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말이니까 마음놓고 음악을 틀어놓고 쉬는 중...
라 트라비아타 베스트판 틀어놓다보니, 다시금 덜 다운받은 아이다하고, 받아놨지만 손도 안대었던 일 트로바토레 생각이 났음.
근데 다운받았던 일 트로바토레는 딱히 생각이 있어서 받은 건 아니고, 어라...베르디 오페라? 꽤 괜찮겠는걸?
하고 다운 받아 놓고 그 음질이 구리구리함을 견디지 못하고 봉인시켜버린 그런 물건이었다.
오늘 다시 틀어보니 역시나...
지직거리는 잡음 하나 제거된 거 없고...
그때도 참다 듣다가 이런 엉망인 음원은 들을 수 없어. 베르디도 지루한 오페라 만드는 분이었군!하고 치워버렸던 기억이... 

2.
그래서 오늘 유튜브로 가서 스칼라 극장에서 공연했다는 버전으로 들어보았다.
오...지직거리는 잡음이 없어지고, 극장 녹화본이라 그런가 선명하고 꺠끗하고...오오, 신세계를 보는 기분.
음질 하나만으로 지루함과 재미가 갈리는구나...오페라는...;;;;;;

음원도 내가 샀을 때하고 달리 일 트로바토레 음반이 많아졌다.
다시 결제하면 좋겠지만 카드를 날려버려서 결제가 불가능...

3.

오페라 스토리도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느냐! 는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한데...
솔직히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나 안나 볼레나나, 일 트로바토레나 역사하고 관련이 있다는 건 아는데
딱히 스토리를 알고 본다고 달라질 건 없다고 봐요...;;;;;;
어차피 이탈리아권이 아니라서 가사를 알아듣는게 안되니...저 아름다운 새목소리같은 음성을 1시간이나 2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라서. 나란 인간은....;;;;;아아  허세에 찌든 나...;;;;;;;
그렇게 되면 아름다운 음성으로 강남거리를 외치기만 해도 좋을지도...(오렌지 캬라멜의 강남거리를 좋아합니다만, 가끔 노래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그래도 좋아요...아아, 오렌지 캬라멜에게 조공을 바치고 싶은 이 기분...)

4.

드디어 사라 워터스의 리틀 스트레인저를 후루룩 완독.
페이지 안 넘어가느라 고생한 기분...
이거 읽는데 1주일이 걸리다니...
영화로 만들면 좋을 것 같은 내용.
다만, 이미 기초적으로 틀이 완벽하게 짜인 그 장르에서 힘을 발휘할 수는 없는 영화가 나올 듯.
전 별점 2개 줬는데, 사실 내용에는 만족합니다. 종교적으로는 만족 못하지만...
불만은 사라 워터스가 언제나 기존의 장르틀을 깨지 않고 다소 수동적으로 만진다는 생각이어서요...
디킨스 장르물은 모르겠고-핑거스미스는 여전히 제게 손밖의 물건...영화 아가씨는 재미있었어요. 차라리 전 그 편이 더 재미있었고 의미도 있었다고 봅니다...뭐, 불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예쁘니까요...
이번 리틀 스트레인저는 확실히 그래요..
포스터가이스트 현상을 이용한 전형적인 공포물...
희생자들을 처리하는 방법도 거의 동일하고...
등이 서늘해질 정도로 겁먹게 만드는 작품이라 사실 완성도는 백퍼센트에 가깝지만, 개인적으로 공포물을 싫어하는 데다가 앞서 말한 이유도 있어서 별점 2개 ...
읽는 분들은 이 정보를 또 걸러서 책을 입수하시길 바랍니다.


5. 흑흑...
일 트로바토레가 운명의 힘이 아니었어요...(그건 다른 오페라)
본문 수정했습니다. 아이구 부끄러워라...이래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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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구석에 굴러다니던 아이패드의 네이버뮤직앱을 열고, 라 트라비아타 재생.
그동안 한국인인줄 알았던 비올레타 역이 한국인이 아니었다니...생긴 게 한국인처럼 생겨서 한국인인줄 알았는데...
이름은 에테리 라모리스.
꽤 유명한 성악가라고 하는데 그동안 키리 테 카나와는 들어봤지만 에테리 라모리스는 들어본 적 없는 견식 짧은 자의 슬픔...
인터넷을 조사해보니 콜로라투라 라고 하는 걸 보니 확실히 비올레타 아리아 중에 고음이 필요한 부분을 마치 버터로 스윽 지나가는 것 같은 부드러움...
이걸 유튜브에서 영상으로 찾아보니 축배의 노래 이전에 나온 곡에서 영상의 성악가는 마치 기침이라도 하는 것처럼 히컵~ 히컵! 이러던걸...에테리 라모리스는 부드럽~게 잘 넘어가고 고음도 깔끔하다는...
후에 다른 성악가가 부른 동일 부분을 다시 들어봤으나 에테리 라모리스만큼 깔끔하게 넘어가는 분은 없는 듯 합니다.
조수미님의 목소리로는 안 들어봐서 모릅니다...(다만 풀영상이 올라온 한국판도 있었는데, 비올레타가 좋긴 했지만 계속 남자주인공이 신경쓰여서...)
그나저나 음원 구입한지가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주인공 이름도 몰랐다니..
그래도 너무 좋습니다. 라 트라비아타로 오페라를 입문했다면 빠순이가 되었을 듯...
지금도 음원은 네이버 뮤직앱에 있습니다. 에테리 라모리스로 검색, 저처럼 입덕해보아요...(흑흑. 혼자 죽을 순 없다...)다만, 유튜브에는 차단되어 있으니...에테리 라모리스판은 음원으로 즐기셔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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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얀 숨결을 내뿜으면서 독립군들은 한두와 함께 천천히 눈밭을 걸어나갔다. 저 어둠 저편에서 말을 탄 거대한 사나이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거대한 것도 아니었다. 말이 큰 만큼 체구는 조금 더 약해 보이긴 했다.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 그 얼굴만큼은 그러나 거대한 바위만큼 단단해보이고 컸다.

"오! 김장군님!"

"김진좌 장군님!"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마치 내동댕이쳐지듯 한두는 바닥에 꿇어엎드렸다.
처음 보는 아버지의 얼굴.

"명이 대장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는 어디로 갔나?"

위엄있는 목소리였다. 굵지만 혼탁하지 않고, 두려움 없는 목소리.

"종착역으로 갔습니다."

누군가의 대답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누군가는 해야 하지."

이미 답을 아는 목소리에 한두는 잠시 충격을 받았다. 누군가는? 누군가? 그게 그 사람이?

"...장군님..."

"나는 그 기차에서 그 자를 죽일 수가 없었지."

혼자말이었지만 한두는 들을 수 있었다. 그랬다면...그랬다면?
지금 그 가엾은 설양은 죽었을지도 모르는 그 설양은 죽지 않아도 되었었다!

"그 자를 죽이기에는 시간이 모자랐어...제국군이 더 몰려오고 있었으니까...하지만...지금은 다르지. 어소에서 황제가 조만간 퇴위조서를 읽을 것이고...이젠 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두는 눈을 한움큼 집어들고 말위의 그를 향해서 뿌렸다.

"당신이...당신이 할 소린가? 그게!"

아버지가 아버지가 아니었다. 아버지가 아니었다. 단지 장군이 있을 뿐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만나고 싶어했던 그 영웅은 아니었다.
영웅은 영웅일 뿐이고, 아버지는 아버지일뿐이었다.
그리고 김진좌는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그 안에는 동포들이 들어 있어!"

그의 외침에 김진좌는 짐짓 담담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 젊은이는 누구인가?"

"...아, 김한두라는 젊은 친구인데 말을 잘 못합니다. 아시다시피 지금도 제국어를 섞어서 이야기하니까요..."

"어디서 많이 본 얼굴같긴 하군. 제국인들을 닮아서 그런가..."

그의 뼈아픈 조롱에 한두는 그를 집어던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 대신 단 세마디를 했다.

"말, 총, 총탄! 내가 갑니다! 내가!"

김진좌는 흥미로운듯이 그를 보다가 뒤에 오는 참모에게 말했다.

"저 친구가 뭘 하려나보군. 하고 싶은대로 하게 내버려두게."

"하지만...기밀이..."

"젊은 친구가 하겠다는데 말려서야 쓰겠나. 과연 뭘 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고."

김진좌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좀 더 빠른 시간에 저런 친구들이 나왔으면 좋았으련만. 제국어도 잘 하고 말이지..."

그리고 그 말을 못들은 척 하면서 한두는 온몸이 새까만 말 하나를 부리나케 얻어타고 이미 달리고 있을, 그러나 따라잡지는 못할 횡단 열차를 향해서 달렸다.

"내 아들도 저러면 좋겠군..."

김진좌는 마지막으로 그렇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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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정의 말을 들으면서 설은 점점 안색이 파래졌다. 더 이상 창백해질 수 없을 정도로 창백해진 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자신의 원수여도 괜찮았다. 기차의 사람들을 몰살해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랬다. 그는 자신의 얼음속에 갇히다시피한 그녀를 알아본 사람이었다.
명을 잊지 못하고, 계속 그려나갔던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본 유일한 사람이었다.

물론 이것은 사랑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것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한가지...
자신에게 계속 접촉하려고 애쓰면서 자신의 가장 추한 부분까지 보이려고 한 그 모습이 애처로웠다.
그녀를 죽이라고 외칠 때. 그녀는 그의 내부를 약간은 이해할 수 있었다.
명을 사랑한다고, 그리고 그의 부탁을 받아 우정의 마음 속을 읽으려고 시도한 건 위선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저 명의 부탁이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런데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니...애초부터 결혼은 생각없이 한 말이고, 그저 폭발시키기 위해서 기차에서 시간만 떼우고 있었던 것이라니...

"어차피 다 죽일 건데 쓰러진다고 달라질 것 없어."

독립군들은 우정을 때려 쓰러뜨리고, 설에게 다가와 머리채를 잡아 끌었다.

"그 여잔, 반도인..."

우정이 뭐라고 더 외치기 전에 독립군들은 다시 우정의 뺨을 갈겼다.

"닥쳐. 이 폭탄마야."

"...선생님들..."

힘없는 목소리로 설이 말했다.

"...뭐라고? 말한들 소용없어. 그냥 묻어버릴테니..."

어느 정도 온정이 있는 사람이 대꾸했다.

"...저기, 마지막 부탁이니..."

"응?"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그리고 종착역으로 가시는 거라면...차라리 거기서 죽여주세요. 죽기 직전에라도 고향에,고향에 꼭 가고 싶어요..."

뭐?
우정은 경악했다.

"말도 안되는 소릴! 설양! 거긴... 그 도시에서 죽으면 죽어도 죽는 게 아니란 말이오!!"

우정의 비명소리에 그들은 다시 비아냥거렸다.

"오!  그 사이에 연애를 하셨군. 하긴 옷 벗고 있을 때부터 알아봤어. 좋아. 둘다 그 폭탄 터지는 데서 사이좋게 죽으라고 하지...그나저나 하선생이라고 했나? 그 기차에 뭐가 들어있다고?"

"폭탄을 터뜨리면 네놈들은 다 죽어."

우정이 냉랭하게 말했다.

"그리고 도시 하나는 그대로 날아가지. 그 기차안에 있는 그 물건이 터지면 말이다."

"뭐라고?"

독립군들이 사색이 되자, 우정이 다시 대꾸했다.

"말했잖나. 그 기차에 들어있는 물건을 관리하기 위해서 내가 탔다고...네놈들은 김진좌만도 못해. 그놈은 알아차리고 기차를 따라왔었는데..."

"...진짜냐?"

"내 이름을 걸고 말하지. 그리고 그 폭탄을 제거할 수 있는 건 나 하나뿐."

입술이 터진 채로 비장하게 말하는 그를 보며 그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가장 나이 든 독립군이 말했다.

"진실인진 모르겠지만,  어차피 아니면 그때 죽여도 되니까. 종착역으로 끌고 가자."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독립군들도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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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은 그렇게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다가 갑자기 부하들에게 한두의 옷을 뒤지게 했다. 한두는 자신을 못 믿는 명이 조금 납득이 가진 않았지만...

"대장님! 일본어 편지입니다! 이 작자의 바지에서..."

명은 살짝이 얼어있는 물같은 한두를 잠깐 바라보다가 이내 그 편지를 받아들었다.

"친애하는 명도련님께. 나는 당신도 아다시피 글 쓰는 살인자로 유명한 하정우라고 하오...다름이 아니라 모월 모시에 모역에서 일어날 테러를 이미 알고 있소. 반도인들의 아둔함이야 본래 아는 바지만, 그 일을 막아야 할 것으로 생각되오. 왜냐하면 그때 역으로 들어가게 될 대륙횡단열차에는 핵폭탄이 들어있기 때문이오. 물론 제국인들이 거기까지 기술을 발달시키지는 못했소만, 소량을 손에 넣었다고 알고 있소...그들은 내가 탄 기차에 그 폭탄을 실었소...나는 그 기차를 무사히 역까지 보낸 후 폭발시키는 역할을 맡았소. 내가 왜 이 아둔한 자의 바지춤에 넣어서 전달하는지는 충분히 깨달으셨으리라 믿소. 이만, 제국과 반도의 아둔함을 비웃으며...하우정."

명은 잠시 몸을 떨었다. 그리고 다급하게 한두에게 물었다.

"설은! 설은 어떻게 되었소!"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설 아가씨가 묶인 끊을 칼로 끊어 저를 구해주었습니다..."

"...그 작자랑 지금 같이 있는 거요?"

세상에 다시 없을 호연지기를 지는 그였지만, 순간적으로 그녀가 무척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에게 [그]를 읽으라고 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필요하다면 그녀에게 [그]를 암살하라고 뉘앙스를 풍기지 않았어도 좋았을 것이다.
왜냐하면...왜냐하면...그녀는 명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까. 그렇게 허풍을 치지 않았어도 좋았을 것이었다. 그저 솔직하게...그녀가 자신의 진심을 드러낸 편지를 읽고,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기만 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아마 그렇진 않을 겝니다..."

명의 반응을 보고 한두는 솔직히 놀랐다. 대장에게 중요한 사람은 될 수는 있겠지만 이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그녀도, 그도 몰랐으니 말이다.

"같은 독립군이니...지금이라도 다음 역에 연락을 취해서 멈추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마 두 사람이 같이 건 아니건 기차안에 있을테니까요..."

"...그 자는 책임감이 없는 자요."

무자르듯이 둔감하고 냉담하게 명이 대꾸했다.

"자신의 직분을 지켰어야 했소. 그 자는 그 폭탄째로 죽었어야 마땅하오."

"......"

"아마 기차 안에 있진 않을게요."

명이 말했다.

"하씨를 감시하던 자 중 하나가 나중에 하씨와 결탁해서 통신소에서 근무한다는 첩보를 입수했소. 일 대대가 거기를 급습할 계획이라는 걸 일주일 전에 들었소. 아마 기차를 급습한 자들은 얼어죽으라고 밖으로 내던졌을테니, 아마 가 있는 곳이 그곳일 가능성이 높소."

명은 부하들에게 이것저것 지시를 내렸지만 전부 다 암구호라 기차를 급습한 김대승 대장의 말처럼 듣기가 쉬운 게 아니었다.
아마 스파이일 가능성도 있어서 그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절대로 종착역으로 가지 마라. 마지막에 거길 가는 것은 나 혼자 뿐이다."

한두는 그리고 눈부시게 빛나는 백마를 타고 떠나는 명을 보았다.
그리고 명에게 외쳤다.

"대장님, 저는...저는 어떻게 하면 됩니까!"

"......"

명이 뭐라고 대답하는데 잘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만에야 한두는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김진좌 장군님이 이곳으로 오시오. 그분을 따르시오..."
그리고 마치 환영처럼 한두는 흐릿한 장군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것은 이곳을 떠나기 한참 전.
너구리 목도리를 한 자신을 안아올리던 콧수염의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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