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의 공부 뇌 - 평범한 뇌도 탁월하게 만드는 두뇌 개조 프로젝트
이케가야 유지 지음, 하현성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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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그렇고 뇌과학책이다 보니 논문처럼 딱딱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우였다. 공부법을 표방한 그 어떤 책보다 철저하게 실용적이다. 뇌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어 흥미로운 데다가 위트있고 귀엽기까지 하다.


보통의 공부법 책은 다른 사람의 논문을 인용하고 개인적인 경험을 더해서 쓰기 마련인데,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뇌를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그런지 더욱 쉽고 명확하며 설득력이 있다. 어설프게 아는 사람이 어렵게 가르친다고 했다. 나 같은 초보자도 이해가 쏙쏙 되는 것을 보니 뇌과학 분야의 최고 전문가답다. 도쿄대학교 약학부 교수이자 권위 있는 뇌과학자라고 하니 책 속 내용은 크게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여도 좋겠다.


글이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어 찾아봤더니, 예전에 잘 읽었던 <0~4세 뇌과학자 아빠의 두뇌 발달 육아법>의 저자이다.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이라지만 이왕이면 '뇌'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나는 머리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타고난 인간의 능력 차이는 크지 않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책에 쓰여있는 대로 '대부분의 사람이 발휘하는 능력은 실제 능력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라고 말해줬더니 쉽게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제 능력의 백 퍼센트를 다 쓸 수는 없을 테지만, 뇌의 원리를 알면 '절반의 노력으로 10배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은 해줄 수 있겠다.


뇌와 컴퓨터와 비교하자면 '하드디스크'는 정보의 장기기억 장소이고 '램'은 일시적 보관 장소이다. 기억을 뇌에 장기간 보존하려면 반드시 단기기억을 거치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장기기억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단기기억을 활용하느냐, 이것이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


방바닥에 장난감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으면, 엄마가 몰래 쓰레기장에 버릴 수 있다. 대충 기억해 둔 기억도 마찬가지이다. 정리되지 않은 정보는 폐기되고 만다. 대충 기억해서 생각나지 않는 정보는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창고에서 구석에 처박혀 찾기 힘든 물건과 비슷하다. 시험장에서 필요할 때 바로 끄집어내려면 보존할 때 이름을 제대로 붙이고 분류하고 정리해 두어야 한다.




[ 해마 ]

해마는 재판관처럼 정보가 필요한지 불필요한지 판결을 내린다. 해마의 심사를 통과하는 것은 생존에 유리한 '삶에 꼭 필요한 정보'이다. 수학공식이 쉽게 외워지지 않는 것은, 그것을 몰라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주의사항은 심사 기간이 약 한 달이라는 것이다.


해마는 우리가 열심히 공부해서 넣은 지식을 끊임없이 삭제해 버린다. 에너지 낭비에 불과한 쓸모없는 정보를 통과시키지 않기 위해서이다. (보고 들은 모든 것을 다 기억하는 삶을 상상해 봤는데, 아주 힘들고 무서울 것 같다.)


해마를 속여서 지식을 통과하게 만드는 방법은 '반복훈련'이다. 복습이 중요하다는 선생님 말씀이 하나 틀린 게 없다. 해마는 반복해서 끈질기게 들어오는 정보를 생존에 필요한 정보일 거라 착각해 대뇌피질에 통과시킨다.


[ 묶음 ]

묶어야 잘 외워진다. 11자리 숫자는 잘 외워지지 않지만, 전화번호는 쉽게 외워지는 원리이다. 동일하게 하이픈으로 연결되어 있는 계좌번호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쉽게 외워진다. 대상을 적게 묶으면 기억하기 수월해지는 현상을 '묶음 chunk'라고 한다. 영단어를 외울 때 collocation을 외운 이유가 있었다. 지식을 레고처럼 정육면체로 모듈화하라는 박문호 박사님 말씀도 떠올랐다.


[ 망각 ]

단어를 잊는 비율이 시간과 비례하지 않음을 나타내는 망각곡선은 많이 알려져 있다. 망각 곡선의 기울기를 완화시키는 방법은 정해진 시간 안에 반복하고 복습하는 것이다. '어차피 외워도 잊어버릴 텐데 외워야 하나요?'고 묻는다면 '기억하지 못해도 뇌에서 완전히 지워지지 않고 무의식의 세계에 잘 보존되어 있다'고 답할 수 있겠다.


잠재적 기억의 보존 기간은 한 달이다. 따라서 한 달 이내에 복습하지 않으면 잠재적 기억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복습할 때 해마를 쉽게 착각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쓰고 말하기 등의 오감 활용법이다. 저자는 가장 효율적인 복습의 타이밍으로 (학습한 다음 날 / 복습 1회차 1주일 뒤 / 복습 2회차 복습 2주일 뒤 / 복습 3회차 1개월 뒤) 를 제안한다. 이 이상은 불필요한 복습이라고 보고 있다. 새로운 지식을 추가하면 기억간섭으로 망각 속도가 빨라진다. 뇌의 특성을 무시한 공부는 무모하다.


[ 참고서 탐색 ]

같은 참고서를 여러 번 보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새로운 참고서를 보는 것이 좋을까?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을 종류별로 다 사서 풀고 혼자서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비슷한 내용이라도 참고서가 바뀌면 기분전환도 되고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처음부터 다시 참고서를 이해해야 해서 복습 효과를 놓치게 된다고 한다. 기억간섭을 피하기 위해서는 같은 참고서를 몇 번이고 복습하는 것이 현명하다.


[ 입력보다 출력 ]

아이들을 가르치고 나면 그 지식이 완전히 내 것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뇌는 압도적으로 입력보다 출력을 더 중요시한다. 해마는 사용할 기회가 많은 정보를 꼭 외워야 겠다고 판단한다. 글쓰기, 자기 말로 설명해보기, 백지 학습법 등이 유용하겠다.


[ 세타파 ]

자발적인 공부를 할 때 효율이 높다. 세타파는 흥미가 솟을 때 나오는데, 세타파가 나오면 10분의 1의 자극만으로도 암기가 가능하다. 영단어는 외우기 힘들어하는 아이가 포켓몬스터나 피파 축구선수 이름은 시키지 않아도 줄줄 외우는 이유를 뇌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공부가 재미있다고 생각해야 세타파가 나오고 장기증강이 만들어진다. 공부는 역시 마음가짐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공부도 나름 재미있는 지점이 존재한다고 알려줘야 하는 이유이다.


[ 감정이입 ]

놀랍게도 기억과 감정은 뇌 회로의 70~80%를 오버랩되어 같이 쓴다고 한다. 단순히 나열되어 있는 한국사 연표는 잘 외워지지 않지만, 눈물 콧물 쏟으며 감명 깊게 봤던 한국사 강의는 잊히지 않는 원리인 것 같다. 교과서 내용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완벽하게 암기할 수 있다.


[ 야생의 사자 ]

- 사자가 배가 고플 때 사냥을 나가는 것처럼 사람도 배가 고플 때 기억력이 증가한다. 식사 전 공복이 공부하기에 최적의 시간이다.

- 걷기도 기억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 버스를 타기만 해도 세타파가 나온다고 하니, 학창 시절 유독 스쿨버스에서 단어암기가 잘 되었던 이유가 있었다. 다만, 눈이 나빠질까 봐 아이에게 권하지는 못하겠다.

온도가 낮은 편이 공부의 효율성을 높인다. 겨울에는 난방을 하지 않는 것이 에너지도 아끼고 공부도 잘되고, 일석이조다. 여름에는 공부방을 시원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한다.


[ 수면 ]

저절로 복습이 가능한 시간이 있느니 수면이다.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일찍 자라고 권하는 이유일 것 같다. 밤을 새워 가며 공부한 적은 없지만, 뇌과학적으로도 옳지 않은 방법이라고 하니, 잠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은 참 잘했던 것 같다. 난잡하게 쌓아놓은 지식을 정리정돈하여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바꾸는 것이 수면의 역할 중 하나이다.


[ 암기 황금시간대 ]

수면 직전은 기억의 황금시간대로 취침 전에 한 공부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고로 잠들기 전에는 암기과목을 공부하고, 오전에는 논리력이나 사고력이 요구되는 과목을 공부한다. 영어와 수학을 아침공부에 넣을 것인가 오후 공부에 넣을 것인가 고민했는데, 공부 스케줄을 잡을 때 참고하기 좋을 것 같다.


[ 실패 ]

가수에서 변호사로 변신한 이소은 님은 로스쿨 첫 시험을 망쳤을 때 아버지께 '너의 실패를 축하한다'는 편지와 선물을 받았다고 한다. 아이가 중학교에 가면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석차가 나오는 시험을 보게 될 텐데, 결과가 어떻든지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실패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억은 정확하고 확실해진다. 뇌는 실패를 거듭하며 해결책을 찾는 소거법을 통해 자신을 조정해 나간다고 한다.


[ 학습전이 ]

아이가 좋아하는 과목만 공부하려고 한다. 음식도 골고루 먹어야 몸에 좋듯, 여러 가지 과목을 잘 분배해서 공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런데 뇌과학자의 말은 조금 다르다. 한 과목만 제대로 정복하면 나머지는 쉬워진다고 한다.


"모든 과목을 균일하게 공부하여 평균적인 성적 향상을 바라는 방법보다, 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해 숙달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더 좋은 방법입니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 있는 과목을 만들고 난 뒤, 그 자신감을 가지고 다른 과목으로 옮겨가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어떤 분야를 깊이 연구하면 다른 분야의 지식도 간단히 습득하게 되는 현상을 '학습전이'라고 부른다.



[ 지식기억 < 경험기억 < 방법기억 ]

'지식 기억'은 자유롭게 떠올릴 수 없지만 '경험 기억'은 자유롭게 떠올릴 수 있고 잊어버리기도 어렵다. 지식 기억이라도 '연합, 상상, 말장난, 감정, 주위 환경'과 연관시켜 외우면 많은 기억의 조합으로 경험기억으로 바꿀 수 있다.


방법기억은 더 놀라운데, 어떤 일의 순서나 방법으로 몸으로 외우는 기억이다.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한번 익히고 나면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절대 잊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경험기억이 발달하므로 무턱대고 암기하기보다는 사물의 원리를 이해하고 구조를 보며 공부하는 것이 좋다.


바둑기사들의 복기는 정말 놀라운데, 지식기억이 아니라 방법기억으로 외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천재를 만드는 비결은 결국 마법의 기억이라고 불리는 방법 기억에 있다. 수학문제의 해결력과 응용력도 방법 기억에서 나온다.





한번쯤 들어봤던 공부법들이라서 기발하지 않으나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검증 완료된 상식이라서 오히려 더 믿을만한 공부법이었다. 번역도 정말 훌륭했는데, 역사의 예시로 고구려를 사용하는 등 우리나라에 맞게 자연스럽게 바꿔주셔서 이질감 없이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직접 연구한 데이터를 가지고 뇌과학의 관점에서 설득력 있게 말해주니 이제 정말로 신경세포가 10배는 활성화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에게도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감 있게 코치할 수 있어 좋다. 관심 있는 분야라서 그런지 정말 즐겁게 읽었고 유익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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