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새벽에는 통계가 8명이었던 것 같았는데, 오후에 보니 2명...?
내가 헛꿈을 꾼 건가. 아니면 알라딘 통계가 오류가 난걸까...?
하여간 어제 하루키 책을 받았다.
원래 자기 말 안하기로 유명한 하루키씨(그런 것 치고는 에세이 종류는 많은 것 같지만-내 맘에는 안 들지만 인기는 있는 듯...)가 자기 이야기를 이렇게 풀로 쓰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특히나 소설 쓰는 이야기는 잘 안했던 것 같은데-이것 때문에 일부러 파리 리뷰 국내판-제목은 다르지만-을 사야했지.-
의외로 감동적이다...정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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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예고편을 보고 넘어가버렸음.
난 원작은 안 좋아하지만-레즈비언 해피 엔딩물이 취향에 맞지 않는다...연애 해피엔딩물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고...-영화 스타일이 딱 맘에 드는걸 . 특히 하정우씨.
그래서 어둠의 대륙횡단열차도 사실 아가씨 트레일러 영향이 많이 있음.(그래서 오마쥬라는 태그도 쓴 것이지만.)
남주인공이 하씨인건 하정우씨 때문인것임.
오오, 멋진 하정우씨.
김진좌는 김좌진 장군을 뒤집은 것이고, 김한두는 김두한을 뒤집어서...으으...
역사를 좀 더 잘 알면 가상의 대륙과 반도를 배경으로 안 잡았을 텐데.
막상 경성이나 그 시대를 잘 몰라서, 그냥 가상의 대륙과 반도로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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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유명한 바람둥이이기도 했다. 그의 밝은 면에 끌린 여자들은 마치 부나비처럼 그에게 접근했다가 불에 살라지는 것처럼 고통 받고 사라져갔다.
남자는 처음에는 죄책감을 가졌다. 그러다가 점점 그 죄책감이 줄어들면서 나중엔 그 모든 것을 자신을 위한 창작의 재료로 삼기 시작했다. 누가 뭐래도 그는 소설가였으니까.
그는 일기를 썼다. 모든 여자들이 그의 일기의 육체였으며, 영혼이었다.

"원두커피 하시겠습니까?"

그는 역사에 들러 여자들에게 커피를 돌렸다. 커피가 뭔지 알지도 모르는 어린아이들에게도 몇잔 주었다.
어차피 상류층의 하녀로 들어가게 되면 싫어도 이 맛을 알아야 하리라.

"감사합니다."

냉랭한 표정의 여학생이 그나마 좀 풀린 태도로 대꾸했다. 노부인은 뭐라고 수다를 떨었지만 남자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하얀 케이크 모양의 역사에서 여자들은 아까 전의 긴장이 풀린 듯 다들 유쾌해 보였다. 그녀 조차도.
그녀의 귓바퀴끝에서 분홍빛이 살짝 도드라졌다.
발그레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남자는 생각했다. 생각보다는 손에 넣기 쉬울지도 모른다고.

"대륙끝부터 끝까지 다들 힘드시겠습니다.저야 일하러 가는 거지만."

그가 툭 던진 말에 노부인이 불평을 늘어놓았다. 대륙끝 병원에서 행방불명된 남편을 진료하고 있다고 해서 가는 길이다. 별 할 일도 없으면서 집을 나간 남편때문에 이만저만 고생을 한 게 아닌데, 이젠 별 걸로 속을 다 썩인다. 면서. 
여자는 별 말이 없었다.
남자는 잠시 그녀의 손을 보았다. 손 가운데에 낀 가락지. 그제서야 그녀가 누군가의 연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그의 정복욕을 자극했다.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손목에 찬 로자리오때문일지도...

그때 역장이 돌아와 그들에게 기차를 정비를 다했으며, 이젠 출발할 시간이라고 알려주었다.
남자는 그녀를 부축하는 대신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노부인을 부축했다. 그녀를 직접 공략하는 것보다는 그녀에게 호감을 사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경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로서는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알고 그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잘 모르기때문에 그냥 반사적으로 하는 행동일 뿐이었다.

열차는 다시 출발했다. 부서진 유리는 갈아끼운 상태였다. 그리고 그녀는 아까 전에 그랬듯 다시 한 점을 응시했다.



그녀는 몽상하고 있었다. 그녀의 약혼자가 자신을 구하러 돌아올 날을.꿈꾸었다.
계모는 그녀에게 남겨진 유산을 독식하고 있었다. 돌아가게 되면. 이젠 모두 끝이었다.

"아, 언제 오시나요..."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원장수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호사다마라고. 마냥 조심해야 한단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순탄치가 않아."

약혼자는 어린 시절 단 한번 보았을 뿐이었다. 그녀보다 10살이나 많은 그는 대륙에서 유학중이었다.
얼핏 듣기로,  의협심이 강해서 대륙에서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고...
계모는 편지로 그는 위험한 사람이니, 그를 포기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나으리라 했다.
하지만...결국 날이 다가왔다.
그녀가 대륙 횡단 열차를 갈아타고 반도로 돌아가는 날. 그녀는 약혼자와 결혼할 것이다.
그전까지는 그저 성모를 바랄 뿐이었다.
그녀는 아까 전까지 썼던 편지를 덜컹거리는 기차에서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분이 도착하면 바로 식을 올리려고 해요. 어머니...큰 돈이 드는 건. 아니니까. 그리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되어요. 그분으로부터 연락은 왔나요?]

 그녀가 그렇게 쓰고 있는 동안 열차는 또 다른 정거장을 약 45km 남긴 참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김한두라는 사나이가 열차의 3등칸 표를 막 끊은 참이었다. 그는 반도의 혁명가의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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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어머니.
지금 방금 열차를 탔어요. 보내주신 용돈은 잘 보관하고 있어요. 도통 쓸 일이 없거든요. 수녀원에서 모든 걸 다 제공해줘요. 그러니까 어머니, 너무 섭섭해하지 마시고...


편지 쓰는 중간 잠시 펜이 멈췄다. 기차가 출발하려면 멀었는데,  갑자기 기차가 움직인 것이다.
사고일까? 그녀는 잠시 생각했으나 이내 다시 펜을 움직였다.

"마적단?"

마적단이건 뭐건 상관없다는 투로 펜을 놀리는 그녀를 왼쪽편에서 주의깊게 보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그녀보다 먼저. 대륙횡단 열차를 탄 승객으로, 반도에서는 주목받고 있는 유명한 소설가였다.
지금이라면야 소설가가 유명할 일도 없으며, 각종 선전광고에 나올 일도 드물지만-아, 책광고라면 다르겠지만-그때만 해도 반도의 소설가들의 아내가 무엇을 했다던가, 집관리는 어떻게 한다던가, 좋아하는 과자나 과일이 무엇이라던가. 하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화제가 될 때였다.

밖에서 화염이 일어나고, 총탄이 쏟아지는 와중에서도 그 두 사람의 행동만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침묵속에서 떠돌았다.

남자는 여자를, 그녀의 어깨를 집중적으로 보았고, 여자는 한 점만을. 그러니까 자신의 단 하나의 구주인 예수와 성모만을 응시했다. 그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하나의 여린 빛을.
그리고. 문이 열렸다.

"신사숙녀분들께 잠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반도의 괴도들이 마적떼로 위장해서 이 기차를 탈취하려 했습니다. 다행히 저희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총성이 울렸다.

탕.

남자가 보기에는 참으로 운이 나쁘게도 그 여자는 안내원의 바로 뒤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핏, 하는 마찰음이 울리면서 안내원의 이마에 피가 흘러내렸다.그리고 안내원은 그녀의 어깨를 쓸어 안듯이 하면서 무너져갔다.
그리고 남자는 이제껏 헤쳐왔던 아수라장을 지나왔듯이 자연스럽게 육혈포를 꺼냈다.

"이럴 필요는 없을테지만."

건조한 음성으로 남자는 안내원의 시체위에 아까전까지 두르고 있었을-그녀는 관심도 없는- 얇은 담요를 던졌다. 그리고 또 다른 담요로 그녀의 시야를 가리며 말했다.

"조금만 눈감고 있으면 될 겁니다. 아가씨가 보기에는 험한 광경이죠."

그러나 여자는 냉랭하게 대꾸했다.

"고맙습니다만, 그다지..."

"......"

남자는 육혈포를 아까 전에 깨진 유리창쪽으로 발포했다.많이 쏠 필요조차 없었다. 단 두 발.
독립군의 대장은 싸하게 한번 그를 노려보고는 부하들을 수습하여 도망갔다.

"끝났군요.  이제 벗으셔도 됩니다."

남자는 그녀에게 씌웠던 담요를 벗겨냈다.  회색 교복.
수녀원 부설학교에 다니는 것을 드러내는 그 회색 교복.
대륙 저 어느 구석에 있는 사립 여자학교겠지. 그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웬만한 부르주아 학교. 뺨치는 군.

"고맙습니다."

냉랭한 하지만, 약간 물기어린 눈동자가 그의 시선을 피하듯 대답했다.

"아아, 하 선생님 아니십니까."

안내원의 시체가 급하게 치워지고, 비상이 걸린 기차역으로 역장이 다가왔다.

"이 분이 타셨으니 이. 정도지...아아,  정말 큰일날 뻔 하셨습니다.아니,정말 다행입니다. 대륙의 보배인 선생을 잃었다면 저희는 지금쯤..."

"...아, 뭐 그리 큰 일은 아니었지요."

"김진좌가 또 벌인 일 아니겠습니까.  그 놈이 인젠 하다하다 대륙횡단 열차까지 털 줄이야..."

"아들을 못 만난 스트레스를 그런데다 푸는 가 봅니다."


하선생은 농조로 그렇게 말을 붙였지만.  역장은 기겁을 했다.

"선생님. 그런 말씀을! 설마하니 대륙일보에다가 정말 그렇게 쓰시면..."

"...하하,  농담입니다."

타고난 변절자. 혀가 매끄럽게 돌아가는 반동분자.
후에 이렇게 불리는 하선생이었지만, 지금은 그 태도야 어떻건 대륙에 이민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대륙일보에서 파견한 기자선생이었다.
지금이야 소설가가 기자를 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때야 소설가가 더 대접받던 시대이니까.

"그런데 이상한 점은."

존경하는 하선생을 만나서인지 역장의 말이 좀 길어지고 있었다.

"어째서 김진좌는 선생님이 타신 기차만 골라서 따라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저 처럼 골수팬도 아닐텐데 말입니다."

"하하. 뭐 그럴 수도 있는 법이겠죠.  그나저나 역장님, 기차가 지금 출발하는 건 무리입니까?"

역장을 깨우치며 하선생은 옆 좌석에 눈을 주었다. 여전히 여자는 육혈포가 뚫어버린 창의. 빛살만 보고 있었다.
한점. 응시.
그것은 후에 하선생이 그녀에게서 빼앗으려고 했던 그 시야. 냉정한 침묵.
그것이었다.

"저희같은 남자야 상관없지만,  여자분들에게는 충격이 클 듯 한데요..."

"아, 그거라면...상부로부터의 지시를 기다려야..."

하선생은 빙긋 웃었다.

"만약 움직일 수 없다면...역사에 숙녀분들을 쉬게 해드려도 될 것 같은데요."

그의 말에 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역장의 지시에 따라 노부인 2명, 하녀로 가는 어린아이 3명, 그리고 ...그녀.
그녀가 일어서려 하자 그가 손을 내밀었다.. 반드르르하고 부드러운 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손을 뿌리쳤다.

"혼자 일어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쌩하게 일어나서 돌아가버리는 그녀를 보고 그가 중얼거렸다.

"손에 넣기에는. 너무 사나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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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막 태어났을 때 그 남자는 뻣뻣한 얼굴로 고보졸업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녀가 걸어다니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학사모를 쓰고 멋지게 걸어다니고 있었다. 비록 시대가 옛날이었어도 그는 흑백사진 속에서나 칼라사진속에서나 변함없이 멋있었다.

"일기를 꼬박꼬박 써야지."

그녀는 손녀가 가지고 온 노트를 보고 타박했다.

"하지만 쓸 말이 하나도 없는걸요."

손녀딸이 투덜거렸다. 딸기잼처럼 달콤하게 붉은 입술이 뱉은 말치고는 무미건조한 말이었다.
투정이라기에도 달콤함이 부족했고, 무미건조한 귀찮음이었다면 그건 그 입술에서 읊어지는 게 아까울 정도의 말이었다.

"쓸말이 하나도 없다니."

할머니가 싱긋 웃었다.
늙었다고 해서 기세가 죽은 것은 아닌, 아직도 인간적인 성숙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드러운 입매.
그리고 고양이처럼 번적이는 갈색의 약간 작은 동공.

"인생으로 일기를 쓰는 거야. 지루할 틈이 조금도 없지."

그녀는 입술을 오므리고는 잠시 창을 바라보았다. 그 창에 옛날의 자신의 반려가 서 있는 것처럼.

"이렇게 상상해보렴. 오늘 하루가 막 사랑이 시작된 때이고, 그 사람과 이어질 수 있는 방법이 편지밖에 없다면...
나는 과연 어떡할까? 편지가 전해지지 않으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그와 나를 떼어놓으려고 한다면?"

만약에.
그녀는 거기에 방점을 찍었다.
그리고 여기 그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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