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국 서간소설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파멜라.

   작가 자신도 입지전지적 인물이라고 하고...기대하면서 읽고 있는 중.

   1권을 읽다가 못 참아서 2권도 구입을 했는데...

  긴장감은 1권이 넘치지만 2권의 참회담도 나름 볼만하다.

  읽던 부분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어찌 그리 찾는 부분마다 주옥같은지...

  물론 남주가 진짜 대악당이었다면 1권과 2권의 그의 행동은 있을 수도 없다.

  내 여자에게는 다정한 연인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군데군데 보이는 책이었다.

 다만 방법이 잘못되었지...뭐, 결국 코 꿰이고 결혼했으니...

 로맨스 소설로도 잘 읽힐 법한...

  요즘은 참 무섭게도 로맨스 소설에도 강간이 많이 등장한다는데...나로서는 이해도 불가하고, 재미도 없고...

 적어도 그런 분위기라면 파멜라를 참고하는 게 더 나아 보인다...

 

2. 라 트라비아타 베스트 실황을 듣고 있다. 전에도 듣고 있다고 포스팅한적이 있는데...

   아, 이거 괜찮은 걸...싶다.

   오페라에는 거리가 멀었지만,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파바로티가 공작인지 백작역을 했던 리골레토에서 여자의 마음하고 또 다른 곡(파바로티가 했던 역)도 마음에 들어서 플레이어에 넣고 다녔었다...근데 역시 같은 작곡가의 라 트라비아타의 건배의 노래도 맘에 든다.

(근데 리골레토 곡이랑 건배의 노래랑 헷갈린다는 사람이 있어서 나도 불러보았다. 역시 헷갈렸다...;;;;;;;아, 작곡가가 같아서 그런가...)

근데 리골레토나 라 트라비아타도 소설이나 만화로 내용을 미리 접해서 그런가. 다른 생소한 오페라보다 재미있게 다가온다.

특히 베르디가 여자를 잘 아는 건지, 여자들 아리아도 남자들 못지 않게 장난이 아니네...

기교를 과시하는 곡도 아닌 것 같고, 그냥 들으면 마냥 좋으니...(남자들 아리아는 생각 좀 해봐야 된다는...여자의 마음은 안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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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건은 서서히 눈을 떴다. 따끔거리고 아픈 것이 눈인지 아니면 몸 전체인지 알 길이 없었다.
눈을 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눈에 무언가가 씌워졌다는 걸 깨달았다.
희미한 빛이 그의 눈앞에 있었다.

"여긴..."

어디냐고 묻기 전에 심각한 통증이 배에 느껴졌다. 누군가가 그의 배에 주먹을 꽂아넣었던 것이다.
맷집이 제법 되는 그에게도 꽤 강한 통증이었다.

"어디냐고 묻기 전에 네가 한 일을 생각해라. 죽기 전에 좋은 일거리가 될거다."

"...아...루가, 루가는 어디에..."

다시 주먹이 그의 명치를 강타했다.
그는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에 윽하는 소리를 내면서 짚더미라 추정되는 곳 위에 누워버렸다.정신을 잃은 며칠 동안 식사도 하지 않은데다가,눈이 보이지 않아서 고통이 더 배가되고 있었다.

"그 사생아놈은 왜 찾는 거냐."

발음이 명확하지 않고 약간 어눌한 것으로 보아 한국 사람은 아닌 듯 싶었다.

"...당신은...당신은...한국 사람이 아니군."

진건의 말에 그가 바닥에 퉷 하고 침을 뱉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외국인이면 뭐 어쨌단 말이냐. 나는 적어도 인신매매하는 순종놈보다는 더 귀하신 몸이야. 널 여기까지 데리고 오느라 온 몸이 더러워졌어."

"날 죽이지 않았어?"

"...그렇게 죽고 싶다면 앞으로 식사는 가져다주지 않아도 되겠군."

진건은 자신을 가격할 때의 루가의 얼굴을 보았다.  귀가 약간 들리지 않는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온 힘을 다해서 가격한다면 자신은 그대로 죽었으리라.
내리치는 소리는 귀로 들을 수 있으니까...하지만 루가는 빗맞췄고, 그는 그대로 차 시트를 더럽히면서 질질 끌려갔다. 그 기억도 선명했다. 하지만 눈은? 언제 이렇게 고통을 입었던가?

"내 눈에 씌인 걸 좀 벗겨주면 안되겠나?"

"별 희안한 소리를. 그거 독이 묻어 있는 천이다. 이미 중독되어 있어. 벗겨봤댔자 실명되는 건 변하지 않아."

눈 두개에 귀 두개.
진건은 루가의 귀를 생각했다. 그때 부은 약물로 루가는 귀가 먹은 채 병률에게 팔려갔었다.

"속죄를..."

문이 열리고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났다. 눈이 보이지 않아 알 수 없었지만 상대방은 조용히 그의 목에 뭔가를 걸어주었다. 손으로 만져 감촉으로 알려고 했지만 오랜 시절 눈으로만 살아온 그로서는 그 조각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어차피 중독되어서 눈이 보이지 않는거라면..."

진건이 조용히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익혀 왔던 습관대로 이 살벌한 분위기에 쉽게 적응했다. 물론 이야기만 하면 때릴 준비가 있는 상대가 있는 상태라도 마찬가지였다.

"이 답답한 천 벗겨주시지 않겠습니까? 잠깐이라도 이 조각품을 보고 싶군요."

그러자 그 아름다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천천히 진건의 눈에 덮힌 천을 치워주었다.
그리고 진건은 자신이 어느 석공의 작업실에 부러진 날개들이 가득한 방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목걸이 모양은 바로 그 부러진 날개 모양이었다.
그가 루가에게서 감금당한 바로 그걸 상징이라도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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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 묻힌 강아지를 발견했던 건, 그저께의 일이었다.
나는 두번 생각할 필요 없이 강아지를 안아들었다.
건조한 피부에 닿는 강아지의 따뜻한 온기가...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만들었었나보다.

나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오빠의 차가운 시선과 마주쳤다.
오빠의 눈은 먼저 내 머리를 , 그리고 강아지를 든 손으로 향했다.
아무말도 하지 않는 오빠를 보고 나는 그대로 문밖으로 나갔다.
아파트 밖의 누구라도 이 강아지를 보고 키워주지 않을까 싶어서 폐물들을 뒤져서 사과박스 하나를 구했다. 그리고 못 입는 옷을 깔고 강아지를 넣었다.
그리고 예전에 하나쯤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구입했던 강아지 사료를 물에 불려서 조금 넣어주었다.

그리고 돌아오자 오빠는 눈으로 저녁상을 가리켰다. 새언니가 차려놓은 밥상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그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만큼이나 홗실한 식어감이었다.
나는 앉아서 기계적으로 씹었고, 삼켰다. 밥먹는 시간동안 그 강아지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나는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한 후 강아지를 보러 나갔다.

강아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사료를 먹다가 토했는지 피섞인 토사물이 옷위에 튀어 있었다.
하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병원비를 지불하기에는 얼마 전 직장을 그만 둔 사람은 감당도 할 수 없는 액수였던 것이다.

언젠가 한번 오빠에게 농담을 던진 적이 있었다.

"오빠. 이 사진 이쁘지 않아. 웰시 코기래. 영국왕실에서 키운다는..."

"왜 키우게?"

오빠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 그건 생각 안해봤는데..."

"직장 가지면 생각해봐."

어떻게 보면 그때는 참으로 여유로운 시기였다. 오빠는 아직 직장을 다닐 때였고, 나도 막 취업시장에 뛰어든 철부지였기 때문에 행복감이 넘쳐 흐르진 않아도 적당했다.

"오빠...돈."

오빠는 지금 시급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40대에 잘린 직장인이 갈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강아지 병원비 하려면 너부터 병원가라."

오빠가 싸늘하게 말했다.

"지 앞가림도 못하는게 무슨 강아지 병원비를..."

오빠는 알고 있었던 걸까...내가 그 강아지를 박스에 넣은 걸...

"..오빠..."

"나 나간다. 여보. 희주 일어나면 유치원 보내는 거 잊지마."

그렇게 당부하고 오빠는 나갔다. 나도 늘 그랬던 것처럼 점퍼를 입고 귀에 이어폰을 낀채로 도서관으로 향했다. 취직공부라고는 하지만 늘 그랬던것처럼 떨어질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오늘은 땡떙이를 치자고 자신에게 말했다.
강아지가 병원에 가야하니까. 오빠가 돈을 안 대줘도 돈은 빌리면 된다..
카드빚을 좀 지면...


박스를 찾아보니 박스는 있지도 않았다. 다만 넣어놓았던 지하실에는 누군가가 또 갖다놓았던사료 부스러기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누군가가 데려갔나보다. 다행이다.
나는 중얼거리면서 달려갔다. 중얼거림은 곧 노래로 변했다.
누군가가 데려갔어. 아픈 아이를 데려갔어.


마치 죄책감이 그날로 사라져버린 것처럼 나는 기운을 냈다.
곧 써낸 원서 몇개가 3차까지 통과했고, 나는 슈퍼맨 놀이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냈다. 나는 그것이 강아지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5개의 이력서 중 남은 건 2개 뿐이었다. 면접에서 날 뽑지 않겠다고 노골적으로 말한 사람들도 있었고, 대응을 늦게 해서 빠진 것도 있었다.
그래도 난 희망적이었다.

"안됐다."

흥얼거리면서 파를 다듬고 있는데 오빠가 불쑥 말했다.

"뭐? 아직 2개 남아있어."

그말에 오빠가 고개를 저었다.

"아. 알았다."

오빠의 시무룩한 말투에 나는 늘 그래왔듯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면접공부를 앞에 뒀던 탓에 나는 강아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리고 최종합격 통보를 앞둔 날, 나는 전화를 기다리면서 아파트 앞을 산책했다.
오빠가 일에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시끄러운 아파트 방송소리가 귀에 선명하게 들려왔다.

"음식 쓰레기 넣는 통에 고양이, 강아지 사체를 던져넣지 마세요."


그 말에 나는 정신없이 울었다. 언제 그 강아지 시체를 보았는지 내가 기절을 했었는지 어쨌는지 기억도 안난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착한 수위아저씨와 오빠와 내가 강아지 시체를 땅에 묻었을 때였다. 누군가의 칼질로 목이 반쯤 잘린 강아지의 머리를 묻을 때 오빠가 말했다.

"너 최종 합격했더라..."

시금털털한 맛이 나는 행복이었다. 나는 고개를 까닥하고 눈물을 흘렸다.
오빠가 내 어깨를 탁탁 두들겼다.
누군가를 구해줄 수 있다면 그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때로는 구하기 전에 손을 내미는 것은 최악의 실수다. 결말을 책임질 수 없다면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 때로 인생은 그런 폭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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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을 쓰다가 막혀버려서... (요즘 자주 이래서...차라리 한동안 푸욱~ 내버려둘까 싶음. 다른 게 아니라 장편 그림자의 햄릿을 말합니다...애초에 무리였나 싶기도 하고...)

소설은 한동안 쉬기로.(읽는 것이 있어야 쓸 것도 있지 싶기도 하고...단편쪽은 연습삼아 계속 들어갈듯 합니다...질은...;;;;;;글쎄요. 슬럼프 기간이라 잘 할 수 있을지?)

요즘은 계속 읽고 듣고 하는 중입니다.

 

2. 연휴기간동안 라 트라비아타(춘희)를 두가지 버전으로 듣고 있습니다. 하나는 국내용인듯 하고, 하나는 해외에서 라 트라비아타 베스트 아리아를 넣어준 모양입니다. 얼굴만 봐서는 한국인이 여주인공인듯 한데 설명서가 없으니 알 수가 없군요.

네이버 뮤직! 각성하라! 해외판이라도 설명을 넣어달라고!!!!

설명을 모르니 알 수가 없잖아.

클래식이 망해가는 이유 중의 하나가 설명부족이 아닐까 싶은 요즘입니다.

 

3.

이건 조금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인데, 힐러리 한을 음원으로 듣다가 higdon, 차이코프스키(이것도 영어로 적혀 있었음.)이 나오길래, 아...하이든하고 차이코프스키라고? 좋겠네~

라고 틀었다가 지옥을 맛봄.

하이든이 아닌데...;;;;;;;채찍이 난무하는 이 곡이 과연 하이든이란 말인가?

듣다가 2번에서부터 질려버려서 검색엔진에 영어로 넣어봄.

제니퍼 히그돈이라는 작곡가가 힐러리 한에게 헌정한 곡이라고...(히익. 헌정을 뭐 이리 살벌한 곡으로...더더군다나...이런 곡을...)듣고 싶으시면 말리진 않습니다. 힐러리 한으로 검색하면 금방 떠요. 하지만 듣고 원망해도 늦은 겁니다.

제 취향은 확실히 아니거니와, SM 플레이를 연상케 하는 거칠고 음습하고 사나운 곡이에요...(부들부들)

이래서 영어를 잘해야 한다고 하나 봅니다.(하이든은 이 영문이 아니래요...)

하여간 설명 좀 해줘요. 음반사가 안되면 파는데서라도 좀 해주면...

 

4.

읽는 건 요즘 프로이트...오늘 잡았는데 약 1/4 정도...? 생각보다는 재미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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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찌른 칼을 땅을 떨어뜨린채 그는 나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굳어진 몸으로 그는 모든 것을 거부했다.

 

“말을 해야 할 필욘 없겠지만...”

 

부당한 질문에 거부한다. 그는 그 원칙이 있건 없건 입을 다물었을 것이다.

그에겐 아내를 살인한 것이 서커스단이 문닫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니까.

그에겐 아내가 서커스단이었고, 서커스단이 아내였다.

그런 그가 어째서 아내를 죽였는가 하는 문제.

 

“의상을 챙겨 입고서...”

 

레온 카발로의 팔리아치라도 들었단 말인가.

나는 흠칫 하면서 그를 돌아보았다.

벌겋게 칠한 입술에는 아내의 상처에 입을 갖다대 피가 여기저기 번져 있었다.

그래서 그가 상처를 입고 아내를 껴안았는지, 아니면 아내의 피가 그에게 묻었는지 헷갈렸다.

 

“헛소린 그만둬요. 차라리 입을 다물지.”

 

나는 그의 등을 손으로 탁 치고는 다른 사람들을 주위에서 물러나게 했다.

이 늙은 피에로는 정녕 망녕이 든 것이란 말인가?

하긴 그랬으니 그의 아내가 다른 연인을 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젊은 시절부터 그는 유명한 서커스단원이었다. 시대가 이토록 저물지만 않았더라면, 아니 지나치게 첨단화 되어 있지 않았다면 그는 부유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리라.

아니, 지금도 부유한 편이긴 하다. 하지만, 그는 말그대로 장인이며 딴따라였다. 다른 길은 찾을 수도 없었고 찾을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시대는 어떤가. 이젠 기계 로봇들이 아크로바틱한 모든 동작을 소화한다.

그랬으니 사람몸으로 하는 거야 흥밋거리가 되지 못한 건 당연했다.

그는 침울해 했고, 젊은 아내를 사들여 그녀를 뛰어난 수입원으로 삼으려고 시도했다.

미리 말했지만 그는 돈은 많았기 때문에, 그녀가 딱히 못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장인이었다. 젊은 아내에게 혹독한 스승이었고, 그녀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곧 남편을 따라잡았다.

그녀는 공중그네를 탔고, 남편에게 수천가지의 마술을 전수받았다.

 

그의 서커스단도 어느정도 눈길은 끌어야 했기에 공중그네의 아내 파트너는 로봇이 맡았다.

근데 그 로봇이 말썽이었다.

이 사건을 맡기 얼마 전부터 그로부터 요청이 들어왔다. 로봇이 지나치게 아내에게 친밀하게 군다는 것이었다.

로봇은 로봇이니 내버려두라고 말했지만 그는 막무가내였고, 얼마 뒤에는 팔아버리기까지 했다.

그게 2주전.

 

 

아내와의 말다툼은 날이 갈수록 격해졌고, 그는 공적인 자리에서 아내를 더럽고 추악한 로봇성애자년! 이라는 욕설을 퍼부었다. 아내는 눈물을 좀 글썽이더니 이내 남편을 향해서 한숨만 쉴 뿐이었다. 그리고 이내 말을 이었다.

 

“정말 극에서처럼 버림받은 모양새군요. 여보. 당신 로봇한테 진짜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있죠? 생각대로 되어서 정말 좋겠군요. 극하고 사실을 구분도 못하는 당신이 한심하지 않아요?”

 

며칠 뒤에 있을 공중그네에서 그녀는 파트너 없이 모든 동작을 소화했고, 극을 시작한 후 얼마 안되어서 칼로 찔려서 사망했다.

극은 그 뛰어나고 음흉한 그 영감에 의해서 팔리아치의 극중 극을 각색한 내용으로 꾸며졌다. 아마 그 감정을 억누르고자 그는 엄청나게 노력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노망난 뇌는 현실과 과거, 그리고 미래를 엉크러뜨렸다.

 

 

그는 장난스레 다가오는 젋은 여인 역의 아내의 심장을 정확하게 찌른 후 이내 쓰러지는 아내의 몸을 붙잡고 피가 뿜어져 나오는 가슴에 입술을 댔다.

마치 피를 막으면 그녀가 살 수 있는 것처럼.

 

“그만해요.”

 

쓰러진 그녀에게서 피가 콸콸 솟아나왔다.

그녀의 연인으로서 마음이 안 좋았다.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광경을 이 노인에게 보여주면 더욱 충격받으리라.

 

“노인을 서로 호송하도록 해. 기자들 몰려오기 전에 노인네한테 말 너무 걸지 말라고 하고.”

 

나는 서커스 구경하겠다고 따라온 어린 순경에게 그렇게 노인을 맡기면서 말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그의 두뇌는 컴퓨터 칩이 박혀 있는 뇌가 아니었다. 순수한 인간의 뇌.

그리고 그의 나이 올해 120세. 조그마한 충격에도 망가져버린다.

그는 헉 소리를 내고는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죽었는데요...”

 

순경은 그랬거나 어쨌거나 내 명령에 따라서 차에 노인을 실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연인이 누워있는 땅에서 연인의 찔린 상처안쪽을 만졌다.

물컹. 쪼그라든 심장을 손으로 한번 꽉 쥐고 놓았다가 다시 쥐고 놓기를 반복했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미지.”

 

그녀는 자신의 가슴의 갈라진 부분에 손을 갖다댔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다.

 

“남편은요?”

 

“......”

 

“그동안 몰랐을린 없었을 테고...미지. 그 남자는 정말 네가 로봇이라는 걸 몰랐던거야?”

 

“...저도 몰랐어요.”

 

미지의 넘버 ISRN 52-1930 형은 인간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어진다. 다만 구형 의식을 선호했던 창작자에 의해서 하루에 3번 에너지 충전을 해줘야 하는데...

그 에너지 충전을 돈 아까워하는 그 노인네는 아마 직접 했을 터였다.

그렇다면 모를 리 없는 그가...

 

“너도 모른다고?”

 

“당신도 절 인간으로 대우해줬잖아요. 그리고 그는 충전을 하는 동안 제 전원을 꺼놓아서 제가 알 수도 없었구요.”

 

모든 현상이 사라진 뒤 그녀는 인간의 탈을 벗고 로봇이 된 것 같았다.

나는 벨트에 감고 있던 스카프를 풀어 그녀에게 기브스하듯 매어주었다.

 

“이젠 필요 없어요.”

 

그녀가 낙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 서커스의 디바가 아니라 한낱 로봇인걸요. 이젠 아무도 절 보러오지 않을 거예요.”

 

“난 아직도 널 사랑해.”

 

“그건.”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요.”

 

그녀가 덧붙였다.

 

“단지 주인이 바뀐 것 뿐이겠죠. 사랑이란 묘한 것이예요. 지난 사랑이 끝나면 새로운 사랑이 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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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는 서커스, 오마쥬는 팔리아치...

마침 팔리아치를 듣고 있었습니다...

실화에 바탕을 둔 거라고 하죠. 서커스단에서 연극을 하다가 아내를 죽여버린 어릿광대의 이야기라는데...그걸 좀 비틀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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