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깜짝 놀랐다.

"....뭐?"

"제 신분을 아시면 얼른 풀어주시죠."

루가의 빈정거리는 어투에 병원 분위기가 일시에 싸해졌다.

"거짓말! 호의원은 한국사람이랑 결혼했어. 그리고 사생아가 있다는 이야기도 못 들었어!"

루가가 피식피식 냉소적으로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있는지, 내 어머니가 있었는지도 잊어버리고 싶어했으니..."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찰들을 따라다니던 기자 하나가 플래쉬-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구습의 물건이건만-를 터뜨리면서 루가의 사진을 찍었다.

"특종이다!"

그는 극적 효과를 올리기 위해서 플래쉬를 터뜨렸지만, 촬영은 스마트폰으로 하고 급하게 기사를 송고했다.
하지만 웹사이트에 올리기 위해서 인터넷을 켰을 때 그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그 사건이 터지기 전에 알아차렸던 듯, 인터넷 연합뉴스에서 이미 호두원의 숨겨진 자식에 대한 기사가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군."

호의원은 기사가 떴다고 불려온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런 여자가 한 둘 이었어야 말이지...하면서.
정리를 깨끗하게 하지 못한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리라.

"임신할 때 죽었어야 했는데..."

물론 그도 완전한 악인은 아니어서, 자신이 죽여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여자가 귀찮게 할까봐, 인지 서류를 써주고는 중간에 빼돌렸던 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아이를 둘이나 가질 정도로 자신이 한때 빠졌던 여자였음은 부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속보는 계속 이어졌다.
호루가라는 사람은 청력이 보통 사람보다 떨어지는데 그의 말을 빌리자면 필리핀계 조직 폭력배가 자신을 끌고 가면서 귀에다가 약제를 부어서 청력이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청력이상을 이용한 정치권의 모 의원이 있었다는...

"젠장."

그 시간, 속보를 보면서 병률은 모니터를 던지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눌렀다. 자신이 데리고 있던 사람이 하필이면 호의원의 아들일게 뭔가 싶었던 것이다. 루가는 자신이 비밀로 지키고 싶었던 데이터를 가지고 실종되었다.
더더군다나 자신은 루가를 데리고 있으면서 루가가 호의원의 자식인것은 꿈에도 몰랐다.
만약 진짜 호의원의 아들이라면 자신은 침몰직전의 배에 올라탄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차라리 잘 됐어...폭로하기전에 처리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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