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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에서
막심 고리키 지음, 최윤락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19년 7월
평점 :
등장인물들이 서로 자기 할 말만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 어딘가 의사소통이 부자연스러운 부분은 아마 체호프가 연극에 처음 도입했을 것이다. 이는 오늘날 하나의 문법이 되어 후대의 많은 작가들이 그의 기법을 흉내내고 있다. 그러나 다른 유명 작가들도, 심지어 체호프 본인이 쓴 다른 작품들 마저도 "벚꽃 동산" 이라는 마스터피스를 뛰어넘지 못한다. 그러나 세계에서 단 한 작품 이 분야에서 "벚꽃 동산"과 맞먹는 작품이 있다. 바로 오늘 리뷰할 고리끼의 "밑바닥에서" 이다.
무려 15명이나 되는 등장인물들이 방이 기껏해야 1~2개인 하숙집이라는 단일 공간에서만 활동하므로 무대에는 상시 다수의 등장인물이 존재한다. 그 중 순례자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다. 나머지 사람들끼리는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말을 다른 사람이 지멋대로 해석하는 체호프스러운 불통(不通)이 아니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도 남의 말을 비웃고, 냉소하고, 귀찮아하고, 그 동안 술이나 쳐마시거나 도박판을 벌이는 밑바닥 인생들의 리얼리즘 코미디이자 비극이다.
체호프의 극처럼 사건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 집주인 부부와 안주인의 여동생, 페펠이라는 등장인물을 제외하면 사건이 없다. 나머지는 등장인물들이 현 상황을 주로 순례자에게 이야기하고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극이 전개된다. 그들은 순례자와 이야기하며 자기 자신의 거짓된 "인생" 이란 것을 갈구하려고 애를 쓰나 결국 하숙집 밑바닥에서 술판이나 벌이거나 감옥에 가는 진짜 "인생" 을 벗어나지 못한다. 누군가는 그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누군가는 나중에서야 인정하며, 누군가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토록 탁월한 작품이지만 극으로 보지 않고 텍스트로 읽었을 때의 무게감은 "벚꽃동산" 보다 확연히 떨어진다. 무려 15명이나 되는 등장인물들이,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각자의 사정이 있으며 상당한 비중을 지닌다. 이로 인해 글만 읽었을 때는 상당히 혼란스러웠으며 그렇기에 별점 1점을 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