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리를 보다 세트 - 전3권 ㅣ 세계지리를 보다
박찬영.엄정훈 지음 / 리베르스쿨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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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더 뛰어나더라도 다른 비문학 서적들은 어떤 질문을 해야할지 독자가 모르기 때문에 오늘 날 여전히 가치가 있다. 이 책은 누구나 질문 할 수 있는, 특정 국가에 대해 설명하라고 하면 GEMINI가 답해주는 내용의 하위호환이다. 애들 서적 이라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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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연극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30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이 지음, 홍재웅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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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작가이지만 연극사에 끼친 영향력은 입센과 체호프를 뛰어넘는 스트린드베리의 희곡 선집이다. 독서 후 그가 왜 대중에게 인기가 없는지, 그럼에도 현대 연극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이유를 잘 알 수 있었다.


미스 줄리


 입센은 이후로 고귀한 자가 아닌 일반 중산층이 무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범상한 인물들이 아니다. 작품의 수준을 차치하고 “노라”는 주체적인 여성(적어도 입센의 시대에는), “헤다 가블러”는 낭만적인 자기파괴자, “스트로크만 박사”는 명제적 옳음을 극한으로 추구하는 자로 신분만 낮을 뿐 귀족 및 신화적인 인물들 못지 않은 영웅적인 등장인물들이다. 독자들은 그들에게 감정 이입하며 “헤다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같은 의문을 품는다(본인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줄리 아씨와 하인 장은 다르다. 줄리는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실제 할 줄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멍청한 상류층 여자다. 하인 장은 가난했던 시절 줄리 아씨가 살던 정원을 보며 귀족생활에 대한 증오와 동경을 함께 배양해온 유능한 하층민 남자다. 둘 모두 축제에서 순간적인 충동으로 어리석은 일을 저지른 뒤 뒷수습할 능력은 없는, 영웅이 아닌 어리석은 소시민들이다. 그들은 고상하게 토론하지 않고 현실적인 대화를 하거나 춤을 추는 등의 "행동"을 한다.  


 그들은 파국이 다가올수록 서로를 미친듯이 물어뜯는다. 영웅이 아니기에 그와 그녀는 헤다 가블러나 스트로크만 박사처럼 독자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기지는 못하나, 소시민이기에 관람객으로 하여금 당대 스웨덴의 허물어져 가는 신분 사회, 여성 교육 문제, 남녀관계의 본질 등을 짐작케 할 수 있다. 잘만 활용한다면 등장인물들의 배경, 대화가 아닌 행동, 무대 그 자체가 등장인물 및 대사 못지 않게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스트린드베리는 “미스 줄리”를 통해 훌륭하게 증명했다. 


꿈의 연극


 인도 신 인드라의 딸이 지상으로 현신하여 인간들의 삶을 관찰 및 체험하는 희곡이다. 제목이 꿈의 연극인 이유는 내용과 무대가 기승전결 및 현실의 물리법칙을 따르지 않고 마치 꿈인 것 마냥 시공간이 휙휙 변하기 때문이다. 작품성을 차치하고, 영향력 측면에서 셰익스피어 일부 희곡들과 몇몇 고대 그리스 희곡들을 제외한다면 이 작품보다 연극사에서 중요한 작품은 없다. 그러나 나는 문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순수 작품에 대한 리뷰를 남기고자 한다.


 도입 부분은 긍정적인 의미로 읽기가 너무 괴로웠다. 성에는 문이 있는데, 사람들은 그 앞을 서성거리지만 문은 도무지 열리지를 않는다. 장교는 빅토리아라는 여배우를 문 밖에서 기다린다. 그녀의 목소리는 실제로 젊었을 때 그에게 들렸으나, 문지기는 장교의 머리가 백발이 될 지경에 이를 때까지도 그녀가 곧 나올 것이라는 말 만을 반복한다. 성에는 녹색 네잎클로버 모양의 유리가 있고 장교는 이를 통해 성 안을 들여다보려고 시도한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인드라의 딸은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인간을 가엾다고 하는 것이다….  


 상징주의 희곡의 면모는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퇴색되고 현실이 개입하기 시작한다. 변호사와 결혼한 인드라의 딸은 가난하기에 집안 환기가 잘 안되는 집에서 살며 양배추 스프나 먹어야 한다. 먼지는 쌓이고 꽃을 구매하는 행위는 낭비가 된다. 자식 또한 가정을 유지하게 하는 매개체일 뿐 결코 행복을 가져다주는 존재가 못되고, 오히려 개인에 있어 제약으로 작동한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기보다는 카프카의 “변신” 마냥 인간의 삶이 모두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피해의식으로 가득한 텍스트로 느껴져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딸은 뒤이어 시인을 만나는데, 해당 파트에서 작가가 비록 피해망상이 있긴 해도 인간에 대한 이해도가 탁월한 사람임이 드러난다. 인간들이 겪는 여러 고통들이 잘 묘사되어 있으며 개개인들은 다른 삶을 사는 것 같지만 결국 같은 과거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몇몇 에피소드들이 있긴 한데 인간군상의 고통을 병적으로 과장한 내용들이라 굳이 언급할 가치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파트의 내용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비판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읽으면서 감탄이 나오는 부분도 많고 그 만큼 실망스러운 부분도 많은 기괴한 희곡이었다. 도입부의 상징들의 수준은 매우 높으며, 검역소와 동굴에서 시인과 딸이 나누는 대화들은 그리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을 상당부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현생의 여러 고난들에 실제 이상으로 감정이입 하였고, 종교적 신비주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결말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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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ㅣ 야스미나 레자의 희곡
야스미나 레자 지음, 백선희 옮김 / 뮤진트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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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럭저럭 벌어는 먹고 사는 식자계층의 중산층 세르주는 어느 날 거의 백지에 가까운 추상화를 거액을 주고 구매한다. 고전주의자 마크는 이를 터무니 없는 낭비라고 생각하며 세르주를 힐난한다. 둘 사이에 유우부단한 이반이라는 친구가 있다. 내용은 이 셋이 벌이는 촌극이다.


 도입 부분은 매우 좋았다. 유명 작가의 작품이냐고 이반이 묻는 장면, 갤러리가 바로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한 번 거치고 판매되는 것이 유리하다는 답변 등은 어떻게 보면 리얼리즘이고 어떻게 보면 풍자로도 보일 수 있다. 초반부에는 브레히트의 서사극 기법이 작품에 잘 녹아들어 과연 현대 미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을 독자에게 품게 했다.


 그러나 예술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수준 높은 지적 유희는 어디로 가고 중반부 부터 우정이란 무엇인가로 내용이 변한다. 여기에도 서사극 기법이 쓰이지만 그 수준이 인간 관계를 철저하게 해부한 정도는 아니어서 앞 부분 만큼의 감흥이 없었다. 다만 중반부는 탁월하다고는 생각되진 않지만 아트가 세계적인 히트작이 되도록 할 수 있도록 한 부분으로, 상당히 코믹하고 우정의 편린 정도는 성공적으로 담아냈다고 생각이 된다.


 여기까진 좋았으나 작품의 말미가 너무나도 아쉬웠다. 소재(예술)와 주제(우정)가 결국 성공적으로 조화되지 못하였고, 예술과 우정에 대해 작가는 제법 괜찮은 질문들을 던졌지만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이라는 최악의 답변을 제시하였다.


p.s. 책을 읽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시간이 비어서 아트 공연을 봤다. 막이 내린 뒤 현대예술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고 중반부 부분이 너무 웃기다는 이야기만이 들려왔다. 과연 브레히트의 소격화 기법은 과연 감정이입을 방해하고 관람객들에게 생각의 여지를 주는 것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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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발론 연대기 1 - 마법사 멀린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 / 북스피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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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시절 비룡소에서 나온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은 어딘가 내용이 불완전하다고 느껴졌다. 초반 아서왕이 엑스칼리버를 뽑을 때만 해도 내용이 흥미진진했는데, 갑자기 기사들이 모험을 하다가 왕국이 분열하는 것이다. 그 아쉬움을 대략 20년이 지난 오늘날 8권에 달하는 시리즈물을 읽음으로서 풀 수 있었다. 비록 그 경험이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1권은 국내 독자들에게 다소 생소할, 아서왕이 무대에 등장하기 이전 그의 조상과 멀린, 음유시인 탈리에신의 이야기이다. 켈트 신화의 원형과 드루이드교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있어 북유럽신화, 성경, 그리스로마신화를 읽는 것 마냥 대단히 즐겁게 읽었다. 2권은  가장 유명한, 아서왕이 엑스칼리버를 뽑은뒤 원탁의 기사들이 그를 중심으로 뭉치며 브리튼 외부 세력들을 무찌르는 내용이다. 아주 잘 쓰여진 건국신화를 읽는 느낌이었으며 이때까지만 해도 독서가 즐거웠다.


 3권부터 갑자기 내용이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시간이 거의 흐르지 않았음에도 브리튼의 영웅 아서는 사라지고 뒷방에서 다른 기사들의 모험하는 것이나 지켜보는 뒷방 늙은이로 대체된다. 기사들은 브리튼을 구원하는 숭고한 목적을 상실하고 한량 건달새끼들마냥 모험이라는 행위 그 자체를 즐기는 잉여인간들이다. 가웨인, 란슬롯, 이베인 등 기사들의 이름을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다. 죄다 똑같은 모험을 하고 있으며 그들은 쓸데없이 사랑을 하고 불륜을 한다. 그 수준은 오늘날 엠생들이 자기위로용으로 보는 남성향 하렘 웹툰 만도 못한 정도로, 괜히 “돈키호테” 가 쓰여 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7권에서 성배를 찾는 모험 파트부터 다시 독서가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켈트 신화의 면모는 진작에 사라졌지만 대신 고대 및 중세 기독교의 여러 아름다운 상징들이 등장해 신비로운 우화를 읽는 듯한 경험을 했다. 허나 모험이 끝난 뒤 8권 왕국이 파멸하는 부분은 3~6권의 수준 낮은 기사도 문학하고 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이렇게 된 것은 원래 존재하던 아서왕 스토리에 유럽 작가들이 살을 여럿 덧붙였기 때문이다. 아서왕 이야기는 단일 저자에 의해 쓰여진 책이 아니며, 여러 세대에 걸쳐 다양한 저자가 존재한다. 위대한 신화와 훌륭한 영웅왕의 이야기를 기사들과 귀부인들간의 삼류 로맨스로 격하 시킨 작가들이 밉기도 하지만 그들이 없었다면 과연 아서왕 전설이 오늘날까지 전승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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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아 - 어느 시골의사 이야기 ㅣ 존 버거 & 장 모르 도서
존 버거 지음, 장 모르 사진, 김현우 옮김 / 눈빛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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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페이지 가량 읽고 책을 덮었다. 얄팍한 지식으로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정제 없이 씨부린 개똥철학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사고관을 예술의 형태로 승화 시킨 문학을 읽거나, 나름의 학문적 엄밀함을 갖춘 인류학 저서를 읽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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