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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읍내 ㅣ 오세곤 희곡번역 시리즈 1
손톤 와일더 지음, 오세곤 옮김 / 예니 / 2013년 10월
평점 :
20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한 시골 마을 사람들의 인생 전반을 담아낸 작품이다. 제목이 우리 읍내, 즉 our town인 이유는 이 작품의 무대공간이 조지와 에밀리가 사는 뉴햄프셔 촌구석이 아니라 독자들 각각이 과거에 살았던 마을이기 때문에 그렇다. 무대감독은 주기적으로 관객에게 말을 걸며 "이게 인생이지" 라는 의미가 담긴 말들을 내뱉는다. 적어도 작가 생전에 조지와 에밀리의 삶은 상당한 보편성을 지녔을 것으로 사료 되며, 관람객 혹은 독자들은 이에 상당부분 동의했기에 이 작품이 그리 유명한게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이 발표된 후 시간이 흘러, 20세기 말에 서울에서 태어나 21세기에 초등학교를 다닌 나같은 인간이 30대 중반 아저씨가 되었다. 같은 동 옆집에 거주하는 사람과 눈이 맞아도 인사를 하지 않고 결혼 생각도 없으며 이웃 사람의 죽음을 추도하긴 커녕 직장동료 모친상도 참가하기 귀찮아하는 내게 있어 이 작품의 무대는 조지와 에밀리가 거주하는 구 시대의 마을일 뿐 절대 보편적인 "우리 읍내(our town)" 가 되지 못한다. 학교 다니고 사랑하고 애 낳고 죽고 이런 소시민들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절차들이 오늘날에는 선택의 문제가 되었으며, 그 이의마저 많은 부분 소실되어 버리고 말았다.
독자 혹은 관람객에게 "우리 읍내"가 되진 못하여도 그들의 아름다운 읍내 이야기라도 될 수 있다면 이렇게 별점을 짜게 주진 않았을 것이다. 가령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는 19세기 러시아 귀족들의 삶을 거의 통째로 묘사하였기에 그 시대의 문화를 관찰하는 재미가 있고, 등장인물들이 겪는 진지한 고뇌들은 영원불멸의 보편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 작품은 희곡이라는 장르를 감안해주더라도 보편적인 인간상은 커녕 습속조차 표면적으로밖에 묘사하지 못한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사회가 변화할수록 관람객들에게 무대는 "조지와 에밀리의 읍내"가 될 것이며, 그때가 이 작품이 완전한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질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