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째서 가계부를 쓰지 않는걸까...

매일 매일 쓰면 좋다는 걸 알아도, 쓰지 않는 횟수가 더 많다.

그리고 체크 카드로 또 책을 사버렸네...

가계부를 쓰면 책을 사지 않으려나. 아니ㅡ 그 이전에 체크카드를 또 잘라야 하나...

또 책을 사지 않기 위해서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다.

어플도 받아놓았고(벌써 어플만 몇번째던가.)이제 영수증도 꼬박꼬박 챙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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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는 자신이 복을 타고 났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어머니의 성화로 사귀던 친구와 궁합을 보러간 적은 있었지만
합리적인 그녀는 얼마 안 있어 상대가 자신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궁합이 좋다는 말에 이내 그녀에게 푹 빠져버린 상대방에게 비수를 꽂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건 얼마 전에도 있던 일이었다. 

아내가 죽었다는 상대에게 차갑게 관계를 끊겠다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건 그녀의 유일한 후회였다.
물론 병률은 좋은 상대가 아니다. 그는 이제 아내가 죽었으니 은미로 상대를 바꾸리라.

"여기 있었군."

정의를 기다리면서 앉아 있는 커피숍 의자 맞은편에 병률이 자연스럽게 앉았다. 이건 정의와 길준은 모르는 일이었다. 항상 상대방을 기다리고 있으면 어느 자리에서건 병률이 앉아 있다. 마치 그녀가 있는 공간에 늘 출몰하는 원귀처럼.

"어, 놀라지 않는군."

"놀랄 사람이던가요. 당신이."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이런다고 바뀌지 않아요. 우리 사이."

"차가울 정도의 관계는 아니지 않았나. 너도 날 좋아했었고."

"...지금은 아니에요."

"여전히 그 몽상가 편인가?"

"몽상가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당신보단 낫겠죠. 그 사람은 당신처럼 이 남자,저 남자 막 이용하지 않아요."

"과연..."

일부러 놀리려고 온 듯한 분위기가 분명했다. 저런 태도를 취할 땐 항상 자신에게 위험이 가까이 다가올때다.
그의 정적들은 그의 그런 공격법을 조심하곤 했다.
그녀는 그가 일을 벌이기 전에 그녀를 찾아온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의 머릿속에 살지는 않는다. 그러니만큼 그가 자신의 머리를 살짝 보여줄 때가 얼마나 고마운지...

"다시 시작해보는게 어때?"

그의 말에 그녀는 숨을 죽였다.
이럴 때의 그는 배팅을 즐기는 도박사같다.

"당신은 빼고."

"아니, 준명씨랑 말이야. 그 친구는 앞날이 창창하니..."

"......"

그녀는 주스에 빨대를 대고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무시당한 걸 늦게나 깨닫는 3류 악당처럼 그는 미소지으면서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녀는 들이마신 얼음 알갱이들이 목을 건조하게 긁는 듯한 불쾌한 감정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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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책입수기에서 로산진의 요리 왕국에 대해서 잘못된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제가 소장한 것은 일본의 맛의 도, 라는 책으로 1974년도 작품인데, 이 작품이 그 작품을 편집해서 한 책이라고 잘못 적었지요.

오늘 다시 읽어보니, 제가 잘못 적은 것 같습니다. 그때는 책머릿말을 안 읽었어요...

 

하여간 찬찬히 다시 읽어보니 주로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네요.(당연한 소릴...)

맛의 도 쪽하고 겹치는 것은 그릇은 요리의 기모노 정도이고...

근데 로산진은 은어를 굉장히 좋아했나봅니다.

읽는 부분 부분 은어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많네요. 물론 파트로  따지면 네 파트 정도지만.

 

은어는 창자가 맛있다...라는 부분에 이르면 아, 정말?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은어팔이를 했던 기억으로 은어를 싱싱하게 운반하는 방법,은어가 지나치게 크면 맛이 없고, 죽은 은어를 산 은어하고 같은 가격으로 팔 수 있는 방법(물론 이건 로산진이 했던 게 아니라 다른 장사꾼이 한 거지만.)그런 것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저 시대에 맛있는 은어 먹기가 힘들었을텐데.

먹는 거 하나만큼은 먼 곳으로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그 정신에 머리가 숙여지네요.

은어에 대해서도 핀셋으로 머리카락 집어내듯이 하는 것이 과연 그 명성이 그냥 얻어진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번역자님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이런 정밀한 주를 단 책을 보는 것도 정말 귀한 일이죠.

 

 

그릇에 대한 저작도 좀 접해보고 싶은데, 로산진의 요리왕국이 지금에야 나온 때에 다른 책을 기다리는 것은 욕심일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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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준은 최근에 기르기 시작한 턱수염을 쓸어내렸다. 자신은 옛날에 세상이 자신에게 너그럽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때와 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게 있다면  돈이 있어서 더 너그럽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도대체 목적이 뭐길래..."

은미의 말에 그는 피식 웃었다. 마치 루가의 웃음을 복사붙여넣기 한 것처럼.

"나요?"

"네. 여기 당신하고 저 말고 다른 사람은 없잖아요."

"...흐음, 당신도 알 텐데요. 당신도 목적이 같을테니까."

그는 거울을 보면서 옷 매무새를 다듬었다. 이 방에는 거울이 잔뜩 있어서 불쾌하다고 은미는 생각했다.
마치 베르사이유 궁전의 거울의 방처럼 벽에도 천장에도 화장대에도 거울이 잔뜩 있었다.
잘못보면 마치 다이아몬드로 된 방같기도 했다.

"루가에게 잘못하셨어요."

"...원하는대로 해줬을 뿐입니다."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길준이 대답했다. 

"원한 게 다른 것일수도 있었잖아요."

"난 원한 걸 주는 것 뿐입니다. 능력이 모자라서, 원하지 않는 걸 안겨줄 정도는 아니거든요."

은미는 답답함을 느꼈다. 병률보다는 나은 인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찌라시스러운 처리방법은 그녀를 마치...그러니까 가두는 느낌이 들었다. 왜 지윤이 잠시 그를 떠나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제가 원하는 것도 아시겠네요."

"아니오. 그 정도의 능력자는 아닙니다."

그리고 길준이 홱 돌아섰다.

"당신은 애초에 읽기 힘든 사람이니까요. 원하신다면 다시 그 놈에게 돌아가셔도 난 뭐라고 하지 않을 겁니다."

"반은 맞네요."

은미가 천천히 말했다.

"전 잠깐 당신 곁을 떠나있겠어요. 잠시 정의씨와 일을 같이 해야 할 것 같거든요. 그런데 제 힘만으로는 안되니까 당신의 도움을 좀 받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원하시는대로."

어깨를 서양식으로 으쓱하더니, 길준은 다시 거울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마치 거울 중 하나에 자신의 진짜 모습이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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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깜짝 놀랐다.

"....뭐?"

"제 신분을 아시면 얼른 풀어주시죠."

루가의 빈정거리는 어투에 병원 분위기가 일시에 싸해졌다.

"거짓말! 호의원은 한국사람이랑 결혼했어. 그리고 사생아가 있다는 이야기도 못 들었어!"

루가가 피식피식 냉소적으로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있는지, 내 어머니가 있었는지도 잊어버리고 싶어했으니..."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찰들을 따라다니던 기자 하나가 플래쉬-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구습의 물건이건만-를 터뜨리면서 루가의 사진을 찍었다.

"특종이다!"

그는 극적 효과를 올리기 위해서 플래쉬를 터뜨렸지만, 촬영은 스마트폰으로 하고 급하게 기사를 송고했다.
하지만 웹사이트에 올리기 위해서 인터넷을 켰을 때 그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그 사건이 터지기 전에 알아차렸던 듯, 인터넷 연합뉴스에서 이미 호두원의 숨겨진 자식에 대한 기사가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군."

호의원은 기사가 떴다고 불려온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런 여자가 한 둘 이었어야 말이지...하면서.
정리를 깨끗하게 하지 못한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리라.

"임신할 때 죽었어야 했는데..."

물론 그도 완전한 악인은 아니어서, 자신이 죽여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여자가 귀찮게 할까봐, 인지 서류를 써주고는 중간에 빼돌렸던 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아이를 둘이나 가질 정도로 자신이 한때 빠졌던 여자였음은 부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속보는 계속 이어졌다.
호루가라는 사람은 청력이 보통 사람보다 떨어지는데 그의 말을 빌리자면 필리핀계 조직 폭력배가 자신을 끌고 가면서 귀에다가 약제를 부어서 청력이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청력이상을 이용한 정치권의 모 의원이 있었다는...

"젠장."

그 시간, 속보를 보면서 병률은 모니터를 던지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눌렀다. 자신이 데리고 있던 사람이 하필이면 호의원의 아들일게 뭔가 싶었던 것이다. 루가는 자신이 비밀로 지키고 싶었던 데이터를 가지고 실종되었다.
더더군다나 자신은 루가를 데리고 있으면서 루가가 호의원의 자식인것은 꿈에도 몰랐다.
만약 진짜 호의원의 아들이라면 자신은 침몰직전의 배에 올라탄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차라리 잘 됐어...폭로하기전에 처리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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