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사기 읽기라고 거창하게 달아놓기는 했으나 별다른 내용은 쓰지 않는 게 이 포스팅...

진도 체크랄까.

열전 합본을 산 지 꽤 되었는데, 그 전에 같이 샀던 사기 서...였던가. 하여간 거기서 질려서 내버려두다가 어제부터 읽기 시작.

재미있어서 손 떼기가 싫을 지경.

한 백페이지 그렇게 읽고 있는데 옛날 생각도 나고...

옛날에는 사기 완본이 나오지 않아서 소설 사기라고 하는 게 있는데, 대학생 외삼촌 방에서 발견하고 심취했던 기억이...(그게 초딩 3학년때였던가...)

알고 보니 그게 소설이었고, 작가가 일본인이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음.

그 맘때 나온 소설 진시황제나 손자병법도 일본인이 작가였고, 번역 당시에 소설가를 가상의 한국인으로 설정했다는 것도 나중에 안 사실...

하여간 재미있긴 했었다. 얼마 안 있어서 다 까먹어버렸지만.

 

 

그건 열전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어서 통짜로 봤지만.

내 마음을 확 끌었던 것은 오자서 편.

사람이 옹골지다.라는 걸 결결이 보여준 사람이라고나 할까.

좀 행복했으면 좋았을텐데. 이 남자는 처음도 끝도 그저 원망으로 가득 차 있다.

보면서 참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 사는게 뭐 그리 대수라고 마음에 그렇게 악이 가득찼던 걸까...

내가 본래 사람, 특히나 옛날 사람에게 마음이 끌리는 건 없는 편인데...

오자서는 참 안되었다고 생각했다.

어제 진도를 백페이지 이상 나갔던 건 그런 오자서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참 짠한 사람...

 

공자도 나오고 사기 열전은 재미있다.

다시 본기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아쉬울 뿐.(열전은 금토일에 아마 다 읽을 듯.지금은 춘신군편까지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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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는 악몽을 꾸다 일어났다. 이때까지 담이 크던 그 답지 않은 일이었다. 꿈에서 어머니와 도망치고 있었다.
누구에게서? 바로 동생에게서...
그는 바지 주머니를 만졌다. 항상 들고 다니던 어머니의 사진을 그는 꼭 쥐었다. 바스락거리는 사진이 부서질거라는 생각에 잠시 그는 손가락을 폈다.
그리고 그의 코가 움직였다. 잠시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눈치챘다.

"불이다."

그는 민감하게도 자신의 바로 옆방에서 불기운이 있음을 감지했다.
불은 이제 문을 핥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출입구가 막혔으니 방법은 한가지였다.
창문을 열고 뛰어내린다.

2층. 그나마 2층인 것이 다행이었다. 하지만 문밖을 바라보던 그는 그 창문 바로 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 포진해있는 걸 알았다.

아직까지 불이 크게 번지진 않았다. 그리고 소리지르는 사람들도 없었다. 

"나만 남겨두고, 다 내보냈군."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적은 둘이었다.
길준과 병률.
그 어느쪽이든 그는 달가운 존재는 아니었다.

"그래, 어느쪽이라도 좋다. 뛰어내려가주지."

털보는 눈을 가리고 바깥으로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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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가는 유치장에서 눈을 떴다. 아무것도 보기 싫고, 말하기도 싫었다. 하지만 곧 모든 것을 말해야 하리라.
길준이 시키는 대로...자신이 바라던 대로.

"나가자."

경찰이 자신을 끌어냈다. 강렬한 백열등이 눈을 강타했다. 흰색 흰색 흰색.
하얀 감각이 귀에까지 전해져왔다. 찌잉. 하고 울리는 그 느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남아있습니까?"

"...걱정 마. 별 거 아니니까."

루가는 면회실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예전에 한번 만났더 남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이름은."

그 남자가 이름을 밝히기 전에 루가가 말했다.

"호두원?"

"......"

호두원은 말을 하는 대신 루가를 노려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버지를 부르는 호칭으로는 건방지구나. 아들아."

"난 당신 아들이 아니니까요."

루가는 억지로 비웃듯이 말했다. 호두원이 누군지 몰랐다. 그 남자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복수해주고 싶었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다.

"그래. 아들이 아니었지."

호두원은 놀랄 정도로 긍정했다. 그리고 살짝 이빨을 드러냈다. 야수같은 얼굴이었다.
잡아먹힐까봐 겁먹을 정도로 그런 얼굴이라고 첫만남에서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다. 널 위해서든, 날 위해서든 이제 이 혐의를 벗어야해."

호두원이 왜 그렇게 필사적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루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래, 우리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되었다."

호두원이 신문을 하나 들어서 그에게 건네주었다.

"한번 읽어봐라. 왜 그 남자가 널 이용하는지 알 수 있을 거다."

"날 이용한다고?"

"널 이용해서 날 무너뜨리려는 게 그 남자의 술수야. 누군지는 확실히 알 순 없지만."

"왜 당신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거지요?"

경찰이 흠흠 소리를 냈다. 예정된 시간을 초과한 모양이었다.

"알았네. 이내 돌아가지."

호두원이 루가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잘 생각해봐라. 아직 시체가 나오지 않았으니 넌 유죄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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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를 구겨쥔 그는 마치 잘 삶은 홍당무같았다.

"잡았어!"

"뭘 잡아. 파리?"

그의 구겨진 중절모를 보면서 나는 한가롭게 타자기를 두드렸다. 빵굽는 타자기라고? 그야말로 내 타자기에 걸맞는 말이다.

"신비의 미식가. 도르메를 찾았단 말이지. 특종 아닌가? 미슐랭 가이드보다 더 정확한 혀를 가진."

"그거 신기할 거 없는 일인데?"

"응? 자넨 도르메의 정체를 옛날부터 알았단 말인가?"

"...자네가 이제껏 수집한 미식가 명단이라도 불러 줄까? 그리고 방해하지 말아주겠나?난 지금 운명적인 마지막 페이지를 쓰고 있..."

하여간 저 밑 건물에 콩소메 수프옆에서 게걸스럽게 콩소메 스프를 마시고 있다는 도르메를 만나려고 내려가다가 나는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그리고 그 엉덩방아 밑에는 유리조각들이 있었다.
내 꼴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하여간 내 마지막 페이지는 몇주동안 병원에  맡겨졌다.

"찾았어."

이번에는 좀 더 침착한 어조로 그가 말했다. 가련한 내 친구.

"그래. 이번에는 어디에 있는데?"

"병원 영양사야."

도르메의 정체가 저번에 밝혀진거랑 다르지 않나? 라고 물어보려고 하다가 멈췄다.

"그 사람이 인정하던가?"

"아직 안 물어봤어."

"그래서?"

"묻는 건 자네 특기잖아. 가세. 날 좀 도와줘."

"방해하지 말아줘. 이제 겨우 마지막 두 단락이 남아 있는데."

그 놈의 억지타령에 결국 이번에도 엉덩이를 덜 실룩거리려고 노력하면서 영양사에게 갔다.
하지만 아까 전의 영양사는 내 질문에 모른다는 대답만 했을  뿐이었다.
기자 생활 하면서 수많은 유도질문과 정곡을 찌르는 질문으로 포장해 온 내 허영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허영심은 마치 잘 익은 체리가 혀끝으로 사라지듯 사라져버렸다.

"이제 그만 포기하시지?"

나는 며칠 전 폭발한 내 타자기를 생각했다. 그놈의 도르멘가 뭔가하는 것 때문에 벌써 몇번이나 서비스센터에 못 갖다주고 있는지...

"포기못해."

"그럼 혼자 하게나."

나는 심통을 내면서 옆에 놓아둔 지팡이로 그의 잘난 구두윗코를 쿡쿡 찔렀다.

"혼자선 못해."

"뭘 못해. 기자면 아닌 것도 만들 수 있어.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  자넨 그 소질이 매우 풍부해."

"정말?"

"거짓말하는 재능 말야."

나는 마지막 세 줄을 고민하고 있었다. 초고는 이미 다 만들었지만 고쳐나가는 것이 힘들었다.
적당하게 치고 빠지는 단어를 넣을 순 없는 걸까.
아내에게 도움이 되게 여성 잡지를 많이 갖다달라곤 했지만 여성잡지라고 해서 남성잡지하고 크게 다를리가 없다.
다만 좀 더 부드러운 톤의 어조에 색색깔을 몽땅 다 집어넣어서 믹서기에 간 느낌만 더해졌다고나 할까.
온갖 루머와 스캔들. 그게 잡지의 어조인 듯 싶었다. 아마 세상 잡지는 거의 다 그럴 것이다.

"한가지만 알려주지."

나는 병상에서 살짝 몸을 일으켰다.

"미식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음식평론가하고는 또 다르지."

"호오?"

"그러니까 자넨 미식가가 될 자격이 없고 찾는 눈도 없어."

채색이 잘된 옷이나 디자인은 눈을 즐겁게 해준다. 혹자는 그것들은 두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제대로된 미식가라면 그걸 부정할 것이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지 않던가?
아는 게 많으면 먹고 싶은 것도 많겠다고.

"음식평론가는 자신의 틀에 안 맞는 음식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하지. 분위기나 상황같은 건 생각도 안 해."

"미식가는?"

"도르메같은 미식가는 상황을 고려하지. 상 중인가? 혹은 지금 막 연애가 끝났나?  혹은 엉터리 기자가 뒤로 쫓아오지 않을까? 하고."

"마치 도르메가 된 것처럼 이야기하는군."

"잊어버려."

나는 붉은 홍당무를 다시 보면서 싱겁게 웃었다.

"자넨 그저 특종에 눈이 멀었을 뿐이야."

"엥?"

"자네 음식 좋아하나?"

"음. 사람이라면 누구나 먹는 거 아닌가?"

"세끼 다 같나?"

"내가 미쳤나? 한끼도 지겹건만."

"미식가는 세끼가 다 똑같을 때도 있어."

"그건 비싸고 좋은 음식 다 먹고 나서 돈 떨어졌을 땐가 보군."

"자넨 가정식이 얼마나 좋은 지 모르지?"

"...살려고 하는 일인데 뭐."

"우리 집에서 먹었던 저녁은 어땠나? 내가 그날 손수 요리한..." 

작정하고 대답을 들어보려는데 마침 아내가 들어왔다. 아내가 사준 잡지를 돌려주고, 새 잡지를 받았다.

"잘 아는가 본데. 그럼 도르메의 정체도 아는 거지? 혹시 자네가 도르메인가?"

"그만 좀 쫓아다녀. 오죽하면 내가 도르메인척 하고 싶은 줄 아나."

나는 투덜거리면서 아내에게 손을 흔들었다,

"오, 보그 다음호에 도르메가 특별 기고를 한다는군. 자네 한발 늦었네. 쫓아다니지만 말고 이메일로 연락을 취했으면 기사 하나라도 더 땄을텐데."

그래도 친구라고 잡지를 펼치면 친구가 관심을 가지는 종목을 찾게 된다.
비록 친구 덕분에 엉덩이에 유리가 엄청나게 박히는 상황에 처하긴 했었지만.

"마지막이라는데?"

내 말에 홍당무는 더 새빨갛게 익었다.
그리고 나는 쓰던 원고의 두번째 단어를 마저 써넣었다.


도르메와 식탁을 같이 한다면.

주어진 음식을 최대한 성실하게 먹고, 흔치 않은 재료에 목을 매지 말것.
그리고 유명세를 뒤따라다니고 파뒤집기를 좋아하는 친구를 두지 말것.
그들은 미식이 아니라 별난 것만을 좋아하는 사람일 뿐. 
미식이란 나무토막 한 뿌리라도 정성껏 요리해서 먹을 수 있는 소박한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원고를 완성해서 홍당무에게 보여주었다.

"뭐야? 도르메! 자네 도르메를 알아?"

"....."

"젠장!"

홍당무가 발을 쾅쾅 구르더니 화를 냈다.

"친군줄 알았더니 절교네! 이런 젠장. 똥밟았군."

도르메의 정체를 그가 안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아무 뜻도 의미도 없는 글자나부랑이만  만들 뿐.

"들어와요."

나는 1인실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는 도르메를 불렀다.
기다리고 있던 아내가 들어왔다.

"연재 마지막이군. 보그에서."

"......"

아내는 살짝 웃기만 했다.

"지금까지 쓴 요리평들은 모가 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래도 그 나름대로 확실한 기준을 세워서 이야기했기 때문에 인기가 있었던 거지. 하지만 언제까지 익명인가 했지만...이대로 끝내도 괜찮겠어요?"

그녀가 다시 웃었다.

"괜찮아요."

"흠. 원고도 다 썼는데 그냥 버릴까 봅니다."

도르메의 미식에 관하여 쓴 내 글은 장장 1만 단어였다. 도르메의 미식기준. 등을 쓴 그 책은 이번에 나올 미슐랭 가이드에 따로 첨부될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과거형이다.
나는 애써 만든 그 원고지를 라이터불에 태워버렸다.

"아쉽지 않아요? 여보? 그 글을 쓰느라 얼마나 고생했어요? 유리에 엉덩이를 찔려가면서."

"그렇다면 내가 당신에게 다시 묻지요. 도르메로 활동하면서 한 미식활동, 그 경력이 아쉽지 않나요? 저 원고가 마지막으로 실리면 약 4년간 쌓아온 미식가로서의 모든 활동이 없어지는데..."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은 동시에 말했다.

"괜찮겠죠. 미식을 한다는 게 호화롭게 산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음식이 사람보다 더 잘날 수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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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출장다녀오니 밤....
그래도 잠들려고 노력했지만 안되어서 쓰는 글...
요즘 쿡방이다 먹방이다 해서 화려하지만...
이글의 베이스를 제공해준 건 그런 방송들이 아니라 스타일을 쓰신 백영옥 작가님의 익명의 음식평론가를 제 식대로 변주한 겁니다...

백영옥 작가님은 참 시대를 앞서가신 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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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글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는 여전하지만;;;;;;
도대체 왜 그렇게 된 건지 원인불명이니.

돌아온 건  새로운 이북 앱때문입니다.
기계가 읽어주는 책이라...자면서도 들을 수 있어서 좋더군요.
여전히 전자책이나 굿즈등에 대해서라면 그다지 호의적일 순 없지만...
그래도 복귀합니다.


이 사단에 블로그가 한 개 더 늘어버렸어요.
그건 여기서는 비공개.
내용자체가 다르니까...


하여간 이웃님들 다시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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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할 수가 없군요. 새벽에 다시 확인해보니 네이버 욕심쟁이...라고 쓴 글이 비공개되어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것 또한 제가 건드리지도 않은 글이군요...(쓴 글이 대부분 사담이 아니라 창작 블로그에 있는 것이라 일일이 확인하기도 힘들고, 처음에 공개해놓은 글은 비공개하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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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비공개 돌려진 일로 충격받을 일은 아니긴 하지만...
잠시 알라딘을 떠나 다른 블로그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책도...글쎄요. 물론 대부분의 북로거가 그렇겠지만 다른 곳에도 책은 있고, 서재도 있고...
음...저도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진 딴데 가 있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 네이버나 다음이나(여기들도 썩 내키는 곳은 아니지만.)주로 책 이야기나 하면서 지낼 듯 하네요...
그럼 잠시 안녕!
민감한 나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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