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노벨라33 세계 중편소설 전집 10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나미 옮김 / 다빈치 노벨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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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예브게니는 결혼 전 성욕을 분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농촌의 유부녀에게 돈을 주고 성욕을 해소한다. 그는 젊고 슬렌더한 아내와 결혼을 하고 그녀는 아이를 낳는다. 그러나 아내가 임신 중일 때 전에 관계를 맺곤 했던 유부녀가 눈에 들어온다. 그는 와이프를 결혼 상대방이자 정신적으로 사랑하지만, 육체적으로 더 끌리는 것은 과거 인연을 맺었던 여자다. 


 그리 재밌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리얼리즘을 완성 시킨 작가의 우수한 역량이 군데군데 드러난다. 결혼을 준비하며 주인공이 아내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 장모와 어머니와의 갈등, 야동과 성인만화가 없는 시대 성욕을 분출하지 못해 스트레스 받는 젊은이의 고통 등이 매우 사실적으로 무덤덤하게 잘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작중 후반부 욕구의 대상이 되는 유부녀의 등장 장면이 반복되는 것이 다소 도식적이고, 이러한 감정으로 인해 고통 받는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그리 인상적이지 못하다. 주인공은 실존하는 등장인물로 인해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성욕이라는 "악마"로 인해 고통받는데, 이를 한 여인에게만 투사하는 방식은 리얼리즘의 격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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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최후의 날 노벨라33 세계 중편소설 전집 5
빅토르 위고 지음, 백선희 옮김 / 다빈치 노벨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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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 생활자의 수기˝ 등 코너에 몰린 개인의 리얼한 행태 및 진솔한 고뇌를 접한 사람은 이 작품의 사형수가 하는 고뇌가 강남좌파스러운, 위선적이고 거짓된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70p까지 읽고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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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을유세계문학전집 13
에밀 졸라 지음, 최애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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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아 소녀 앙젤리크는 운이 좋게 선량한 자수공 부부의 자녀로 입양된다. 그 부부의 집에는 "황금빛 전설" 이라는, 기독교의 성인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 한 권 있다. 그 이야기에 경도 된 그녀는 성인 숭배가 활발했던 원시 기독교스러운 여자로 자라난다. 가난한 주제에 재산이 생기면 가진 것을 모두 베푼다. 그녀는 부자가 되길 원하는데, 사치스러운 삶을 살기 위함이 아니라 황금빛 전설에 묘사된 아름다운 기독교 상징들 속에 살기 희망하기 때문이며 빈자들에게 베푸는 삶을 살고자 하기 위함이다. 그녀는 운 좋게 재산 많은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데...


 한류 드라마 스러운 싸구려 신데렐라 스토리라고 폄하하기엔 묘사가 너무 아름답다. 책을 읽으면서 시골에 세워진 엄숙한 교회,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와 성상, 화려하면서도 경건한 제의(祭衣) 등에 대한 묘사를 즐겼으며, 티없이 순수한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도 매우 재밌게 읽었다. 꿈처럼 덧없지만 아름다운 소설 하나를 읽은 기분이다. 


 돈, 욕망, 출세에 대한 이야기만 하다가 지쳐서 "골짜기의 백합" 을 쓴 발자크처럼 졸라도 지저분한 민중들 묘사를 관두고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이야기를 하나 쓰고 싶었던 것 같다. 그 결과 성인 숭배, 원시 기독교와 로맨스가 섞인 퓨전 요리 같은 작품이 하나 탄생하였다. 제법 아름답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소설로, 그의 "제르미날", "목로 주점" 같은 걸작들에는 당연히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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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읍내 오세곤 희곡번역 시리즈 1
손톤 와일더 지음, 오세곤 옮김 / 예니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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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한 시골 마을 사람들의 인생 전반을 담아낸 작품이다. 제목이 우리 읍내, 즉 our town인 이유는 이 작품의 무대공간이 조지와 에밀리가 사는 뉴햄프셔 촌구석이 아니라 독자들 각각이 과거에 살았던 마을이기 때문에 그렇다. 무대감독은 주기적으로 관객에게 말을 걸며 "이게 인생이지" 라는 의미가 담긴 말들을 내뱉는다. 적어도 작가 생전에 조지와 에밀리의 삶은 상당한 보편성을 지녔을 것으로 사료 되며, 관람객 혹은 독자들은 이에 상당부분 동의했기에 이 작품이 그리 유명한게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이 발표된 후 시간이 흘러, 20세기 말에 서울에서 태어나 21세기에 초등학교를 다닌 나같은 인간이 30대 중반 아저씨가 되었다. 같은 동 옆집에 거주하는 사람과 눈이 맞아도 인사를 하지 않고 결혼 생각도 없으며 이웃 사람의 죽음을 추도하긴 커녕 직장동료 모친상도 참가하기 귀찮아하는 내게 있어 이 작품의 무대는 조지와 에밀리가 거주하는 구 시대의 마을일 뿐 절대 보편적인 "우리 읍내(our town)" 가 되지 못한다. 학교 다니고 사랑하고 애 낳고 죽고 이런 소시민들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절차들이 오늘날에는 선택의 문제가 되었으며, 그 이의마저 많은 부분 소실되어 버리고 말았다. 


 독자 혹은 관람객에게 "우리 읍내"가 되진 못하여도 그들의 아름다운 읍내 이야기라도 될 수 있다면 이렇게 별점을 짜게 주진 않았을 것이다. 가령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는 19세기 러시아 귀족들의 삶을 거의 통째로 묘사하였기에 그 시대의 문화를 관찰하는 재미가 있고, 등장인물들이 겪는 진지한 고뇌들은 영원불멸의 보편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 작품은 희곡이라는 장르를 감안해주더라도 보편적인 인간상은 커녕 습속조차 표면적으로밖에 묘사하지 못한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사회가 변화할수록 관람객들에게 무대는 "조지와 에밀리의 읍내"가 될 것이며, 그때가 이 작품이 완전한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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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농 레스코 부클래식 Boo Classics 59
아베 프레보 지음, 홍지화 옮김 / 부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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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는 여자와 맹목적인 남자 간의 낭만적인(?) 로맨스 이야기다. 작가는 애인이 있는 상태로 매춘을 하거나 불륜을 하는 마농을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현실적으로 있음직한 팜므파탈로, 창녀를 미화한 ˝춘희˝나 허접한 상상력의 산물 ˝카르멘˝ 보다 훨씬 훌륭한 등장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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