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대학살 ㅣ 현대의 지성 94
로버트 단턴 지음, 조한욱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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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사를 다룬 서적 중 아마 가장 유명할 책. 1장을 제외하면 지나치게 국지적인 내용을 확대해석했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 시대의 사고방식을 제법 성공적으로 유추해 냈다고 생각한다. 만약 가능했다면 보다 다양한 사료를 근거로 들고(어쩌면 사료가 없을지도 모른다), 6개의 독립적 에피소드를 서술하기보다는 1,2 개의 에피소드를 깊게 천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농민들은 이야기한다, 마더 구스 이야기의 변형

 비슷한 내용의 동화들이 나라별로 다르게 변주해서 나타난다는 점을 근거로 동화가 쓰여진 각 국가의 현실 배경을 유추한다. 책은 다수가 읽는 것이기에 어느 정도의 보편성이 담보 되므로 6개의 챕터 중 가장 설득력이 있었다.


노동자들은 폭동한다, 생세브랭가 가의 고양이 대학살

어그로 끌기 좋은 소재이고, 캣맘에 의해 고통받는 나로 하여금 이 책을 구매하게 했으니 제목 선정을 참 잘했다 싶다. 주인을 족칠 수 없으니 주인아내의 애완묘를 조질 겸 여러마리의 고양이를 학살했다는 내용으로 이를 자본주의에 대한 소심한 반항으로 해석한 건 다분히 억지스러웠다.


부르주아는 자신의 세계에 질서를 부여한다: 텍스트로서의 도시

 부르주아가 남긴 몽펠리에 도시 행렬에 관한 묘사로부터, 귀족과 서민 사이 부르주아라는 계급이 어떤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저자는 이끌어 낸다. 통찰력은 탁월하지만 사료의 부족 때문인지 단 하나의 기록에 의지한다는 점은 편향적이고 과학적이지 못하다.


경찰 수사관은 명부를 분류한다: 문필 공화국의 해부

 사상가들을 경계하는 프랑스 왕정은 문필가들에 대해 그들의 가문, 결혼여부, 재산 등에 관한 기록을 남긴다. 이로부터 당대 프랑스 정치권에서 문필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저자는 유추해 낸다. 1장 다음으로 설득력이 있던 챕터로, 경찰관의 서술은 편향되었을 수 있지만 테마 자체에 국가적인 개입이 있었을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철학자들은 지식의 나무를 다듬는다: 『백과전서』의 인식론적 전략

과거의 지식인 베이컨은 신학을 모든 학문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취급하였으나 백과전서파들은 신학을 형이상학의 한 갈래로 취급한다. 당대 프랑스 엘리트들이 이러한 인식을 독자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심어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하기와 같이 지식의 가지를 조정했다는 것으로, 달걀이 아니라 닭이 우선이라는 저자의 해석은 흥미롭지만 반대의 관점이 지나치게 배제되어 있다.


독자들은 루소에 반응한다: 낭만적 감수성 만들기

문학작품을 현대 독자들이 거리를 두며 읽는 방식과 달리, 루소의 소설을 당대 사람들이 실제 인물의 이야기로 생각하고 감정 이입하면서 읽기 시작했다는 내용. 루소의 소설을 읽으며 독자들은 개인의 감정을 자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러한 결론을 루소 독자들의 팬레터를 통해 저자는 유추하는데, 현대 사회 아이돌 빠돌이 빠순이들의 편향성으로 미루어 보아 이는 과도한 일반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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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보석 상자 ㅣ 부클래식 Boo Classics 34
요한 페터 헤벨 지음, 강창구 옮김 / 부북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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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읽고 덮었다. 서양권에서 크리스마스를 한달 앞두고 하루마다 상품을 하나씩 까는 어드벤트 캘린더와 같은 단편집이다. 즉, 깊이가 없다. 사람들의 삶과 관습을 담아냈다? 이는 조르주 상드의 ˝마의 늪˝ 같은 작품에나 허용되는 수식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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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블룸 2026-08-04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멍청한 놈 ㅋㅋ
 
돈 후안 테노리오 ㅣ 달섬 세계고전 7
호세 소리야 이 모랄 지음, 정동섭 옮김 / 달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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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초인은 사라지고 경박한 바람둥이만 남았다. 도입부에서 중반부까지는 적당히 유쾌한 사나이로서의 면모라도 있으나, 뒤로 갈수록 수다스럽고 감상적이어서 고평가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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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슬란과 류드밀라 ㅣ 비룡소 클래식 7
푸슈킨 지음, 카랄리코프 그림, 조주관 옮김 / 비룡소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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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껏 읽은 동화책 중 GOAT이다. 내용은 마녀에게 납치당한 공주를 되찾으며 겪는 뻔하디 뻔한 에피소드들이지만 200페이지 내내 작품에 홀려 들어갔다. 글을 읽고 있는데 옆에서 음유시인이 노래해주는 느낌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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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서거 100주기 특별판) ㅣ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37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박병덕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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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까지 읽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책을 덮었다. 그의 단편들은 고평가 하기 힘들다. 그는 고골의 못되먹은 제자다. 고골의 페테르부르크 이야기는 이야기로서의 기본적인 이야기의 골격이 명확하며, 작품 내 원인은 우스꽝스럽고 황당하지만 이를 현실세계에서 쉬이 유추해 낼 수 있다. 그러나 카프카의 경우 "변신", "유형지에서" 를 제외하면 기초적인 서사 구조가 붕괴되어 있다. 모든 작품에서 원인은 없고 결과만이 존재한다.


1. "관찰" 에 포함되는 모든 단편들

 손으로 쓴 사고의 토사물. 예민하다기보다는 병적이어서 읽기가 괴로웠다. 줄거리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은 어지간히 못썼다는 것을 의미한다.


2. 선고

 건장한 청년이 노쇠한 아버지를 돌보는데, 갑자기 노쇠한 아버지가 원기왕성해지고 아들은 점점쇠약해지다가 끝내 아버지로부터 사형선고를 받고 자살을 한다. 정신병자가 쓴 글이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3. 화부

 "실종자" 의 1부 내용으로 알고 있으며, 해당 작품을 이미 읽었으므로 이번에는 독서를 생략하였다. 그의 걸작 "성"에서 아말리아의 아버지를 통해 표현되는 동일한 테마가 직설적이고 세련되지 못하게 표현된 평작이다.


4. 변신

 고골의 "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되는 작품. 코가 갑자기 떨어져나가 고위관료 행세를 한다거나,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벌레가 되었다던가 하는 건 당연히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고골의 "코"에서는 러시아의 관료제라는 근거를 작품 외부에서 추론할 수 있다면, "변신"은 원인이 결여되어 있다. 굳이 따지자면 원인은 인간의 삶 그 자체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거나 결근을 하면 안 된다거나 하는 것이다. "부조리", "실존주의"라는 멋있어 보이는 단어로 저자의 피해망상을 멋지게 포장도 잘 했다!


 그러나 "변신" 만큼은 유일하게 이 단편 집 중에서 독서가 만족스러웠다. 갑자기 벌레가 되어버린 그레고르에 대한 주변인들의 태도가 상당히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종반부에 여동생이 선언하는 장면에서 만큼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원인은 없지만 결말은 끔찍하게 잘 쓴 괴상한 작품으로, 유일하게 그의 명성에 부합하는 수작이다.    


5. 유형지에서

 "소송"과 "성"을 읽지 않았다면 어쩌면 고평가 했을지도 모르는 작품이다. 그러나 종반부 전 까지의 테마는 이미 두 장편에서 다룬 내용이기에 같은 내용을 다시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 짜증이 솟구쳤다. 결말에서 탐험가가 죄수와 사병에게 보이는 냉혹한 태도는 제법 인상적이긴 했다.


6. 신임 변호사

 호메로스의 시대가 가고 법의 시대가 왔다는 내용. 작가의 법에 대한 피해망상은 우스꽝스러운 수준이다. 


7. 어느 시골 의사

 시골의사로서 경험할 법한 비애(결과)는 잘 드러나지만 그 원인이 도무지 짐작 가지 않는다. 이야기의 기본 서사구조가 완전히 붕괴한 작품으로 독서가 즐겁다기보다는 고통스러워져 이 작품을 끝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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