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루한코의 뜨개 옷방 - 월화수목금토일 매일 입는 니트 스타일링 14
문혜정(하루한코) 지음 / 책밥 / 2025년 12월
평점 :
[이 리뷰는 리뷰의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루한코의 뜨개 옷방>을 펼치면 곧장 이 예쁜 옷들을 내 손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페이지를 넘기는 손보다 먼저 머무르는 시선이 생기고, 글과 도안 사이에서 자꾸만 숨을 고르게 된다. 뜨개질이라는 행위가 아마도 그렇듯, 차분하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는 무언의 신호가 책 전체에 흐른다.

이 책은 친절하다. 실제로 재료 설명부터 기본 용어, 바늘 잡는 법과 뜨는 순서까지 하나하나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 뜨개질을 해본 나에게 그 친절함은 곧바로 쉬움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같은 페이지를 여러 번 되돌아가 읽고, 설명을 따라 손을 움직이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몇 날 며칠을 붙잡고서야 겨우 몇 줄의 뜨개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책은 분명히 설명하고 있었지만, 내 손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마음이 조급해지지는 않았다. 이 책은 독자를 다그치지 않는다. 빨리 완성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보다 느려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도안 사이사이에 담긴 작가의 말과 사진들은 결과물보다 그 과정에서의 시간과 감각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듯 보인다. 그래서인지 몇 줄밖에 뜨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이 헛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나는 제대로 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뜨개질이라는 행위를 시작했다는 기쁨도 있고, 잘하지 못하는 뜨개질에 집중해서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것도 아직은 즐겁다.

책 속에 등장하는 옷들은 유행을 앞서가거나 과장되지 않는다. 대신 오래 입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형태와 색을 지니고 있다. 계절이 바뀌어도 옷장 한쪽에 조용히 걸려 있을 것 같은 옷들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다 보면 기술을 익히고 싶다는 마음보다, 사진 속 모자나 니트를 언젠가는 꼭 내 손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먼저 생긴다. 완성된 옷보다 그 옷이 만들어지는 시간이 더 궁금해진다.

아직 나는 뜨개질에 익숙하지 않다. 실을 고르는 일도, 손에 힘을 주는 방식도 서툴다. 몇 줄을 뜨는 데에도 집중력이 필요하고, 자주 풀었다 다시 시작한다. 그럼에도 이번 겨울이 끝나기 전, 책 속 사진에 담긴 이 모자를 꼭 완성해서 써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조금 삐뚤어도 상관없다. 내가 보낸 시간과 시행착오가 그대로 남아 있는 물건이라면 충분하다.

<하루한코의 뜨개 옷방>은 단순한 뜨개질에 관한 기술이나 도안을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을 뒤적이다 보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 느린 속도로 하루를 보내는 것, 쉽게 완성되지 않는 일을 끝까지 붙잡아보는 태도에 대해 말없이 보여준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조만간 뜨개질을 하며 책을 읽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이제 겨우 무한한 반복으로 세 줄을 겨우 완성했지만, 단계별로 표시된 모자, 조끼, 카디건 등을 하나하나 정복해 보고 싶은 욕심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