가 바로 옆에서 손가락으로 지도와 바다를 가리키며 “여기, 이곳이 네가 원하는 곳이야”라고 속삭여주는 듯하다.




서핑뿐만 아니라, 하와이를 대표하는 다양한 액티비티들이 같은 방식으로 정리되어 있다. 스노클링, 하이킹, 요트 투어, 헬리콥터 체험까지. 단순히 ‘이런 게 있다’라는 나열이 아니라, 각 체험이 어디서 가능한지, 난이도는 어떤지, 또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되는지를 꼼꼼히 설명한다. 음식과 술, 특히 각 섬에 흩어져 있는 테마별 바와 레스토랑도 빠짐없이 소개되어 있는데, 메뉴 추천은 물론 분위기와 지역 특색까지 담겨 있다. 하와이라는 섬의 매력을 ‘볼거리와 먹거리’라는 가장 직관적인 언어로 풀어내며 독자의 상상 속에 새로운 지도를 그려 넣는다.




각 섬의 특색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특히 감탄했다. 오아후, 마우이, 빅아일랜드, 카우아이. 이름은 익숙했지만 그 차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책은 섬을 남과 북, 동과 서로 나누며 그 차이를 세세히 짚어준다.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어느 해안이 고요한지, 또 어느 지역이 현지인들의 생활과 가장 가깝게 이어져 있는지. 여행자는 이 설명을 읽는 순간 ‘내가 어느 섬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야 할지’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게 된다. 마치 여행이 시작되기 전인데도, 내 머릿속에는 이미 일정표가 한 장씩 완성되어 가는 느낌이었다.




책의 뒷부분, 가이드북은 앞의 테마북을 실제 일정 속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정은 짧게는 하루, 길게는 며칠 단위로 구성되어 있고, 각 일정에는 관광 스팟과 이동 동선이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지도는 단순한 삽입물이 아니라, 직접 길을 따라가며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정밀하다. 버스와 셔틀, 렌터카 같은 교통편 안내도 친절하게 포함되어 있어 여행 초보자라도 어렵지 않게 동선을 짤 수 있다. 게다가 책의 맨 뒤에는 인덱스가 있어, 수많은 관광지를 한 번에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검색으로는 도저히 한눈에 담을 수 없는 정보들이, 이 책 안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꼼꼼함이다. ‘꼼꼼하다’는 말이 이렇게 절묘하게 들어맞는 책이 또 있을까 싶다. 하와이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을 빠짐없이 체크해두었고, 여행자의 동선을 최소한의 시간 낭비로 이어지게끔 세심하게 짜두었다. 심지어 가능한 곳에서는 가격까지 적어두어, ‘얼마나 들지?’ 하는 걱정까지 미리 덜어준다. 이 책을 몇 번만 정독한다면, 가이드를 따로 두지 않아도 스스로 완벽한 여행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읽고 난 뒤 가장 큰 단점은 ‘하와이 앓이’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책장을 덮었는데 마음은 이미 바닷가 모래 위를 걷고 있다. 현실은 일정도 예산도 여의치 않아 당장은 비행기를 탈 수 없는데, 책 속 사진과 글들은 나를 자꾸만 부른다. ‘올해는 힘들어도, 내년에는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 정도면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라, 일종의 ‘유혹의 책’이다. 아직 발을 딛지 않은 땅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을 이렇게까지 자극하는 책은 흔치 않다.꼭 간다.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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