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긋나긋하게 좀 굴어.

잠자리에서 그 말을 듣자마자 근육이 터질 정도로 세게 상대방의 배를 걷어찼다.
만약 잠결이 아니었다면 상대방의 배는 터졌으리라.
하지만 그건 꿈이었고 깨어나보니 항상 혼자 자는 침대위였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면서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짜 전투라도 벌인 것처럼 엉망진창인 싱글베드.
언젠가 한번 잘될 거라고 생각했던 썸남이 남긴 말이었던가?
고잉 솔로 턴을 한지 그렇게 오래 되었는데 어쨰서...

나긋나긋하지 않은 게 어떄서?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화장실로 향했다.
그 중얼거림은 그녀가 화장실에서 화장을 하고, 귀걸이를 하면서도 이어졌다.
어째서 나긋나긋해야 해?
꿈속에서라도 왜 들어야 하냐구
자기 맘대로 되는게 다 나긋나긋한 거야?

그녀는 단 한번도 연하를 사귀어본 적이 없었다.
이떄껏 다들 연상이었고, 결혼말이 나올 떄쯤 진짜 나긋나긋한 연상녀를 만나 결혼했다.
너무 어려서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것이 그 남자들의 말이었다.
아마 그래서 상처를 받았던가?
그녀는 이마를 가린 앞머리를 핀으로 고정했다.
틴트로 가볍게 입술에 붉은 점을 찍고, 마지막 화장을 점검했다.
피부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누드톤에 가깝게 처리하고, 컨실러로 여드름 자국이 있는 부분을 다시 한번 눌러주었다.
눈가의 거무스름한 부분은 잘 사라지진 않지만-더더군다나 오늘같은 악몽을 꾼 날에는 더욱-
적어도 늘 관리는 해주고 있으니 눈에 보기 싫진 않았다.


어떤 말을 들어도 그 말을 그대로 인정할 순 없다.
잠자리에서 발로 걷어찰 정도로 화가 나도, 그건 그때 일이고.
적어도 깨어있는 순간만큼은 나긋나긋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그녀 자신으로 있는 순간이 즐거운것이었다.
그녀는 기운차게 핸드백을 어깨에 맸다. 그리고 털이 복슬복슬하게 일어난 발목까지 오는 부츠를 신고 기운차게 걸어나갔다.

"나 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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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에어사놓고 좋아했다가 오류로 인해서 고치고 있는 중입니다.
이틀동안 그것만 붙잡고 있으니 글을 쓸 수가 없군요,...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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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를 쓴 그는 볼록한 볼살이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볼록한 안경알에 의해서 그렇지 않아도 통통한 볼이 도도록해보이는 것이었다.
붉은 기가 도는 이마에 볼에도 아기처럼 홍조가 있었다.
이것이 굶어죽어간다는 사람이라고 한다면야...
검사관도 난색을 표했다.

"집은 그렇다지만 영양상태도 아주 좋으신걸요."

사실 굶어죽어가고 있으며, 집도 망가져가고 있다는 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를 노릇이었다. 집이야 쓰러져가고 있긴 했지만 입식 부엌으로 개조한지 얼마 안되어 보였기 때문이다. 아마 기계를 사용해서 집 주춧돌을 약간 기울게 한 것으로 보였다.

"그럼 나더러, 굶어죽으란 말이오. 이 나라는 세금만 거두나? 이날이때껏 세금낸 건 어쩌고!"

항상 이런 식이었기에 동리의 서기들은 다 두 손 두 발 다 든 상태였다.
내가 제일 경력이 길었기에 쫓겨나오곤 하는데, 그때마다 이 노인의 억지에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객관적으로 안되니 항상 불통이었는데, 이 노인이 3년에 한번 나온다는 전국검사관이 나온다는 말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었다.

"검사관 나리, 내 말 좀 들어봐요. 여기 놈들은 전부 다 세금 도둑놈..."

또 시작이지...벌써 3년째 여기 있는 나로서는 듣기 괴로운 소리였다.
3년이니 떠날 때가 되었건만 윗선에서는 이 노인네를 다룰 수 있는게 나뿐이라면서 남겨둔 것이었다. 

"물론, 선생님의 의견은 정부에서 반영을..."

"......"

근데 이상한 것이 매년 민원을 제기할 때마다 가보면 그 기울기나 혈색이 항상 같다는데 있었다. 기울어져 있어도 20도 이상 기울어진 일도 없으며 혈색도 항상 같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노인은 잘 때마다 집이 기울어져서 어땠다는 둥 하는 것이었다.
물론 사진을 찍어서 보여준 적도 있었다. 사진에는 약 30도 정도 기울어져 있곤 했는데 막상 와보면 20도에 그치는 것이었다.
신규 서기의 말에 따르면 그건 정교한 사진장난질이라는 것이었다.
이해가 안가는 건 이 노인이 올해로 70세가 넘어가고 있으며 사진쪽으로는 도통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컴퓨터를 쓸 리도 없고...

"하여간 알겠습니다."

검사관은 그렇게 말하고는 내 팔을 잡아당겼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무관님."

내말에 검사관은 어깨가 뻐근한지 손으로 어깨부분을 꾹꾹 누르고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자네 여기 있은지 얼마나 되었나."

"3년입니다."

"그럼 내가 여기 근무한 적이 있었다는 건 모르겠군."

"에...여기 계셨었습니까?

"...저 노인 말대로 해주게. 자네 때문에 저 노인만 고생이로군."

"예?"

뜨악해져서 사무관의 뒤통수에 대고 물음표만 남발하는 내게 사무관이 말했다.

"상부에는 내가 알아서 보고할테니 앞으로 저 노인 말 잘 들어주게나. 그게 자네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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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하루에 실패한 30분초쓰기에 대해서도 기록을 남길 생각입니다.
이번주에 시작해서 실패한  첫 기록입니다.
다행히 아주 못 쓸 정도는 아니라서 퇴고를 한 세번 정도 고치고 난 다음에 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장르는 시.
내용은 아직 다듬지 않아서 어떻게 될 진 모르겠지만 벚꽃과 봄, 그리고 향기에 대한 시입니다.
한 1주일 잘 간다 싶었는데, 가끔 이런 암초를 겪게 될 줄이야.
뭐, 꾸준히 쓰는게 제일이다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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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를 쓰다듬는다. 그건 옛날부터 정해져있던 일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는 장한나의 연주를 들으면서 있지도 않은 첼로의 현을 고르고 보잉했다.
그 보잉은 투첼로스처럼 격정적인 것도 아니요, 원곡으로 제공하고 있는 장한나의 은근한 열정과도 달랐다. 그저 허공을 가르고 있을 뿐인 그의 손가락은 마치 지휘자처럼(그래 로린 마젤이나 장한나의 지휘처럼.-그는 언제나 첼리스트 장한나와 지휘자 장한나를 다르게 보곤 했다.)
언제였던가. 그가 더 이상 연주를 하지 못하게 되었던때가?
피아노를 배울 때 그 떨림, 바이얼린을 처음 배웠을 때의 그 감동, 그리고 첼로를 마지막으로 만났을 떄의 심장이 울리는 듯한 그 고통.

그의  부모가 마지막으로 그에게 첼로와 이별을 하게 한 것은 중학생때였다.
남자아이였기 떄문에 더 이상 음악을 배워서는 안된다는 그 말이 그를 놀라게 했다.
그랬다. 그는 사랑의 가족에 나오는 프리다만큼이나 악기들을 사랑했다.
악기들. 음악이 아니라 악기들을 사랑한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만난 첼로를 붙잡고 울었다.
그 눈물은 마치 연인을 위한 것보다 죽음을 앞둔 부모를 둔 것 같은 울음이었다.
샘속에서 퍼낸 한방울의 눈물은 미적지근한 수돗물 한 리터보다 더 진실했다.
그 이후로 그는 악기를 만지지 않았다. 성인이 되어 자유로워진 시점에서도 그는 그 상대적인 명령에 복종했다.


그리고 임종이 다가오는 이 순간에야 그는 다시 보잉한 것이다.
물론 이 보잉은 결국 마지막임을 그에게 알리는 것과 같았다.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첼로라면,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도 그와 같은 것이어야 했다.
그의 가족들은 장한나의 곡이 울려퍼지는 것과 동시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듯 흔들리는 그의 팔을 보며 이야기했다.

"도대체 뭘 하시는거지?"

"유언인가?"

유언이라면 이보다 더 서글픈 유언은 없으리라.
그는 팔로 말했다.
절대로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너무 사랑하는 남이 막는다고 해서 멈추지 말것!
그리고 그의 팔이 멈췄다.
그가 보잉을 처음 시작했을 때 틀어놓았던 포레의 시실리안느는 다른 곡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 곡이 무슨 곡인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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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인 2015-01-23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이 쪽글에 나오는 장한나 음반은 제가 가지고 있는 음원이기도 합니다...
사실 클래식 음원은 그리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은 아니라서 소설에 넣는 것도 조금 옹색하긴 했습니다.
좀 더 어울리는 곡도 있을텐데, 첼리스트에 대해서 제가 아는 건 장한나-적어도 첼리스트 중에서는 제가 가장 많이 들은 연주가라서-정도라서 이 정도입니다. 그나마 들어본 곡이라고 넣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