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50만 부 기념 우리들 에디션) -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
박성혁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시 읽게 된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이다. 몇 년 전 읽고 그 감동이 너무 커서 아이에게도 권했었는데 반응이 없다가 이제 50만 부 기념 에디션으로 눈에 띄는 곳에 두니 알아서 펼쳐서 읽는다. 아마 당시는 이 책을 읽기에 아이의 나이가 너무 어렸었던 것 같다. 예비 중학생이 되고, 고민과 생각이 많아지는 청소년기가 시작되었는지, 먼저 찾아서 빠져 읽는다.

책에서 새삼 가슴을 먹먹하게 한 부분은 에필로그이다. 이 책의 저자인 박성혁 군은 열다섯 살까지 잉여짓으로 시간을 줄줄 흘려보내고 있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이셨던 故 심재근 선생님은 그에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넘치게 믿음을 부어주셨는데, 그분의 가르침은 박성혁 군에게 공부의 재미를 깨닫게 했고, 그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았다.

내가 대학교 때 항상 밥을 사주시던 선배가 있다. 만날 얻어먹기 민망해서 한 번이라도 밥을 사려고 하면, 나 말고 후배에게 대신 밥을 사주라며 웃어주던 선배이다. 그 가르침대로 선배님께 얻어먹은 밥을 후배에게 사주게 되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받은 사랑은 흘러가게 되는 것 같다. 박성혁 군은 선생님께 배운대로 '다른 사람들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돕는다'는 사명선언에 따라 누군가의 인생에 불씨가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준비했다 고백한다.

이 책 속에는 스터디 플래너에 쓰거나 책상 앞에 붙여놓기 좋은 명언이 가득하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마음이 흔들리고 어지러울 때 반복해서 읽기 좋다. 별 것 없어 보이는 일상을 기적으로 만들고 싶은 열정을 부어주고 공부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이미 늦었다고 자포자기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이 길의 끝에 넌 세상에서 가장 환하게 웃게 될 거야" 위로한다.



마흔이 넘어서 결심한 공부에도 여전히 각종 핑계는 다양하고도 합리적이다. 밥하고 빨래하느라 바빠서, 아이 공부를 봐줘야 해서, 집안 대소사가 많아서, 기억력이 감퇴해서, 체력이 나빠져서 공부를 할 수 없다. 내 안에 공부할 마음이 없음을 인정하지 않고 공부가 안되는 원인을 외부로 돌린다.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환경을 탓하기 시작하면 일단 나는 책임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일곱 살 아이도 항상 바쁘다고 말한다. 아이들도 공부할 수 없는 이유가 수백 가지일 것이다.

"공부는 조건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겁니다. _p.264"

​​

원인는 다양했으나 문제는 한 가지였다. 바로 '공부할 마음'이 없었다는 것. 이 책 속에서 공부 비법이나 특별한 노하우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_구상, <꽃자리>

공부는 해 봤자 써먹을 데가 없다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통해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큰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해줄 수 있다. 쉽지 않은 세상을 살아갈 힘이다. 모든 과목에는 배울 만한 마땅한 이유가 있다.

국어 : "나는 딱 내가 아는 단어 내에서만 생각할 수 있다. _p.119"

영어 : "언어를 처리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내 생각을 빠르고 정확하게 정돈할 수 있다. _p.121"

수학 : "정신력을 갈고닦는 데 수학만큼 좋은 것은 없다. 우리는 수학을 통해 보다 현명해진다. _p.119"

[공부하는 동안 얻게 되는 능력]

열정, 도전정신, 적극성, 책임감, 추진력, 자기설득능력, 의지력, 자기이해, 성찰력, 준비성, 판단력, 참을성, 체계성, 탐구력, 통찰력, 지적욕구, 집중력, 뚝심, 호기심, 기억력, 이해력, 부지런함, 성실함, 성취감, 추리력, 비판력, 사고능력, 문제해결력, 오기, 끈기, 감정조절능력, 회복탄성력, 시간관리능력, 체력관리능력, 자신감, 자존감, 목표달성능력, 창조성, 독창성

[공부하는 동안 도려내는 잘못된 태도]

게으름, 나태함, 망설임, 자만심, 포기, 걱정, 근심, 귀찮음, 편견, 의지박약, 두려움, 열등감, 좌절감, 분노, 허영심, 조급함, 감정기복, 자기합리화, 시간 낭비, 불평불만



학창시절 옆의 친구와 등수를 비교하면서 초조하게 하는 공부는 불행이었다. 반면에 나이가 들어서 천천히 부담없이 하는 공부는 진짜 재밌어진다. 내 마음을 성장시키고 나를 완성해가는 일, 공부의 진짜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스무 살이 넘어 느끼는 재미는 빨리 흘러가는 시간에서 나온다고 한다. 즉 몰입하고 집중했을 때의 시간이다. 공부가 진짜 재밌어질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등수나 등급에 집착하면 집착할수록 의욕이 솟아오르기보다는 끊임없이 잡념이 시달릴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내 목표에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까지도 포함되니까요. 결국 내 마음을 '지금, 여기'에 뿌리내리지 못하게 하고, 등수나 등급 역시 오히려 떨어져 버리고 말아요. _p.195"

내가 바꿀 수 없는 부분이 아니라 내가 바꿀 수 있는 '공부하기로 한 분량'이 좋은 목표가 될 수 있다.​



아이에게 자주 들려주는 말은 공부는 감사하게 주어진 선물이며 특권이라는 사실이다. 책 속에도 학교에 갈 수 없는 에티오피아 청소년의 이야기 그리고 너무나 공부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공부할 수 없었던 잭 런던, 소피 제르맹, 프레더릭 더글러스, 이우근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축복임을 잊지 말고 이유 없이 공짜로 주어진 축복에 책임감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내가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는 순간, 내가 가진 것을 절실히 부러워하는 '또 다른 사람'이 있음을 기억하라.

_푸블릴리우스 시루스"



내 아이가 스트레스 받으며 억지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의 즐거움을 빨리 알아챌 수 있길, 그래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공부에 발목 잡히지 않고, 원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길, 누구나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백날 공부 잔소리해 봤자 부모와 사이만 나빠진다. 신기한 건 책이 하는 잔소리는 듣기 좋다는 것이다. 엄마가 강요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먼저 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 성공이다. 이 책 속에 엄마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다 들어있다. ​

오늘 하루는 내 인생 최고의 공부하기 좋은 날이 될 것입니다.

_p.272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뭔말 역사 용어 150 - 다지쌤이 콕 집은 초등 사회/중등 역사 필수 용어 뭔말 용어 200
이다지 지음, 김용길 그림 / 메가스터디북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어는 단어만 알아도 90% 이상 해결된다는 말이 있다. 역사도 용어학습이 제대로 되어 있다면 어렵지 않게 공부할 수 있다. <<뭔말 역사 용어 150>>의 저자는 역사 1타 강사 메가스터디의 이다지쌤이다. 이 책도 그녀의 강의처럼 스토리텔링으로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넘어간다.

 

 

중학교 수준의 용어가 나오기 때문에 쉽게 넘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 분량이 적지 않고 내용도 꽤 깊어서 읽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역사 용어 정리이다 보니 사전처럼 겉핥기 수준으로 스치고 지나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우였다. 생각할 거리를 다양하게 던져주기 때문에 짚어보고 생각하고 정리하느라 읽는 중간중간 많이 멈추게 되었다. 짝으로 묶은 용어가 '좌' vs. '우'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짝용어들을 비교, 대조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데 180도 활짝 펼침책이어서 안 보이는 글이나 그림 없이 쫙 시원하게 펼쳐놓고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다.

 

 

총 150개의 핵심 단어(한국사 102개 + 세계사 48개)가 선별되어 있는데, 그녀의 선택이 탁월하다. 여러 번 들어봤지만 흐릿하게 알고 있었던 알쏭달쏭했던 용어들을 기막히게 뽑아놓았다. 신기했던 것은 관련 있는 용어를 묶어서 읽다 보니 애매함이 명확함으로 바뀌고 힘들었던 암기를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왕' vs '진흥왕' '일천즉천' vs '노비종모법' '만민 공동회' vs '관민 공동회' '십자군 전쟁' vs '백년 전쟁' 처럼 관련있는 사건, 인물, 제도 등을 묶어서 공부하다보니 흩어져 있던 조각 지식이 정돈되고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성왕' vs '진흥왕'

 

 

왼쪽 페이지에는 '성왕'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진흥왕'이 배치되어 있다. 치사하게(?) 나제동맹을 깨고 한강을 날름 다 먹어버린 진흥왕의 스토리를 알고 있다면 진흥왕의 배신으로 신라에 맞서 싸우다가 관산성 전투에서 전사한 성왕을 어렵지 않게 기억할 수 있다. 옷걸이가 있으면 옷을 걸기 쉬운 원리이다.

 

 

 

'의열단' vs '한인 애국단'

 

 

(그분들의 애국심과 숭고한 희생정신을 생각하면 죄송합니다.) 많이 들어봤지만 만날 헷갈리는 '의열단'과 '한인 애국단'이다. 각각 1919년과 1931년 조직된 연도의 차이를 인식하고, 김원봉 선생님과 김구 선생님이 조직했다는 점, 관련 사건으로 '조선 총독부에 폭탄 투척, 종로 경찰서에 폭탄 투척, 동양 척식 주식회사에 폭탄 투척' 그리고 '이봉창 의사, 윤봉길 의사'를 기억해서 이미지로 연관시키니 신기하게 잘 구별이 되었다.

 

 

혼자서 의정부가 아니라 의정부역에서 기다리는 잭슨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믿고 보는 이다지쌤의 연계된 묶음 용어도 대단하고 스토리텔링도 당연히 훌륭하지만, 한 판 그림 또한 대단하다. 김용길 만화가님이 그리셨다고 하는데 한 컷 한 컷 얼마나 공들여서 그리셨는지, 아이들은 그림만 봐도 까르르 웃음이 터진다. 아무리 만화라도 과하면 거북할 수 있는데, 적절한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익살스러움이 넘친다. 재미를 잡았을 뿐 아니라 한 판 이미지를 통해 직관적인 이해를 돕는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기에는 퀴즈만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퀴즈도 단순한 역사 사실이 아니라 일상 속 사례를 가지고 구성해서 아이들도 흥미를 갖고 주목하게 되었다. 선지는 딱 2개로, 역사적 지식이 부족한 초등 1학년도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고 고를 수 있었고 초등 6학년은 하단에 있는 단서로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서로 경쟁하면서 퀴즈를 맞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었다. 다지쌤의 깨알 꿀팁은 선생님의 강의의 정수를 잘 뽑아 놓은 것 같다. 핵심 정리를 내 말로 표현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순서대로 읽고 생각하기만 하면 역사 핵심 용어가 머리속에 자동으로 저장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체감상으로는 몇 회 독만 해도 역사를 공부할 때 고통스러울 일은 없을 것 같다. 상단에 나와 있는 교과 연계 단원과 함께 읽으면 더욱 효과적이다.

 

 

역시 역사 일타강사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초등 사회와 중등 역사를 다룬 어린이 책이지만 넓은 범위를 다루다보니 내용이 생각보다 많아서 다 읽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퀴즈부터 한자어 뜻풀이, 한 줄 요약, 스토리텔링, 삽화, 꿀팁, 핵심 정리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는 알찬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유정쌤의 초등 바른 글씨 트레이닝 북 - 악필 교정 4주면 충분합니다
하유정 지음 / 한빛라이프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해준 적은 없지만 스스로 악필이라고 생각하니 손글씨를 써야 할 일이 생기면 위축이 된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학부모 의견을 쓰는 칸이 있으면 글씨를 잘 쓰는 사람처럼 보이고 공들여 쓰지만 노력해도 티가 난다. 필적을 연구하면 기질과 성정이 나온다고 하니 글씨를 쓸 때 마음가짐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내 글씨는 왜 이럴까를 생각해 보니 국민학교 때 바른글씨 쓰기의 기초가 부족한 탓이다.



그래서 내 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글씨를 예쁘게 쓰는 훈련을 시켜주고 싶었다. <<하유정쌤의 초등 바른 글씨 트레이닝 북>>은 이런 엄마의 마음을 무척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하유정 선생님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18년 차 초등교사이다. 매해 새로운 아이들과 만나고 학부모와 상담하기에 실용적이고 체계적인 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우면 수행평가지에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하니 될 수 있으면 빨리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안에 들어있는 선물이 아무리 좋아도 포장지가 엉망이라면 열어보기 싫은 것처럼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글씨가 대충이면 그 내용이 전달되지 않는다.



'책 한 권으로 글씨체가 좋아질까?' 싶지만 저자는 '4주만 꾸준히 써도 확실히 좋아져요. 제가 장담할게요' 기분 좋은 확언을 해준다. sns로 나를 드러내는 방법도 좋겠지만, 언제 언제든지 쓸 수 있는 반듯한 글씨체로 나를 표현할 수 있다면 자신감이 붙을 것 같다.


"같은 내용이라도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글씨의 힘이야!"


아이가 글씨를 또박또박 예쁘게 쓰기 바라는 마음이야 다 같을 테지만 '글씨' 잡다 '글쓰기'까지 놓칠 수 있다. 결과물에 상관없이 아이가 애써 쓴 글씨에 칭찬해 주는 것은 기본이다. 글씨는 써야 할 글 양이 부쩍 늘어나는 3학년 때부터 무너지기 쉽다고 한다. 무작정 많이 쓰면 손만 아프다고 하니 올바른 글씨 교정방법으로 시작한다. 바른 글씨도 '조금씩, 꾸준히'가 답이다.




분량은 하루에 20분씩 4주 동안이다. 4주 트레이닝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책상에 바르게 앉는 법'과 '연필을 바르게 쥐는 법'을 가르쳐 주고, '좋은 필기구'와 '공책'을 소개한다. 요즘 초등 고학년 아이가 '샤프 카페'에 가입한 같은반 친구를 따라 샤프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이런 저런 샤프를 사서 써보고 자기에게 맞는 샤프를 찾고 있다. 저자는 글씨 연습을 위해서는 '연필'을 가장 추천하는데, 그럼에도 아이가 원한다면 0.9mm 이상의 샤프펜슬, 피그먼트처럼 볼이 없는 중성 펜도 괜찮다고 한다. 연필은 4B -> 4B -> HB의 순서로 시작하고, '스테들러 피그먼트 라이너'나 '파버카스텔 에코 피그먼트 펜'도 추천한다. 물건 살 때 결정장애로 피곤한 나에게는 구체적인 추천이 너무 좋다. '네모 공책', '줄 공책'도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모눈 공책'을 애정한다.




먼저 획에 꺾임이 없고 네모반듯한 고딕체를 이용해서 글씨 교정을 해본다. 고딕체에 균형이 잡히면 다른 글씨체로 변형도 훨씬 쉽다고 한다. 이것도 학습전이의 한 모습인 것 같다.




1주 차에는 낱말 바르게 쓰기를 연습한다. 1일 차, 2일 차 이런 식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체계적으로 진도를 나가기 좋다. 중간중간 '글씨는 자주 써야 늘어요!' '글씨에도 기분이 있어요!'처럼 응원의 멘트들이 써 있어서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2주 차는 줄 공책에 문장을 쓰기 시작한다. 동화책 20권의 명문장이 수록되어 있는데 '알사탕', '만복이네 떡집'처럼 유명한 동화책 도입부 문장을 써 볼 수 있다. 엄마에게도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3주 차는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숫자, 알파벳, 기호 바르게 쓰기를 연습한다. 요즘은 수학도 서술형 문제가 많이 나온다고 하는데, 숫자뿐 아니라 수학 기호까지 연습할 수 있어 유용했다.



4주 차는 교실 속 문장 쓰기로 '자기 소개서, 임원 선거 연설문, 독서록' 등을 미리 써볼 수 있다. 글의 종류별로 글쓰기 가이드라인이 있어 학교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18년 차 학교 선생님의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띈다.



책 뒤에 카드, 엽서 쪽지, 상장 등의 부록도 귀엽다. 표지의 큐알코드를 찍으면 유튜브로 저자의 강의를 볼 수 있다.


https://youtu.be/wthEuK-Z-qs


공책을 따로 사지 않아도 책의 속지가 도화지처럼 도톰하고 글씨를 쓰기에 딱 좋은 질감이라 바로 쓸 수 있어서 좋았다. 트레이닝 북이지만 책 자체가 워낙 예쁘다. 손글씨가 지겹고 힘든 노동이 아니라 재미있고 즐거운 훈련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적의 공부 뇌 - 평범한 뇌도 탁월하게 만드는 두뇌 개조 프로젝트
이케가야 유지 지음, 하현성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도 그렇고 뇌과학책이다 보니 논문처럼 딱딱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우였다. 공부법을 표방한 그 어떤 책보다 철저하게 실용적이다. 뇌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어 흥미로운 데다가 위트있고 귀엽기까지 하다.


보통의 공부법 책은 다른 사람의 논문을 인용하고 개인적인 경험을 더해서 쓰기 마련인데,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뇌를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그런지 더욱 쉽고 명확하며 설득력이 있다. 어설프게 아는 사람이 어렵게 가르친다고 했다. 나 같은 초보자도 이해가 쏙쏙 되는 것을 보니 뇌과학 분야의 최고 전문가답다. 도쿄대학교 약학부 교수이자 권위 있는 뇌과학자라고 하니 책 속 내용은 크게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여도 좋겠다.


글이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어 찾아봤더니, 예전에 잘 읽었던 <0~4세 뇌과학자 아빠의 두뇌 발달 육아법>의 저자이다.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이라지만 이왕이면 '뇌'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나는 머리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타고난 인간의 능력 차이는 크지 않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책에 쓰여있는 대로 '대부분의 사람이 발휘하는 능력은 실제 능력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라고 말해줬더니 쉽게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제 능력의 백 퍼센트를 다 쓸 수는 없을 테지만, 뇌의 원리를 알면 '절반의 노력으로 10배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은 해줄 수 있겠다.


뇌와 컴퓨터와 비교하자면 '하드디스크'는 정보의 장기기억 장소이고 '램'은 일시적 보관 장소이다. 기억을 뇌에 장기간 보존하려면 반드시 단기기억을 거치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장기기억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단기기억을 활용하느냐, 이것이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


방바닥에 장난감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으면, 엄마가 몰래 쓰레기장에 버릴 수 있다. 대충 기억해 둔 기억도 마찬가지이다. 정리되지 않은 정보는 폐기되고 만다. 대충 기억해서 생각나지 않는 정보는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창고에서 구석에 처박혀 찾기 힘든 물건과 비슷하다. 시험장에서 필요할 때 바로 끄집어내려면 보존할 때 이름을 제대로 붙이고 분류하고 정리해 두어야 한다.




[ 해마 ]

해마는 재판관처럼 정보가 필요한지 불필요한지 판결을 내린다. 해마의 심사를 통과하는 것은 생존에 유리한 '삶에 꼭 필요한 정보'이다. 수학공식이 쉽게 외워지지 않는 것은, 그것을 몰라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주의사항은 심사 기간이 약 한 달이라는 것이다.


해마는 우리가 열심히 공부해서 넣은 지식을 끊임없이 삭제해 버린다. 에너지 낭비에 불과한 쓸모없는 정보를 통과시키지 않기 위해서이다. (보고 들은 모든 것을 다 기억하는 삶을 상상해 봤는데, 아주 힘들고 무서울 것 같다.)


해마를 속여서 지식을 통과하게 만드는 방법은 '반복훈련'이다. 복습이 중요하다는 선생님 말씀이 하나 틀린 게 없다. 해마는 반복해서 끈질기게 들어오는 정보를 생존에 필요한 정보일 거라 착각해 대뇌피질에 통과시킨다.


[ 묶음 ]

묶어야 잘 외워진다. 11자리 숫자는 잘 외워지지 않지만, 전화번호는 쉽게 외워지는 원리이다. 동일하게 하이픈으로 연결되어 있는 계좌번호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쉽게 외워진다. 대상을 적게 묶으면 기억하기 수월해지는 현상을 '묶음 chunk'라고 한다. 영단어를 외울 때 collocation을 외운 이유가 있었다. 지식을 레고처럼 정육면체로 모듈화하라는 박문호 박사님 말씀도 떠올랐다.


[ 망각 ]

단어를 잊는 비율이 시간과 비례하지 않음을 나타내는 망각곡선은 많이 알려져 있다. 망각 곡선의 기울기를 완화시키는 방법은 정해진 시간 안에 반복하고 복습하는 것이다. '어차피 외워도 잊어버릴 텐데 외워야 하나요?'고 묻는다면 '기억하지 못해도 뇌에서 완전히 지워지지 않고 무의식의 세계에 잘 보존되어 있다'고 답할 수 있겠다.


잠재적 기억의 보존 기간은 한 달이다. 따라서 한 달 이내에 복습하지 않으면 잠재적 기억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복습할 때 해마를 쉽게 착각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쓰고 말하기 등의 오감 활용법이다. 저자는 가장 효율적인 복습의 타이밍으로 (학습한 다음 날 / 복습 1회차 1주일 뒤 / 복습 2회차 복습 2주일 뒤 / 복습 3회차 1개월 뒤) 를 제안한다. 이 이상은 불필요한 복습이라고 보고 있다. 새로운 지식을 추가하면 기억간섭으로 망각 속도가 빨라진다. 뇌의 특성을 무시한 공부는 무모하다.


[ 참고서 탐색 ]

같은 참고서를 여러 번 보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새로운 참고서를 보는 것이 좋을까?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을 종류별로 다 사서 풀고 혼자서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비슷한 내용이라도 참고서가 바뀌면 기분전환도 되고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처음부터 다시 참고서를 이해해야 해서 복습 효과를 놓치게 된다고 한다. 기억간섭을 피하기 위해서는 같은 참고서를 몇 번이고 복습하는 것이 현명하다.


[ 입력보다 출력 ]

아이들을 가르치고 나면 그 지식이 완전히 내 것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뇌는 압도적으로 입력보다 출력을 더 중요시한다. 해마는 사용할 기회가 많은 정보를 꼭 외워야 겠다고 판단한다. 글쓰기, 자기 말로 설명해보기, 백지 학습법 등이 유용하겠다.


[ 세타파 ]

자발적인 공부를 할 때 효율이 높다. 세타파는 흥미가 솟을 때 나오는데, 세타파가 나오면 10분의 1의 자극만으로도 암기가 가능하다. 영단어는 외우기 힘들어하는 아이가 포켓몬스터나 피파 축구선수 이름은 시키지 않아도 줄줄 외우는 이유를 뇌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공부가 재미있다고 생각해야 세타파가 나오고 장기증강이 만들어진다. 공부는 역시 마음가짐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공부도 나름 재미있는 지점이 존재한다고 알려줘야 하는 이유이다.


[ 감정이입 ]

놀랍게도 기억과 감정은 뇌 회로의 70~80%를 오버랩되어 같이 쓴다고 한다. 단순히 나열되어 있는 한국사 연표는 잘 외워지지 않지만, 눈물 콧물 쏟으며 감명 깊게 봤던 한국사 강의는 잊히지 않는 원리인 것 같다. 교과서 내용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완벽하게 암기할 수 있다.


[ 야생의 사자 ]

- 사자가 배가 고플 때 사냥을 나가는 것처럼 사람도 배가 고플 때 기억력이 증가한다. 식사 전 공복이 공부하기에 최적의 시간이다.

- 걷기도 기억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 버스를 타기만 해도 세타파가 나온다고 하니, 학창 시절 유독 스쿨버스에서 단어암기가 잘 되었던 이유가 있었다. 다만, 눈이 나빠질까 봐 아이에게 권하지는 못하겠다.

온도가 낮은 편이 공부의 효율성을 높인다. 겨울에는 난방을 하지 않는 것이 에너지도 아끼고 공부도 잘되고, 일석이조다. 여름에는 공부방을 시원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한다.


[ 수면 ]

저절로 복습이 가능한 시간이 있느니 수면이다.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일찍 자라고 권하는 이유일 것 같다. 밤을 새워 가며 공부한 적은 없지만, 뇌과학적으로도 옳지 않은 방법이라고 하니, 잠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은 참 잘했던 것 같다. 난잡하게 쌓아놓은 지식을 정리정돈하여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바꾸는 것이 수면의 역할 중 하나이다.


[ 암기 황금시간대 ]

수면 직전은 기억의 황금시간대로 취침 전에 한 공부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고로 잠들기 전에는 암기과목을 공부하고, 오전에는 논리력이나 사고력이 요구되는 과목을 공부한다. 영어와 수학을 아침공부에 넣을 것인가 오후 공부에 넣을 것인가 고민했는데, 공부 스케줄을 잡을 때 참고하기 좋을 것 같다.


[ 실패 ]

가수에서 변호사로 변신한 이소은 님은 로스쿨 첫 시험을 망쳤을 때 아버지께 '너의 실패를 축하한다'는 편지와 선물을 받았다고 한다. 아이가 중학교에 가면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석차가 나오는 시험을 보게 될 텐데, 결과가 어떻든지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실패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억은 정확하고 확실해진다. 뇌는 실패를 거듭하며 해결책을 찾는 소거법을 통해 자신을 조정해 나간다고 한다.


[ 학습전이 ]

아이가 좋아하는 과목만 공부하려고 한다. 음식도 골고루 먹어야 몸에 좋듯, 여러 가지 과목을 잘 분배해서 공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런데 뇌과학자의 말은 조금 다르다. 한 과목만 제대로 정복하면 나머지는 쉬워진다고 한다.


"모든 과목을 균일하게 공부하여 평균적인 성적 향상을 바라는 방법보다, 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해 숙달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더 좋은 방법입니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 있는 과목을 만들고 난 뒤, 그 자신감을 가지고 다른 과목으로 옮겨가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어떤 분야를 깊이 연구하면 다른 분야의 지식도 간단히 습득하게 되는 현상을 '학습전이'라고 부른다.



[ 지식기억 < 경험기억 < 방법기억 ]

'지식 기억'은 자유롭게 떠올릴 수 없지만 '경험 기억'은 자유롭게 떠올릴 수 있고 잊어버리기도 어렵다. 지식 기억이라도 '연합, 상상, 말장난, 감정, 주위 환경'과 연관시켜 외우면 많은 기억의 조합으로 경험기억으로 바꿀 수 있다.


방법기억은 더 놀라운데, 어떤 일의 순서나 방법으로 몸으로 외우는 기억이다.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한번 익히고 나면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절대 잊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경험기억이 발달하므로 무턱대고 암기하기보다는 사물의 원리를 이해하고 구조를 보며 공부하는 것이 좋다.


바둑기사들의 복기는 정말 놀라운데, 지식기억이 아니라 방법기억으로 외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천재를 만드는 비결은 결국 마법의 기억이라고 불리는 방법 기억에 있다. 수학문제의 해결력과 응용력도 방법 기억에서 나온다.





한번쯤 들어봤던 공부법들이라서 기발하지 않으나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검증 완료된 상식이라서 오히려 더 믿을만한 공부법이었다. 번역도 정말 훌륭했는데, 역사의 예시로 고구려를 사용하는 등 우리나라에 맞게 자연스럽게 바꿔주셔서 이질감 없이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직접 연구한 데이터를 가지고 뇌과학의 관점에서 설득력 있게 말해주니 이제 정말로 신경세포가 10배는 활성화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에게도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감 있게 코치할 수 있어 좋다. 관심 있는 분야라서 그런지 정말 즐겁게 읽었고 유익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망설이다 하루가 다 갔다 - 불안, 걱정, 회피의 사이클에서 벗어나기 위한 뇌 회복 훈련
샐리 M. 윈스턴.마틴 N. 세이프 지음, 박이봄 옮김 / 심심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도 망설이다 하루가 다 갔다>> 샐리 M. 윈스턴, 마틴 N. 세이프


우물쭈물 살다가 이렇게 끝날 줄 알았지. (의도적 오역이지만) 버나드 쇼가 묘비명으로 남긴 말이다.


가끔 삶이 마비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팔다리는 멀쩡하지만 걱정과 불안으로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실행하지 못한다.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지만 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것은 내 속의 비겁함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불안이 심해졌다. 갓난아기 때는 매 순간이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혼자서 등교하겠다는 아이를 엄마의 고집으로 3학년 때까지 데려다주었다. 혼자 등교시켜 놓고 오만가지 걱정을 하느라 조마조마하느니, 교문 안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내 눈으로 지켜봐야 마음이 편해졌다.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다친 곳은 없는지 마치 보초를 서는 초식동물처럼 항상 살피고 경계한다. 육아하는 내내 '건강 염려증'과 '안전 과민증'은 전문상담을 받아야 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원래 덤벙거리는 성격이었는데, 육아에는 한치의 실수를 용납할 수 없다보니 매사에 꼼꼼하게 더블체크를 했다.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행복해야 할 시간을 고민, 불안, 걱정이 차지해 버렸다. 신경쇠약에 걸릴 것만 같았다. 더 큰 문제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게 된다는 것이었다. 우주보다 귀한 아이들에게 왜 그렇게 화를 내게 될까 내 속을 파고들었더니, 그 속에는 불안과 걱정에서 비롯된 창의적 상상력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늘도 망설이다 하루가 다 갔다>> 이 제목을 보자마자 나를 위한 맞춤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서의 제목을 찾아봤더니 Overcoming Anticipatory Anxiety 였는데 번역을 기막히게 잘해 놓으셨다. 한국어로 출판되면서 표지 디자인도 제목도 원서보다 더 감성적으로 변한 것 같다. 예상과 다르게 에세이보다는 심리학책, 혹은 논문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수천 명을 치료한 불안장애 전문가로, 심리학 이론뿐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습득한 뇌 훈련법을 담고 있다. 기술이나 요령보다는 사고방식을 전환하도록 쓴, 좀 더 근본적인 지침을 담은 뇌 회복 훈련서이다.

이 책의 전반부는 불안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과정들을 설명하고, 후반부에서는 불안에서 회복되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앞부분을 넘기고 곧장 뒤에 있는 해결책으로 달려가고 싶은 유혹을 어떻게 알았는지, 저자는 서문부터 결론까지 순서대로 읽기를 강력히 권한다. 해결책이란 근본적인 과정과 메커니즘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예기불안 anticipatory anxiety : 상처가 나기도 전에 피를 흘리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신과에 다닌다고 하면 사회적인 시선이 곱지 않았고, 우울증 또한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정신건강의학과로 이름이 바뀌면서 조금씩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전체 인구의 약 10퍼센트가 우울증을 경험하고 15퍼센트의 사람들이 예기불안의 영향을 받는다고 추정된다. 김미경 학장님은 이런 것들을 창의적 좌절 금지라고 명했었다. 불안장애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과민하고도 창의적인 상상력은 파국적인 상황을 상상하게 한다. 가스레인지를 끄지 않고 외출했다는 것을 발견한다.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집이 불타는 것을 상상하며 두려움에 충격을 받는다. 예기불안은 대처 방법이 아니라 역효과를 내고 불안을 지속시킨다.

과거의 기억이 만든 예기불안도 있다. 예전에 친정엄마가 크게 아프신 적이 있는데, 조금이라도 비슷한 징조가 보이면 조건반사처럼 강렬하게 불안을 느끼고 움츠러들게 된다.

"이전에 어떤 상황에서 큰 고통을 경험했다면, 그 상황은 불안한 감정과 자동적으로 연합되고 연결될 수 있다. _p.51"

만성적인 망설임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큰맘 먹고 비싼 착즙기를 샀으나, 몇 번 써보고 나와는 맞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물건을 잘못 구매하는 일들이 누적되다 보니 새로운 물건을 살 때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으니 돈도 절약되고 환경도 보호하고 좋은 점이 있지만, 꼭 필요한 물건도 고민만 하고 결정을 회피해서 아예 못사는 일이 많아졌다. 이는 최고의 선택 시도하기(지나친 분석으로 마비되기)가 일상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아이들의 코로나 백신 접종을 두고 엄청난 양의 조사를 하고 의사와 상담도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고민 중이다. 만성적인 망설임은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결정을 회피하는 습관이다. 앞서 말했던 예기불안이 그 원인이다. 일을 미루는 사람들을 흔히 게으르거나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있는데 사실은 완벽주의자들, 강박장애를 지닌 사람들일 수 있다.

"미래에 대한 너무 많은 생각과 상상이 중요한 원인이다. 그리고 이는 행동을 마비시킨다. _p.69"

"존재하는 모든 위험을 피할 수는 없다. 그리고 모든 위험을 피하려는 시도는 중요한 마감일을 놓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_p.79"

"위험부담이 전혀 없는 결정을 추구하지만 사실 그런 결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_p.79"

부모님께 효도를 하고 싶고 이웃에게 봉사도 하고 싶다. 지금 실행하고 있지 못한 것은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준비된 시점은 절대 오지 않았다. _p.94"

꼭 알아야 할 유용한 사실은 망설임으로 인해 마비되었을 때 부정적인 대가가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행동하지 않아서 생기는 위험부담과 대가도 고려해야 한다. 시기를 놓치는 것, 불만족스러운 상황에 갇혀 나아가지 못하는 것, 뒤처지는 것, 자기 비난과 부끄러움을 낳는 것 등이다. 타인을 실망시키기도 하는데, 남들에게 이기적이고, 배려 없고, 믿을 수 없거나 미성숙하다고 비춰질 수 있다.

​​


불안에 사로잡힌 사고 : 늘 최악을 상상한다


심리학자들은 마무리해서 목록에서 지워진 과제보다 마무리하지 못했거나 중단되었던 과제를 사람들이 훨씬 더 잘 기억하는 현상, 자이가르닉 효과를 발견했다. 마무리하지 못한 과제는 불안, 망설임의 감정과 함께 기억 속에 남는다.

모든 생각이 다 생각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며, 반복되는 생각이라고 해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떤 생각이든 애써 짓누르려고 하면 더 반복되기 쉬운데, 이는 어떤 생각이든 에너지를 쏟으면 신경망의 연결을 키우고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없애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강력하게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계속 떠오르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용서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미워하면 할수록 내 안에 부정적인 에너지가 쌓이고 나의 귀한 시간을 내어주는 꼴이 된다.

"예기불안은 가만히 내버려두었을 때 오히려 진정된다. 만약 그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거나 해결하고자 애를 쓰면, 즉 계속 반추하거나 회피하면 예기 불안은 더욱 심해진다. _p.172"

나는 원래 집순이고, 원래 여행을 좋아하지 않고, 그냥 반복되는 일상대로 사는 것이 좋다. '내가 그냥 원래 이런 사람'을 자처하며 자신의 한계를 불필요하게 제한하기도 하는데, 예기불안과 만성적인 망설임은 불변하는 성격 특성이 아니라 반응 패턴에 불과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완벽주의 : 모 아니면 도라는 사고방식


우리 집에서는 모 아니면 도라는 사고방식을 모도정신이라고 부르는데, 책에 등장해서 놀랐다.

"완벽주의는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유연성 없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래서 완벽주의자들은 자신을 완벽하거나 형편없다고 평가한다. _p.180"

회색지대를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인 완벽주의는 인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실수는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선택과 결정에 대한 극심한 압박감으로 이어진다. 실수를 완전히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활동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목표를 달성했는지, 과정이 얼마나 완벽했는지가 아니라, 그 활동이 가져오는 성장과 즐거움에 있다. _p.183"

동네에 단골 치과가 있다. 다른 병원과 달리 그곳의 원장님은 진료중에 신입 간호사분이 실수를 해도 화내지 않고 다그치지 않고 차분하게 반복해서 설명해준다. 새로운 경험 앞으로 우리 모두는 초심자다. 지금은 능숙하게 치료를 하는 원장님도 초심자에서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들을 느끼지만 그런 감정들을 지닌 채 나아갔을 것이다.

우리는 사실상 모든 것을 의심할 수 있다. 버스를 타면서 운전기사님을 믿지 못하면, 타는 내내 혹시 모를 사고의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치과선생님을 믿지 못하면, 무시무시한 기구가 가득한 치과 의자에 앉아 입을 벌릴 수 없다. 세상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불확실성을 피할 방법은 없다. 무언가를 확실히 알지 못한다는 불편한 감정을 인정하고,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 최선을 다해 짐작하는 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확실히 알고자 하는 불가능한 욕구를 버린다.

"사실에 대한 모든 정보를 검토한 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 최선을 다해 짐작하기뿐이다. _p.206"


집안에 아픈 사람이 없는 가족은 없는 것 같다. 가족이 아파서 병간호를 하면 여러 가지 선택을 해야만 한다. 선택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병이 좋아지면 다행이지만, 결과가 안 좋았을 때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의사, 병원, 치료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불안이란 미래에 사는 일이다. '만약'이 아닌 '지금' 자신의 상태로 초점을 옮긴다. 최선을 다하지만 완벽하게 알 수 없음을 인정하고, 하루하루 주어진 기프트의 시간을 소중하고 감사하게 사용하고 싶다.

가능하면 아이들을 따라다니려고 한다. 아이들이 어디에 있든지 이동시마다 문자를 보내게 하고 안전한지 수시로 체크한다. 저자는 그런 걱정들이 사랑이 아니라 걱정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라고 말한다. 오해는 계획과 걱정의 차이를 혼동하는 것에서 발생한다. 걱정은 생산적이지 못하고, 문제해결을 돕지 않는다. 걱정은 보호하지 못한다. 많이 동감했던 것은 인생에서 우리에게 닥치는 정말로 나쁜 일들은 거의 언제나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치유를 향한 내려놓음

치유를 향한 사고방식은 생각의 내용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는 메타인지적 관점과 '예상'하고, '수용'하고, '허용'한다로 요약될 수 있다. 불안한 생각에 관여하지 말고 바꾸려고 하지 말고 그저 관찰하라. 곱씹고, 반박하고, 묵상하고, 이유를 파고드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려놓는 태도를 갖는 것이 회복하는 길이다. 포기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불안과의 싸움을 그만둔다. 회피하지 않는다. 불안을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 치유를 향한 내려놓음은 통제하려는 노력을 내려놓고, 그저 믿고 시도하고, 잘 된다는 보장이 없더라도 결정이나 행동에 전념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려놓음은 DANCE 의 다섯 가지 원리로 기억할 수 있다.

-Discern 파악하기, 자신과 분리하여 거리를 두고 파악한다

-Accept 수용하기, 의심과 불편한 감정을 수용한다

-No 거부하기, 걱정과의 싸움, 회피, 너무 많은 생각을 거부한다

-Commit 전념하기, 행동이나 선택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Embrace 끌어안기, 현재를 있는 그대로 끌어안고 내버려 둔다, Let it be~

DANCE는 예기불안과 만성적인 망설임에 좋은 효과를 보인다. DANCE의 원리에 따라 여유롭게 춤을 추는 연습을 하면 뇌에서 긍정적인 회로가 생성된다고 한다.​


마음을 울리는 감정에 호소하는 책은 아니었지만, 단편적인 스킬이 아니라 관점과 태도를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을 제시한다. 분석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중요한 것들을 반복해서 설명해준다. 40여 년의 전문가답게 실천적인 사례도 풍성해서 좋았다.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느낄 때 다시 찾아서 읽으려고 한다.

​​

"밤에 차를 운전하는 일과 같습니다. 우리는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비추어주는 만큼밖에 볼 수 없지요. 하지만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 전체 여행을 다 끝마치는 겁니다. _p.328"

나의 불안과 걱정은 가족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 것 같다. 모든 가능성을 다 대비하려는 불가능하고도 소모적인 계획을 내려놓기로 결심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