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긋나긋하게 좀 굴어.

잠자리에서 그 말을 듣자마자 근육이 터질 정도로 세게 상대방의 배를 걷어찼다.
만약 잠결이 아니었다면 상대방의 배는 터졌으리라.
하지만 그건 꿈이었고 깨어나보니 항상 혼자 자는 침대위였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면서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짜 전투라도 벌인 것처럼 엉망진창인 싱글베드.
언젠가 한번 잘될 거라고 생각했던 썸남이 남긴 말이었던가?
고잉 솔로 턴을 한지 그렇게 오래 되었는데 어쨰서...

나긋나긋하지 않은 게 어떄서?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화장실로 향했다.
그 중얼거림은 그녀가 화장실에서 화장을 하고, 귀걸이를 하면서도 이어졌다.
어째서 나긋나긋해야 해?
꿈속에서라도 왜 들어야 하냐구
자기 맘대로 되는게 다 나긋나긋한 거야?

그녀는 단 한번도 연하를 사귀어본 적이 없었다.
이떄껏 다들 연상이었고, 결혼말이 나올 떄쯤 진짜 나긋나긋한 연상녀를 만나 결혼했다.
너무 어려서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것이 그 남자들의 말이었다.
아마 그래서 상처를 받았던가?
그녀는 이마를 가린 앞머리를 핀으로 고정했다.
틴트로 가볍게 입술에 붉은 점을 찍고, 마지막 화장을 점검했다.
피부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누드톤에 가깝게 처리하고, 컨실러로 여드름 자국이 있는 부분을 다시 한번 눌러주었다.
눈가의 거무스름한 부분은 잘 사라지진 않지만-더더군다나 오늘같은 악몽을 꾼 날에는 더욱-
적어도 늘 관리는 해주고 있으니 눈에 보기 싫진 않았다.


어떤 말을 들어도 그 말을 그대로 인정할 순 없다.
잠자리에서 발로 걷어찰 정도로 화가 나도, 그건 그때 일이고.
적어도 깨어있는 순간만큼은 나긋나긋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그녀 자신으로 있는 순간이 즐거운것이었다.
그녀는 기운차게 핸드백을 어깨에 맸다. 그리고 털이 복슬복슬하게 일어난 발목까지 오는 부츠를 신고 기운차게 걸어나갔다.

"나 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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