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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 떼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55
프리드리히 실러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열정적이고 낭만적인
기질이 있는 미남 “카를 모어” 와 냉소적이고 계산적인 추남 “프란츠 모어”는 형제관계다. 프란츠 모어는 왜 자기가
차남으로 태어나서 장자 상속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지, 왜 추남으로 태어나서 아말리아의 사랑을 얻지 못하는지,
왜 냉소적으로 태어나서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지 등 불만이 아주 많다. 결국
그는 아버지에게 장자 카를 모어가 방탕아라는 누명을 씌우고, 아버지가 의절했다는 거짓 편지를 카를 모어에게
보낸다. 카를 모어는 절망하여 도적질을 시작한다. 그는 의적을 표방하지만
부하들 모두가 카를처럼 숭고한 의도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이 작품의 단점은
카를의 행태가 너무 극단적이라는 것이다. 의절 편지 하나 받았다고 천륜을 저버린 사회 운운하며 사회에 등을
돌리는 카를의 행태는 다소 극단적이다. 탁월한 어휘 구사능력과 세련된 극작술에도 불구하고 쉴러가 셰익스피어보다
한 수 아래의 작가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셰익스피어는 비극에서 자연스러운 인간의 면모를 그려내었지만 쉴러의
경우 이야기의 틀에 등장인물들을 억지로 짜맞춰 넣는 몹쓸 버릇이 있다.
다소 억지스러운
카를 모어 대비 매우 걸출한 인물이 두 명 있는데, 앞서 언급한 차남 프란츠 모어와 악당 슈피겔베르그다.
쉴러는 비록 프란츠 모어를 부정적으로 묘사했지만 그가 품는 의문은 부정할 수 없는 매우 근본적인 것이다.
누군가는 부잣집 자제로 태어나고 누군가는 빈궁한 곳에서 태어나며, 누군가는 잘생기고
아름답게 태어나고 누군가는 추하게 태어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차이를 사회는 과연 정당하게 보완해주고 있는가?
수동적으로 납득만 하는 삶을 살 바에 프란츠 모어처럼 행동하는 것이 어쩌면 더 옳을 수도 있다. 행위의 옳고 그름을 차치하고 말이다. 슈피겔베르그는 단순한 악당으로서, 쾌락과 약탈을 즐기는 자이다. 카를이 현실에서 보기 힘든 가상의 도적이라면 슈피겔베르그는 현실의 도적상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장면이 나오는데, 슈피겔베르그가 자기가 대장이 되어야 한다고 김칫국 들으키는 장면, 룰러가 대장을 구하겠다고 칼을 뽑아드는 장면 등의 명장면이 있는 한편 아말리아에게 프란츠모어가 구애하고 차이는 장면,
그림 앞에서 신분을 숨긴 채 카를이 아말리아와 마주하는 장면 등 허접한 장면들도 여럿 존재한다. 천재 작가라 하더라도 처녀작이어서인지 미숙한 부분이 여럿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